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문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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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언제나 반갑다. 가끔은 장르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하게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를 생각해보면 한 권의 소설로서 손색이 없기때문에 이젠 그만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가도 새로운 작품이 나오면 계속 읽게 되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밀려드는 이 답답함을 어찌하나...오래 전 읽은 백야행보다 더한 감정이었다. 아니, 그렇다고 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다. 술술 읽히지만 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자꾸만 치밀어오르는 답답함과 분노의 감정이 힘들다는 것 뿐이다. 소설은 소설일뿐이라지만.

그리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주인공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의 모습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기나긴 삶의 여정을 지나오면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추악한 모습과 그에 희생되는 모습까지.

 

이 소설의 내용은 주인공 다지마의 인생이라고 할수있겠다.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풍족하게 지내던 다지마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어머니가 할머니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부모가 이혼을 하게 되고 이후 병원운영이 안되면서 집도 팔아 넘기게 되고 급기야 여자에게 빠져든 아버지로 인해 전 재산이 사라지고 아버지마저 사라져버려 다지마는 친척집을 떠돌며 생활해야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떠돌았던 소문으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집안 형편으로 인해 전학을 가게 되면서 완전히 뒤바뀐 삶을 살아가야 했던 다지마에게는 그럼에도 항상 곁에서 변함없이 친구가 되어주는 구라모치가 있다. 그런데 그 관계가 묘하다. 뭔가 구라모치에게 말려드는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관계를 끊어낼 수 없는 다지마는 그로 인해 삶의 방향이 자꾸만 틀어지는 것을 깨닫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만 간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다지마와 구라모치의 관계에서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 둘의 삶의 행적에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부조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 사기수법과 거짓으로 일관된 생활은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현실감때문에 더 격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뫼비우스의 띠처러 반복되는 다지마의 삶과 그의 삶에 끼어들어 자꾸만 어긋나게 만드는 구라모치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절대 저렇게는! 하고 외쳐보지만 실제로 - 이런 극단적인 상황설정이 아닌 상태라면 - 나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사기와 거짓으로 좌절한 것을 기억하는것만 해도 ....

 

지독한 악의 모습에 책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지독한 악의 모습 만큼이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삶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모습이 너무 답답해서라도 책을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야기의 마지막을 알고 나니 더욱 찜찜하다. 그리고 '살인의 문'을 떠올린다. 살인의 문 앞에 서 있는 건 누구인지, 과연 그는 살인의 문을 넘어서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책을 읽어보고 알게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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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글을 쓰려고 했는데 기사단장 죽이기 리커버 표지가 보이길래 그냥 쓰윽.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제대로 읽어본 기억이 없다. 단편과 에세이는 읽었는데 솔직히 소설은 아주 재밌다는 생각을 못하겠고, 에세이는 심심하게 읽다보면 그냥 스며들듯이 재밌게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니, 그런데. 리커버 표지가 눈에 확 띄는 이유는 이 역시 내 취향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니 그 이전에 소설을 읽을지는 모르겠는 이 시점에 이게 뭔 상관인가.

 

 

해마다 생일 즈음이면 그 핑계로 당당하게 책을 사곤 했는데 올해는 어쩐지 영 모든 것에 다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한순간에 화악 타오르듯이 수십권의 책을 다 읽을듯이 열을 올리다가도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열의가 식어 책을 펴면 졸음이 쏟아지고...

이럴때마다 정말 책읽기보다 책사재기를 더 좋아하는거 아닌가 확신하게 되는...

그래도 내 생일선물로 뭔가를 하고 싶은데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븐을 사서 구움과자와 써니브레드는 꼭 만들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에 쌓아둔 요리책, 제과제빵책이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 잘 먹지도 않는 고기요리책과 이젠 집에서 만들지 않고 사먹기만 하게 된 김치만들기 책도 있는데 실용서를 제대로 보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슬슬 이것들도 정리를 해야되려나.

 

 

 

 

 

 

 

 

 

 

 

 

 

 

 

 

 

그리고 또 읽어야 할 책들.

마루에 쌓아둔 책탑 두개를 치웠더니 갑자기 훤해진 느낌인데 또 금세 책탑이 쌓이겠지. 그 이전에 욕심이 좀 시들해졌을 때 방출할 책을 빨리 갖고가버려야겠다. 근데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꺼내는 건 아직 쉽지가 않다. 밖으로 보이는 것들은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고 읽은 책들은 소장하고 싶은 욕심에 과감히 비우기가 함들어. 오십여권을 집으로 들이고 삼십여권을 내보냈으니 그래도 집에 쌓이는 책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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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9-13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춘수샘은 한물 간 것 같아요.

기사단장도 작년에 블로그 이웃님이 선물해
주셔서 부리나케 읽기 시작했는데 상권만
읽고 하권은 미처 다 읽지 못했네요...
미안해라.

<상실의 시대>도 한참 뒤에 읽어 보니 스타일
이 참 후지구나 싶더라구요. 흘러가는 강물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chika 2018-09-13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친구가 선물해주겠다고 했는데 못읽을것같아서 사양했어요. 가끔 그냥 선물받아서 읽어볼껄 그랬나 싶었는데.
재밌게 읽었다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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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티비를 보다가 현직 형사들의 모습을 보게 된 적이 있는데, 실제로 형사들의 모습은 그냥 따로 떼어놓고 보면 조폭이라 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날카로운 눈빛과 싸움이 몸에 밴 듯한 모습이었다. 농담처럼 강력계 형사와 조폭은 한끗차이가 아니겠냐며 웃었는데 실제로 그들도 농담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독한 늑대로 비유된 강력계 수사2과 형사 오가미의 등장을 보면서 예전의 그 한끗차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야쿠자와 경찰의 경계에서 똑똑하지 못해 경찰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버지가 경찰이었기에 그 길을 따라 경찰이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모습도 그렇지만 하는 행동마저 야쿠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오가미 형사의 모습은 신입 형사 히오카의 눈에는 도무지 이해하 수 없는 영락없는 야쿠자다. 히로시마 대학을 졸업했지만 커리어로 경위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시험을 치르고 말단 경찰부터 시작한 히오카는 첫 부임부터 악명높은 오가미의 부하로 들어가게 되고 경찰이라기보다는 야쿠자처럼 행동하는 오가미의 모습에 당황한다. 이것이 반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일줄이야.

사실 군데군데 행이 삭제된 사건일지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 처음엔 그것조차 예전의 기록인가 싶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날짜를 확인하기까지 했는데 사건의 전개를 정리해주는 듯한 사건일지 역시 대반전의 복선을 암시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형사지만 야쿠자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돈도 받아 축적하고, 수사를 할 때도 법의 테두리가 아니라 야쿠자처럼 협박과 폭력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오가미는 경찰과 야쿠자의 관계가 서로 공생하는 관계라는 역설을 주장하며 야쿠자 조직에 협력하기도 한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히오카는 위법 행위를 서슴지않고 하는 모습에 당황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지만 차츰 그 이면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야쿠자가 실질적인 운영자인 금고의 대부업계 직원 우에사와 실종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그 배후가 되는 야쿠자 조직의 뒤얽혀있는 팽팽한 세력 다툼과 그 힘의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시민들의 안전을 도모해야한다는 오가미 형사의 활약으로 이야기는 진행되어가는데, 작가의 촘촘한 사건 구성이 돋보인다.

그냥 경찰 소설이라고만 생각하고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야쿠자같은 형사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드러나지 않아 청렴하게 보이는 경찰 고위 간부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서 정의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반전이라는 표현보다는 말 그대로 예측불허의 결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고독한 늑대의 피'는 빨려들어갈듯이 이야기를 읽게 되는데 결말을 향해 갈수록 더 생각이 많아지고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 구성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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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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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평소 억지로라도 잠을 자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이날은 왠지 그냥 깨어있고 싶었다. 그래서 손에 잡은 책이 좀도둑 가족. 아니, 어쩌면 읽다가 놓아둔 좀도둑 가족을 읽고 싶어서 깨어있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쓸쓸할 것만 같은 예감에, 이 쓸쓸함을 읽고난 후 한잠 자고 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으려나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좀도둑 가족은 정말 말 그대로 좀도둑질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니, 여기서 새삼 '가족'에 대해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할머니와 부부, 두 아이로 이루어진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는 이들은 실제로 혈연관계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다. 파친코에서 우연히 만나 따라왔다가 함께 살게 되고, 집에서 가출한 후 함께 살게 되기도 하고, 납치 아닌 납치처럼 부모를 잃고 함께 살게 되기도 한 가족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이들에게 얽혀있는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데......

 

오히려 처음 좀도둑 가족의 마트에서 물건을 쓸쩍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좋았다. 아니, 좋았다, 라고 표현하면 뭔가 이상하구나. 그렇게 말하고 싶을만큼 이들이 각자 품고 있는 아픔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짙어져만 갔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혈연으로 이어진 부모는 딸의 가출을 외면한체 잘 살아가고 있고, 상습적으로 딸을 폭행하는 부모는 아이가 사라져도 신고조차 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고...

그런데 이들 좀도둑 가족은 이상하게도 더 강한 가족의 유대감으로 뭉쳐있다. 어느날 집으로 오게 된 막내 유리를 위해 노란 수영복을 사고 온가족이 다 바닷가로 놀러가는 모습은 그 어느 가족보다 더 행복해보였다.

도대체 이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버림받은 기억의 아픔은 자그마한 꼬맹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랑한다면 꼬옥 안아주는 거라는 말, 아빠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진짜 아빠의 모습으로 보이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살이를 하는 마음이 더 가족으로 느껴진다. 혈연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우리에게 이들 좀도둑 가족의 모습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느껴질까...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섬세하게 표현해 글로 그려낸 가족의 의미와 그 깊이를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할뿐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분명 책을 읽고난 후 보게 되는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테니 더욱 좋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쓸쓸함과 슬픔이 감돌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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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쿠폰을 쓰고, 이제 9월의 쿠폰을 기다려봐야하는 시기. 책을 정리하기 전에 구입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자꾸만 읽고 싶은 책들이 나오니 정말 큰이이다. 아니, 무엇보다도 더 큰일은 책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 오늘도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책 한권을 반도 못 읽고 옆에 치워두고 있다. 아직까지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깊이 잠들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오랜시간 잠드는 것이 힘들다. 두어시간 자면 깨고, 오전이나 한낮에 갑자기 너무 피곤해 누우면 잠이 들어서 십여분 후에 깨나곤한다. 잠깐의 피로는 풀리지만 그것으로 쌓여있는 피로감이 풀리지는 않는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피곤하고 힘이 드는지.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이젠 이렇게 앉아서 컴퓨터를 하는 것도 힘들다는 느낌이.... 드러누워서 다시 폰을 들여다보고. 그러다 보니 또 책읽기는 미뤄지고. 아, 어쨌거나 오늘 읽던 소설은 오늘 끝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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