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스크와 세계시민사회

몇 권의 신간과 함께 오늘 주문한 책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글로벌 위험사회>(길, 2010)다. <위험사회>(새물결)의 문제의식을 더 확장한 걸로 보이는데, 소개기사를 보니 글로벌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벡은 세계시민주의에 주목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서 챙겨놓는다. 

한겨레(10. 09. 30) "글로벌화된 리스크 세계시민주의가 통제가능” 

인간 문명이 최고조로 발전을 이뤘다는 지금, 기후변화는 그 모든 것을 앗아갈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획기적인 에너지원으로 칭송받던 핵발전소는 체르노빌 사건에서 보듯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위협 요소다. 식량난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만든 유전자 조작식품은 생태계에 치명적인 왜곡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는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갖가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위험사회’라는 말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성격을 날카롭게 규정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사진)이 2007년에 쓴 <글로벌 위험사회>가 최근 번역돼 나왔다. 일찌기 위험사회가 지닌 성격으로 ‘글로벌 위험 공동체’를 제시해왔던 벡은,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세계적 차원의 위험사회론을 펼친다.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벡은 ‘리스크’와 ‘재앙’을 구분해 설명한다. 이미 닥친 재앙과 달리, 리스크는 가능성으로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미래의 사건이고 재앙의 예견이다. 여기서 나오는 핵심 개념이 바로 ‘연출’이다. 벡은 “글로벌 리스크는 글로벌 리스크의 현실 연출”이라고 말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은 연출을 통해서만 현실성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기후변화의 경우 아직 그 위험이 현실로 모두 나타나진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려주는 등 미래에 일어날 재앙을 현실 속에 나타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연출을 통해 리스크는 세상을 바꾸는 정치적인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리스크의 분배 자체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리스크로 볼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된다. 누가 어떻게 리스크를 현실 속에 연출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지배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테러를 막겠다며 미국 정부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이 수많은 이라크의 민간인 사망자를 낳은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곧 “리스크 정의가 새로운 글로벌 불평등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또 벡은 현대사회에서 세계화된 리스크는 더는 개별 국가에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생태·경제·테러리즘 등으로 글로벌 리스크를 구분한 벡은, 글로벌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세계시민주의’에 주목한다.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소외 집단이 더욱 많은 발언권을 얻어 불평등을 벗어날 수 있으려면, 개별국가의 틀을 뛰어넘은 세계주의에 기대야 하기 때문이다.

벡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무지’를 동력으로 삼는 성찰의 힘이다. 그는 “현대사회는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공해서 병을 앓는다”고 진단한다. 글로벌한 위험에 노출된 이들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목소리와 자기 성찰과 비판에 귀를 열 때 글로벌 리스크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계몽’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진보적 인식이다.(최원형 기자) 

10. 09.29.  

P.S. <글로벌 위험사회>는 물론 <위험사회>와 짝이 되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론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들과 나란히 놓고 싶다.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와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한길사, 2003)이 내가 염두에 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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