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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의학의 역사 - 개정판 ㅣ 한빛비즈 교양툰 14
장 노엘 파비아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조한나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11월
평점 :
의학의 역사를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만화로 그려진 이 책은 가벼운 의학의 역사 개론서로 읽기에는 딱 좋은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그 의학의 역사 일반적인 내용뿐 아니라 예상치못한 법의학, 사회보장제도와 병원의 역사, 교회와 의학의 관계, 간호사, 식이요법에 이르기까지 의학과 관련된 과학의 발전과정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제도까지 다 아우러 설명하고 있다.
해부에서부터 시작해 절단에 의한 감염예방, 혈액순환의 이론에서 시작된 장기의 기능과 헌혈, 장기이식의 역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연구와 우연히 발견한 방사선 등의 내용은 현대의학에서는 정말 당연하게 생각되는 치료가 어떻게 지금 우리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으며 살려내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때 의사가 되는 것이 성공하는 삶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 물론 지금도 역시 그러겠지만 험하고(!) 힘든 수술을 해야하는 외과의사는 줄어들고 있는 현재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과거 외과적 의술이 이발사들의 역할이었다는 것이 좀 이해가 된다. 라틴어를 읽을 줄도 모르고 쓸 줄도 모르는 이발사들이 폄하되기는 했지만 칼 사용을 가장 잘하는 그들이 모든 외과 수술을 하고, 가톨릭 교회내에서 수도사들의 의학적 외과수술을 금하게 되면서 의학에서 외과수술이 완전히 분리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외과의사들은 한편으로 정말 뛰어난 기술자(!)라고 할수도 있을까, 싶다.
베살리우스는 집 앞의 교수대에서 교수형을 당한 시신들이 까마귀밥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인체의 분해 과정에 흥미를 갖고 의학을 공부하여 인체의 해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1543년 인체의 구조에 관하여]라는 책을 저술하여 학술적으로 '해부학'을 학문으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사실 이렇게 인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면서부터 의학의 발달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런 업적을 가진 그 역시 살아있는 사람을 해부했다는 혐의로 처형되고 말았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병원을 자주 다니다보니 아무래도 관련있는 내용을 더 자세히 보게 되기도 했는데 신장의 장기 이식에 대한 내용이라거나 와파린에 대해서는 또 새롭게 알게 되었다. 마침 오늘 어머니 모시고 정기검사를 했는데 한달동안 와파린을 전혀 안드신 수치가 나온다며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를 거듭 확인하였다. 매일 챙기지는 못하지만 약은 잊지않고 드시는 걸 알고 있기에 혹시나 이제 와파린의 약효가 전혀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불안해지고 있다. 그보다 백배는 비싼 약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아마 어머니에게는 고려되는 범위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보니 이 책은 알고 나면 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의학의 역사 개론서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화로 대충 그려 쓴 글 같지만, 곱씹을수록 대단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여성의사에 대해서도 하나의 장을 할애하여 말하고 있는데 최초의 여의사로 알려진 아테네의 아그노디케는 그 유능함을 알아본 시민들에 의해 의술을 계속 행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모든 것을 다 의미있게 받아들이게 된다.
일반인인 나로서는 사회보장제도와 인간중심의료와 병원의 역사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있는데 의학의 발달이 인류모두에게 이로운 것이 되기 위해서는 특히 더 보완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에 살면서 백신만이 답은 아니겠지만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했을 경우 일부 부자들, 부자 나라만 치료제를 점유하고 제약회사가 이익을 위해 고액판매만을 하게 된다면 의학의 발달이 무슨 의미가 되겠는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