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사라진 길
로사 조든 지음, 유영희 옮김 / 산수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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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케이트가 키우던 염소 슈가가 사라진다. 슈가를 찾아 길을 헤매다 이웃 윌슨씨 가족을 알게 되고 케이트네 형제들과 윌슨씨네 가족의 만남은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처음 책을 읽으며 이야기의 배경과 작품이 씌여진 시기가 궁금해졌다. 솔직히 '염소'라는 것 때문에 편견으로 시작한 책읽기였고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이야기라는 막연함뿐이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뜻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농장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주일에 7일이나 일을 해야하는 엄마와 오빠 저스틴, 동생 칩과 함께 살고 있는 케이트는 엄마가 새 옷을 사 줄 여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작아져버린 옷을 입고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동생 칩은 강아지 코코를 악어에게 잃고난 후 의기소침해하지만 이웃 윌슨씨네 손자가 같은 반 친구인 루터인 것을 알고 절친이 된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저스틴은 윌슨씨의 아들인 부커가 동네에서 탄생한 프로야구 선수임에 그를 만날 꿈에 부풀어 있고....

아니, 이런 이야기는 정말 지극히 한 일부분일뿐이다. 훨씬 더 중요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이야기들은 이 책을 직접 읽으면서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 핵심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인종차별때문에 이웃을 멀리하는 것이라 생각한 케이트는 그것이 엄마에게 가진 편견임을 깨닫고, 자신은 상관없지만 이웃들의 시선으로 인해 작은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겪었던 엄마는 케이트가 그런 시선을 받지 않기를 원하지만 결국 잘못된 시선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잘못임을 깨닫게 되고 이 이야기들을 통해 나는 편견없는 생각이 중요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편견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그 편견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한 케이트네 가족이 풍족한 윌슨씨네 가족과 이웃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가난에 더해 케이트네가 흑인인 줄 알았다는 것이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사실인데 그 이후부터 동네에서 받는 차별의 눈길이 문장 곳곳에서 느껴져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이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이 소설속의 차별이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법으로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어"(220)라는 엄마의 말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차별과 편견을 깨고 가족의 소중함과 우정이 담겨있는 이야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만찬의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두고 징징대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지"(130)라는 부커의 이야기는 그저 문제해결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 서로에게 가장 훌륭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이야기는 또 모두의 행복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은 것이다. 케이트네 가족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있어 행복할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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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미리 판단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에요? 그건 옹졸하다는 뜻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부커가 케이트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럼 우리 둘 다 그 점은 인정하는 거지? 골격만 놓고 보자면,
저스틴은 코치에게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해."
"처음에는요."
케이트가 인정했다.
"지금 우린 저스틴을 미리 판단했어. 이제 저스틴이 우리한테 와서 실력을 보여 줄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고 해 보자. 나는 이미 마음을 정했지. 난 이렇게 말할 거야. ‘안 돼. 넌 야구 선수로서의 자질이 부족해.‘라고 말이야."
부커가 케이트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하지만 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좋아, 기회를 주지. 공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 어디 한번 볼까?‘ 저스틴이 시범을 보이고, 넌 그가 좋은 선수라고 결정해 팀에 선발하지."
"잘됐군요."
케이트는 저스틴이 팀에 선발되는 각본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어 안심했다.
"문제는 미리 판단하는 데 있지 않아. 네가 말했듯이 누구나 다 조금씩은 의도하지 않아도 미리 판단을 하기 마련이니까. 문제는기회를 주지 않는 데 있어. 편견을 가진 코치는 바로 그런 결정을내리지. 하지만 다른 코치는 저스틴에게 기회를 주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자 바로 마음을 바꿨어."
"아!"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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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해."
"내겐 차별이 없었을 것 같아?"
부커가 물었다.
부커, 이 나라에서 운동선수에 대한 인종 차별은 네가 태어나기전에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맞아."
부커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다.
"하지만 다리가 없는 운동선수에게도 그럴까? 내가 코치 일을알아보려 했을 때, 휠체어에 앉은 것 때문에 차별을 당하지 않았을것 같아? 그렇지만 다리가 없는 것을 핑계로 인생이 힘들다고 불평하지는 않았어."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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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시간의 흐름과 수많은 사람의 고통, 세상에 존재하는 우연, 그런 것이 내 안에 파고드는 것만 같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 P268

"이건 전쟁이 끝난 날의 그림이야. 소이탄이 더는 떨어지지 않았어. 태양이 이글이글 내리찍었어. 매미가 우는 무렵이었다는 걸 그날 처음 깨달았지."
캔버스의 파란 하늘에는 한낮의 하얀 달과 어디론가날아가려는 작은 매미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저 어두운 밤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동생도잃었어…. 그래도, 아무리 괴로워도 살아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길거란다." - P270

"약속해주겠니? 아무리 괴로워도 도중에 사는 걸 포기하면 안 돼. 괴로운 건 언제나 애들이지. 그래도 말이다. 살아 있으면 틀림없이 좋은 일이 생겨…………. 이 아파트에 살며 너를 만나서 나는 좋았단다. 언젠가 잊어버릴지도 모르지만 너를 잊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마."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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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김가지(김예지)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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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라는 책을 쓴 김예지 작가의 두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사실 첫번째 책은 나와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 청소일,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20대 청춘의 좌절과 꿈, 희망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미 내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슬쩍 지나쳐갔다. 이미 오래전에 환경미화원을 뽑는 시험장에 고학력의 청춘이 지원을 하였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스타트업에도 전문청소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청소일에 대한 관심 역시 그리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책은 엄마의 권유로 함께 청소일을 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엄마의 모습과 어렸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엄마의 삶은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 내가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한번 스치듯 읽고 지나쳐버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도 현재진행형처럼 일어나는 일, 나의 어린 시절엔 어머니가 내 보호자였지만 나이들면서 점차 내가 어머니 보호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른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남과 다를 수 있다는 큰 용기를 가졌다. 부끄러울 것도 없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었다. 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 덕분에, 믿음을 주는 사람 덕분에 내 뜻대로 '다르게' 힘차게 용기 내기 시작했다.

삶에서 엄마가 준 가장 큰 선물, 적당히 욕심을 내도 혹은 욕심을 내지 않아도 허점투성이여도 나는 나대로 다를 수 있게 됐다"(133-135)


교원양성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을 하다 나를 임신하고 너무 힘들어서 그때 학교를 그만두신 어머니는 퇴직금도 사기당하고 과수원 판 돈도 이웃에게 빌려줬다가 떼이고. 그래서 한동안 보험아줌마로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집안살림에 보태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여행도 많이 다니셨다. 어머니가 여행을 좋아하신다는 것은 십여년 전 어머니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고난 후부터 알게 되었다. 걷기 힘들어하면서도 같이 간다면 좋아하셨고 음식이 안맞아 잘 못드시면서도 좋아하셨다. - 물론 휠체어를 끌어야하고 고추장에 김에 밑반찬들을 싸들고 다녀야하는 건 우리 몫이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가는 여행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라는 말이 그냥 당연한 말인것으로 쓰윽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 똑같이 살 순 없다는 말 속에 누군가를 샘내지 않고 나는 나로서의 삶을 그냥 행복하게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로 또 같이,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그리고 또 서로의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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