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김가지(김예지) 지음 / 다크호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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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청소일 하는데요? 라는 책을 쓴 김예지 작가의 두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사실 첫번째 책은 나와는 좀 거리감이 느껴지는 - 청소일,이라는 것 때문이 아니라 20대 청춘의 좌절과 꿈, 희망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이미 내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 슬쩍 지나쳐갔다. 이미 오래전에 환경미화원을 뽑는 시험장에 고학력의 청춘이 지원을 하였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스타트업에도 전문청소업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청소일에 대한 관심 역시 그리 크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책은 엄마의 권유로 함께 청소일을 하면서 새삼 느끼게 된 엄마의 모습과 어렸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엄마의 삶은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자식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에 대한 에피소드 역시 내가 그 처지가 되어보지 않는 이상 한번 스치듯 읽고 지나쳐버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도 현재진행형처럼 일어나는 일, 나의 어린 시절엔 어머니가 내 보호자였지만 나이들면서 점차 내가 어머니 보호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른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남과 다를 수 있다는 큰 용기를 가졌다. 부끄러울 것도 없고 스스로에게 떳떳한.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었다. 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 덕분에, 믿음을 주는 사람 덕분에 내 뜻대로 '다르게' 힘차게 용기 내기 시작했다.

삶에서 엄마가 준 가장 큰 선물, 적당히 욕심을 내도 혹은 욕심을 내지 않아도 허점투성이여도 나는 나대로 다를 수 있게 됐다"(133-135)


교원양성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을 하다 나를 임신하고 너무 힘들어서 그때 학교를 그만두신 어머니는 퇴직금도 사기당하고 과수원 판 돈도 이웃에게 빌려줬다가 떼이고. 그래서 한동안 보험아줌마로 생활하면서 소소하게 집안살림에 보태고 회사에서 보내주는 여행도 많이 다니셨다. 어머니가 여행을 좋아하신다는 것은 십여년 전 어머니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고난 후부터 알게 되었다. 걷기 힘들어하면서도 같이 간다면 좋아하셨고 음식이 안맞아 잘 못드시면서도 좋아하셨다. - 물론 휠체어를 끌어야하고 고추장에 김에 밑반찬들을 싸들고 다녀야하는 건 우리 몫이지만 그래도 어머니와 함께 가는 여행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라는 말이 그냥 당연한 말인것으로 쓰윽 넘겨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 똑같이 살 순 없다는 말 속에 누군가를 샘내지 않고 나는 나로서의 삶을 그냥 행복하게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따로 또 같이,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은 독립적인 인간으로 그리고 또 서로의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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