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 가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6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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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평소 억지로라도 잠을 자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이날은 왠지 그냥 깨어있고 싶었다. 그래서 손에 잡은 책이 좀도둑 가족. 아니, 어쩌면 읽다가 놓아둔 좀도둑 가족을 읽고 싶어서 깨어있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쓸쓸할 것만 같은 예감에, 이 쓸쓸함을 읽고난 후 한잠 자고 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으려나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좀도둑 가족은 정말 말 그대로 좀도둑질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니, 여기서 새삼 '가족'에 대해 언급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할머니와 부부, 두 아이로 이루어진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는 이들은 실제로 혈연관계로 이어진 가족이 아니다. 파친코에서 우연히 만나 따라왔다가 함께 살게 되고, 집에서 가출한 후 함께 살게 되기도 하고, 납치 아닌 납치처럼 부모를 잃고 함께 살게 되기도 한 가족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어 가면서 이들에게 얽혀있는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데......

 

오히려 처음 좀도둑 가족의 마트에서 물건을 쓸쩍하는 기술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 좋았다. 아니, 좋았다, 라고 표현하면 뭔가 이상하구나. 그렇게 말하고 싶을만큼 이들이 각자 품고 있는 아픔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짙어져만 갔다.

그리고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일까...

혈연으로 이어진 부모는 딸의 가출을 외면한체 잘 살아가고 있고, 상습적으로 딸을 폭행하는 부모는 아이가 사라져도 신고조차 하지 않고 평소처럼 지내고...

그런데 이들 좀도둑 가족은 이상하게도 더 강한 가족의 유대감으로 뭉쳐있다. 어느날 집으로 오게 된 막내 유리를 위해 노란 수영복을 사고 온가족이 다 바닷가로 놀러가는 모습은 그 어느 가족보다 더 행복해보였다.

도대체 이 느낌을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까.

버림받은 기억의 아픔은 자그마한 꼬맹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사랑한다면 꼬옥 안아주는 거라는 말, 아빠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절대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진짜 아빠의 모습으로 보이고, 자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살이를 하는 마음이 더 가족으로 느껴진다. 혈연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우리에게 이들 좀도둑 가족의 모습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나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느껴질까...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섬세하게 표현해 글로 그려낸 가족의 의미와 그 깊이를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할뿐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는데 분명 책을 읽고난 후 보게 되는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가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테니 더욱 좋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물론... 쓸쓸함과 슬픔이 감돌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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