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읽다, 핀란드 세계를 읽다
데보라 스왈로우 지음, 정해영 옮김 / 가지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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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나 역시 '핀란드'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국가 이름이 익숙하다고 해서 그 국가에 대해 아는 것은 아니니까. '핀란드'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나라의 특성이나 문화, 사회, 인물들이 아니라 핀란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카모메 식당' 이라거나 만화 캐릭터 '무민'이라거나 몇년 전에 이주해 핀란드 국립오페라단에서 활동중인 친구이다. 그러고보니 정말 핀란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네.

조금은 독특한 여행에세이 '세계를 읽다' 시리즈 중 하나인 '핀란드'를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익숙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온통 낯선 이야기여서 정말 흥미롭게 핀란드를 볼 수 있었다. 간혹 핀란드에 살고 있는 친구의 SNS를 통해 그곳의 풍경을 보기도 하고 아이들의 모습과 축제에서 김밥이 엄청 인기있게 팔렸다는 정도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고 영화 카모메 식당을 통해 보게 된 풍경과 그 영화에 출연했던 일본 배우의 핀란드 여행기를 읽은 것이 전부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핀란드를 경유해 이틀정도 머무르다 온 느낌이 들기는 한다.

 

저자가 첫 핀란드 여행을 앞두고 지도를 펼쳐 핀란드를 찾아보다가 놀랐다는 에피소드를 읽고 가만 생각해보니 나 역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핀란드를 찾아내라고 하면 대충 북유럽쪽을 힐끔거리며 어디쯤 위치해있는지 열심히 찾아봐야 찾을 수 있겠다 싶어 지도를 찾아봤다. 러시아와 넓은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실감하면서 조금씩 더 핀란드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핀란드 사람들의 성격이 무뚝뚝해보이고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보이는 것은 지독한 내향성 때문이라는 것이 아주 잘 설명이 되어있다. 그들의 평등의식은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 다른 토핑을 모두 빼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다 넣어 주는 것에서도 볼 수 이는데 처음 그 에피소드를 읽을 때, '이런 고지식한'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고지식함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누릴 권리를 다 받은 후 먹고 싶지 않은 토핑을 다 빼놓고 먹을 수 있는 선택을 주는 것임을 알고 생각이 바뀌고 시선이 달라졌다. 그러고보니 처음 핀란드를 대하고, 핀란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을 때에는 왠지 우리와 다른 많은 것들로 인해 당황스럽겠지만 그들과 조금 많이 친숙해진다면 둘도 없이 좋은 사람들임을 알게 되고 정말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겠구나 싶어진다.

 

해마다 휴가를 받아 두어달정도 한국에서 생활하다 가곤 하는 친구가 얼마전부터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보고 핀란드의 복지수준을 가늠해보곤 했는데 역시 내 생각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사우나 문화에 대해서도 노르웨이나 스웨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리 낯설지는 않았는데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구분하지 않아서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그러니까 유럽의 외국인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을 비교하면서 '뭐, 비슷해' 이렇게 말하면 반박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 역시 결코 그들에게 뭐, 비슷하지 않나? 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여기서는 오로지 핀란드의 이야기만을 해야겠는데 살기 좋은 곳이고 조용하며 산림이 많고 자연풍광도 멋있을뿐더러 오로라도 볼 수 있는 곳인데 첨단기술이 발달해있어서 숲 속 오지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휴대폰이 터지는 곳?...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텐데도 왠지 이상하다.

그러니까 우울할 것만 같은 북유럽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밝은, 사람들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해가 지지 않아 밝아도 너무 밝은데다가 해가 지지 않아 무덥기도 하다는 날씨 이야기는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과 오해를 하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어서 이 책 한권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온 핀란드가 핀란드의 거의 전부라고 말하면 안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핀란드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핀란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 이 모순을 어찌한단 말인가... 아니, 내가 언젠가 핀란드에 가서 직접 느껴보면 되지 않을까? 정말 점점 더 핀란드에 대해 궁금해지고 있다.

덧붙여서. 이 책의 뒷부분에 문화퀴즈가 나오는데 한두문제 정답을 망설이기는 했지만 다 맞췄다. 그만큼 글을 잘 읽은 것인지, 그만큼 예측 가능한 핀란드인과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짧고 굵게 요약되어 있는 '핀란드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은 이 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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