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그래봤자 좋은 결과 같은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야. 넌 스스로한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여기온 것 같거든, 애너벨. 사람들이 슬플 때면 가끔 자해하는 것처럼 말이지. 우주선에 들어가면, 시동이 걸릴 때의 느낌이나 벽과 바닥이 떨리며 몸속 깊숙이 전해질 그 진동이 어떨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앞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 그래서 나올 때는 들어갔을 때보다 화만 더 나고 슬퍼지게 될 거야." - P74

문명이란 실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내가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침묵‘이란 것 역시, 알고 보면 그저 단순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무능함에서 비롯된 재앙이거나 치명적인 실수는 아닐까.
우리는 낙관주의를 맹목적으로 따랐다. 저 별들 사이로 첫발을 내딛는 확장의 상징이었다. 화성 다음엔 어디로 갈까? 목성의 위성들? 토성의 위성들? 독일의 사례처럼, 세대 우주선을 발사해서 위성은 죄다 지나치고 광활하게 펼쳐진 저 별들 사이로 날아가면 어떨까? 이 모든 것은 가능성을 넘어, 마땅히 이루어질 순리처럼 여겨졌다. 누구도 이렇게 끝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도 신이 무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조 라일리가 지구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총독이 내세운 명분 또한 분명했다.
하지만 난 진짜 이유도 알고 있었다.
너무나 무서워서였다. 82-83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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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좋으니 도와주겠다는 제안이 왔을 때 그냥 아빠가 받아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남자들 중에는 참 특이하게도 도움을 받으면 존엄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느니 차라리 홀로 죽어버리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외따로 남게 되었다. 아빠는 식당을 둘러보았다. 절망이 서서히 내려앉은 그 얼굴을 본 것도 나뿐이었다. 역시 내 생각이맞았다. 날개를 쫙 편 독수리가 어깨에 도사리듯, 어둠이 아빠에게돌아왔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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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1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2
진 웹스터 지음, 이예은 옮김 / 세나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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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키다리 아저씨의 영어 필사책이다. 물론 영어 원문을 그대로 필사하기만 하는 것이라면 원서를 보면 되겠지만, 이 책은 영어 원문과 해석, 필사를 할 수 있는 페이지와 단어, 관용어 표현의 뜻이 담겨있어서 단순 필사라기보다는 영어 공부를 겸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좋아하는 책이라 스트레스도 풀고 생각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책을 받자마다 펼쳐들고 연필로 필사부터 하기 시작했다. 별 생각없이 필사를 하기 시작하니 이미 알고 있는 책의 내용이기는 하지만 전체 문장의 정확한 의미 파악은 하지 않고 무작정 적어내려가는 듯 해, 잠시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 사실 의미 파악이라고 했지만 필사 페이지에 옮겨 적다보니 분량이 적은 페이지는 괜찮은데 긴 분량은 필사 공간이 부족해 빈 여백을 가득 채우기도 해서, 내가 너무 글씨를 크게 쓰는건지 뒷부분에도 계속 필사 공간이 부족할지도 확인 할 겸 책의 구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의 구성에 대해 보기 전부터 명확히 알지 못하는 단어는 체크를 하면서 필사를 하기는 했지만, 필사를 하면서 영단어를 찾아보지는 않았기에 그 부분은 그리 큰 의미가 없었다. 그래도 가끔 여유가 생기면 내가 체크해 본 단어를 찾아보는 것은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효과적인 필사책 활용법'을 보면 본문을 따라 쓰면서 소리내어 읽는 것도 도움이 되고, 각 편지의 끝에 생각해볼 주제가 있는 '한줄생각Q'가 담겨있다. 한줄생각은 간단히 생각하면 쉬운 답을 할수도 있지만 가끔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말고 나 자신에게 쓰는 편지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을 영어로 작성해보는 것도 좋다고 권하는데, 영어로 생각을 정리해 기록해보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한터라 역시 편집자의 의도는 내 능력을 능가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이 책을 펼쳤을 때 친구가 필사하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때는 사실 그냥 베껴쓰기의 느낌이었어서 별 감흥이 없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동안 필사를 해 보고 책의 구성을 다시 확인하고 필사를 이어나가려 하니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필사가 베껴쓰기가 아닌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내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그 날의 내용에서 나 자신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고, 그런 생각을 영어로 기록할 수 있다면 그건 한걸음 더 나아간 영어공부가 될 수 있는 것이겠지. 

하루 한 통씩 쓰면 석달정도면 한 권을 필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석달 후 영어실력은 별다른 변화가 없을지라도 한줄생각에 대한 내 기록이 남는다면 잠시나마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이 책을 필사하는 의미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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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이걸 등록하지 않았었나? 하고 무심코 등록하기를 했는데 로그아웃 되어버린 걸 모르고.


사진때문에 임시등록한 글을 수정하기로 했더니.


임시저장도 아니되어 한글자도 남김없이 다 사라져버렸다.


기분좋게 들어왔는데.


기운빠지는. 


화를 낼 기운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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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갑옷을 벗지 않아 피카 그림책 34
그레구아르 라포르세 지음, 샤를로트 파랑 그림, 김경희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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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하고 자부심이 강한 마일로는 나라를 지키는 기사입니다. 마일로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증조할아버지도 모두 기사였고 마일로 역시 기사가 되어 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있습니다. 만년도 넘는 시간동안 용의 습격을 받은 일이 없었지만요.

하지만 언제 어리석은 용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조금 답답하고 힘들어도 절대 갑옷을 벗지 않아요. 잠을 잘 때도, 집안 일을 할 때도, 심지어 비가 내려 온 몸이 힘들고 갑갑하고 갑옷에 녹이 슬어도 마일로는 쉽게 갑옷을 벗지 못하고 있어요. 


마일로의 친구들도 모두 기사여서 다 갑옷을 입고 있어요. 마일로도 때로는 자유롭게 지내는 어릿광대와 친구가 되고 싶고, 어릿광대처럼 아무 걱정없이 춤추고 노래하며 지내고 싶기도 했죠. 하지만 마일로는 용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기사예요. 그래서 마일로는 열심히 칼싸움 연습도 하고 용을 무찌를 방법을 공부하기도 하면서 열심히 성벽을 오르내리며 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을 멈추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밤새도록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고 아침이 되어 비가 멈췄을 때 마일로는 입고 있던 갑옷이 빨갛게 녹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반짝거리던 갑옷이 녹이슬고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을 때에도 마일로는 차마 갑옷을 벗어버릴 수 없었는데......


절대 갑옷을 벗지 않는 마일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마일로는 힘들고 갑갑한데도 왜 갑옷을 벗지 못했을까? 어릿광대의 자유로움과 즐거움이 부러우면서도 왜 마일로는 애써 그 마음을 외면하며 갑옷을 입은 기사로 남아있었을까?


여러가지 질문과 여러가지 대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 그림책을 펼쳤을 때는 '갑옷'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 라는 것에만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의 흐름이 하나의 결론으로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숨겨져있던 마일로의 얼굴도 보이고 숲과 색색의 꽃과 나무가 보인다. 

형태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오히려 '용을 만나고 싶어지게 되는' 마일로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게 된 것일까. 

그 마음에 집중을 하게 된다. 마일로와 아이들의 마음에만 용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갑옷을 두르고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 한편에 무거운 갑옷을 두르고 벗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내 마음도 환해졌어.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호기심의 존재가 되었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고 현재의 시간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뭐 그런 마음이어서 그런것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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