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친구 짐을 한국에서 택배로 받아서 가져갔는데, 고맙다고 과자를 보내왔다. 가장 달지 않은 걸로 골라서 보내왔다고 했는데 던킨 도너츠를 꿀찍어 먹는 기분이랄까.... 암튼 이 과자와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하고 부랴부랴 교회로 향했다. 

친구가 다니는 교회는 애굽 한인 교회. 내 친구는 머리가 엄청 긴 편인데 평소 머리카락에 대한 환상이 좀 과한 편이건만 본인 머리를 잘 꾸미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내가 머리를 땋아주거나 묶어주거나 했는데 오랜만에 실력 발휘! 지하철 안에서 양쪽으로 디스코 머리를 땋았다. 최강 동안인 내 친구는 완전히 갈래 머리 소녀가 되었는데 조금 과장해서 빨강 머리앤 포스랄까... 

머리를 다 땋고 나서 시선을 돌리니 지하철 안에 있는 모든 이슬람 여성들이 다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거다. 어찌나 뚫어져라 보는지 얼굴이 화끈화끈. 이국 땅에서 머리 땋아주고 있는 동양 여인은 시선을 끌수 있다는 걸, 뒤늦게 인정했다. 나라도 쳐다봤을 거다.ㅎㅎㅎ 

볕이 따뜻했는데 예배드리는 장소는 실내라는 걸 깜박했다. 이날 나는 칠부 소매의 상의와 하의를 입었는데 아아아, 너무 추웠다. 준비 찬양 하는 내내 코를 훌쩍이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돌아와서 찬양 몇 곡 부르다가 너무 추워서 소매 없는 목폴라를 다시 입으려고 화장실 다녀오기를 반복.  

교회의 내부는 마치 성당 같은 분위기였는데 때마침 실내 공사 중이어서 폐허가 된 건물 내에서 예배드리는 기분이었다. 이러다가 무너지는 것 아닐까 막 걱정까지 해버리고... 

오랜만에 코러스가 있고 멋진 반주가 있는 찬양을 들으니 참 좋았다. 이집트에 도착하고 여러 날이 지난 게 아님에도, 내가 가본 곳이 아주 많았던 게 아님에도, 단연코 이날의 찬양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막의 일몰과 일출보다도, 사막여우와의 조우보다도 더 뭉클한 무엇. 살짝 눈물이 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영혼이 무척 갈급하구나... 엄마는 돌아오면 반드시 기도원도 다녀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못을 박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늘 싫기만 했는데, 이번엔 괜찮다고 느껴졌다. 더 많은 찬양과 기도와 말씀이 있는 곳에서 좀 쉬어야겠다고...... 

예배 마치고 환영의 인사 시간. 졸지에 일어나서 박수 받고 꽃도 받았다. 인증샷! 



교회 안에서의 일정을 다 맞추고 난 다음에는 간식 타임이 이어졌다. 빵과 커피를 나눠주는데 배고팠던 우리는 빵과 커피를 들고서 햇볕 아래에서 요기를 했다. 그야말로 광합성하며 배채우기! 사막에 같이 다녀왔던 두 분 자매님과 수다를 좀 떨고, 사모님이 대신 구입해주신 깍두기용 무를 들고서 귀가했다. 바람 잔뜩 먹은 이 무는 무지 무겁기만 하고 맛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무를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었다고. 

친구는 한국에 있을 때는 차려주는 밥만 먹고 살았는데 이집트 가서는 장금이가 되어 있었다. 모든 김치 종류를 다 섭렵하고 많은 수의 손님을 한꺼번에 다 치를 능력을 갖추었으니 잡채 정도는 감탄 측에 속할 수가 없었다. 식혜가루도 들고갔는데 나 떠나고 난 뒤에는 식혜도 해먹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애매하다. 우리는 오늘 모스크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이집트는 관광지에서 먹거리를 팔지 않아서 저녁 먹을 때까지는 공백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컵라면은 좀 아끼기로 하고 삼양라면을 뜯어서 계란도 넣고, 한국에서 물어물어 사간 가쓰오부시도 집어넣었다. 심야식당만 생각했지 그게 그렇게 짜리라곤 예상을 못했던 게 큰 낭패. 겁나 짰다. 가쓰오부시를 넣으려면 스프는 1/3만 넣어야 한다는 짜디짠 체험을 얻었다나 뭐라나. 

점심을 해결하고 2시부터는 다시 모스크 투어에 돌입했다. 메트로에서 내려서는 꽤 걸었다. 햇볕이 좋았지만 거리가 너무 지저분했고, 오토바이들은 모두 곡예하듯 질주했고, 낯선 동양인이 지나가니 청소년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우리를 향해 고함을 친다. 뭐 별 얘기 없다. 치니(중국인?)? 자이니(일본인)? 

첫번째 모스크. 가마 사이이다 자이나브. 움 하시무(무하마드 손녀)로서 민중에게 공경받았다고, 가이드 북에 써 있었다.

이곳은 남녀의 예배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신발 맡기면서 박시시를 건넨다. 가방도 검사했다. 전날 17년 가이드 집사님의 조언으로 목 마를 땐 물보다 오이!라는 명언을 실천하고자 들고 갔던 오이는 압수당했다..;;;; 



가끔 기회가 되어서 절에 가게 되면 뭔가 달뜬 기분이 되곤 했다. 향냄새를 좋아하진 않지만 향냄새가 나고 오래된 나무 냄새도 나고 새소리도 들리고, 아무튼 도시적인 것과 너무 다른 그 분위기에 도취되어 몹시 두근거리곤 했었다. 이곳 모스크에서도 꼭 그런 기분. 넓은 내부는 조용했고, 드문드문 사람이 있었지만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공간의 세계 사람들. 그럼에도 낯설거나 신기하기보다는 어쩐지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 기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즐거웠다. 



천장 무늬와 샹데리아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저 천장을 배경으로 우리 사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게 바로 요 사진! 

(사진 펑!) 

너무 어두워서 밝음 효과 두 번 줬더니 이리 환해졌다. 실제 내부는 훨씬 어두웠다. 

 

저 공간 너머가 남자들의 예배 공간이었다. 똑같겠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카메라를 바짝 대고서 찍어봤다. 

 

역시 똑같군!

이 안에 있는 동안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크리스트교라고 말하기가 조금 민망했는데 그네들의 반응은 아 그래요? 수준. 오래된 꾸란도 구경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외계어 뿐. 내가 듣기로 모음이 없다고 하던데, 그래서 친구는 여전히 아랍어로 단어를 쓰려고 하면 힘들다고 했다.   



여기서 그림이 되는 건 역시 천장과 조명들! 





창문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비슷했지만 일단 사이즈가 작고 생각외로 덜 예뻐보였다. 역시 천장이 짱!!

아아, 그나저나 아뿔싸. 모스크를 나오고 나니 친구 카메라도 먹통이 되어버렸다. 이 무슨 불상사란 말인가. 

우리가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을 누가 그리도 배아파하는 것인지...ㅜ.ㅜ 

그리하여 이때부터 우리에게 남은 건 오로지 내 핸드폰의 카메라뿐이건만. 피라미드와 사막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미 꽉 차서 저장 공간이 없었다. 부득불 덜 잘 나온 사진들을 지워서 공간을 만들었다. 이리 될 줄 알았더라면 연결잭을 가져왔을 텐데, 잭이 없으니 친구 컴이나 내 usb에 옮기지도 못했다. 아아, 안타까운 우리의 기념 사진들! 





아랍어는 연이어 써놓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계어지만, 저렇게 한 글자만 떼어놓으면 디자인적으로 참 예쁘다. 저게 모스크를 상징하는 어떤 표식인지 아랍어인지도 사실 구분할 재간이 없긴 하지만... 

발길 닿는 대로 쭈우욱 걷던 우리는, 너무 폐허로 변해버려서 도무지 모스크 같아 보이지 않던 어떤 건물을 발견했다. 여기는 뭐꼬? 



council이라고 적혀 있다. 의회? 뭐 그런 뜻?? 1200년 정도 된 건물이란 소린겨? 

호기심이 일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을 나무로 힘겹게 받쳐놓았고, 안은 예배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역시 모스크인가? 

아아, 그런데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예배당이니 당연한 요구겠지만 인간적으로 정말이지, 너무 지저분했다. 여기서 신발을 벗는 순간 내 발을 통해 백만 스물 하나의 세균의 젖어들 것 같았고, 다시 신발을 신는 순간 그 신발도 똑같이 오염될 것 같았다. 안에 양탄자가 깔려있긴 했는데 천 년 동안 한 번도 안 빤 것처럼 때가 타있고 무엇보다도 축축했다. 오 갓! 그렇다고 도로 나가는 것은 또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우린 울며 겨자먹기로 신발을 벗었는데 그 순간 머리 속이 마비. 빨리 나가야만 했다....;;;;; 

시간 관계상 많은 곳을 갈 수 없었던 우리는 목적지를 하나 정하고서 물어물어 그곳에 도착했다. 책자에서 말하는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 뱅뱅 돌다가 겨우겨우 도착한 가마 아흐마드 이븐 툴룬. 이블 툴룬 모스크는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모스크였다. 876년에서 879년에 완공되었다고, 역시 책은 말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신발부터 벗어야 했는데, 여긴 신발 위에 덧신을 신겨주는 체제였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었고 박시시 요구한다. ㅎㅎㅎ 

신기하게도, 문 안으로 들어서자 온 주변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외부 소음이 모조리 차단된 이공간. 여기선 오로지 신을 향한 경배만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게 아닌가. 



사각형으로 회랑이 있고 그 안은 이렇게 밝은 햇볕 안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이 무대라는 듯, 내가 주인공이라는 듯.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우물도 있었는데 워낙 넓어서 거기까지 가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은 물이 없었지만. 

책에는 위로 올라가는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위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한 무리의 서양 외국인 관광객들. 그 뒤꽁무니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성채로 오르는 나선 계단을 발견했다. 올라가보니 완전 장관이다. 카이로 구시가지가 한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 



곳곳에 모스크의 탑도 보이고 채 완성하지 못한 집들도 눈에 띈다. 카이로에서는 옥상이 모두 중단된 공사 현장처럼 철골이 드러나 있는 곳이 많았는데 돈이 되는 대로 수시로 건물을 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완성된 집의 형태를 보기가 어려웠다.  

(사진 펑!)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 내 핸드폰 바탕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 구도가 맘에 들었달까. 

여기에 올라와 보니 카메라의 부재가 더더욱 아쉽다. 다음 주에 남부 이집트를 다녀와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오자고 친구랑 약속했다. 그때는 원없이 사진을 찍어보자고. 설마하니 그때도 카메라가 정신줄을 놓고 있다면 빌리던가 일회용 카메라를 살 생각이었다. 근데 일회용 카메라 파나? 팔겠지??? 



옥상 한 바퀴를 다 도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우린 여유를 잔뜩 부리며 저기를 걸었다. 아까 압수당했다가 되찾아 온 오이로 해갈을 하며 이렇게 사진도 찍어가면서. 



마치 1층에서 찍은 것처럼 나왔는데 나는 엄연히 2층에 올라와 있다. 아래 사람의 크기가 우리의 거리를 증명해주는구나. 

그런데, 옥상 회랑을 거의 반바퀴 돌았을 때 뒤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울리는데 설마하니 우리를 부르는 거겠어? 하고 무시하며 걷는데 계속해서 같은 목소리가 울린다. 혹시나 싶어서 돌아보니 우리를 부르는 게 맞았다. 4시가 넘어서 문 닫아야 하니 도로 나오란 소리였다. 아아, 이 한 바퀴를 다 돌수가 없다니... 역시 다음 주에 다시 와야만 해!!! 

돌아가려고 하니 다리가 엄청 무거워졌다는 걸 깨달았으나, 여기서 택시를 타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메트로(지하철)는 너무나 멀어서 결국 거리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때 발견한 웨딩샾. 



음, 뭐랄까... 어릴 적 갖고 놀던 미미 인형 같달까... 솔까말, 엄청 촌스러.....;;;;;; 

쿨럭, 그때 우리 맞은 편에서 오던 중년의 이집션이 자일리톨 비슷한 것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주워서 후후 불어서 털기에 먹으려나 보다 했는데, 그 사람 지나치고 나서 친구가 말한다. 자기가 계속 쳐다보았더니 '에잇!'하고선 땅에 버렸다고...  

아아,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지못미!!! 

집에 돌아온 우리는 뒤늦게 양말의 공포에 다시 젖어들었다. 맨발로 밟았던 그 축축했던 카펫을 떠올리면서 현관에서부터 탈의!!! 

더운 물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해서 샤워를 하고 빨래도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더운 물이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렸고, 한 명 샤워하고 나면 또 한참 있다가 더운 물이 나와서 때로 우리는 찬물로 샤워하거나 머리를 감아야 했다. 이집트는 실내 난방이 되질 않아서 실내가 더 춥기 때문에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이다.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다가갈 때 오뎅국과 김치와 김, 그리고 파프리카를 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에너지가 생겨서 빨래를 좀 더하고 짐 정리를 했다. 막간을 이용해 친구는 깍두기를 담갔고, 나는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기로 했는데 이번엔 친구의 노트북이 말썽이다. 오 갓...ㅜ.ㅜ 다행히 친구의 카메라는 다시금 작동이 됐다. 휴우... 그러나 여전히 꿈쩍도 않는 내 카메라... 너는 나를 끝끝내 배신하는구나...;;;;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10-04-2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여행중이시구나?
멋진걸요. 배경도 주인공도^^*

마노아 2010-04-20 23:45   좋아요 0 | URL
거의 석 달 전 여행기를 뒤늦게 쓰고 있어요. 요번 것은 지난 1월 29일의 일이랍니다.^^

비로그인 2010-04-20 23:52   좋아요 0 | URL
어케 하면 이런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마노아님 아직 싱글?

마노아 2010-04-20 23:54   좋아요 0 | URL
아직 싱글이라는 것과, 이집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를 둔 덕분이었죠.^^

순오기 2010-04-2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여기를 가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니까 마노아님 여행기로 대신해요.^^
모스크는 참 멋지네요~ 천장도 예술스럽고!^^

마노아 2010-04-21 08:04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모스크'를 사놓고 못 읽었네요. 가기 전에 샀는지 다녀와서 샀는지...
아, 다녀와서 샀나보다...그거 읽고 후기를 썼으면 좀 더 내용이 풍성해졌을지도 모르는데...^^;;;

hnine 2010-04-21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서 두번째 사진,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모형 옆에서 찍으셨나 했어요 ㅋㅋ

마노아 2010-04-21 08:05   좋아요 0 | URL
어제 사진 올리면서 뒤늦게 너무 가짜 같아서 화들짝 놀랐어요.
피라미드도 스핑크스도 마치 합성 사진 같았는데 저기도 그러네요.^^ㅋㅋㅋ

메르헨 2010-04-2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 하나씩 올리고 계시는군요.^^마노아님 덕분에 이집트 구경 하네요.^^

마노아 2010-04-21 13:34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사진으로나마 감상해요.^^ㅎㅎㅎ

카스피 2010-04-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스크는 여성은 못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여성들이 들어가는 사원도 있었나 보네요^^
웨딩샵이 화려하네요.근데 결혼식을 이슬람식으로 올리지 않고 서양식으로 올리나 보네요.

마노아 2010-04-21 13: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남녀 공간을 나눠놓은 걸까요?
신발 벗는 정도만 제약을 하더라고요.
여자 신도도 많을 테니 다른 모스크도 저러지 싶어요.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더라도 화려하고 과감하게 어깨도 드러낸 신부들이 꽤 있었어요.

비로그인 2010-04-2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크티 빛깔의 도시로군요. 떠나게 하고픈 바람을 일으키는 페이퍼여요.

마노아 2010-04-21 13:35   좋아요 0 | URL
Jude님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키다니, 제가 다 설레어요.^^

L.SHIN 2010-04-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천장의 그림과 샹들리에가 너무 예뻐요. 특히, 샹들리에는 마치 우주선의 밑바닥을 보는 듯..ㅎㅎ
2. 마노님이 순간 거인이 된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이층 담 끝자락에 앉아서 찍는 바람에 1층의 건물이
작아 보이는 착시효과!
3. 아,정말 바비인형 옷 파는줄 알았다능...-_- 평소 아랍인들 수수하게 입는 거 같은데, 결혼할 때는 인형이 되..;;

마노아 2010-04-21 13:36   좋아요 0 | URL
우주선의 밑바닥! 역시 관심사가 남달라요.^^
일순 거인이 되어버린 마노아였어요. 사실은 어제 알아차린 거지만요.
카이로는 그래도 수도인지라 옷차림이 꽤 화려했구요, 더운 남부지방으로 가니까 옷차림이 아주 간단했어요. 통으로 된 원피스형 옷이 다였지요.
저들도 결혼식은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을 거예요.^^;;;

pjy 2010-04-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부러운 여행~이집트~ 저도 꼭! 가볼랍니다..

마노아 2010-04-24 23:27   좋아요 0 | URL
헤헷, 꼭 다녀오셔요. 영감을 주는 나라였어요^^

세실 2010-04-2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집트를 언제 다녀오신거예요. 소리 소문없이 잉...
카이로 시가지 참으로 고풍스러워요. 아 멋지다!

마노아 2010-04-25 13:10   좋아요 0 | URL
앙, 소문 잔뜩 내고 다녀왔는데...ㅎㅎㅎ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좀 더 분위기 있게 나왔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4-2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이 재미난걸 이제사 봤어요.ㅎㅎ 전 2층에서 찍은 마노아님 사진보고 갑자기 거인이 된줄 알았다는...

마노아 2010-04-27 09:35   좋아요 0 | URL
제가 졸지에 걸리버가 되었답니다. ㅎㅎㅎ
 

여행기 쓰다가 중단된 지 한 달이 더 지나버렸다. 짐 속에 수첩이 파묻혀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해서 쓸수가 없었다.
그 사이 기억들은 산화되어 버리고...;;;; 

그래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찾아서 좀 더 써보자. 

1월 28일 새벽.  

또 다시 아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물론 그 전에도 몇 차례나 전기장판이 뜨거워서 깼다 잠들기를 반복했지만. 

7시부터 9시까지는 움직이지 않은 채 조용한 시간을 즐겼다. pmp에 담아간 소설을 읽고 아침밥은 볶음밥 간택! 

친구는 시험 감독을 하러 학교로 갔고 나는 집에 남아 설거지를 한 뒤 이메일을 확인했다. 알라딘을 구경하는 대신 쾌도 홍길동을 두 편 감상하고 마르기르기스로 가기 위해 집을 홀로 나서는데 지하철 표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어서 지하철 표를 하나 사기로 결심했는데 잔돈도 없는 게 아닌가. 갖고 있는 지폐는 단위가 너무 커서 괜히 말을 섞어야 할지도 모르게 생겼다. 말 섞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섞을 말을 모르니 문제. 그래서 친구가 쓰지 말고 간직하라고 준 반짝 반짝 빛나는 1파운드 동전을 내밀고 표를 구입했다.  그러나 못 찾던 표는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가방 속에서 나오고 말았다. 이럴수가!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왼쪽편으로 오는 지하철을 타라고 했는데 반대편만 계속 열차가 오고 내가 기다리는 쪽은 아니 오는 게 아닌가. 아아, 시간은 흘러가고 이를 어쩐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시 한 번 방향을 확인했다. 올라가자마자 왼쪽이 맞니? 친구가 맞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서도 여전히 오지 않는 지하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말하는 '왼쪽'과 친구가 말하는 '왼쪽'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올라가는 방향 바라보고서 왼쪽을 말했는데, 친구는 목적지 방향으로 180도 틀어서 왼쪽을 말한 듯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왼쪽은 정반대! 

결국 지하철 역을 서성이고 있는 경찰관에게 묻기로 했다. 어설픈 영어로 가고 싶은 곳을 말하고 친구가 생각한 방향의 '왼쪽'을 가리키며 '헤나?'하고 물으니 맞다고 한다. '헤나'는 '여기'란 뜻. '쇼크란(땡큐)'으로 답하고 지하철 탑승. 

아랍어라곤 두 단어 밖에 아니 나온거지만 나 혼자 현지인과 대화를 했다고 막 우쭐해지려는데, 이집트 아가씨가 자리를 양보한다. 앗, 곧 내리는데, 그래도 쇼크란~ 

기분이 좋아서 너무 흥분했나. 하마터면 역을 놓칠 뻔 했다. 부랴부랴 내려서 친구를 만났는데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이곳은 오후 4시면 거의 모든 관광지가 문을 닫는다. 관공서는 오후 1시나 2시면 문을 닫고. 설마 공무원들은 점심 먹고 퇴근하는 걸까??? 

일단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만 구경하기로 하고 인근을 돌았다. 애석하게도 내 카메라는 아예 작동을 안 했다. 이제부터 모든 사진은 다 친구 카메라로 찍은 것들이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수도사들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오래된 것도 있지만 꽤 최근의 무덤들도 있었다.
빽빽히 자리하고 있어서 좀 갑갑한 느낌이 들었던 곳. 



여기는 콥트 교회. 내부 양식이 성당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콥트 교회만 그런 게 아니라 친구가 다니는 한인 교회도 그랬다.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런 듯.  

오래된 교회였는데 지금도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평일에도 많은 이들이 드나들며 기도를 드렸다.   



섭섭해하시는 다락방님을 위해서 사진 한 컷 추가! 콥틱 교회를 나서면서 친구와 한 장씩 사진을 찍었다. 들고 있는 파카. 정말 더웠다..ㅜ.ㅜ



마기 역으로 장을 보기 위해 가는 길, 지하철 내부를 찍어보았다. 다양한 히잡이 예뻐보여서. 사진 찍는 게 실례일까 물었더니 친구는 괜찮다고 했다. 저들도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도 동양인인 우리를 아주 신기하게 쳐다보니 쌤쌤이다. 그런데 사진이 흔들렸다ㅠ.ㅠ 히잡이 억압의 상징인 곳도 있지만 이집트에서의 히잡은 패션 아이콘이라고 한다. 확실히 히잡의 색깔과 디자인과 질감이 무척 다양했다. 뿐아니라 옷차림도 신발도. 전반적인 유행은 플랫 슈즈였지만 간혹 높은 힐을 신은 여자들도 있었다. 참, 콥트 교도들은 히잡을 쓰지 않는다. ㅎㅎ 



더운 지방이라서 그런지 과일이 무척 싸다. 채소도 엄청 싸고. 여름엔 더 환상이라고 하지만 겨울이라 이 정도다. 내가 먹어본 과일들은 대체로 별로였는데 친구는 여름에 먹고 반해버린 과일들을 일제히 칭송하기 시작했다. 녀석이 그렇게 과일매니아인 줄 몰랐다.ㅎㅎㅎ 



유제품도 싸다. 우리나라에선 꽤 비쌀 법한 치즈도 여기선 아주 저렴하게 이용 가능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맛으로.  

우유도 농도별로 팔았는데, 그래서 잘못 고르면 아주 흐리멍텅한 우유를 고를 수도 있다. 주의 요망! 



지하철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광고들. 요건 세제 광고다. 친구는 삼성 광고를 지하철 열차로 보았다는데 내가 있는 동안에는 못 마주쳤다. 다만 카이로 국제 공항 가는 도로 변에서 길을 가득 메운 광고는 꽤 여러 번 봤다. 생각해 보니 현지인이 삼성 짱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 적도 있었다. 이것 참 기쁘기도 하면서 씁쓸하기도 한 복잡한 기분... 

이날의 일정은 여행객답지 못했지만, 숙제를 해치우는 기분으로 보드카를 부탁했던 집사님 댁을 방문했다. 원래 레스토랑에서 스파게티를 사주신다고 했건만 집으로 부르니 조금 난감. 결국 이 집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한국식으로 먹는 것이야 기쁘지만 바깥 집사님은 그야말로 가부장적인 인물인지라 멀리서 온 생판 남인 내가 접시 나를 때도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신 게 조금 꼴불견..ㅎㅎㅎ 

커피를 마시면서 안주인 집사님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다. 이분은 현지 가이드로 17년을 근무하신 분이다.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여행 팁을 들었다.  

다시 마기 역으로 돌아가서 또 다른 집사님께 물김치를 얻어서 귀가.  

낮에는 너무 두껍게 입고 나가서 더워서 혼이 났고, 그래서 집에 들렀을 때 가볍게 바꿔 입었다가 밤중에 추워서 혼이 났다. 이래저래 여기선 날씨 비위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이날은 알제리와 이집트의 축구 시합이 있었는데 이집트 승! 

승리의 기쁨으로 밤새 어찌나 시끄럽던지 잠을 잘수가 없었다. 여긴 이슬람 국가라 술도 마시지 않는데 그들의 광기와 흥분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에 술까지 들어가면 지구를 날려버리는 게 아닐까. 축구 시합이 있는 날에는 영사관에서 이메일로 연락이 온다고 한단다. 바깥 외출 자제하라고..ㅋㅋㅋ 

목요일이 그렇게 저물고 다음 날은 이곳의 '주일'이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L.SHIN 2010-04-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재밌는데요.^^
과일은 중세시대의 어느 과일가게같은 느낌! 저 검붉은 것은 사과지요! 그렇죠?
그리고 전철 광고판 말입니다. 아무리 봐도 저건 외계어인데...ㅋㅋㅋ

응, 마노님의 여행기는 내게 도움이 되요. 더 남았다면 계속 올려주세요 ^^
뭐랄까, 이로써 대리만족도 하고 있는 셈이니까요.(웃음)

마노아 2010-04-18 21:54   좋아요 0 | URL
헤헷, 독자가 있다니 기뻐요.^^ㅎㅎㅎ
검붉은 사자. 백설공주의 새엄마가 떠올라요.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대요. 근데 숫자는 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나.
그래서 버스 표지판 같은 경우 엄청 헷갈린다고 했어요.
아라비아 숫자로 써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더라구요. ㅡ,.ㅡ;;;

다락방 2010-04-1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깥집사님..나도 꼴불견 2 ㅋㅋ

저 광고 보니 눈이 어지러워요. 대체 뭔말임. 저 글자 어디서 세제가 되는걸까 싶고 말이지요. 아 이 신비로운 외국어의 세계~ 친구 사진기라 그런지 오늘 사진에서는 마노아님이 안보이네요. 보고싶은데 ㅠㅠ

마노아 2010-04-18 21:55   좋아요 0 | URL
한글은 너무 심플하단 생각을 했어요. ㅋㅋㅋ
다락방님을 위해서 제 사진 급히 하나 추가했어요.
멀리서 찍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저날은 사진이 저 정도 뿐이었답니다.^^

다락방 2010-04-18 22:32   좋아요 0 | URL
아! 난 정말 마노아님이 무척 좋아요. 보고싶다고 말했더니 사진을 올려주는 센스라니!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와요, 마노아님. ♡.♡

마노아 2010-04-19 20:48   좋아요 0 | URL
하트 뿅뿅! 이모티콘으로 바로 재현해주는 감각쟁이 다락방님!
우리 곧 직접 눈에서 빔 쏘며 만나자구요.ㅎㅎㅎ

무스탕 2010-04-1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폭이 좁아보여요. 아닌가..? -_-a
마노아님 사진은 실내같은 분위기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은가봐요. 옆에 담이 낮아요.
세제 이름이 '옥시' 하니 우리나라 세제가 생각나네요. ㅎㅎㅎ

자, 언능 다음을 내 놓으세요! :)

마노아 2010-04-19 20:49   좋아요 0 | URL
음, 좀 좁았던 기억이 나요. 저긴 여성 전용칸이어서 여자와 아이들만 타고 있어요.
체격이 꽤 큰 편인데도 의자는 그렇게 넓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크린 생각했습니다.
다음 편도 어여 분발할게요.^^ㅎㅎㅎ

순오기 2010-04-1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얼마나 기다렸던 이집트 여행기인가? 2년 전 일본여행기도 이틀째 쓰다 만 주제에~ ㅜㅜ
이집트 무덤도 비석이 제각각이라 더 복잡해 보이네요.
교회는 성당스럽고, 과일은 풍성하다니 부럽고, 유제품...그것도 좀 부럽네요.^^
이집트어는 제대로 된 외계어일 뿐이지만 옥시는 보이는군요.ㅋㅋ
마노아님 원거리 사진도 좋아요, 여행기는 역시 다녀왔다고 증거를 댈 사진이 필수예요.^^

마노아 2010-04-19 20:52   좋아요 0 | URL
우리의 아름다운 한글도 외국인이 보면 저렇게 외계어로 보일까요?
그렇지만 아랍어는 심하게 외계스러워요.ㅋㅋㅋ
여행의 꽃은 사진이건만 여행 이틀 째에 장렬히 사망한 제 카메라를 어쩜 좋아요.
친구 것도 망가질까 봐 엄청 조심했어요.^^ㅎㅎㅎ

후애(厚愛) 2010-04-19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집트 여행 오래 기다렸는데 이제야 올리시다니.. 미워요~ ㅋㅋㅋ
과일이 정말 많네요. 거의 제가 좋아하는 과일들만 가득입니다.^^

마노아 2010-04-19 20:53   좋아요 0 | URL
헤헷,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수첩 없이 쓰자니 놓치는 게 너무 많을 것 같아서요.^^;;;
과일의 천국이에요, 저곳은요~

프레이야 2010-04-19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마노아님의 이집트여행기닷~ 와!
옥시랑 옷그림이 세제광고인 것 같다싶었어요.ㅎㅎ
흐리멍텅한 우유요?ㅋ

마노아 2010-04-19 20:53   좋아요 0 | URL
하핫, 흐리멍텅한 우유.ㅋㅋㅋ
치즈는 찐했는데 우유는 잘못 골라서 니맛도 내맛도 아닌 우유를 한 번 먹었어요.^^;;;

카스피 2010-04-1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콥트 교인들은 참으로 대단한것 같아요.이슬람교가 국가인 나라에서 기독교로 사는 것이 무척 힘들었을 텐데요.한편으로 예전 이슬람교의 관용주의도 대단하지요.지금은 아니지만 예전 전성기의 이슬람교에서는 세금만 잘내면 기독교나 유대교나 모두 믿게 놔두었다고 하더군요^^

마노아 2010-04-19 20:54   좋아요 0 | URL
참 당당해 보이고 멋졌어요. 친구 학교의 콥트교 학생들 얘기를 듣자면 비범한 아이들이 참 많더라구요. 꽤 폐쇄적으로 보이는 곳이지만 은근 개방적인 것도 있어 보이는 재밌는 사회예요. ^^

같은하늘 2010-04-20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정말 기다리던 이집트 여행기야요~~~^^
이리 재미난걸 이제사 다시 올리시다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죄로 재미난 이야기와 사진들 많이 올려주셔야해요. 그나저나 아랍어는 정말 외계어 맞아요. 저게 도대체 글씨야 그림이야~~

마노아 2010-04-20 08:17   좋아요 0 | URL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호홋, 기다리게 한 죄로 정말 부지런을 떨어야겠습니다.
세계의 언어를 쫙 나열해서 누가 가장 외계어같을지 투표해보고 싶어요.^^ㅎㅎㅎ

BRINY 2010-04-20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집트 여행기~~~
저 동네는 과일 때깔이 참 곱군요.
외국 마트 구경 재밌는데... 결론은, 가고 싶어요!!!

마노아 2010-04-20 11:07   좋아요 0 | URL
과일 사진이 인기가 좋네요.^^
상해에서는 한인마트에서 계속 비의 노래가 나와서 좋았고,
여기서는 미카의 노래가 계속 나와서 좋았어요.^^
 

뒤척이다가 잠들었는데, 방광의 압박으로 인해 새벽 3시 55분에 눈을 떴다. 입은 옷이 너무 많아 몸을 일으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텐트를 열고 나가려 하니 친구도 어느 틈에 깨어 우리는 다시 화장실 동지가 되었고, 이제 달이 졌나 싶어서 하늘을 올려보니 달이 져서 지난 밤보다 더 많은 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꿈꿨던 쏟아지는 별은 무리였다. 여전히 구름이 많았던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별은 서울에서 경기도까지만 나가도 만날 수 있는 수준. 아쉽지만, 하늘이 그런 걸 어쩌랴. 사실 지난 밤 해질 때 구름쇼(?)도 볼만 했으니 그걸로 퉁쳐야지..ㅜ.ㅜ 

여름의 사막은 은하수가 쫘악 깔려서 압권이라고 하는데, 여름의 한낮 사막을 상상해 보면 은하수에 대한 갈망도 좀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섭씨 5,60도로 올라갈 날씨를 생각한다면...ㅎㅎㅎ 

하늘을 좀 지켜보다가 다시 텐트 안으로 들어왔는데 너무 추워서 다시 잠이 오질 않는다. 추위에 약한 친구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어서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던 텐트 안에 비치된 두터운 담요를 이중으로 덮어주었다. 단 한 번도 세탁을 안 한 것인지 축축하기까지 한 담요라니... 친구야 미안타... 추워서 아픈 것보다 낫지 않겠니....ㅡ.ㅜ 

한 텐트에 두 명 씩 잤는데, 옆 텐트에서 잠든 두 사람은 5시에 기상했다. 그들의 말소리로 추측하건대, 여전히 별 볼 일 없었나 보다. 텐트 문 열고 하늘을 보니 확실히 한 시간 전보다도 덜 보인다. 역시 별에 대한 집착은 버려야 할 듯! 

해가 몇 시에 떴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결국엔 6시에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해가 뜨면 좀 따스해질까 해서. 

비록 우리가 기대했던 별들의 잔치는 보지 못했지만, 사막에서 지켜보는 일출도 꽤나 근사했다. 해가 뜨는 건 순식간이었고 지평선이 붉게 변해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  

 



사진 사이즈를 줄였더니 화질이 많이 죽었다. 원본 사진은 훌륭한데 아쉽!  



해뜨는 거 처음 본 사람 마냥 촌스럽게 팔딱팔딱.... 근데 정말 처음 봤던가???



사막 여우의 발자국이다. 역시 커플의 흔적! 

한쪽에선 텐트를 걷고 한쪽에선 아침 상을 차리고, 우린 또 사진 찍기에 바쁘고.... 그리하여 해도 완전히 뜨기 전에 차려진 우리의 밥상은 이렇다. 



이집트식 아침 상. 화덕에 구운 저 빵은 아에시. 일명 '걸레빵'으로 불린다. 이집트는 유제품과 채소가 특히 싼데 그래서 맛난 치즈를 싼값에 먹을 수 있고, 고구마도 1kg을 200원 정도에 구입 가능하다. 여름엔 싸고 맛있는 과일이 많다지만 겨울이어서 과일 잔치는 못했다. 추워서 입이 얼기는 했지만 저 정도면 아침 상도 훌륭! 얼어붙은 손으로 겨우 찍은 터라 사진도 그나마 반토막 났다. (찍을 당시엔 몰랐지만...) 

아침도 먹었고, 이제 미도 사파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프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마흐무드의 '원 미닛!' 소리를 들으며 다시 기다리기를 한 시간 반...ㅜ.ㅜ  

그 사이 우리는 모래 위에 이름도 쓰고, 사막 여우 똥인 줄 알고 건들지 않던 검은 돌멩이도 주워가며 나름 재밌게 놀았다.   





모래에 층이 진 것은 바람 때문이었다. 밤에 볼 때는 설마...했는데 환할 때 보니 역시 바람이 만들어낸 흔적! 나중에 차타고 달리면서 본 큰 바위들이 모두 일정 높이로 평평하게 깎여 있던 것도 역시 바람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 모습도 장관이었는데 차 안에서 찍었더니 사진이 통 나오질 않았다..ㅜ.ㅜ  



유리창이 지저분하지만 창밖의 돌산 높이는 확인 가능하다. 유리창에 붙여진 스티커는 독수리! 상이집트의 상징^^



모래 위에 찍은 친구랑 내 손자국이다. 어느 게 내 손일까??? 울 엄니는 바로 맞추셨음....;;;;; 

마흐무드가 sos를 친 것은 우리처럼 사막 투어를 나선 일본인 부부가 탄 지프. 두 사람은 신혼 여행을 이곳 사막으로 왔다. 멋져부러~ 그네들 지프에 밧줄 매달고 우리 차 시동을 걸었다. 요렇게! 



돌아가는 길에는 모두들 곯아 떨어지기 바빠서 창 밖 풍경을 많이 못 봤다. 그러다가 도착한 곳은 hot spring! 



마흐무드들은 가져갔던 그릇들을 저 곳에서 설거지를 했고, 우리는 화장실을 바삐 찾았다. 그나마 여긴 화장실 다녀온 후 더운 물로 손도 씻을 수 있어서 좋았다. 물에서 유황 냄새가 확 끼친다. 그래도 더운 물이라고 우리는 감지덕지! 꽤 뜨거워 보이지만 대중 목욕탕 온탕 정도의 느낌. 그냥 확 들어가서 피로를 풀고 싶은 욕구가 막 솟구쳤다. 나중에 남부 아스완에서 만났던 학생은 사막에서 물을 만날 때마다 다 들어가서 목욕했다고 하던데 그 친구 여기도 들어갔을 거다.ㅎㅎ 

뜨거운 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여긴 cold spring. 그렇다고 정말 아주 차갑지는 않았다. 낮이어서 그랬던 걸까? 

배고파진 우리는 간식 타임을 갖고~ 



사진은 내 친구가 찍었다. 맨 왼쪽의 분은 피라미드를 같이 다녀왔던 친구의 직장 동료. 친구는 코이카 소속이고, 이분은 국제협력단이었던가? 암튼 둘 다 아인샴스 대학 한국학과에서 일하고, 내 오른쪽의 스무 살 젊은 처자는 대학 2학년 생인데 방학을 이용해 어학 연수를 온 터였다. 내 친구까지 셋은 모두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맨 오른쪽에 우리의 운전사이자 베스트 쉐프였던 마흐무드. 나보다 열 살 어리다던가....;;;;;  

오예스와 초코파이에 비해 이집트 우유는 너무 흐릿했지만, 그래도 배고픈 우리에게는 꿀맛. 다음 이동 장소는 이름은 모르지만 무지 푸르고 맑았던 어느 호수!

(사진 펑!) 

너무 예뻐서 사진을 더 찍고 싶었지만 차량 고장으로 시간을 지체했던 우리는 여기서 오래 머물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진짜 하일라이트가 남아 있었으니 어저께 급하게 일정에 추가한 모래 사막 샌듄! 

아, 여기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무조건 달력 사진이 나오는 곳이었다. 오, 마이, 갓!!! 



비명을 연신 질렀나보다. 준비해 간 공병에 모래도 채워담고,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기어 올라가 내려가지 않는 썰매도 타고~ 



하늘은 또 어찌나 맑던지, 여기서 1박하는 코스도 있다는데 전날 감탄했던 돌사막의 감동은 싸그리 잊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막 위에 벌렁 누워도 보고... 이때 쯤에는 강렬한 햇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지고 모든 생각이 머릿 속에서 다 사라질 즈음이었다. 그냥 보고, 감탄만 할 뿐! 

모래만 환상이었냐 하면, 하늘도 못지 않았다. 이렇게! 

(사진 펑!)  

음, 사진을 줄이니 생각보다 덜 이쁘게 나오네. 모델 탓인가????  

(사진 펑!)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의 하늘이 더 파랗다. 얼굴 좀 손보고 싶었지만 하늘 색깔 망칠까 봐....;;;;;

(사진 펑!) 

친구랑 셀카도 많이 찍었다. 이때쯤 되니 흥분한 나머지 슬슬 더워지기 시작. 아직도 엄청 껴입고 있는데 스웨터는 벗을 걸 그랬다는 생각이 살짝~ 요 사진은 피부 손을 좀 봐줬다. 포토 스케이프 짱! ㅋㅋㅋ

(사진 펑!) 

이 지역도 화산 활동이 있었나 보다. 지나온 곳이 온통 검었는데 이 사진의 배경 쪽도 온통 검은 모래다.  

마흐무드는 이제 가자고 '서둘러~'를 외치고 있건만, 우리는 떠나기가 참으로 아쉬웠다.  

이미 시와 사막의 더 고운 모래를 흠뻑 맛보았던 내 친구 역시 달력 사진 가득한 이곳을 떠나기 아쉽기는 마찬가지. 

(사진 펑!) 

다시 지프 안에서 넉다운 된 우리를 미도 사파리에 무사히 떨궈놓으니, 코를 자극하는 맛난 카레가 우리를 기다린다.   

어제는 비교적 한산했는데 이날은 어찌나 손님들로 북적이던지 밥 먹고 나서는 뜰로 나와서 한숨을 돌렸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무수한 모래가 바닥에 떨어지는데 모자를 벗으니 모래바람에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에서도 모래가 우수수 떨어진다. 세수 한바탕 해주고 썬크림도 다시 발라주고~



야트막한 미도 사파리의 담장. 햇볕 아래에선 너무 뜨거웠고, 그늘에 들어가 있음 어깨가 시렸다. 장단 맞추기 힘들어~

 

하루 동안 우리의 모든 걸 책임져준 큰 마흐무드, 작은 마흐무드(민수).(알리와는 이미 굿바이~) 늘 박시시에 시달리던 우리는 기꺼이 박시시를 모아서 전달식(?)까지 마치고 3시에 출발하는 시외 버스를 탔다. 버스 타는 곳까지 영선씨의 신랑 분이 우리를 태워주었는데 이 차도 현대차. 이집트에선 한국 차가 점유율 1위라던데 정말인가? 현대차가 가장 많았고, 대우차와 기아차가 뒤를 이었다. 택시도 우리나라 차가 무지 많았으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꾸란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우리 좌석 번호가 나란하지가 않아서 앞에 사람과 자리를 바꾸어 앉았더니 다른 좌석의 사람이 그렇게 앉으면 안 된다고 돌아가는 내내 참견을 하며 시비를 걸어서 버스 안에서 싸움날 뻔하기도...;;;; 

갈 때 겪었던 화장실의 참담함을 아는 우리는 물도 마시지 않으며 꿋꿋이 다섯 시간 반을 버텨서 카이로로 돌아갔다. 그런데 돌아가는 버스는 출발할 때의 그 터미널로 가지 않고 중간에서 떨궈버린다. 졸지에 기자 근처에서 내려 지하철 갈아 타고 10시쯤 돌아온 우리. 아, 방광 터질 뻔 했다. 무려 7시간을 참았구나....ㅜ.ㅜ 여긴 지하철 역에 화장실이 없다. 헉! 

돌아온 집에서 일단 정산부터 마치고~ 1인당 7만원 조금 넘게 부담한 듯하다. 들인 돈에 비해 너무 값진 경험! 

돈을 만지기도 했거니와 하루 동안 모래로 샤워한 우리는 이제 더운 물로 샤워할 차례였지만, 뜨거운 물이 나오다 말아서 한 시간을 씨름하다가 결국 찬물로 머리 감았다. 으으으.....ㅜㅜ 

한국에서 들고간 삼양 사발면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12시에 취침. 

내일은 늦잠 잘 수 있는 날이라고 한다. 과연....?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10-02-1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군요!!
여우 발자국도 이쁘고 저렇게 모래가 침대인냥 누운 마노아님도 이뻐요 ^^
내일은 어딜 가길래 늦잠을 주무실까나~~~ :)

마노아 2010-02-16 23:04   좋아요 0 | URL
화장실로 고생한 것쯤이야, 전날 토사곽란 일으킨 것쯤이야 다 까먹을 풍경이었어요.
다음 날은 친구가 느즈막하게 출근하는 날이어서 오전 일정이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이었답니다.^^

다락방 2010-02-16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번 페이퍼는 정말 대박 웃었어요 마노아님. 사막에 이름 쓴건 장관인데요! 해뜨는 걸 가르키는 마노아님의 포즈는 예술입니다. 사막여우 역시 커플의 흔적, 에서 어떤 쓸쓸함과 고통이 깊게 묻어나는군요!! 아 웃으면서 울게되는 묘한 여행기에요. ㅎㅎ

마노아 2010-02-16 23:53   좋아요 0 | URL
아라빅으로도 이름을 썼는데 친구 카메라로 찍었더니 친구 이름과 제 이름이 섞여서 어느 게 제 이름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한글로 쓴 것만 올려봤답니다. 짝지어 움직이는 사막 여우에서 뭔가 짠함이 느껴져요. 둘이어서 저 황량한 사막에서 덜 외로울 거예요...

비로그인 2010-02-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 일출 사진은 정말 감동 그 자체에요!!! 7만원은 커녕 천금을 주고도 못살 경험이셨겠군요. 왠지 이집트에 가기 전과는 또 다른 마노아님이 돼서 돌아오셨을 듯..

마노아 2010-02-16 23:56   좋아요 0 | URL
정확하게는 76,254원인데 정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사막을 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알겠는데, 다른 유적지에 가보면 또 인간의 위대함도 느끼겠더라구요. 그게 공존하는 게 신기했어요.^^

비연 2010-02-1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지네요. 사막에 누워계시는 모습이 너무나 편해보이세요! 이름 쓰신 건..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2-17 00:24   좋아요 0 | URL
옆으로 누워 찍은 사진도 있는데 지가 인어인줄 아는 포즈였어요. ㅋㅋㅋ

순오기 2010-02-17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사막의 로망을 마구 부추기는 페이퍼라니~~ 너무너무 좋아요.^^
일출도 하늘도 사막의 여우 커플도 모두가 아름다운 감동이에요.
사막에 새긴 마노아~~~~ 이미지로 올려도 좋을 거 같아요.
다 좋은데 정말 화장실은 심하네요. 아니 그 사람들은 싸지도 않는답니까?ㅋㅋ

마노아 2010-02-17 13:15   좋아요 0 | URL
모래 위의 글자로 이미지!
오, 아이디어 좋아요. 그렇게 해야겠어요.^^
여기 버스는 2층 버스인데 1층이 화장실이에요. 차마 이용할 수는 없었어요.
역사에서 급해지면 대체 어떻게들 해결하는지...ㅜ.ㅜ

turnleft 2010-02-17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로망 중 하나가 지중해 연안국 순례거든요. 이태리 정도에서 출발해서 스페인 거쳐 지브롤터 넘어 모나코로 넘어간 다음에 알제리 등을 거쳐 이집트로 들어오고 거기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거쳐 터키를 지나 그리스를 종점으로 하는 여행.

혹시나(!!!) 가게 되면 이집트에서 마노아님 가본데 나도 가볼테닷!!

마노아 2010-02-17 13:15   좋아요 0 | URL
지중해 연안국 순례! 와, 글로만 보아도 황홀해요!
저 미리부터 배가 아파져요! ^^

라로 2010-02-17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는건 사박 뿐이군요!!!!하지만 넘 멋져요~~~.
사막의 일출이라니!!장관인걸요~~~. 겨우 칠만원이라니,,(맞아요,,보기 전에는 7만원 넘 아까운데,,,ㅎㅎㅎ)
제 남편의 로망도 사막횡단을 하는건데,,,,푸훗
하지만 님의 여행기를 쭉 읽고 있자니 저도 가고 싶어졌어요!!!!!아웅~~~~

마노아 2010-02-17 13:16   좋아요 0 | URL
사막에서 살라면 못 살지만, 저렇게 잠시 다녀오는 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로망 그 자체였어요.^^

메르헨 2010-02-17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지구나.................
멋지다..............
정말 좋겠다........
부럽다...........
요러고 있습니다.^^

마노아 2010-02-17 13:16   좋아요 0 | URL
헤헷, 멋졌어요~
무수란 로망을 마구마구 키워보아요~

후애(厚愛) 2010-02-17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막을 걷고 싶어요~~~
아 넘넘넘넘넘넘넘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0-02-17 13:16   좋아요 0 | URL
여름 사막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겨울 사막은 견딜만 해요. 좀 춥긴 하지만요.^^

L.SHIN 2010-02-17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사막에 가면 이름 써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군요.
특히 마노님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사진이 좋습니다.^^
순간, 마노님과 사막에 가면 좋을 거 같아,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웃음)

마노아 2010-02-17 13:17   좋아요 0 | URL
엘신님이 어린 왕자 해요. 제가 사막 여우 할게요.
우리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

L.SHIN 2010-02-17 20:20   좋아요 0 | URL
네, 신나서 모래 위를 덤벙덤벙 뛰어다닐 것 같아요.
거기서 우린, '길들이다'에 대해 논하는 거죠. 별에 두고 온 장미 이야기도 하고요.
아, 상상만 해도 멋진걸요.(웃음)

마노아 2010-02-22 00:34   좋아요 0 | URL
좋아요, 좋아. 같이 의자를 뒤로 밀면서 석양도 꼭 보자구요. 헤벌쭉~!

꿈꾸는섬 2010-02-17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에서의 일출에 신나하실만해요. 너무 멋진걸요. 아, 정말 멋진 여행기에요.ㅎㅎ

마노아 2010-02-22 00:35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으쓱해져요~

같은하늘 2010-02-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모두모두다~~~
그 혹독한 사막에서 사막여우가 혼자다니면 얼마나 외롭겠어요? 그러니 마노아님이 이해해주세요.^^
다음편 지금부터 기대하고 있을께요~~~

마노아 2010-02-22 00:35   좋아요 0 | URL
사막여우가 짝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음 편도 곧 쓸게요~
 

새벽 내내 이어지던 토사곽란은 지사제 두 알로 일단 진정 시키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이동 중에 먹을 주먹밥을 장만해 가는 거였지만 택도 없는 소리였고, 지하철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한 시간에 집에서 떠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니 지하철에서 내려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는 경로가 얼마나 급했겠는가.  

카이로 매연 상태가 세계 1,2위를 다툰다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 손수건으로 호흡기를 막고서 길을 지나가야 했다. 도무지 숨쉬기가 어려워서 말이다. 게다가 이 나라의 특징이 누구도 신호를 지키지 않는 거라고 한다. 운전자도 보행자도. 무단횡단은 기본 중에 기본. 신호등은 거의 없지만 있어도 안 지킨다. 누구도! 재주껏! 도로를 횡단하고 질주한다. 어떤 길은 보도가 없을 때도 많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친구 팔 잡고 초긴장 상태로 도로 건너기. 아직 버스도 안 탔는데 어찌나 피곤하던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사막은 시와 사막이지만, 거긴 가는 데만 10시간이란다. 우리의 일정은 친구가 목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1박 2일로 다녀올 수 있는 바하리야 사막으로 정해져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친구가 내게 보내준 일정표는 두 개였다. 바하리야 사막을 다녀올 것인지, 다합에 가서 홍해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할 것인지... 휴양지로서 다합의 명성은 드높았지만, 난 사막이 더 탐났다. 사막에서 붉은 노을을 보는 것과 쏟아지는 별들 아래서 잠드는 게 나의 로망. 덤으로 사막 여우도 만난다면 더 좋고~ 친구는 이집트 여행지 중에 다시 가고 싶은 곳은 다합이라고 했고, 이집트에서 17년을 산 전직 가이드 집사님은 시와 사막이라고 해서 둘 모두 가보지 못한 나로선 막 침이 넘어갔지만, 내가 당장은 갈 수 없는 곳이니 아쉬움으로 남길 수밖에. 

사막의 밤은 분명 추울 테니까, 또 전날 피라미드 투어에서 추위를 맛본 나는 단단히 무장을 하고서 출발했다. 다만 걱정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낮일 텐데, 사막의 낮은 얼마나 더울까 겁이 났다. 그렇지만 완벽한 기우였다. 2시간 반을 달리고 나면 휴게실이 나오는데, 사막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이 판자집에서 내릴 때 칼바람이 살 속을 파고들었다. 사막은 뻥 뚫려 있어서 바람이 불면 겁나 춥다는 얘기를 그때 처음 들었다. 오오옷, 털 기모 바지를 입고 내복에 목티에 스웨터에 파카에 완전 무장을 했는데도 감당하기 어렵게 추웠다. 벌써 이렇게 추우면 새벽에 어쩌누.... 

두시간 반을 달려오면서 우리를 괴롭힌 게 두가지였다. 하나는 출발하면서부터 방송으로 내내 틀어놓은 꾸란 읽는 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화장실. mp3를 안 들고 온 게 무척 후회스러웠고 돌아갈 때는 부디 조용히 갔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품었다. 방광의 압밥을 느끼며 휴게실에서 우르르 화장실에 갔는데, 들어가는 순간 잠시 화면 정지! 으윽, 이건 한국의 시골 푸세식 화장실보다 더 하잖아!!! 차마 말로 설명 못하겠다. 대단히... 심각했다. 

못볼 걸 본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다시 버스에 탑승. 거기서 30분 머물렀는데 버스 문을 안 닫아주어서 내내 떨어야 했다. 다시 2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한 바하리야 사막. 오아시스 지역인지라 마을 규모가 꽤 커보였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이집션과 결혼한 한국인 영선씨가 운영하는 미도 사파리. 미도는 큰 아들 이름이다. 둘째 딸 메이를 임신했을 때 한국에서 찍었다는 결혼 사진이 몹시 예뻤다. 영선 씨 왈, 이집션들이 무척 부러워하는 사진이라고... 한국인이 사진관 차리면 대박날 거라나... 확실히 다른 지역에서 본 현지인 사진관의 사진보다는 훨씬 세련되고 광채가 나는 듯했다. 사막에 반해서, 가이드와 결혼까지 하게 된 영선 씨. 우리의 일정은 원래 돌사막 1박인데 다음 날 모래 사막을 하나 더 추가하기로 했다. 시와 사막의 고운 모래를 보지 못하니 꿩대신 닭으로 좋은 선택! 

여권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점심으로 라면을 제공받았다. 이 고소한 맛은 아마도 안성탕면??? 나중에 밖에서 안성탕면 박스 발견! 역시 정확했으~ 5시간을 버스에서 시달렸더니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고 국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았다. 우리 일행 네 명 모두.  

지프차를 빌려서 사막으로 들어가는데 가장 적정 인원이 네 명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지프 대여료가 800기니였는데 1/4씩 분담하기도 적격. (우리 다녀오고 2월 1일자로 1,000기니로 가격 인상됐다. 하하핫..;;;) 사장님 이집트 살림 이야기 듣다가 여권심사 마치고 출발. 외국 여자만 네 명이 출발하니 현지 관광 경찰이 동행했다. 어딜 가나 투어 폴리스가 꼭 보이더니만 동행까지 하는구나! 

경찰관 이름은 알리, 운전을 맡은 마흐무드, 어려보이는 도우미 친구는 한국 이름 '민수'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드디어 사막으로 고고씽!   



안내 책자에는 여러 사막과 사진이 담겨 있었지만 그걸 다 가진 않았고, 코스 별로 정해져 있었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간 곳은 흑사막이었다. 화산 활동이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검은 돌과 검은 모래가 짙게 보인다. 

(사진 펑!) 

적당히 사진 찍기 좋은 곳을 골라서 우리를 내려주면 우리는 바쁘게 사진을 찍고, 그러면 잠시 후 마흐무드가 "빨리 빨리~ 서둘러~"를 외친다. 그럼 우리는 까르르 웃으면서 다시 차에 탑승.  

이어 도착한 곳은 크리스탈 사막(백사막).  



크리스탈이라고 부르긴 거시기 하지만 어쨌든 하얀 사막이 주우욱 이어져 있다. 

 

돌들이 이정표가 되어주는 사막 위의 도로. 

다음에 도착한 곳은 갖은 기암 괴석이 즐비했던 곳인데 바위마다 이름도 붙어 있었다. 머쉬룸~ 치킨 바위 등등등 



흥분한 나머지 겉옷도 벗고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추워서 바로 차에 들어가 옷 줏어 입었다. 역시 추워...-_-;;;; 

그리고 이동한 곳은 우리가 야영할 장소.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여기가 아우토반이냐고 외칠 뻔 했다. 체감으로 치면 인천에서 강릉까지 달린 것 같은 기분.  

지프 차에 기대어 90도 각도로 천막을 두르고 저녁밥을 준비하는 마흐무드. 그리고 알리와 함께 민수는 우리가 잠들 텐트를 쳤다.  

해지는 모습이 너무 고와 역시 비명과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던 우리는, 멀리 낙타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만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은 낙타로 사막을 건너는 장기 여행을 선호한다는데, 그때 가이드가 보이지 않게 뒤쫓아오는 게 조건이라고 한다. 사람 수나 생김새로 보아도 관광객같지는 않고 현지인 같았다.  아마도 베두인 족?



때로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는 어찌나 안타깝던지... 사진 몇 컷을 찍는 동안 믿기지 않게 저들은 빠르게 사라졌다. 노을은 더 붉게 물들었고, 사막은 더 차갑게 식어갔다. 



맛난 식사를 준비 중인 마흐무드. 몇 살로 보이나요???  

식사 준비는 30분이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1시간 30분이 걸렸다. 그 옛날 유명했던 코리안 타임을 능가하는 이집션 타임은 곳곳에서 마주친다. 30분 지났다고 하면 '인샬라~'로 답하는 그들!



고기가 익는 동안 타블라와 탬버린(?)으로 흥을 돋구어 주는 두 사람. 동행 경찰 알리는 조용히 박수 치는 걸로 보탰다. 마흐무드는 내내 물담배를 끼고 있었는데 무척 맛나나 보다. 야영 준비할 때부터 바로 곁에 끼고 있었음.ㅎㅎㅎ 

그리고 드디어 완성된 우리의 밥상! 



두 사람이 즐겨 외치는 '대~박!'을 우리가 돌려줄 차례. 비쥬얼도 훌륭하지만 맛은 더 일품이었다. 적당히 꼬들꼬들한 밥 위에 닭다리 하나씩 올려져 있고, 야채와 치킨이 섞인 카레 비스무리한 것 하나, 토마토와 오이가 적당히 버무려진 샐러드와 씨가 가득 든 이집트 귤과 바나나 그리고 코카 콜라.  

딱 하나 흠이 있다면 양이 너무 많다는 것! 저 밥을 다 비우고 나면 또 한 접시를 가득 담아서 내민다. 거절이나 사양이 절대로 먹히지 않는다. 밥상을 물리고 나면 이집트 홍차인 '샤이'를 내미는데 설탕이 몇 주먹씩 들어간다. 3주먹을 집어넣었을 때 그만 넣어달라고 하니 우리 것 먼저 주고 자신들은 설탕을 몇 주먹 더 넣어서 마신다. 대단해!! 

또 다시 풍악은 울리고, 먹거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물고구마를 장작불에 익혀서 내주고, 팝콘도 잔뜩 튀겨서 내온다. 물고구마는 한국의 고구마에 맛이 많이 못 미쳐서 배부른 가운데 못 먹었지만 팝콘은 인기가 좋았다.  

이때는 상현달이 막 지났을 무렵인데 달이 너무 밝아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무척 큰 아쉬움이었다. 달이야 새벽에 지고 나면 괜찮지만, 구름도 많이 끼어서 당최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철 대표적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는 기막히게 보이는데 북두칠성과 북극성은 생각보다 흐릿했고, 카시오페아랑 백조 자리를 본 것 같은데 이건 좀 자신이 없다.  

사막 여우가 와준다면 좋겠다고 우리끼리 수다 떠는데, 정말 나타난 사막 여우! 배가 고팠나보다. 그릇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치킨으로 유인해서 사진을 찍었다. 치킨 물고 잽싸게 도망갔다가 다시 나타난 사막 여우. 알고 보니 두 마리였다. 부부였을까? 



밤에 찍었더니 눈이 다쓰 베이더다. 카메라로 보고는 흠칫 놀랐다는! 

대체 이 황량한 사막에서 이 친구들은 뭘 먹고 살았을까? 우리같은 여행객들 주변을 배회하며 닭다리 하나씩 얻어 먹었을까? 에버랜드 사막 여우가 더 귀엽기는 하지만 확실히 이 친구들이 야생답다.  

밤은 깊어가고 신이 난 두 친구의 가락 소리는 더 높아만 간다. 사실, 난 조용히 고요함을 맛보고 싶었는데, 당최 두 사람의 노래는 끊어지지가 않는다. 시간은 밤 12시를 향해 달려가건만.  

이렇게 온 우주에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하는 곳에서는 흥겨운 노래 가락보다(게다가 알아들을 수 없는!) 고요한 침묵과 친해지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근데 그런 생각은 나만 했나 보다. 다른 일행들은 무척 흥겨워보였다.  

장작불 연기가 바람 따라 자꾸 나와 친구를 따라 다녀 우리는 십 분 간격으로 자리를 이동해야만 했다. 멀리 짝퉁 스핑크스 바위는 우리의 천연 화장실이 되어주었다.  

마흐무드는 우리 나이를 궁금해 했는데 모두가 탑 씨크리트를 외쳤다. 나더러 23살 같아 보인다고 했고 최강 동안을 자랑하는 내 친구에게는 18세냐고 했다. 으캬캬캬, 기분 좋아서 실제 나이를 절대로 밝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노안을 자랑했다는....  -_-;;; 

새벽에 일어나서 별을 보려면 일찌감치 자야 했는데, 이미 시간은 일찍이가 아니었지만, 우리는 텐트로 들어갔다. 1박2일에 나오는 침낭을 상상했지만, 텐트 안에 있는 침낭은 그냥 우산보다 얇은 재질의 천쪼가리. 게다가 바닥이 울퉁불퉁한 것도 모자라 허리 부위가 가장 높고 다음에 다리가 높고, 머리 쪽이 가장 낮은 것이다. 이미 입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입었고, 거기에 모자 쓰고, 손난로 주머니에 차고 직접 가져온 담요까지 두른 마당에 몸이 무거워 일어나는 것도 곤욕이다. 결국, 그 불편한 자세로 그냥 자기로 했다. 털썩~! 

그리고 이 밤에 내 카메라는 밧데리가 다 되었는데 그걸 끝으로 그냥 사망해 주셨다. 한국에 돌아와서 서비스 센터에 맡기니 모래가 잔뜩 들어가서 줌을 해주는 모터가 갈렸다고... 부품 교체비 6만원 나와주셨다. 12만원 대에 샀던 내 카메라가 20만원 대 가까이로 신분 상승해 버렸달까.... 

To be continued...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0-02-16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은 좀 어떠세요?
마노아님도 멋지고 사막도 멋집니다. 그리고 서재 이미지도 멋져요~
넘넘넘넘넘 부럽습니다.^^
참 낙타는 타 보셨나요? ㅎㅎ

마노아 2010-02-16 20:16   좋아요 0 | URL
헤헷, 건강도 좋구요. 명절을 기념하여 아주 많이많이 먹어주고 있어요~
서재 이미지 멋진가요? 오랜만에 팬심이 타올라서 이미지를 바꿔봤어요.^^
낙타도 타보았답니다. 무지 무서웠어요.(>_<)

stella.K 2010-02-16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사막을 한번 걷고 싶네요.
음식 맛있어 보입니다.ㅋ

마노아 2010-02-16 20:17   좋아요 0 | URL
이집트에 있는 동안 먹은 음식 중 최고였어요.
심지어 한인 식당에서 먹은 밥보다 맛있었어요.^^

L.SHIN 2010-02-16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마치, 그 장소에 있었던 것 같은 이 기분좋은 흥분을 어쩔 거에요! (>_<)
마치, 그 음식들 냄새가 나는 것 같고, 그 음악들이 들리는 것 같고, 그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고...
모니터에 얼굴 들이밀고 봤다구요!
사막여우라니~! 어린왕자는 어디 숨어있지 않았나요? 응?

마노아 2010-02-16 20:26   좋아요 0 | URL
헤헷, 사막의 정경이 막 그려지나요?
엘신님이 품어 안은 사막이 저도 궁금해요~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일러스트가 있는 어린왕자를 보고 왔어요.
제가 본 사막 여우보다 귀가 토끼같이 길더라구요.
귀여웠지요. 하지만 직접 본 사막여우도 꽤 좋았답니다.^^

순오기 2010-02-1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막여행이라니, 꿈만 같아요.
낙타와 사막여우까지 출연해주셔서 정말 환상적인 여행하셨네요.^^
1시간 30분이 지나 차린 식탁은 화려하네요. 그넘의 코카콜라는 국경도 없어주시고...ㅋㅋ

마노아 2010-02-16 20:27   좋아요 0 | URL
낙타 사진이 잘 나왔지요? 우리 중 가장 좋은 카메라를 가졌던 선생님이 찍은 사진이에요.
사막에서 마주치는 일몰과 일출이 참 근사했어요. 다른 지역에서도요.
코카콜라가 요새 주가를 올린다고 하네요. 정말 국경도 없어요.^^;;;

이매지 2010-02-1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 위에 도로를 놓을 수 있다니 그것도 참 신기하네요 :)

마노아 2010-02-16 20:28   좋아요 0 | URL
수에즈 운하는 사진으로만 보았는데 사막 한 가운데에 운하가 지나가는 건 더 장관이더라구요.^^

무스탕 2010-02-16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울~~~ 여우다앗-!!
저 사막을 나랑 같이 걸으며 산마로오오오~~~~ 하고 외치고 왔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T^T
이제 다음은 어디 갈 차례인가요? +_+

마노아 2010-02-16 20:28   좋아요 0 | URL
그럼 저는 아라~~~~ 하고 외쳤을 텐데 말이에요!
다음 날 다녀온 모래 사막 하나 더 있어요. 이따가 올리려고 해요.^^

BRINY 2010-02-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메라에 모래가 쥐약이군요.사막은 무지 춥군요. 많이 배웁니다. (배워서 언제 써먹는다죠?)
저 사막위의 만찬은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먹고 싶다!!

마노아 2010-02-16 21:14   좋아요 0 | URL
사진 찍고 바로바로 껐어야 했는데 이어서 찍을 생각에 계속 on 상태로 두었더니 모래가 많이 들어갔나봐요. 일행 중 하나는 저처럼 카메라가 작동 안 됐는데 후후 불어서 털어내고 다시 작동이 됐답니다. 제 카메라만 유독... 흑흑....

Mephistopheles 2010-02-1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낙타 얼마 안남은거죠..사막여우도 출연했으니까 다음 페이퍼에서 낙타 정돈 나와주겠죠? 그쵸?

마노아 2010-02-16 22:30   좋아요 0 | URL
어쩌죠? 낙타는 아직도 멀~었는데... ㅎㅎㅎ ^^;;;

프레이야 2010-02-1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막을 누비셨다는 것만으로도 무지하게 부러워요.^^
사막의 놀, 멋지네요.
음식 앞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마노아님,
23살로 보인 건 당연하구요.ㅎㅎ

마노아 2010-02-16 22:49   좋아요 0 | URL
먹을 것 앞에서는 표정 관리가 통 안 되더라고요. 호호홋, 프레이야님이 저 자리에 계셨음 18살의 주인공이 되었을 거예요.^^

saint236 2010-02-17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 오셨군요. 아라비아의 로맨스는 찍으셨는지요?

꿈꾸는섬 2010-02-1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런 여행을 아직 다녀보질 못해서 계속 부러워만 하고 있어요. 너무 재미있게 여행후기 보고 있어요. 마노아님 덕분에 이집트 여행 제대로 해보네요.ㅎㅎ

같은하늘 2010-02-1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노아님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네요. 사막이라니 내 평생 한번 가볼 기회가 생길라나 모를곳을 이리도 실감나게 얘기해주시다니... 노을과 낙타사진, 사막여우 등 모든게 신기신기~~~
 

2시 넘어 잠들었는데, 3시경부터 줄기차게 문자가 쏟아졌다. 1빠는 알라딘 문자. -_-;;;; 그밖에 각종 카드사 내지 광고 문자 스팸 문자 기타 등등이 줄지어 울리는 거다. 그때마다 한 번씩 깨어서 확인해 주고, 전기장판 끄고, 다음 번 문자에 깨서 전기장판 다시 켜기를 반복. 게다가 그 중에는 잠이 확 깨는 문자도 있었으니 '이승환 '공' 서울 앵콜 콘서트 티켓 오픈' 알림이었다. 내가 예매하지 못하는 시간에 티켓 오픈이라고라고라??? 다행히 3일 공연이라니 한국 돌아가서도 표가 있겠지. (뭐, 돌아와서 좋은 자리 예매했다.^^ ) 

새벽 5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깨어보니, 그게 '아잔'이었다. 하루 다섯 차례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 보통 5시에 울렸지만, 때로는 4시 반에도 울리고 시간이 균일하지가 않았다. 아잔 담당의 기상 시간 따라서 설마 달라지는 건가? 하여간, 이 아잔 소리는 돌아올 때까지 매일 새벽 나를 깨워주었다. 친구는 이제 익숙해져서 아잔 소리는 개의치 않고 잔단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7시에 눈을 떴다. 사실 8시인줄 알고 잘못 일어난거다. 모스크바는 서울보다 6시간 느린데, 그때 이후 휴대폰을 리부팅 안 해서 내 휴대폰이 8시라고 알려준 거였다. 리부팅 해보니 7시. 도로 잘 수 없으니 그냥 일어났다. 친구는 어제 준비해둔 반찬으로 김밥을 싼다. 역시 내게 부탁했던 재료들은 김밥용이었구나! 근데, 둘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 보인다. 날 고려해서인가????  

그런데, 이 아침부터 누군가 벨을 울리니, 손님이 오셨다. 허걱??? 

친구와 같은 학교(아인샴스 대학) 근무하는 한국학 김 선생님 방문. 배낭을 메고 오셨다. 응? 잘 부탁한단다. 뭘???? 

아뿔싸! 오늘 같이 피라미드로 가기로 한 일행이란다. 어이쿠! 그걸 왜 말을 안 해주고???? 

같이 움직이는 건 사실 별 문제 없으나, 미리 말 안 해준건 좀 언짢았다. 내색은 못했지만..ㅎㅎ 

이집트는 남한 땅의 10배 크기다. 국토의 95%는 사막이고, 나일강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나일강의 동쪽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나일강의 서쪽은 죽음의 땅, 무덤의 땅이다. 서쪽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무덤은 다 서쪽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가야 하는 피라미드도 모두 서쪽에 있다. 기자 피라미드는 지하철로도 갈수 있지만, 기자 외에 다른 곳도 들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를 하루 빌렸다.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였는데, 이때 택시비를 내가 부담하지 않아서 얼마였는지 모르겠다. 그후 모든 경비는 다 공동부담이었는데, 이때는 어케 놓쳤다. 아마 100기니 내지 150기니 정도였을 것이다. '기니'는 이집트 파운드를 의미한다. 100기니였다면 우리 돈으로 21,000원 정도 되는 금액.  

나일 동안에서 다리를 건너 서안으로 간 우리는 멤피스로 먼저 가자고 했지만 기사님이 못 알아들으시고 '파노라마'로 먼저 이끄셨다. 파노라마는 기자의 유명한 세 피라미드를 멀리서 관찰하며 사진 찍기 좋은 지점인데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다. 보통 여기서 하는 놀이는 피라미드 들어올리기 정도? 이렇게... 

 

(사진 펑!) 

머리카락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이날 바람이 엄청 불었다. 남부 지역은 여름이지만 카이로는 가을 날씨라고 해서 선선하겠거니 했지만 엄청시리 추웠다. 그리고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내가 머무는 내내 유지되었다. 현지에서 오래 사신 분들 이야기로는 이제껏 이래본 적이 없는데 이상기온 현상이라 한다. 확실히 지구가 아프긴 많이 아프구나. 덕분에 나 있는 동안에는 내내 옷 맞춰입기 힘들었다. 늘 춥거나, 늘 덥거나. 적당한 때가 없었다. 비극이었다..;;; 

파노라마에서 눈도장 먼저 찍고 가까이 접근했다. 한국에서 국제 교사증을 가져갔는데 친구가 국제 학생증을 빌려두어서 내가 가져간 교사증은 이날 동행하게 된 김샘이 쓰게 해서 우리 모두 50% 할인. 그리하여 30기니에 입장.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100기니인가 더 내야 했는데, 내부에 들어가봤던 친구 말로는 아주 실망스럽다 하여 관두기로 했다. 나중에 들은 건데, 친구가 들어갔다가 실망한 것은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고, 볼만한 피라미드 내부는 쿠푸왕이란다. 아뿔싸~!  

세 개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그 옆으로 카프라,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가 이어져 있다. 당연히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가 가장 눈길을 많이 끌고 관광객도 모여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큰가보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컸다! 



책에서 볼 때 수치를 확인하며 우와아! 했는데, 오히려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쩐 이유일까.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쌓는 데 사용한 돌은 높이 1미터, 폭 2미터, 평균 무게 2.5톤짜리 250만 개 정도가 쓰였다고 한다. 일부러 돌 앞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내 턱 높이인 걸 보니 높이 1미터 이상이군! 저 돌 덕분에 내가 좀 왜소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주삼..ㅡ.ㅜ) 

피라미드 건설에 관한 미스터리는 밑줄긋기를 애용해 주세요~ 

수학으로도 과학으로도 납득을 시켜주지 못하니, 차라리 외계인이 지었다고 하는 게 도리어 설득력이 있다고 믿겨지는 진짜 미스테리. 세상엔 미스테리가 많아...ㅎㅎㅎ 



저 구멍은 나폴레옹 때 폭격을 맞아 생긴 거라고 들었다. 입구에서 관리인들이 지키고 있다. 박시시를 주면 들여보내주는 걸까? 여긴 팁 문화가 발달... 했다기 보다 그 자체인데, 뭘 하든 박시시를 요구한다. 화장실 앞에서 휴지 몇쪽 떼어주면서 1기니씩 받는 게 예사다. 돈 받고 들어갈 만큼 깨끗할 리는 절대 없지만.  

피라미드가 워낙 크니 한 바퀴 돌기도 힘들어서 옆의 피라미드까지는 건너가지도 못했다. 멀찍이서 보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 

그런데 택시 타자마자 곧 내렸다. 앗, 여긴 스핑크스 앞이구나! 



뒤에 보이는 피라미드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주변에 관광객과 기념품 상인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여기가 가장 볼 게 없었다.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코없는 스핑크스와 입맞춤하기. 원근법이란 놀라워! 

(사진 펑!) 

실은 저 각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친구가 주문하는 대로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동하다가 다리 아파서 확 주저앉았다. 그래서 결국 결정적 각도는 못 맞췄다. 뭐, 굳이 맞출 만큼 애정이 가는 스핑크스도 아니었지만...^^ 

택시를 타고 좀 달렸다. 초기 피라미드 양식이라고 알려진 계단식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먼저 임호텝 뮤지엄에 들렀다. 내부 사진 촬영 금지인데 김샘이 그 표시를 못 보고 코브라 사진 한 컷 찍었다가 제재를 받았다. 관리인이 오더니 벌금이 얼마라며, 그거 내기 싫으면 박시시 달라고...;;;;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사진 지우고 입 씼었다. 어쩔껴.ㅎㅎㅎ  

김샘은 코브라인줄 알았으면 찍지도 않았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일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기 때문에 남쪽의 이집트를 상이집트라 부르고, 북쪽의 이집트를 하이집트라고 부른다. 상이집트의 상징은 '독수리', 하이집트의 상징은 '코브라'. 이곳이 북쪽이어서 코브라 상징이 많았던 게 아닐까? 

암튼, 근데 뭐 별로 볼 거리는 없었다. 미이라가 있긴 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급했는데 역시 1기니 받는 화장실. 원래 박물관 내부 화장실은 돈을 안 받게 되어 있지만 돈 받는 사람이 꼭 있단 말이지... 

사카라 피라미드는 입장료를 내면 추가 요금 없이 내부를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내부 공사 중이어서 안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고왕국 시대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 요렇게 생겼다. 규모나 분위기는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떨어져 보이지만 생각외로 정감 있었고, 보기보단 더 컸다. 여기선 주변이 너무 황량해서 모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리의 일용할 김밥을 먹는 데에 좀 애로사항이.... 



먹을 데가 없어서 언덕 위에서 모래 바람을 등지고 한참 먹다가 뒤늦게 생각나서 인증샷! 저게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여 건너간 식재료라네... ㅎㅎㅎ 

예전에 고적답사 갔을 때 아무 것도 없던 만복사지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여행에서도 폐허가 된 곳에서 더 꽉 찬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사카라에서도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배가 불러와서 만족스러웠을지도...;;;;) 



발굴이 진행되다가 만 흔적이다. 보수 공사하는 인부들도 그랬고, 다른 지역에서도 내내 느꼈지만 참 태평하게 일한다. 더운 지방의 특징인 건지 이집트적인 특징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건 사라고 관광객 붙잡을 때 외에는 급히 움직이는 걸 보질 못했다. 암튼 그 덕분에 여유있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멀리 위쪽으로 피라미드가 몇 개 보인다. 기자 피라미드가 아니라 '굴절' 피라미드 같다. 아주 멀리서 기자 피라미드도 보여서 사진으로 찍기도 했는데 사이즈를 줄이면 여기서는 안 보일 듯하다.

관광객을 태워주는 낙타가 많이 보였는데 어찌나 도도한 표정인지, 한컷 찍었다가는 매섭게 쏘아볼 것 같아서 관뒀다. 그에 비해 옆에 있는 당나귀들은 무척 구슬프게 울어서 안쓰러웠지만, 그네들의 분냄새는 참기 힘들었다. 크흑!! 

주의 듣기를, 여기서 낙타를 탈 때 초기에 흥정을 잘 못하고 먼저 타버리면 박시시 줄 때까지 안 내려준단다. 나중에 낙타를 타보니 이 녀석들이 일어섰을 때의 높이는 꽤 아찔했다. 우리 옆에서 일본인 여자 관광객 둘이서 낙타 타고서 막 소리 지르던데 혹시 그 경우???? 

여기서 방점을 찍고, 제일 먼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로 향했다. 여기에 유명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기 때문. 

 

우리네 와불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안 비슷하지만, 하여간 누워 있어서 정면 얼굴을 제대로 못 보는 게 안타까웠다. 왜 누워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책에서는 확인을 못했는데, 원래 세워져 있던 것이 다리가 파괴되면서 눕혀진 건지 어쩐건지... 

람레스 2세는 30세에 파라오로 즉위해서 상 하 이집트를 67년이나 통치하고 96세로 사망했다. 재위 기간 중 수많은 대외전쟁을 치렀고, 이집트에서 가장 많은 관광수입을 벌어주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유적지는 람세스 2세의 흔적들이었다. 암튼, 석상으로는 잘 생긴 이 인물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사진 펑!) 

내 얼굴이 방해가 되남?? ^^;;;;  

턱에 붙어 있는 저건 수염이다. 난 설마 수염일 거라고 상상 못했는데...;;;; 

어깨에 보이는 건 상형문자. 아마 람세스 2세의 이름일 듯. 저런 카르투시가 곳곳에 보인다. 



람세스 석상이 누워 있는 저 실내를 빠져나오면 밖에서도 볼거리가 많다. 

(사진 펑!) 

기자의 스핑크스보다 훨씬 착하게 생겼다. 그치만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 펑!) 

확실히 우리와 생태가 다른 곳에 왔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나무들. 뒤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 놀랐던 것이, 이집트에는 유적지 주변에선 음식물을 팔지 않는다. 기념품은 팔아도. 그게 유적을 보호하는 차원인 건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아보였다. 갈급한 그대는 직접 먹거리를 챙기시라~ 

저기 걸려있는 양탄자들이 참 예뻐보였다. 그리고 비싸보였다. 비싸지 않더라도 외국인한테는 무지 비싸게 파니까 물어볼 엄두는 안 났다. 들고 가기도 힘들고... 그래서 줌으로 멀찍이서 한컷! 

우리가 9시부터 5시까지 택시를 빌리기로 했지만 카이로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3시가 조금 넘을 때였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더 갈데도 없었고 피곤도 하여서 기사님과는 바이바이. 물론, 박시시가 얼마간 돌아갔다. 택시비를 내 친구가 부담했고, 국제교사증 때문에 입장료를 많이 절약한 김샘이 저녁을 쏘기로 하셨다. 우리가 간 한인식당은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 한인 교회의 권사님이 운영하시는 곳. 종업원은 이집션인데 한국말로 주문해도 그냥 알아듣는다. 홀에서는 한국 방송이 딱 한 채널 나오던데 천하무적 이평강이던가? 남상미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뭐, 재미는 없어 보이더라. 

이집트는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생수를 사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에서도 물을 따로 주문한다. 현지인들은 그냥 먹는다는데 건강 괜찮으려나? 내가 여기 갈 때 친구 줄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친구 말이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물이 다 빠지고 옷이 다 그지 꼴이 되어 있다고. 가보니까 사실이더라...;;;; 그것도 석회질 물 때문일까? 

식당에서 나왔는데 소문은 빨라가지고... 그곳에서 레스토랑 운영하시는 어느 집사님이 면세점에서 보드카를 사다달라고 하셨다. 입국 3일 안에는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나? 몰랐다. 그런 줄! 인근 면세점에서 보드카 세 병을 들고...(무겁다!) 세탁소에 들러서 친구 코트를 찾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내일 이어질 사막 투어를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전소에 들러서 돈을 바꿨다. 

한국에서 나올 때 외환은행 말고는 이집트 파운드를 취급하지 않아서 우대 환율 받으려고 하나은행에서 달러로 바꿔왔다. 당시 내 통장을 박박 긁어보니 딱 580불 나왔다. 보충수업비가 안 들어와서리...-_-;;;; 이집트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따로 안 받는다고 했다. 혹시 모르게 섞여 있나? 뭐 어쨌든... 나중에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경비가 있어서 일단 300불을 바꿨다. 이날의 환율은 1달러 당 5.43 기니였고 1,626 기니가 내손에 쥐어졌다. 이집트 돈은.... 정말 드~러웠다. 친구와 나의 공통 습관이 돈 만지고 나면 꼭 손을 씻거나 세정제를 쓰거나 물수건을 썼는데, 이건 무슨 걸레보다 더럽다. 너덜너덜...;;;;  

집에 돌아와서 씻기 전에 경비 결산하고... (이것도 우리의 공통 습관인데, 돈 만지면 손 씻어야 해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돈계산 먼저 했다. ㅎㅎㅎ) 짐을 꾸렸다. 다음 날은 사막으로 일찌감치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아, 그런데 한국에서 출발전부터 사흘인가 화장실도 못 갔고... 사막 가면 거기서도 못 갈 것이고... 안 되겠다 싶어서 변비약을 두 알 먹었는데 이게 사단이 났다. 밤 12시가 되기 전부터 토사곽란 시작. 친구는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이 잠들어서 내가 밤새도록 화장실 드나든 것도 모르고 잤단다. 다행이구나..ㅜ.ㅜ 그렇게 아잔 울릴 때까지 화장실과 씨름하며 잠이 들었으니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해야겠다. 이런 화장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쭈우욱~~~ 

암튼, 그리하여 다음 이야기는, 사막이 되겠다.^^ 



 


댓글(4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Kitty 2010-0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첫빠에요~~~
근데 여행 내내 화장실 땜에 고생하셨다니 우째요 ㅠㅠ
피라밋 올라가 보는게 제 로망이었는데 멕시코에서 한 번 올라가보고 생각 싹 접었다지요;
죽는 줄 알았슴다 -_-;;;; 그런데 기자 피라미드가 전철로도 가능하군요. 아우 이집트 가고싶어 ㅠ

마노아 2010-02-12 02:00   좋아요 0 | URL
여행 내내 가장 경악스러웠던 화장실은 사막 가던 중간 휴게실이었고, 그 다음은 러시아 국제공항 화장실이었어요. 아, 오며 가며 들를 때 물티슈 꺼내서 먼저 닦고, 일반 휴지로 한 번 닦고, 그제서야 앉을 수 있었는데 게다가 턱도 높았답니다ㅠ.ㅠ
기자 역에서 내려서 꽤 걸어야겠지만, 그래도 갈 수는 있다고 하네요. 시도는 못했지만요.^^

순오기 2010-02-1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자 피라미드, 람세스 2세~ 사막의 서쪽은 무덤의 도시라니 관광객만 드나들고 사람이 살지 않으니 좋을 거 같네요. 힌 그들 입장에서 관광객이 귀찮겠지만... ^^ 피라미드 돌 하나가 엄청 크네요.
여행의 환상은 화장실 시리즈로 엇나가는 듯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이집트니 봐줘야지 어쩌겠어요. 노아님은 고생했지만 여행후기를 보는 우리는 그것도 즐겁다면 미안하고...무튼 님의 고생 덕분에 앉아서 호강해요.^^

마노아 2010-02-12 02:02   좋아요 0 | URL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여 저리 놀라운 무덤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너무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화장실에 경악할 때마다 친구가 그랬어요. 여기서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고요. 아, 세숫비누와 화장지는 너무 큰 바람이었던 겁니다. 제 고생으로 누군가 즐겁다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 2010-02-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 여행자들에 따르면 저 완전 판박이 제스쳐 사진을 저기서도 해주고 인도의 타지마할에서도 한번 더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
"잘 부탁합니다, 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이집트에 사는 친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 이제 사막을 보여주세요, 어서!!

마노아 2010-02-12 02:02   좋아요 0 | URL
아, 전 세계에 제 친구가 막 포진되어 있음 좋겠어요. 덕분에 세계 일주하게요.^^ㅎㅎㅎ
내일은 사막편을 쓰겠습니다~

글샘 2010-02-12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피라미드는 혹시... 트랜스포머에서 고놈들이 싸우다 망친 거 아닐까요??
건강하게... 이미 좀 피곤해 보이지만... 오랜 여행 잘 마치고 오시길... 멀리서 부러워 배아파 죽는 1인...

마노아 2010-02-12 02:35   좋아요 0 | URL
오옷, 설득력 있는 제보입니다! 맞아요, 그놈들이 아주 유력한 후보입니다.
아아, 그러나 저는 이미 여행 마치고 장염 달고 돌아와서 회복 중인 걸요.^^;;;;

turnleft 2010-02-12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 만큼이나 생각의 스케일이 커지셨겠는데요? ^^

마노아 2010-02-12 18:16   좋아요 0 | URL
제발 그래줬음 좋겠는데 그래 보이질 않아서 탈이에요.^^;;

후애(厚愛) 2010-02-1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넘넘넘 부럽습니다~~~ 스핑크스와 입맞춤도 하시고...
마노아님 행복한 얼굴 보니까 즐거운 여행이 되신 것 같아서 좋아요.^^
김밥 보니까 배고파 옵니다.ㅜㅜ

설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10-02-12 18:16   좋아요 0 | URL
스핑크스 안 이뻐요. 여기 말고 다른 지역 스핑크스가 더 멋졌어요. 요기게 크긴 했지만요.^^;;;
후애님 맛난 것 많이 드시고 다 소화시키셔요~ 새해엔 복복복 받으시고요.^^

hnine 2010-02-1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까지 읽고 포기한 '람세스' 시리즈를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위가 뾰족한 피라미드의 형태가, 멀리서도 눈에 잘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한동안 그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 거리시겠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10-02-12 18:17   좋아요 0 | URL
제가 다녀와서 람세스 다시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검색했더니 누가 대출 중이더라고요.
그래서 예약하려고 했더니 대출 정지 회원이라고 떠서 뜨악했답니다.
그제서야 울 언니가 늦게 책 반납한 걸 알았지요.^^;;;

무스탕 2010-02-1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이집트를 보여주기 위해 마노아님은 그렇게 울었나(?) 보다.. ㅎㅎ
피라미드의 규모는 정말 직접 보기전엔 상상 금지군요. 말이 1m 2.5톤이지 그게 어느 정도인지.. 어휴~
하여간 즐겁게 읽었습니다. 어여 사막으로 가자구요 :)

마노아 2010-02-12 18:18   좋아요 0 | URL
이집트의 파란만장함을 보여주려고 제 장은 그렇게 울부짖었나 봅니다.^^;;;;
저렇게 커도 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만리장성은 정말 큰가봐요.
나중에 진시황릉 보면 또 입이 쩍 벌어지지 싶습니다.^^

소나무집 2010-02-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행기 열심히 읽고 있어요.
여행기 읽으면서 제가 다 설레네요.
피라미드가 저렇게 클 줄이야~ 입이 딱 벌어졌어요.

마노아 2010-02-12 18:19   좋아요 0 | URL
표면을 벗겨내서 초기 제작 시보다는 몇 미터 줄어든 크기라고 하더라구요.
저걸 수천 년 전에 지어냈다니, 미친 거라고 생각했어요.^^;;;

프레이야 2010-02-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가쁘게, 웃으며, 켁켁 잘 읽었어요.
정말 왜소해보이고 수척해보여요.ㅎㅎ
피라미드를 한 손으로 쳐받쳐든 우리 마노아님^^
사막으로~~ 기대되어요.

마노아 2010-02-12 18:19   좋아요 0 | URL
아앙, 프레이야님! 왜소해 보인다는 말은 태어나서 첨~ 들어요.
피라미드 앞에 서야 들어볼 수 있는 말이었어요.^^ㅎㅎㅎ

이매지 2010-02-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 정말 크군요!
저도 이집트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
사막도 기대기대!

마노아 2010-02-12 18:2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과 여행 모자, 여행 가방, 너무 잘 어울려요.
나중에 휴가 받아서 제대로 다녀오셔요. 저도 막 기대기대~~~

BRINY 2010-02-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저런 구경 할 기회 평생에 몇번 오겠어요.

마노아 2010-02-12 18: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사서도 하는 고생인가봐요~^^

다락방 2010-02-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사진들을 보니 아 여행기도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센스쟁이~
음, 말씀하신 람세스 2세는 제가 읽은 책의 그 람세스인걸까요?

이모텝은 영화 미이라에서 나온 그 이모텝일까요? 아낙수나문~을 찾아대던..
재미있어요. 빨리 또또 올려주세요!!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그 람세스 맞아요~
영화 미이라를 못 봤는데 맞을 것 같아요.
피라미드 건설 책임자였거든요.
어무이와 이따 하모니 보러 가기로 했는데 다녀와서 다음 편 쓸게요.
또 새벽에 올라갈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0-02-1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낙.타.가.안.나.오.고.있.어.요.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낙타는 앞으로도 한 5일은 더 지나가야 나옵니다. 캬캬캬!!!

마그 2010-02-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여행이 부러워서.... 창을 닫아버린 1人 T,.T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아아아앗, 그저 손 뻗고 기다려 달라고 외쳐봅니다.^^;;;

paviana 2010-02-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부러워요.부러워요.부러워요.(달리 할 말이 없삼.넘 부러워서..)

마노아 2010-02-12 18:22   좋아요 0 | URL
제 평생 이리 부러움 산 적이 없었어요.^^;;

같은하늘 2010-02-1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를 불끈 들어올리던 씩씩한(?) 그녀...
피라미드 앞에서니 어찌 그리도 작아보이는지...^^
마노아님은 장때문에 여행내내 고생하셨다지만 간접 경험으로나마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이리 좋은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그 정도 고생은 감안하실 수 있는거지요? ㅎㅎ
어여 회복하셔서 설날 맛난 음식 많이 드시와요~~~
아~~~ 사막 이야기는 다음주에나 볼 수 있겠네요.
설 연휴동안 잠시 연재를 쉬심이 어떠실런지? ㅋㅋㅋ

마노아 2010-02-13 18:33   좋아요 0 | URL
고생해도 좋을 값어치의 여행을 했으니 고생이랄 게 없지요.
이미 다 회복했나봐요. 너무너무 잘 먹고 있어요.
지금은 식혜가 식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도 오늘은 정신이 없으니 사막 이야기는 좀 천천히 써야겠어요.
같은하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L.SHIN 2010-02-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다! 쿠쿠쿠쿳 (>_<)
그 어떤 여행기보담도, 마노님이 써준게 훨씬 읽기도 편하고 재밌습니다.(웃음)
스핑크스와 뽀뽀라니! 나도 담에 가면 꼭 해봐야겠다능!
사진들이 다 잘 나왔어요~ 빨리 다음편 올려주삼~

마노아 2010-02-13 18:34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시니 좋아요~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들 덕분에 신나게 쓰게 된답니다.
엘신님이 뽀뽀를 하면 외계인과 스핑크스의 조우가 되는 거군요!
세기의 만남이 될 거예요.^^

2010-02-12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3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2-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행은 사진이예요.사진~~
스핑크스 완전 부럽삼~

마노아 2010-02-13 18:37   좋아요 0 | URL
헤헷, 사진 많이 올릴게요~ 역시 사진이 최고예요.^^

꿈꾸는섬 2010-02-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가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에요.
피라미드, 스핑크스, 정말 거대하군요.ㅎㅎ
구경 잘 했어요.^^

마노아 2010-02-15 22:25   좋아요 0 | URL
보시는 분들이 덩달아 구경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헤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