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를 때, 그의 내면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20세기 심리학의 성과와 인간의 악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성찰을 경유하는 한 철학자의 사유의 결과물이다.

 

 

 

잔혹함,에 대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실 여름이면 더위를 잊게 해준다는 명목하에 온갖 스릴러가 넘쳐나는데 언젠가부터 그 스릴러는 '공포'를 전해준다기보다는 폭력성의 끔찍함을 전해주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닥 좋지 않다. 이제 여름의 더위를 잊기 위해서는 스릴러가 아닌 코믹을 봐야만 하는 때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제 '미세스 캅'을 봤다. 나오는 배우들이 짱짱한데다 어리버리하게 보이는 손호준이 형사로 나온다니 어째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드라마 인물들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왜 그리 칼이 많이 등장하고 칼에 찔리는 것이... ㅠㅠㅠㅠㅠ 난 칼도 무섭고 피가 흘러넘치는 것도 무섭다. - 사실 그래서 영화 '박쥐'를 볼 때도 빨대로 피를 빨아먹는 그 웃길법도 한 장면이 끔찍해서 고개를 돌렸더랬었는데. 연쇄강간살인범,에게 그 개놈의 자식, 인간도 못되는 이라고 욕하는 것에 괜히 나도 흥분해서 저 미친놈의 새끼를 봤나,라고 방언 터지듯 욕이 나오는데... 아이를 찌르는 장면은 안나온 것이 맞겠지? 그 순간에 잠깐 눈길을 돌렸다가 쓰러진 아이를 보긴 했는데. 범인의 짐승같은 사이코패스를 보여주기 위한 연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섭다. 그렇게 무서웠던 만큼, 잡힐처지에 놓이자 '자수'한다며 투항하고. 그리고 그 짐승보다도 못한 놈을 차마 총으로 쏴버리지도 못하는 심정. 그나마 좀 더 현실적인 대사처럼 들렸던 것은 경찰국장 - 국장일까? 아무튼. '차라리 총을 쏠 꺼라면 아예 제대로 쏴서 죽여버리기나 하지 왜 다리는 쏴서 경찰이 고소를 당하게 만드느냐'는 것.

첫회를 보다 잠깐 졸았고, 두번째도 공들여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리고 순간순간 내 안에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할 때, 나는 어디까지 잔인해지고 악함을 드러낼 수 있을까...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잔혹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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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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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지도 못하는 뜨거운 여름날의 절정에, 가볍게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책에 실려있는 사진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여행에세이니까 그닥 무거운 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펼쳐들었는데 뜻밖의 깊이로 잠시 갈길을 잃었다.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 이어지는 뒷 이야기는 무엇일까. 함께 있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상상을 나누는 것?... 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정답'은 없는 것이니 그 뒷말은 각자가 알아서 생각을 해 볼 일이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따로인 많은 사람들, 또한 다른 시간을 살아가지만 함께인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어쩌면 오늘 혼자가 아닐지도

어쩌면 우린 같은 시간에 함께일지도"

 

여행은 삶이며, 삶이 곧 여행이라는 말은 이 책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는 듯 하다.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그 시간에 맞는 자신의 체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그것이 꼭 여행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다. 생활하는 일상의 삶에서 느끼게 되는 감상과 여행지의 풍경속에서 느끼는 감상은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여행에서 데려온 것은 결국 사람, 사람의 시간'인 것이며 '그 사람의 시간들을 떠올려 닮아가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북적대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일찍 떠나버린 마을버스의 다음 차를 기다리는 것도 저 먼 인도에서 인내심을 갖고 한시간, 두시간, 결국 일곱시간을 기다리고 타아햐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차는 떠났고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 오리라는 것을 알고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저 먼 볼리비아땅에서 우리의 마을버스 노선이 그대로 그려져 있는 버스를 타고 가며 동네를 거닐고 있는 듯 한 느낌도, 여러 나라말로 인삿말이 씌여진 택시를 타고 서울 거리를 가는데도 문득 이방인이 된 듯 외국의 거리를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경계가 있지만 경계가 없는 듯 삶의 시간들이 그려지고 있다.

 

새벽의 시간부터 저녁의 시간까지 하루의 시간을 일년의 시간으로 비유하고, 또 그 시간들은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미래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글과 함께 실려있는 사진들은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어도 끊임없이 많은 말을 풀어낼것만 같고, 이 책이 '그냥'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 에세이임을 새삼 이야기해주듯 한꼭지 - 그러니까 경계를 이루듯 하나의 시간이 지나갈때마다 짤막하게 사진 설명이 되어 있는 전세계의 풍경들은 언젠가 꼭 한번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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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에서 데려온 것은
풍경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시간이다.

그 사람의 시간들을 떠올려 닮아간다.
그 사람들이 떠오를 때,
나는 다시 떠나고 싶어졌다.









산다는 것이 경험인 것처럼
우리가 진정 오래 가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체험뿐이다.

누구의 말도 누구의 경험도
내것이 되려는 순간엔
나만의 체험을 거쳐야 하는 것처럼.
검증이나 확인이 아니라
그냥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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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에 한번쯤 점심을 먹고 나서 동네 산책을 해본다. 출근길의 어느 골목쯤은 올레표시가 되어있는 올레길이라고 하지만 - 지날때마다 가까운 길 두고 먼 길 돌아가게 만드는거야,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어서 그닥 올레길을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 이 뒷골목.

여기에 초가집도 한 채 있고, 이 돌담집의 저 덩쿨은 자주 보던 담쟁이도 아니고, 이쁜 꽃이 피는 등나무도 아닌 바로 청포도! 가까이 가서 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날마다 이 길을 지나다니며 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을 느껴야지, 하고 있다.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백만년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지만, 가끔 동네 정류장에서 보따리 풀어놓고 마당에서 키운 야채를 팔고있는 할머니에게 야채를 사면 덤으로 다른 것들도 막 집어주는데,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그런 것이 떠오른다.

자본주의의 대안... 이제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기가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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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8-03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 돌담, 이뻐요.

chika 2015-08-03 22:01   좋아요 0 | URL
^^
유채를 둘러싼 낮은 돌담은 완전 예술이죠 ㅎ

보물선 2015-08-03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채있을때 또 가야징^^

chika 2015-08-03 22:04   좋아요 1 | URL
눈쌓인 돌담도 예술! ㅎㅎ

보물선 2015-08-03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에두 가야지^^
 
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12권의 책을 읽었다.  자의반 타의반 선정된 도서들이지만 원래 관심이 많은 에세이 분야여서 그런지 생각외의 책선정이 되었다 하더라도 매우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어서 6개월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좋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갖고 있는 책도 있어서 내심 다른 책이 선정되기를 바랐던 적도 있지만 그것은 오로지 책을 두 권 갖게 된다는 이유만으로 피하고 싶었던 책이었지 책 그 자체만으로는 이달의 도서로 선정하고 싶은 책들이었고 개인적으로 선물을 할 수 있는 책이 생겼다는 마음이어서 좋기도 했고. 아, 그러니까 다음에 신간 평가단 모집이 있으면 또 신청을 하고 싶어진단 말이지. 다시 뽑아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모든 책이 다 좋았지만 별 기대가 없었는데 예상외의 독서의 즐거움을 준 책들은 [조지프 앤턴] [오늘 내가 사는게 재밌는 이유] [나는 왜 쓰는가] [다정한 편견]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악마의 시를 읽어보지도 않고, 그러니까 살만 류시디라는 작가에 대해 그닥 잘 알지도 못하고 있을뿐더러 그의 사적인 생활을 적은 자서전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글을 통해 '조지프 앤턴'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년을 살아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작가의 삶과 사상의식에 대해, 자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그가 쓴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은 또 [다정한 편견]을 읽으면서이다. 손홍규 작가의 소설들은 어떤 느낌일까. 무척 궁금해졌다. 물론 한창훈 작가의 다른 소설들은 이미 읽었기에 한창훈 작가에 대해서는 궁금증이라기보다는 역시 글을 읽는 맛이 나는구나,라는 즐거움으로 책을 읽었고.

기대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왠지 예상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 같고, 서평을 쓰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기피하고 싶었던 책은 [오늘 내가 사는게 재밌는 이유]와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이다.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이고 나 역시 대강은 안다고 생각했지만 두 분이 직접 주고받은 편지글을 읽는것은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고 생각이 깊어지게 하고있다.

이 중에 가장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리라 예상을 하며 굳이 글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읽는 순간 이야기속에 빠져들었고, 처음으로 내가 읽은 책을 어머니에게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렸던 책이 [오늘 내가 사는게 재밌는 이유]이다. 옳은 말, 바른 말을 빤하게 써내려간 글이 아니라 자신의 체험을 솔직 담백하게 적어내려가고 있어서 나이드신 어머니도, 나이어린 친구도, 나 역시 공감하며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아무튼 신간평가단이 추천을 하여 선정하는 도서,이고 내가 추천한 도서가 아닌 다른 도서가 선정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왠지 내가 추천한 책들 중 어느 한 권이 선정된 것 마냥 좋았던 책들뿐이어서 15기 에세이 분야의 신간평가단으로 활동한 기간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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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8-0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들이 다 좋다!!!

chika 2015-08-03 09:47   좋아요 1 | URL
그죠? 특히 조지프 앤턴은 책값이 비싸서 완전 망설이고 있던 책인데. 읽고나니 막 추천하게 되는 책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