도박장에 가보질 않아서 '잭팟'의 느낌이 어떤 건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번주 신간들을 보며 '이건 잭팟이야!'라고 혼자 중얼거렸다(분기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최근 신간 제목을 빌려 조금 점잖게 말하면 '버스트'. 뭔가 터졌다는 것. 하루키의 <1Q84> 얘기가 아니다(물론 그건 하루키의 '잭팟'이다). 이번주 언론 리뷰에서는 다뤄지지 않을 듯싶은데, 일단 리처드 세넷의 <장인>(21세기북스, 2010)이 번역돼 나왔다(그러고 보면 나 혼자 느끼는 '손맛'일 수도 있겠다).  

 

작년에 <뉴캐피털리즘>(위즈덤하우스, 2009)이 나왔을 때부터 눈여겨본 타이틀인데, 예기찮게도 번역본이 빨리 나왔다. 전작들에서 그가 강조하던 '장인정신'이란 게 어떤 것인지 세계적 석학의 솜씨로 확실하게 보여줄 듯싶다. 맛보기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장인의 모습을 단지 목공이 하는 육체적인 기능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아주 편협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상고시대의 그리스 도공, 로마제국의 이름 없는 벽돌공, 거대한 성당을 지어 올렸던 중세 석공, 르네상스 예술가를 비롯해 근대의 노동자, 리눅스 프로그래머, 건축가, 의사 등 현대의 전문 직종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장인 분석을 통해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의 신(新)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결국 저자의 목표는 별다른 보상 없이도 일 자체에서 깊은 보람을 느끼고 세심하고 까다롭게 일하는 인간, 즉 우리 안에 잊힌 장인의 원초적 정체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아, 그리고 사르트르의 <사르트르의 상상계>(기파랑, 2010). 번역서 제목이 그렇게 돼 있으니 사르트르를 두 번 반복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이 책과 짝이 되는 <상상력>도 <사르트르의 상상력>(기파랑, 2008)으로 나왔었다. <변증법적 이성비판>(나남, 2009)이 완역된 마당이어서 더 바랄 게 없다 싶었는데, 그의 상상력 연구를 집대성한 책까지 번역돼 나오니 감지덕지다. 일단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질베르 뒤랑의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문학동네, 2007)을 읽을 수 있겠다는 것. 전에 책을 좀 읽다가 사르트르의 상상력론과 대결하는 대목에서, 공정하게 읽자면 사르트르의 책을 먼저 봐야겠다는 이유로 미뤄두었는데, 마침내 때가 온 셈이다(빨리 다른 핑계를 찾아야겠다).  

 

혹 상상력이란 주제에 더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뒤랑의 제자이자 '전도사'이기도 한 진형준 교수의 <상상력혁명>(살림, 2010)과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살림,2009)를 참조해도 좋겠다. 아무래도 번역서보다는 읽기가 편하니까. 역시나 뒤랑의 제자인 서정기 교수의 평론집 <신화와 상상력>(살림, 2010)도 소위 '신화비평'의 현재를 보여준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문예학자 페터 지마의 신간 <모던/포스트모던>(문학과지성사, 2010). 책은 어제 신촌 홍익문고에서 사들었는데(다른 책들은 들어오질 않았었다), 지마의 책은 하도 오랜만이어서 '감회'까지 느껴진다. 번역은 그간에 지마를 거의 전담해서 번역해온 김태환 교수. 나는 가장 먼저 소개됐던 <문학 텍스트의 사회학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 1987)를 비롯하여 지마의 책을 거의 대부분 읽은 듯싶다(오래전 읽이지만 그의 방한 강연도 들었다). <문예미학>(을유문화사, 1993) 같은 책은 대학원의 필독 세미나 교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데리다와 예일학파>(문학동네, 2001) 이후 거의 10년 만에야 번역서가 나온 셈이니 격세지감이 있다. 한때 서점을 '주름잡던' 그의 책들도 상당수가 절판되거나 품절된 상태이고. <모던/포스트모던>은 그런 가운데 나온 것인데, 원저는 1997년에 초판이 나오고 2001년에 2판이 나왔다. '생명력'이 있는 이론서라고 봐야겠다. '포스트모더니즘 논의 총결산'이 비록 요즘 유행과 맞는 건 아니지만 시류를 거슬러서 일독해봄직하다.   

그밖에도 네그리의 <예술과 다중>(갈무리, 2010), 캘리니코스의 <무너지는 환상>(책갈피, 2010), 데이비드 하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 2010) 등 쟁쟁한 명망가의 책들이 이번주 신간이고 모두 보관함에 들어가 있다.  

 

체 게바라 평전의 결정판이라는 <체 게바라, 혁명적 인간>(플래닛, 2010)도 이번주에 나온 책이고(무려 1176쪽 분량이다),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김대중 평전>(시대의창, 2010)도 이번주 신간이다, 라고 적고 보니 오류다. <김대중 자서전>(삼인, 2008)과 혼동했다. <평전>과 <자서전>이 동시에 나오는 바람에 같은 책으로 착각했다(<자서전>을 고른다면서 <평전>을 클릭했다).  

하여간에 이 정도면 '잭팟'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물론 '옆에서' 그런 게 터졌다는 얘기일 뿐이고, 그게 그냥 구경거리가 아니라 '나의 횡재'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투자가 좀 필요하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휴가가 시작된다는 내주에 한두 권 정도 챙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사르트르나 지마 같은 경우야 아무래도 전공자들 손에서나 대접받을 터이지만, 나머지 책들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다년간의 경험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일이 흔치 않다... 

10.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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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생각하는 손과 장인 예찬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8-04 14:04 
    리처드 세넷의 <장인>(21세기북스, 2010) 출간 소식의 반가움은 이미 지난주에 포스팅한 바 있는데, 언론리뷰는 이번주에 실리게 되는 듯하다. 가장 빨리 올라온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나는 번역본보다 원서를 미리 구했는데, 내주쯤에는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기사를 보니 저자의 3부작 중 하나라고 하는데, 나머지 책들도 기대된다.   연합뉴스(10. 08. 04) '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을 찾아서 
 
 
미지 2010-07-31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알라딘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글 올리면 조회수가 급감하나요? 제가 좀 놀라운 걸 겪어서요...

로쟈 2010-07-31 08:2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로 '정서적인' 시스템이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조회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경우는 있어도 갑자기 주는 경우는 좀 드물고요. 어떤 착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2010-07-3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10-07-31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은 <김대중 평전>(시대의 창)이 아니라 삼인에서 나온 <김대중 자서전>이 아닐까요?^^ 물론 김삼웅 선생이 집필한 <김대중 평전>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고 김대중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김대중 자서전>에 새로운 정보가 더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에 대한 2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되어 혼돈을 일으키는 듯 싶습니다.^^ <장인>이라는 책에 눈이 가는군요. 사르트르의 <상상계>는 두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듭니다.^^

로쟈 2010-07-31 19:0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잘못 클릭했어요.^^; 그래도 표지는 <평전>이 더 낫네요. <상상계>는 저도 주문을 넣었는데, 저렴한 거야 고마운 일이죠.^^

푸른바다 2010-08-02 15:22   좋아요 0 | URL
사르트르의 상상계와 라캉의 상상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라캉은 사르트르보다 오히려 한 살이 많은데 실존주의 뒤에 유행한 구조주의의 대표주자로 알려지는 바람에 사르트르보다 후세대인 걸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사르트르와 동시대인 라캉은 알튀세르, 레비스트로스, 푸코보다는 우리나라 기준으로 하면 까마득한 선배인 셈인데 말입니다.^^ 라캉은 실존주의-구조주의-후기구조주의 전 시대에 걸쳐 유행을 누리는 드문 사상가인 것 같습니다. 라캉은 다른 구조주의자들에 비해 사르트르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로쟈 2010-08-03 10:07   좋아요 0 | URL
라캉이 1901년생이니까 네 살 더 많습니다. 저는 요즘 라캉-지젝의 주체와 사르트르(실존주의)의 주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 관심이 생겼어요. 마땅한 책이 없나 찾아봐야겠습니다...

푸른바다 2010-08-03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주체를 넘어서 있는 구조가 인간의 훨씬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 1%에 불과하더라도 '주체의 결단'이라는 부분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3종의 번역본과 영역본, <변증법적 이성비판> 번역본, 라캉 <에크리>와 <세미나> 번역본들과 영역본들을 갖추어 놓고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우공이산이라고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는 믿음으로 천천히 나아가볼까 합니다.^^


로쟈 2010-08-03 13:34   좋아요 0 | URL
사르트르와 라캉을 주제로 한 연구서가 몇 권 있는데, 모두 불어본이네요.^^;

푸른바다 2010-08-03 15:12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때 불어를 제 2외국어로 꽤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그를 살리지 못한게 좀 후회스럽군요.^^ 불어의 기억이 좀 남아있었던 대학시절 교보 문고에서 발췌본이긴 하지만 <에크리> 불어본을 구매한 적이 있어요. 이게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누가 관심을 가질 책도 아니었는데요.^^

개인적으론 독서모임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로쟈 2010-08-03 23:12   좋아요 0 | URL
저도 학부 졸업하기에 불어2 듣다가 흥미를 잃었는데(한 학기 동안 바둑, 장기만 뒀지요.^^;) 약간은 후회가 됩니다...

종이달 2022-05-05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내일자 한겨레에 실리는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지난 월요일에 쓴 원고인데,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번역에서 궁금하게 생각했던 점 한 가지를 글감으로 삼았다.   

한겨레(10. 07. 31) '서사적 바람둥이’가 낯설어진 이유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미 눈치챈 독자들이 있겠지만, 체코 출신의 망명작가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서두다. 쿤데라는 1981년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지만 ‘프랑스 작가’라고 부르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세르반테스의 절하된 유산’(소설)의 특별한 예찬자인 그에게 특정 국적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니 차라리 그의 조국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중부유럽의 작가’를 자임하는 쿤데라는 체코어판과 프랑스어판을 동시에 ‘정본’으로 인정한 드문 작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정본이 둘이다. 독어 중역본으로 처음 출간된 한국어본도 체코어본, 프랑스어본 번역 등이 추가되어 그간에 네댓 종 이상이 나왔다. 현재는 프랑스어본 번역만이 통용되고 있어서 아쉬운데, 다양한 번역본을 음미하면서 읽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단 복수의 번역본은 번역의 차이와 변화 양상에 주목하게 해준다. 한두 가지 예를 들면, 먼저 주인공들의 이름이 바뀌어왔다. 체코어본 번역에서 ‘토마스’와 ‘테레자’라고 표기된 주인공의 이름이 독어본 번역과 프랑스어본 번역에서는 ‘토마스’와 ‘테레사’가 됐고, 프랑스어본 번역 개정판에서는 ‘토마시’와 ‘테레자’가 됐다. ‘테레사’가 ‘테레자’가 된 것은 교정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토마스’가 ‘토마시’로 바뀐 것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독일작가 ‘토마스 만’이 덩달아 ‘토마시 만’으로 바뀐 걸 보면 유머를 의도한 건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바람둥이의 유형’도 달라졌다. 쿤데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데, 한쪽은 ‘서정적’ 유형으로 모든 여자에게서 자신의 이상을 찾으려고 애쓰고, 다른 한쪽은 ‘서사적’ 유형으로 수집가적인 열정을 갖고서 여성적 세계의 무한한 다양성을 추구한다. 전자는 항상 이상 찾기에 실패함으로써 동정을 사기도 하지만, 후자는 항상 만족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산다. 작품에서 토마스는 후자에 속한다. 이 두 유형이 독어본과 체코어본 번역에선 ‘서정적 바람둥이’와 ‘서사적 바람둥이’ 정도로 번역됐지만, 프랑스어본 번역에서는 ‘낭만적 호색한’과 ‘바람둥이형 호색한’으로 옮겨졌다.  


어째서 이런 차이가 빚어졌는지 궁금할 법한데,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을 참고하면 ‘내막’을 짐작해볼 수 있다. 자기 소설의 ‘열쇠어’ 중 하나로 ‘서정성’을 풀이하면서 그는 ‘서정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은 미학의 영역을 넘어서 “자신과 세계와 타인에 대한 인간의 두 가지 태도”를 표상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아주 낯설다는 점이다. 그는 타협책으로 프랑스어판에서 ‘서정적 바람둥이’를 ‘낭만적 한량’으로, ‘서사적 바람둥이’를 ‘자유주의적 한량’으로 바꾸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조금 서글펐다”고 그는 덧붙였다. 요컨대 체코어본이나 독어본, 영어본과는 달리 유독 프랑스어본에서는 ‘서정적 바람둥이’와 ‘서사적 바람둥이’라는 유형학이 허용되지 않은 것이다. 그에 따라 프랑스어본을 정본으로 삼은 한국어본은 쿤데라의 ‘서글픔’까지도 옮기게 되었다. 더불어 서정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이란 이분법은 우리에게도 낯선 것이 되고 말았다.  

10. 07. 30.  

P.S.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최초 번역본은 송동준 교수의 독어본 번역이다.(이 번역본에서는 '서정적 난봉꾼'과 '서사적 난봉꾼'이라고 옮겼다). 김규진 교수의 체코어본 번역은 중앙일보사간 소련동구문학전집판(<존재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과 한국외대출판부판(<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두 종이 출간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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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 2010-07-3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시와 테레자로 쓴 까닭은 체코어 이름이 Tomáš와 Tereza이기 때문입니다.
독어본은 독어 철자에 없는 하체크 š를 뺀 Tomas와 독어화한 Teresa라서 번역본은 토마스와 테레자가 된 것이고 불어본은 역시 하체크를 뺀 Tomas와 그냥 체코어 이름 Tereza인데 번역본은 둘 다 한국 식 세례명에도 있고 좀 더 익숙한 이름인 토마스와 테레사로 썼다고 보면 됩니다.
체코어 원문을 보니 Thomas Mann으로 돼 있던데 토마시 만은 토마스를 토마시로 일률적으로 바꾸다 생긴 오류로 보입니다.

로쟈 2010-07-31 18:48   좋아요 0 | URL
기왕에 나온 체코어 번역본도 '토마스'라고 표기해주고 있으므로 '토마시'는 불필요한 혼란을 안겨준다고 생각해요. 그냥 생색용 흉내내기 정도(정작 교정되어야 할 오류들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충실성'이 바람둥이 번역에는 적용되지 않았으므로 일관성이 없는 거지요. 그리고 '토마시 만'이야 물론 한번에 바꿔쓰기 하면서 생긴 오류일 텐데, 교정을 보지 않았다는 걸 꼬집고 싶었어요...

홍차 2010-07-31 18:32   좋아요 0 | URL
체코어 번역본도 토마스로 적었다니 좀 의외긴 한데 아마 맨 처음 번역한 책의 표기에 맞추지 않았나 싶군요.
근데 좀 더 자세히 쓰셨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게 기고문 내용만으로는 그냥 왜 이름을 바꿨는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읽히거든요.
물론 번역에서 정작 더 중요한 문제를 지나친 일이 좀 아쉽긴 합니다.

로쟈 2010-07-31 19:06   좋아요 0 | URL
자세히 쓸 수 있는 분량은 아니고요. 고유명사 표기에서 원음 흉내는 보통 '알리바이'여서 제가 못마땅해 하는 편입니다. '테레사'의 경우에도 저는 그렇게 통용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보는데, 체코어본도 '테레자'라고 했으므로 통일해줘도 되겠다 싶어요. 한데, '토마시'는 뭥미 수준인 거죠. 고유명사 표기는 원음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헷갈리지 않는 것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š(sh)를 '시'로 표기하는 것도 임의적인 규칙이지요. 예전엔 '슈'나 '쉬'로 표기했으니까요...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

엊저녁에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진행한 5주간의 '도스토예프스키 깊이 읽기' 강좌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읽기'로 마무리됐다. 수강생 몇 분과 간단하게 뒷풀이자리를 가졌는데, 차후 강의 일정을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셔서 9월 강의 일정이긴 하지만 미리 올려놓는다. 지난봄 '고전, 영화로 읽다' 강좌의 속편 격인데, 도서관에서 또 한번 영화로 고전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됐다. 

  

지난번에 다룬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 이번에 고른 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다.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기에 도서관 근처에 사시는 분이라면 주말에 영화감상 나들이를 나오셔도 좋겠다. 이미 7월 일정은 이번 주말만 빼고는 진행이 됐고, 9월에 네 차례가 강좌가 더 남아 있다. 참고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대한 강의는 9월 11일(토)에 예정돼 있으면 신청은 노원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서 받는다고 한다. 전체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영화제작소눈의 '상영+강좌'프로그램인 <고전, 영화로 읽다>가 도서관을 찾아갑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책, 예술과 만나다' 중 하나로 선정되어 4개의 도서관에서 8번의 강좌를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다소 심심한 도서관의 주말 상영회를 좀 더 뜨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하나의 책과 하나의 영화가 어떻게 서로를 흉내내고, 싸우며 때로 벗어나는지를 되도록 담백하게 듣고, 말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찾아와주세요. 혹은 찾아가주세요. 때로 도서관이 극장이 되기도 합니다. 아니면 극장에서 책을 발견해도 좋습니다. 수많은 진부한 책과 영화속에서 길을 잃은 당신이라면, 더욱 찾아와주길, 찾아가 주길 바랍니다.(수강신청은 각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정독도서관

1강(7월 10일) - 거울 앞에 선 소설과 영화 : 그 증감의 게임
코맥 매키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5 / 코엔 형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2007
강사 : 김영남 (영화감독), <내 청춘에게 고함>, <보트> 등 연출 

2강(7월 17일 ) - 동시대성의 내연과 외연                  
가와바타 야스나리 『산소리』,1954 / 나루세 미키오 감독 <산의 소리>,1954
강사 : 이연호(영화평론가), 전 KINO 편집장, 영상원 강사,『전설의 낙인』등

 
고덕평생학습관

3강 (7월 24일) - 인형의 집 : 집나간 노라만 문제인가? 
헨릭 입센『인형의 집』, 1879년 / 패트릭 갈랜드 감독 <인형의 집>, 1973년
강사 : 장정일(소설가), 시집『햄버거에 대한 명상』,희곡『고르비 전당포』,소설『보트하우스』등

4강 (7월 31일) - 크로넨버그, 죽음과 욕망의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나귀 가죽』, 1831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비디오드롬>, 1983년
사 : 이창익(종교학자),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신대 강사,『종교와 스포츠』등

노원평생학습관 

5강 (9월 4일) - 오뒷세이아,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호메로스『오뒷세이아』, 기원전 7세기 / 마리오 카메리니 감독 <율리시스>, 1954
강사 : 강대진(고전문헌학자), 정암학당 연구원,『고전은 서사시다』,『잔혹한 책 읽기』,『신화와 영화』등 



6강 (9월 11일) - 도스토예프스키와 인간의 구원
도스토예프스키『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880 / 피터 젤렌카 감독 <카라마조비>, 2008

강사 : 이현우(인문학자),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박사, 한림대학교 연구교수,『로쟈의 인문학 서재』등

거마도서정보센터 

7강(9월 18일) - (미정)
베른하르트 슐링크『더 리더』, 1995 / 스티븐 달드리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2008
강사 : 김진영(철학자), 아카데미 상임위원.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 

8강(9월 25일) - (미정) 

10.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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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0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헌내 2010-07-30 15:51   좋아요 0 | URL
요즈음, 한국학술정보원에서 해외 학술지를 무료로 복사해주고 있더군요....
(www.riss.kr)

그나저나 역시 지원해주는 인문사회과학 해외 학술지는 400건 밖에 안 됩니다. (인문학만이 아닌 인문+사회과학입니다 - 인문학 학술지는 100건도 안되는 것 같던데...)


P.S. 건방지게 지젝을 프로필 사진으로 씁니다 ㅋ

로쟈 2010-07-30 19:34   좋아요 0 | URL
지젝 덕분에 왠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네요.^^

재준 2010-07-30 17:39   좋아요 0 | URL
앗! 어제 뒷풀이 감사했습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음을 성장과 미덕으로 여겨온 저를 돌아본 시간이기도 했거든요^^. 노원에 꼭 시간내서 찾아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로쟈 2010-07-30 19:35   좋아요 0 | URL
네, 노원에서도 뵈면 구면이겠습니다.^^

lifeisart 2010-07-31 11:04   좋아요 0 | URL
저 노원에서 뵐께용^^ 넘 멋진 강좌 기대됩니당~

로쟈 2010-07-31 14:52   좋아요 0 | URL
영화+강의여서 4시간 정도 잡으셔야 합니다.^^
 

이탈리아의 저명하면서도 문제적인 영화감독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의 소설 <폭력적인 삶>(민음사, 2010)이 다시 번역돼 나왔다. 나는 예전에 나온 세계사판을 갖고 있는데, 어디에 보관해두고 있는지도 모르던 차여서 반가운 일이다(아직 읽지 않은 것이다). 영화쪽에서는 '파졸리니'라고 부르고 알라딘에서도 '파졸리니'로 잡혀 있는데, 실제 발음은 '파솔리니'인 모양이다. 내게 '파졸리니'란 이름이 친숙한 건 영화부터 접했기 때문. 아주 오래전에 그의 영화 <살로, 소돔 120일>이나 <오이디푸스왕> <캔터베리 이야기> 등을 본 기억이 있다. 베를톨루치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폭력적인 죽음'으로도 사후에 유명세를 치렀다. 몇년 전에 전기가 두 종 번역됐었는데, 이 참에 모아서 읽어봐도 좋겠다. 영화도 그간에 많이 출시됐다. 덧붙여, 어제로써 즐찾이 2900명이 됐는데, 그것도 기념하여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즐찾 3000은 아마 올해안에 달성될 듯싶은데, 내심으론 알라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는 사드의 소설을 파시즘 치하로 번안한 영화 <살로, 소돔 120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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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삶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3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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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olent Life (Paperback)
Pasolini, Pier Paolo / Carcanet Pr / 2007년 8월
46,760원 → 38,340원(18%할인) / 마일리지 1,92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8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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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삶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박명욱 옮김 / 세계사 / 1995년 2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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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 파솔리니- 죽음과 삶의 몽타주
엔초 시칠리아노 지음, 김정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5월
27,500원 → 24,750원(10%할인) / 마일리지 1,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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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든 밥이든 마감을 훌쩍 넘긴 원고를 일단 보내놓고 다른 일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쉬는 손으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아, 벌써 8월이구나, 라고 쓰려다 보니, 그런 표현이 가장 안 어울리는 달이 또 8월인 것 같다. 어제도 덥고 오늘은 더 덥고, 하는 날의 연속이니까. 그냥 내일 강의준비도 하면서 쉬엄쉬엄 책이나 고른다. 가만히 노는 꼴을 못 보는 걸 보면 이럴 땐 꼭 시골 할머니 마음이다.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추천한 문학분야의 책은 김은국의 <순교자>(문학동네, 2010)이다. "6ㆍ25전쟁을 배경으로 이념 대립으로 인한 사건을 통해 겪는 신앙과 양심의 갈등을 묘사한 책으로 한국계 최초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재미작가 김은국의 대표작"이라는 게 소개다. 사실 지난 학기에 이 작품을 교양강좌 커리큘럼에 집어넣었다가 을유문화사판이 품절되는 바람에 다루지 못했는데(덕분에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읽었다), 문학동네판이 새로 나와서 내년 봄학기에 다루려고 한다. 김욱동 교수의 연구서 <김은국>(서울대출판부, 2007)도 강의준비용으로 구비해두었는데, 왠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2. 역사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이언 아몬드의 <십자가 초승달 동맹>(미지북스, 2010). "저자는 ‘유럽(Europe)’이라는 어원이 ‘아랍(Arab)’처럼 서쪽이나 암흑, 뒤처짐을 뜻하는 고대 셈어 ‘에레브(ereb)’에서 왔다는 사실처럼 유럽과 이슬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 11세기 에스파냐에서부터 19세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이 동맹을 맺고 공동의 적과 싸웠던 사례를 5장에 걸쳐 전해주고 있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는 요즘말로 혈맹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공동 전쟁을 치렀다."  

원제에서처럼 두 가지 종교로 갈려 있음에도 같은 동맹군으로 싸운 전력이 있다는 것은 유럽/아랍의 이분법이 얼마나 유효한지 회의를 갖게 만든다. 이러한 이분법의 무력화는 딱 데리다식의 전략인데, 저자의 최신작이 아니나 다를까 <수피즘과 해체>(2010)이다. 데리다와 이븐 아라비를 비교하고 있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마리에타 맥카티의 <나를 찾아온 철학씨>(타임북스, 2010). 원제는 '철학이 어떻게 당신의 삶을 구제해줄 수 있는가'. 조금 자세한 소개는 이렇다.  

저자 마리에타 맥카티는 철학 클럽을 운영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정답 없는 질문을 자신과 남들에게 던지면서 살아간다. 왜 정답 없는 질문을 철학자는 던질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창조적 사고를 하게 만든다. 사람들이 헬스 클럽에서 몸을 단련하듯이, 철학은 우리의 정신을 단련시킨다. 정신의 단련은 생각하는 훈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마치 근육이 성장하는 것은 파열의 고통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맥카티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함, 의사소통, 시각, 유연함, 공감, 개성, 소속, 평온함, 가능성, 기쁨과 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이다. 현대 문명의 기술들은 우리 육체의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정신적 건강함에 대한 배려를 상실한다. 정신적 건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대화와 토론을 이 책을 통해서 할 수 있다

마치 짝을 맞춘 듯한 제목의 책은 알렉산드르 졸리앙의 <고마워요, 철학부인>(푸른숲, 2010). "장애를 운명으로 여기며 자기를 부정하고 세상을 외면하던 알렉상드르 졸리앙이 철학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지게 되었는지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 쓴 독특한 철학 에세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열어 보여준다. <고마워요, 철학 부인>은 단지 세상을 해석하는 철학이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킨 깨달음으로서 철학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라고 소개된다. 두 권 다 저자는 생소하지만, 그런 만큼 부담감 없이 읽어볼 수 있겠다. 옆집에 사는 철학씨, 철학부인을 만나는 것처럼.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박찬승의 <마을로 간 한국전쟁>(돌베개, 2010)이다. 소개기사를 스크랩해놓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마을에서 벌어진 갈등과 상호 학살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을 분석한 한국전쟁의 미시사이다. 이 책은 저자가 전라남도와 충청남도에 소재한 다섯 마을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10여 년간 해당 지역을 현장 답사하며 관련자 구술을 채록하고 희생자 씨족 가문의 족보까지 꼼꼼히 조사하여 얻은 연구 성과물"이다. 강정인 교수의 평은 이렇다.  

저자는 마을에 잠복해 있던 민간차원의 갈등이 남북한 국가권력의 침투와 맞물려 비극적인 충돌과 학살로 귀결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보면서, 오늘날 남북관계나 한국사회에서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는 능력이 과연 얼마나 성숙했는가를 되묻는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한 해에 출간된 이 책은 한국전쟁에 관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 구술사/미시사 책으로 작년에 나온 김영미 교수의 <그들의 새마을운동>(푸른역사, 2009)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저자의 다른 책으론 <한국 근현대사를 읽는다>(경인문화사, 2010)도 올해 나온 책이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고른 경제/경영서는 역시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군터 파울리의 <블루 이코노미>(가교출판, 2010)다. 제목대로라면 '청색 경제'를 주장하는 책인데,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의 저자 군터 파울리(Gunter Pauli)는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지식인들의 모임인 로마클럽의 초창기 회원으로 활약했다. 로마클럽은 더 이상의 성장이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한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책을 출판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의 성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태도를 180도 바꿔 성장과 환경 보호가 양립가능한 명제라고 말한다. 40여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그의 생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는 녹색경제(green economy)를 대체할 ‘청색경제(blue economy)’를 주창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녹색경제는 환경 보호라는 목표의 달성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문제점을 갖는다고 한다. 이에 비해 청색경제에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더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난번에 <블루 이코노미>와 함께 묶었던 책은 재닌 베니어스의 <생체모방>(시스테마, 2010)인데(http://blog.aladin.co.kr/mramor/3855767), 생체모방, 생태모방이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필히 챙겨두어야겠다.   

6. 과학  

최영주 교수가 고른 과학분야의 책은 로널드 넘버스의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뜨인돌, 2010). 이미 적잖은 책들이 나온 주제인데, "이 책은 이러한 과학사의 전통적 통념이, 즉 과학과 종교가 끊임없이 대립하였다는 통념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즉 과학적 관점 때문에 목숨을 잃은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지동설의 갈릴레오나 진화론의 다윈의 신앙 이야기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통해 과학과 종교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으론 최근에 나온 칼 세이건의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사이언스북스, 2010)도 떠오른다.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가 책의 부제다. 그리고 물론 작년에 나온 <종교전쟁>(사이언스북스, 2009)도 다시 떠오르고. 그러고 보니 이 책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군...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이기영의 <민화에 홀리다>(효형출판, 2010). 드디어 처음 보는 책이 등장했다. "외교학과를 나와 발전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어느 날 도자기에 빠져 도예가가 된 필자가 그동안 사랑했던 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거기에 현대적 미감으로 민화를 다시 창조해내고 있는 작가 서공임의 작품 80여 점이 함께 우리를 매료시키는 책"이라는 게 소개의 변이다. 민화에 대한 책은 그간에 아주 드물지 않았나 싶다. 우리 옛 그림에 대한 책으론 김정애의 <우리 옛 그림의 마음>(아트북스, 2010)이 최근에 나온 책이고, 작년에 나온 걸로는 오주석 선생의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월간미술, 2009)이 있다.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김동진의 <파란눈의 한국혼 헐버트>(참좋은친구, 2010)이다. 한국현대사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파란눈'임을 예감할 수 있는데, '한국혼 헐버트'의 간단한 행적은 이렇다.  

한국 이름은 흘법(訖法) 혹은 할보(轄甫)였던 헐버트가 1886년 5월21일 벙커, 길모어 부부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조선에 도착한 것은 7월4일. 벙커나 길모어 부부 모두 청년 이승만의 개화정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다. 이 시절 이승만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이 때부터 20년간 한국에 살면서 헐버트가 보여준 활동의 범위는 말 그대로 눈부셨다. 교육자이자 한글학자, 역사학자이자 언론인, 선교사이자 독립운동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 그는 고종을 위해, 서재필을 위해 그리고 이승만을 위해 헌신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헐버트란 이름은 생소하지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외국인 가운데 언더우드란 이름은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찾아보니 몇 권의 책이 나와 있다. <언더우드가 이야기>(살림, 2005)도 있고, <조선견문록>(이숲, 2008)도 있다. <언더우드가 이야기>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4대에 걸쳐 한국에 살며 120년간 한국 근현대사의 영욕을 함께 한 언더우드 가문의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선교를 위해 한국에 도착해 선교 및 교육, 의료 사업을 진행했던 언더우드 1세부터 얼마전 출국한 언더우드 4세까지, 한국을 사랑한 한 서양인 가문 이야기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가 함께 펼쳐진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추천한 실용분야의 책은 매니 하워드의 <내 뒷마당의 제국>(시작, 2010)이다. 표지가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데, 가장 생소한 책이지만 소개는 가장 흥미진진하다.   

뉴욕에서 요리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던 저자가 로커보어를 자처하면서 푸드마일 실험에 도전했다. 직업으로 미뤄 음식에 일가견이 있고, 도심에 살면서 가장 가까운 곳의 식재료를 추구하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 뒷마당에 눈길이 꽂혔다. 마당을 갈아엎어 농사를 짓고, 축사(畜舍)를 손수 지어 가금(家禽)을 기르면서 진행한 농장 6개월 프로젝트의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교본을 따라 해도 이상하게 작물은 자라지 않았고 가축은 쉽게 배반했다. 토네이도가 농장을 때려 쑥대밭을 만들었다. 그런 곡절 끝에 첫 만찬에 올라온 찬거리는 구운 닭 반 마리와 콜라도 그린(Collard green, 배추 비슷하게 생겼다), 토마토 세 조각. 땅의 정직함, 계란 하나와 가지 한 조각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책 중간 중간에 배치된 사진이 실험의 치열함을 말해준다. 배수로를 확보하기 위해 가슴팍까지 구덩이를 파는 모습, 닭을 잡아 털을 뽑아 요리하는 장면 등이 서바이벌 게임의 치열함을 말해준다. 가장 극적인 후일담은 아내에 대한 감사의 글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음에도 히스와 제이크를 품에 안고 떠나지 않은 아내가 고맙다”. 마당에서 뛰노는 닭을 보기는커녕 고구마 하나 제 손으로 캐보지 않았으면서 식탐에 젖은 사람이 읽으면 쿵∼ 감동이 내려앉을 책이다. 

책의 부제가 '자급자족에 도전하는 뉴요커의 리얼 생태 서바이벌'. 이보다는 덜 격렬하지만 유사한 컨셉의 책으론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담은 다마무라 도요오의 <전원의 쾌락>(뮤진트리, 2010)도 있다.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란 부부가 밭농사를 지어보겠다며 멀리 일본 알프스가 바라보이는 신슈지역 해발 850m 도부마치의 언덕에 집을 짓고,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만큼 고된 초보 농사꾼의 수습 기간을 온 몸으로 겪어낸 몇 년간의 시간을 토마토 페이스트처럼 진하게 농축시켜 열두 달의 일상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것"으로 소개되는 책이다.   

한국책도 하나 얹자면 서화숙의 <마당의 순례자>(웅진지식하우스, 2009) "27년간의 기자생활로 독해진 마음을 풀고, 22년간의 아파트 생활을 끝내고,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진짜 삶을 찾은 동화작가이자 한국일보 기자인 서화숙의 에세이"이다. 부제는 '부암동 푸른 마당에서 누리는 고혹한 자유'. 부암동이란 동네는 언젠가 한번 가봤는데, 독특한 정취를 뽐내는 곳이었다(같은 서울인데도 '관광객'들이 많아서 불편하기도 하다고). 큼직한 도서관만 하나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10. 루이스 멈퍼드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은 루이스 멈퍼드(멈포드)다. 어차피 8월 마지막 주에 <메트로폴리탄 게릴라>(텍스트, 2010)의 저자인 박홍규 선생과 대담을 하게 돼 있어서(http://blog.aladin.co.kr/mramor/3933690) 일독해봐야 하는 책들이다. 내가 갖고 있는 건 이번에 나온 <유토피아 이야기>(텍스트, 2010) 외 <예술과 기술>(민음사, 1999)뿐이니 큰 부담은 없다. 하지만 전에 소개됐던 <역사 속의 도시> 등이 다시 나오면 좋겠다.  

10. 07. 28.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카프카의 <소송>이다. 최근 들어 매년 새 번역본이 출간되고 있어서 '입맛'을 다시고 있던 차였다. 계획은 세 종의 번역서를 대조해서 읽고 뭔가 써보는 것인데, 잘 될지는 모르겠다. 오손 웰스의 영화 <심판>도 다시 보고 싶군. 답답한 여름에 갑갑한 영화를 보는 것도 이열치열의 한 가지일까... 

  

10.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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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10-07-31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뒷마당의 제국> 소개글을 보니, 미국 기자의 프랑스 남부 정착기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 생각나네요. 약간은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전원 풍경이 묘사되어서 한 때 프로방스 붐을 일게 했다는... 사회학적 내지 생태학적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한 책들을 비롯해서 "도시 지식인의 귀농기"라는 주제도 한 아름은 되겠군요.

로쟈 2010-07-31 09:38   좋아요 0 | URL
이번주 국내서에도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이 있네요...

종이달 2022-04-27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