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혼자 밥 먹기 혼자 밥 먹기 시리즈 2
강문규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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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영역에서일뿐이고 밖에 나가서 혼자 밥을 먹거나 여행을 혼자 떠나는 것도 하지 못한다. 동네 골목골목을 산책하듯이 걸으며 이쁜 공간을 발견하거나 맛있어 보이는 밥집을 발견해도 선뜻 들어가지 못해 다음에 누군가와 약속을 하게 되면 그곳으로 찾아가곤 하는데 심지어 책방이나 소품가게 조차 혼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해서 새로운 가게가 생겨 가보려고 하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우리 동네도 아니고 오사카에서 혼자 밥 먹기, 라니. 내가 시도해보기는 틀렸구나, 싶은 생각에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문득 이 책을 '혼자' 밥 먹기의 '혼자'라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마음 편히, 좋은 곳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의 발견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가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은 유명관광지를 벗어나 오사카를 동네 산책하듯이 다니다가 이 곳 괜찮아 보이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 길을 멈추고 들어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차를 마시거나 배가 고플때 쯤 이 곳 음식은 어떨까, 라는 기대에 들어가 주문을 하는데 그곳이 바로 동네 현지인들의 핫플레이스임을 알게 되기도 하고 우연찮게 들어간 곳이 정말 맛있는 맛집일수도 있는 그런 곳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한번쯤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드시 가야만 하는 그런 곳, 하지만 기회가 되면 그래도 가보면 좋을 것 같은 그런 곳 말이다.

 

먹을거리만이 아니라 볼거리도 같이 소개를 해 주고 있는 공간도 많다. 헌책방과 함께 운영되는 까페 - 심지어 커피 맛도 좋다고 하는데, 사실 일본은 유명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골목이나 동네마다 주인이 직접 커피를 내리는 곳이 많고 그런 곳의 분위기도 좋아서 숙소 근처에서 그런 곳을 발견하면 괜히 덤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좋다.

얼마 전부터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소화시킬 겸 남은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사무실 근처 골목길을 마구 다니면서 새로이 생긴 까페나 소품가게를 찾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비슷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오사카에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여행 계획이 구체화되면 떠나기 전에 이 책을 한번 더 훑어보고 관심이 있는 책방이라거나 저자의 표현으로 '사랑스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가득한 까페' 미모사 같은 곳은 따로 메모를 해서 찾아가보고 싶다. 그전에 우리 동네에 인도 음식 전문점이 생겼는데 그곳을 먼저 가보게 된다면 교토에 있는 전통 인도식 카레를 맛볼 수 있는 아잔타에도 가볼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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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자인 1 지식을 만화로 만나다 1
김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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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로 읽는 현대 디자인의 지도,라는 부제가 달렸는데 말 그대로 디자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기 전에 목차를 보며 내용을 살펴보다가 디자이너에 안도 다다오가 있고 또 건축 항목이 따로 되어있는 것을 보고 디자인이라고 했을 때 건축을 떠올려본 기억이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래서인지 좀 더 다양하게 열린 마음으로 느긋하게 책을 펼쳤다.

 

처음 이 책의 초판이 나왔을 때만 해도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할 얘기가 많았고,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와 설명은 제법 신선한 지식이 될만하다고 여겨졌는데 채 십년이 안되어 디자인에 쏠렸던 시선이 분산되고 하락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이 전문적인 영역의 디자인이 대중의 눈높이로 맞춰지고 소비만 하던 대중이 생산과 설계까지 해내게 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의 시대에 맞게 이 책을 새로 엮어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디자인을 우리 가까이하게 해 준 것에는 저자처럼 우리가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디자인을 글로 풀어낸 것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는 내가 지나치다가 디자인이 어떤지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화로 짧게 여러분야에서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역사와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는데 사실 짧은 만화컷 몇개로 핵심만을 끄집어 내어 설명하고 있는 것은 저자의 역량이 아닐까 싶어진다. - 사실 이건 알고 있는 몇몇의 에피소드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더 그 빛을 발했다.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부분까지만이었다면 그저 이 책은 재미있게 잠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본문의 내용을 읽은 시간만큼이나 뒤에 첨부된 P.S 디자인을 천천히 읽었는데 디자이너에 대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저자가 생각하는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디자이너라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소명을 밝혀야 하고 사회와 문화에 대한 견해를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누구를 주된 클라이언트로 삼을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270)라며 선택은 자율이라고 하지만 바우하우스에 모인 디자인 선배들의 사진 속 표정을 꼭 다시 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있다. 사실 그건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우리도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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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왔던 책이더라구요 :>

리뷰도 썼으면서 몰랐다니 그것 참.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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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소설가가 요리를 한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가 요리를 하게 된 것은 -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이 된 것은 '그가 요리를 해 주는 그녀'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표현되는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이며 아픈 그녀를 위해 중년이 되어서야 요리를 배우며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그냥 단순히 이건 또 하나의 요리책, 그러니까 줄리언 반스의 레시피, 정도의 책인 줄 알았다. 뒤늦게 시작한 요리배우기이니 나도 희망을 갖고 요리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아, 그런데 또 이따위 책이라니. - 이건 한탄의 소리가 아니라 책 제목의 라임을 맞춰보려고한 것일뿐 절대 이따위 책은 아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는 뜻일뿐. 말이 나온김에 책 제목을 다시 봤다. 책의 원제는 정말 영국스러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번역서의 책 제목이 왜 이래,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딱 그 느낌이 남았다. 줄이언 반스 역시 부엌에서 책을 통해 요리를 배우며 되내었을 말이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요리책을 읽긴 해도, 그건 그냥 영감을 얻기 위한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다. 그런 사람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당신이라면 그저 영감이나 얻기 위해 법규를 대충 훑어보는 사람을 변호사로 고용하겠는가? (34)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이다. 아니, 뭐 비슷한 느낌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던 것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책을 읽는 것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내 생각을 콕 끄집어내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맞장구를 치는 느낌이다.

게다가 요리책을 이것저것 구비하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에 막 공감을 하고 있는데 문득 한때 우리에게도 옛 레시피 책이 유행했던 것이 기억났다. 다행인 것은 당시 나는 요리보다는 책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책'으로서의 관심을 갖기만 하고 말았을뿐이라 그리 큰 실망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리책을 처음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볼 때 중량과 비율을 맞춰가며 열심히 따라해보려하지만 처음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그래도 이미 시작한 요리이니 끝까지 만들었는데 그 결과물의 맛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사실 처음의 명목은 어머니를 위한 요리였지만 결국 내가 만든 요리는 나 혼자 다 먹는다를 실행했을 뿐이었던 것도.

여러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읽히지만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이틀 전에 미리 집의 식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 주문을 하고 집에서 익히기만 하면 되는 메인 요리를 내어 대접한 에피소드의 결과는...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일 것일지. ㅎ)

 

"요리한다는 것은 법석 떠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138)

자, 이제 나도 한번 법석을 좀 떨어볼까?

 

 

 

덧. 아무리 살펴봐도 삽화가가 누구인지 책에는 없다.

덧2. 치커리를 반토막 내어 40분간 익힌다고? 내가 아는 치커리가 아닌가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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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커리를 아마 곤죽으로 만드는 레시피
인가 봅니다 ㅋㅋ
 

 

 

 

 

 

 

 

 

이미 좀 시간이 지났으니 기왕 기다린 것,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자. 책도 안사버릇하니 안사는게 가능하기도 - 아, 이건 좀 보류해야할 문제다. 그 사이에 내가 책을 한 권도 사지 않은 것도 아니고. 꼭 읽고 싶은 책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꽤 많은 책을 받았고. 중간중간 읽고 싶은 책도 많이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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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되더구라구요...

오늘도 알라딘에 가서 두 권 질렀습니다.
 
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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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배웅불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제목에 어떤 의미부여가 되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 한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굳이 배웅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 아니, 이야기의 마무리즈음에 일본의 오봉 축제때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로 피우는 불을 배웅불이라고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아니, 일본에서는 다들 아는 의미이며 이건 역자의 설명이다. 그저 스치듯, 이 이야기의 화자가 지나가며, 약간 치매증상이 보이는 이웃 할머니가 저녁이 아닌 환한 대낮에 배웅불을 놓았다는 장면이 나올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에 지푸라기 인형이 활활 타오르는 유등놀이의 풍습이 더이상 축제의 한 놀이처럼 보이지 않고 세 사람 중 첫번째 사람을 먼저 태워 죽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아유무의 시선뿐만 아니라 온전히 아유무에게 동화되어 그 불길이 실제처럼 느껴져버린다.

 

종합상사에 다니는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인해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함께 다녀 아유무 역시 그에 따른 전학을 자주 가게 된다. 흔히 그렇게 전학을 자주 다니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고 전학생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있어 왕따가 될 수도 있는데 아유무는 큰 탈없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새로 전학한 중학교는 1년이 지나면 폐교하게 될 자그마한 학교로 학급에 남학생이 6명뿐이다. 그중에 리더격인 아키라와 온갖 내기에서 불운의 아이콘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미노루의 관계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처음엔 객관적인 느낌으로 친구들과의 일상이 묘사되다가 조금씩 친구들의 행동이 지나치게 폭력적이 되어가면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미노루에 대한 동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부디 나만은 아니길 바라는 조바심 어린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아키라의 부정직한 손놀림에 더 기대게 되기 시작한다.

 

배웅불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를 읽고나면 그 세밀한 묘사에 감탄을 하게 된다. 시골 농촌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속에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풍습이, 오랜 세월 사용되어온 농기구가 어떻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는지 직접 책을 읽어본다면 새삼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건 표현에 대한 감탄뿐만 아니라 그 묘사 속에 담겨있는 세상의 부조리한 악, 그것이 내게 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모른척할 수도 있으며 또한 그것이 악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세상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소설이 아닌 현실세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

 

여러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할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것이 다 뒤섞여버리고 있다. 오로지 아유무의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문득 아유무 역시 지극히 타인화된 사적인 시선일뿐이라는 걸 느꼈을 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재조립되며 다시 읽히게 된다. 짧지만 길게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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