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25기니를 내고 에드푸 신전에 입장했다. 여기도 의도적인 파괴가 많아서 건물을 가까이서 보면 몹시 징그러웠다. 담장의 구멍마다 까마귀(?)가 둥지를 틀었는데 사진이 어둡게 나와서 패쓰.
에드푸 신전은 카르나크 대신전 다음으로 큰 신전이다. 하지만 신전 주변 부속 건물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어마어마했을 규모가 잘 짐작이 되지 않는다. 이 건물은 유명한 임호테프가 지었다.
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해 보았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몽둥이 든 부족이 떠오른다.
이곳 에드푸 신전은 호루스에게 바쳐진 신전인지라 매의 모습을 한 커다란 동상이 있다. 호루스는 오시리스 신의 아들이다.
부엌으로 사용한 건물은 천장의 그을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중간에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잠가 놓은 문이 있어서 아쉬워했더니 니콜이 잠깐만 기다리라고 한다. 나가서 이집션 관리인을 데리고 왔는데 아마도 박시시를 줄 테니 열어달라고 한 것 같다. 그가 흔쾌히 열어줄 모양으로 다가왔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서양 관광객이 우르르 들어오는 바람에 문 안 열어주고 그냥 가버렸다. 보는 눈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해가 들지 않는 곳에선 이렇게 으시시하게 사진이 나온다. 그나마 흔들리지 않아서 건진 몇 개 안 되는 사진이다. 제물을 바치는 모습으로 보인다. 쟁반 위에 사자도 있네...
채색된 천장의 모습. 나중에 룩소르에 가서는 더 기막힌 기둥과 천장을 많이 보았는데 이때는 이것만 해도 무척 신기했다.
다시 마차로 돌아와 보니 니콜도 우리와 같은 크루즈를 탔다는 것을 알았다.
니콜을 찍어준 사진은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영어가 되는 내 친구가...ㅎㅎㅎ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내려왔다가 식당에서 니콜과 다시 마주쳤다.
아하핫, 잠시 어색한 시선 처리. 혼자를 즐기는 듯 동석은 하지 않았다.
이날의 아침 메뉴는 밥과 수프가 없는 메뉴였지만 이제껏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평이한 메뉴였기 때문이다. 아, 도전 정신이 부족해...;;; 다양한 빵과 시리얼, 과일 화채가 맛있었다. 요플레에 꿀을 타서 먹었고 에그 스크램블도 맛있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정산을 했다. 이곳 돈은 걸레보다 더러워서 돈 만지고 나면 손을 꼭꼭 씻어야 한다. 손 씻은 김에 어제 입고 잔 면티도 빨고, 양치하면서 손이 또 젖었으니 모자도 빨았다. 어제 빤 것은 모두 말라 있어 뿌듯. 운동화도 빨고 싶었지만 비누가 부족했다.
룸을 정리한다고 방을 비우라고 해서 갑판 위로 올라와 썬베드에 기대 앉아 노래를 들었다. 친구가 들려준 음악은 퀸의 노래. 아, 좋다! 책을 가져오지 못한 게 슬프다. 책은 카이로에 두고 왔다. 남부 이집트 갈 때는 짐을 줄이느라 pmp에 담겨진 문서와 노래, 영상이 전부!
일광욕까지는 좋은데 배 위에 올라와 있자니 춥다. 결국 콧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우리방 청소가 덜 끝나 밖에서 서성이다가 들어가 보니 이불 위에 이런 것이...
수건 가지고 만들어 놓은 연꽃과 백조다. 하핫, 재밌다. 풀어서 다시 재현해 봤는데 실패. 한 번에 되면 그것도 수상하지...^^
낙타 탈 때 망가진 엉덩이가 아프고 허벅지 안쪽으로 근육통이 생겼다. 크루즈에 수영장이 딸려 있다고 해서 수영복도 가져갔는데 정작 내 친구는 수영복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나더러는 올 때 꼭 챙겨오라고 해놓고는...;;;; 하긴, 추워서 수영 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백인들은 추워도 반팔, 뜨거워도 반팔이고 날이 쌀쌀해도 수영도 기꺼이 한다. 안 춥나??
한 시간 동안 오수를 즐기고 다시 갑판 위로 올라갔더니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폭이 좁아서 배를 양옆으로 줄을 대어 밀착시킨 뒤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게다가 이곳은 수위가 차이가 심해서 독으로 물높이를 조절한다. 배가 들어서니 문을 닫아 수위를 낮추고 지나간다.
왼쪽 사진보다 오른쪽 사진이 훨씬 수위가 낮아졌다. 저렇게 해서 높이를 낮춘 다음 배가 지나갔다.
점심 때가 되어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식당에 가보니 창문으로 강물이 찰랑거리는 게 보인다.
식사는 평범한 편.
점심을 먹고 방으로 올라와서 소화도 시킬 겸 또 빨래를 했다. 아침에 마차 탄 게 찝찝해서 청바지도 빨았다. 오늘 중으로 다 마를 것이다. 카운터에서 비누 세 개 더 얻어왔기 때문에 걱정 없이 빨았다나 뭐라나.ㅎㅎ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래도 불렀다. 만화영화 주제곡 메들리. 20년 어치의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간식 타임이다. 4시에 딱 맞춰서 갑판 위로 올라갔다. 어제처럼 놓칠 수는 없지!
역시 평범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여행 예산을 생각할 때 럭셔리 숙소였으므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리자가 우리의 각오!
(사진 펑!)
(사진 펑!)
(사진 펑!)
선글라스는 친구 거다. 친구가 이집트로 출국하던 날 공항 면세점에서 산 앙드레 김 브랜드란다. 친구는 안경을 쓰고 렌즈를 잘 못 끼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쓸 수가 없었다. 덕분에 눈 좋은 내가 내내 쓰고 다녔다. 라섹 수술의 효과를 여기서 보는구나!
(사진 펑!)
(사진 펑!)
방에 비치된 잔을 가지고 설정샷!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아서 흉내만 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조금 아쉽다.
5시 경에는 배가 멈췄다. 룩소르 근처 어디였는데 여기서 잠시 내릴 수가 있었다. 현지인들은 그 길로 아예 하선하던데 우리는 하룻밤 더 묶여 있으므로 돌아와야 했다.
시니어 선생님들과 함께 넷이서 조금 걸었다. 차를 타고 아예 룩소르 시내까지 나갈까도 했는데 번거로워서 그만두었다. 어차피 다음 날 룩소르를 줄기차게 다녀야 하니까.
기념품 가게도 들렀는데 예쁜 물건이 많아서 몹시 탐이 났다. 관광객이 지나가는 길목인지라 무척 비쌌고, 그래서 하나도 사지는 못했다. 전통무늬 탬버린이 30기니였고,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만든 체스가 250기니. 웁스... 허탈하게 돌아나온다.
돌아와서는 양말을 빨고 내일의 플랜을 짜고 7시 30분에는 저녁을 먹었다.
처음으로 완전 이집트 스타일의 디너였는데 난감했다. 너무 짜거나, 너무 달거나, 너무 기름지거나 3종 세트!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자랑 토마토, 오렌지 뿐이었다. 마지막에 먹은 귤은 쓰기도 하거니와 씨가 너무 커서 뱉어야 했다.
다음날 체크 아웃해야 하므로 숙소에 올라와서 빨래를 점검했다. 차마 더 이상 하지는 못하고 샤워만 한 뒤 홀로 나갔다. 9시 30분에 쇼타임이 잡혀 있었다.
홀 안에 담배 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음료수는 거의 5배를 붙여 놓아서 우리는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는데 밸리 댄스부터 시작했다. 전문 댄서라고 하기엔 허리에 살이 많이 붙은 풍만한 여인이 춤을 춘다. 나중에는 테이블마다 돌면서 가슴을 몹시 흔들어 주는데 눈둘 바를 몰라 했다. 아, 난감해...
이어서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나와서 수피 댄스를 추었다. 아까 들어설 때 입구에서 잔뜩 굳은 얼굴로 있던 아이였다. 심부름하는 아이인가 싶었는데 오늘 쇼타임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는 멈추지 않고 계속 빙빙 돌면서 춤을 춘다. 하나였던 북이 네 개로 늘어나고, 허리춤에서 뽑은 스카프가 돌아간다. 허릿단을 풀러 위 아래로 분리된 스커트가 돌아간다. 아, 예술이로구나. TV에서 보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근사하다. 수피 춤은 남자만 출 수 있다고 들었다. 신과의 접선을 나타내는 춤이라던가... 이 아이도 테이블을 돌며 손을 번쩍 들고 치마를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가운데로 돌아와 멋지게 마무리.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밸리는 댄스 축에도 못 낄 순간이었다.
쇼가 끝나고 나갈 때 보니 15세 전후로 보인다. 같이 사진이라도 한 방 찍고 싶었지만 수줍어서... 팁이라도 쥐어주고 싶었지만 역시 부끄러워서... (사실 우리는 지갑도 안 들고 올라가긴 했다...;;;) 2박 3일의 크루즈 여행 동안에 가장 좋았던 순간은 수피 댄스였다.
내가 찍은 수준의 사진이란....ㅜ.ㅜ
안타까운 마음에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업어왔다. 내가 본 춤이 훠얼씬 더 근사했다고 장담한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는 룩소르를 빡세게 돌 거기 때문에 정보를 좀 더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이 책을 이집트 편만 분권해서 가져갔는데 다음 날 크루즈에다가 두고서 떠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내가 보다가 잠들었는데 나올 때 미처 챙기질 못한 것이다. 아마 이불 속에 끼어 있었던 것 같다.
방이 엄청 건조하고 더워서 이불을 덮지 않았더니 책도 안 보였던 게지...
새벽에 문자가 와서 깨고, 더워서 깨고의 반복이었다. 침대가 편해도 편히 잠자기는 역시 힘들었다. 아무튼, 이제 드디어 룩소르다. 고대 이집트 신왕국의 수도 테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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