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 여행 후에 오는 것들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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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지도 못하는 뜨거운 여름날의 절정에, 가볍게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을 책에 실려있는 사진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여행에세이니까 그닥 무거운 이야기가 담겨있지는 않겠지,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펼쳐들었는데 뜻밖의 깊이로 잠시 갈길을 잃었다.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 이어지는 뒷 이야기는 무엇일까. 함께 있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의 상상을 나누는 것?... 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정답'은 없는 것이니 그 뒷말은 각자가 알아서 생각을 해 볼 일이다.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따로인 많은 사람들, 또한 다른 시간을 살아가지만 함께인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어쩌면 오늘 혼자가 아닐지도

어쩌면 우린 같은 시간에 함께일지도"

 

여행은 삶이며, 삶이 곧 여행이라는 말은 이 책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에 그대로 녹아들어있는 듯 하다. 하루의 시간을 쪼개어 그 시간에 맞는 자신의 체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는데, 그것이 꼭 여행이야기인 것만은 아니다. 생활하는 일상의 삶에서 느끼게 되는 감상과 여행지의 풍경속에서 느끼는 감상은 서로 다른 듯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여행에서 데려온 것은 결국 사람, 사람의 시간'인 것이며 '그 사람의 시간들을 떠올려 닮아가고 있기'때문일 것이다.

 

북적대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일찍 떠나버린 마을버스의 다음 차를 기다리는 것도 저 먼 인도에서 인내심을 갖고 한시간, 두시간, 결국 일곱시간을 기다리고 타아햐는 기차를 기다리는 것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기차는 떠났고 기다리고 있으면 분명 오리라는 것을 알고있으면 된다는 이야기도, 저 먼 볼리비아땅에서 우리의 마을버스 노선이 그대로 그려져 있는 버스를 타고 가며 동네를 거닐고 있는 듯 한 느낌도, 여러 나라말로 인삿말이 씌여진 택시를 타고 서울 거리를 가는데도 문득 이방인이 된 듯 외국의 거리를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경계가 있지만 경계가 없는 듯 삶의 시간들이 그려지고 있다.

 

새벽의 시간부터 저녁의 시간까지 하루의 시간을 일년의 시간으로 비유하고, 또 그 시간들은 우리 삶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며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미래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글과 함께 실려있는 사진들은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어도 끊임없이 많은 말을 풀어낼것만 같고, 이 책이 '그냥'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 에세이임을 새삼 이야기해주듯 한꼭지 - 그러니까 경계를 이루듯 하나의 시간이 지나갈때마다 짤막하게 사진 설명이 되어 있는 전세계의 풍경들은 언젠가 꼭 한번 그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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