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비밀을 잊어버린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걸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온갖 삶들을 마음속으로 지어내고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게 끝나버린다. 그냥 그렇게 갑자기 딱 멈춰버린 것이다. 놀이의 상실, 놀이의 망각, 나는 그게 바로 일생 중 최악의 날이 아닌가 한다. 누구나 그런 날을 거치게 마련이다. 어느 날 내 차례가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마지막까지, 마지막 날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남김없이 즐겼다. 내가 기록을 세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오랫동안 즐긴 것이다.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느 날 내 또래의 친구 하나가 나를 찾아서 마당으로 왔다가 내가 마들렌, 베르나르와 함께 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쏘아붙였다. 아니 그 나이에 아직도 이런 놀이를 하는 거야? 그렇다. 나는 아직도 그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그런 놀이를 할 줄 모르게 된 그를 동정했다. 나중에, 그 울타리를, 그 경계를 넘어와버리면 끝이다. 다시 뒤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결코. 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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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그리다 - 사랑을 부르는 배종훈의 여행 그림 이야기
배종훈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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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자전거는 뒤틀려 삐걱거렸다. 그래도 달릴 때는 괜찮더니 멈추려니까 위태롭게 흔들렸다.

자전거를 한쪽 벽에 비스듬히 세워두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 삶과 참 비슷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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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적당히 갖고 있을 때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장이 가득차고 책탑이 통행을 방해하기 시작할때쯤 이 책에 언급된 이야기들은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붙박이처럼 내 방에 자리한 책장의 책들은 도무지 변화가 없었는데 2,3년전쯤부터 그 책장을 정리해야하는 필요성이 절박해졌다. 그러니까 가장 가까이에 최근에 읽는 책, 내가 수시로 펼쳐봐야 하는 책을 넣어둬야 하는데 그것을 앉은뱅이 책상에 쌓아놓기 시작하다가 점점 더 많은 책이 쌓이면서 꺼내기 쉽지 않게 되니 그리 되더라.

책장의 책이 자꾸 순환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도.
책을 나름대로 분류해서 꽂아놓는 것이라거나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을 구분하는 것, 여러번 읽게 될 책과 한번으로 끝낼 책... 뭐 대부분은 나 나름대로의 책정리법과 그리 다르지는 않지만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쓰윽 정리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나의 관심분야와 좀 다른 부분도 많고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아서 그리 깊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아니, 뭐라고 해야할까. 내가 정말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거나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할 수 없는 이유를 하나 찾았다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는 책 한권을 놓고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주저없이 사는 것이 답이라고 했다.
아, 그런데 그 문장을 읽을때만 해도 나는 책에 대한 애정이 적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그 글을 떠올리고 보니 오래전에 나는 살까 말까 망설이는 시간도 없이 눈에 들어오는 책은 무작정 다 구입했다는 것이 생각났다. 대부분 눈에 띄는 책은 일단 구입하고 봤는데 언제부터 자꾸 망설이게 된 것일까.
최근에는 도서 정가제 때문일라고...
지금 당장 읽을 책이 아니라면 책값이 변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묵히느니 그냥 나중에 읽을 때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진 것은 집에 책을 둘 공간이 줄어든 이유가 맞물린데다가 십여년 동안 지켜보니 이제는 절판된 책도 다시 읽어 좋은 책들은 언젠가 재출간이 된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있고.

좀 더 일찍 책정리를 시작했다면 좋을텐데 최근 5년 이내의 책들은 조금씩 정리하고 방출을 했는데 더 오래된 책들은 버릴수도 없고 집에서 먼지만 쌓아가고 있어서 슬슬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책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으니 책 방출 속도를 좀 높여볼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지간에.

지금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방에서 꼼짝않고 몇년째 자리마 차지하고 있는 소설들을 밖으로 빼내고 수시로 읽게 될 책을 집어넣어야겠다. 그리고 책탑의 위치와 순서도 좀 바꾸고. 작년부터 나름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만이 아니라 읽지 않은 책들 중에서도 방출할 책탑을 구분해서 3년이 지나면 미련을 버리고 빼야겠다는 결심을 굳혀야지.
하아. 그래도 여전히 나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많은 책을 효율적으로 보관해보기 위해 머리를 굴려보고 있는 중이다. 이놈의 책에 대한 미련을 어찌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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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2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hika님, 새하인사 드립니다.
새해엔 더 좋은 일들과 함께 하시기를 기원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hika 2016-01-02 22:0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새 해 복 많이 나누시고, 늘 행복하시길 바래요. ^^

2016-01-02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주 특별한 선물 - 직접 만들어 보내는 컬러링 & 캘리그래피 카드북
강정아 그림 / 베프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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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북이 있다는 말에 혹해 기다리고 있던 책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성탄이 다 되어서야 책을 받을 수 있었고, 일이 밀려있어서 카드를 쓸 여유가 없을 때 책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성탄 카드를 묵혀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슬쩍 펼쳐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 책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새 해 신년카드가 같이 들어있는 것이다. 성탄이 지났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컬러링하고 만든 카드라고 하면 좋아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면서 마음에 드는 카드를 먼저 컬러링하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첫느낌은 그리 좋지 않았다. 왠지 카드가 너무 비어있는 느낌이 든다고나할까. 기왕이면 카드 한 장에 가득찬 그림이 좋은데 너무 비어있는 여백에 그냥 쓱쓱 컬러링을 하면서 지나쳤는데 막상 컬러링을 하고난 후 카드를 모아보니 나름대로 이쁘게 보여서 가득 채우는 것만이 좋은것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런데 좀 아쉬운 것은 '카드'로 제작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종이가 생각보다 많이 얇다는 것. 대부분 색연필로 컬러링을 하겠지만 수채물감으로 컬러링을 하면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이 책자는 '크리스마스 카드북'이라고 되어있는만큼 종이가 좀 두껍게 제작되었으리라 기대를 하고 수채물감을 준비했는데 그닥 두툼한 종이재질은 아니어서 색연필로만 컬러링을 했다.

아쉬운것도 있지만 반면에 안에 넣을 수 있는 속지라던가 좋은 글귀가 인쇄되어있고 뒷부분에는 캘리그래피로 글자를 따라 그릴 수 있게 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 책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꿀팁으로 봉투제작하는 방법도 실려있어서 완전한 수제카드를 제작하여 발송할 수 있게 되어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부록으로 실려있는 크리스마스 가랜드 장식 보다는 봉투를 제작할 수 있는 색지를 넣은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직접 컬러링한 카드를 받은 이들이 좋아해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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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6-01-02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뻐요. 그러고보니 손으로 만든 카드를 마지막으로 보낸 게 언제인가 싶네요.
 
세계를 읽다, 핀란드 세계를 읽다
데보라 스왈로우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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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핀란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가 이름이 익숙하다고 해서 그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니까. '핀란드'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나라의 특성이나 문화, 사회, 인물들이 아니라 핀란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카모메 식당' 이라거나 만화 캐릭터 '무민'이라거나 몇년 전에 이주해 핀란드 국립오페라단에서 활동중인 친구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핀란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네.

조금은 독특한 여행에세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 중 하나인 '핀란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익숙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온통 낯선 이야기여서 정말 흥미롭게 핀란드를 볼 수 있었다. 간혹 핀란드에 살고 있는 친구의 SNS를 통해 그곳의 풍경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모습과 축제에서 김밥이 엄청 인기있게 팔렸다는 정도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영화 카모메 식당을 통해 보게 된 풍경과 그 영화에 출연했던 일본 배우의 핀란드 여행기를 읽은 것이 전부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핀란드를 경유해 이틀정도 머무르다 온 느낌이 들기는 한다.

 

저자가 첫 핀란드 여행을 앞두고 지도를 펼쳐 핀란드를 찾아보다가 놀랐다는 에피소드를 읽고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핀란드를 찾아내라고 하면 대충 북유럽쪽을 힐끔거리며 어디쯤 위치해있는지 열심히 찾아봐야 찾을 수 있겠다 싶어 지도를 찾아봤다. 러시아와 넓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면서 조금씩 더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이 무뚝뚝해보이고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보이는 것은 지독한 내향성 때문이라는 것이 아주 잘 설명이 되어있다. 그들의 평등의식은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다른 토핑을 모두 빼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다 넣어 주는 것에서도 볼 수 이는데 처음 그 에피소드를 읽을 때, '이런 고지식한'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고지식함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누릴 권리를 다 받은 후 먹고 싶지 않은 토핑을 다 빼놓고 먹을 수 있는 선택을 주는 것임을 알고 생각이 바뀌고 시선이 달라졌다. 그러고보니 처음 핀란드를 대하고, 핀란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에는 왠지 우리와 다른 많은 것들로 인해 당황스럽겠지만 그들과 조금 많이 친숙해진다면 둘도 없이 좋은 사람들임을 알게 되고 정말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겠구나 싶어진다.

 

해마다 휴가를 받아 두어달정도 한국에서 생활하다 가곤 하는 친구가 얼마전부터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핀란드의 복지수준을 가늠해보곤 했는데 역시 내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우나 문화에 대해서도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리 낯설지는 않았는데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구분하지 않아서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유럽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비교하면서 '뭐, 비슷해' 이렇게 말하면 반박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 역시 결코 그들에게 뭐, 비슷하지 않나?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여기서는 오로지 핀란드의 이야기만을 해야겠는데 살기 좋은 곳이고 조용하며 산림이 많고 자연풍광도 멋있을뿐더러 오로라도 볼 수 있는 곳인데 첨단기술이 발달해있어서 숲 속 오지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휴대폰이 터지는 곳?...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텐데도 왠지 이상하다.

그러니까 우울할 것만 같은 북유럽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밝은, 사람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해가 지지 않아 밝아도 너무 밝은데다가 해가 지지 않아 무덥기도 하다는 날씨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를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어서 이 책 한권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온 핀란드가 핀란드의 거의 전부라고 말하면 안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핀란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핀란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 이 모순을 어찌한단 말인가... 아니, 내가 언젠가 핀란드에 가서 직접 느껴보면 되지 않을까? 정말 점점 더 핀란드에 대해 궁금해지고 있다.

덧붙여서. 이 책의 뒷부분에 문화퀴즈가 나오는데 한두문제 정답을 망설이기는 했지만 다 맞췄다. 그만큼 글을 잘 읽은 것인지, 그만큼 예측 가능한 핀란드인과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짧고 굵게 요약되어 있는 '핀란드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은 이 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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