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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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면 어머니는 쉰다리를 만들어 드시곤 했다. 내가 어렸을 적엔 쉰밥과 누룩으로 만드셨겠지만 요즘은 쉰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오래된 쌀이나 맛없는 쌀이 생기면 그것으로 만드신다. 단맛에 너무 길들여져서 그런지 어머니가 만드신 쉰다리를 먹을 땐 좀 시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그리 썩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시골 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를 읽다보니 갑자기 쉰다리가 먹고 싶어진다. 발효시킨 균으로 맛을 내고 건강을 지켜주는 공통점이 있는 좋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는 8년 전 다루마리의 성공 이후 모든 것이 다 잘풀릴 줄 알았지만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빵집을 정리하게 되었고 아이들의 교육과 새로운 좋은 균을 배양하기 위한 환경을 찾아 지즈초에 자리잡게 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일상에서 깨닫게 된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맥주제조를 하면서 숙성시키고 묵힐수록 더 맛있어진다는 이야기는 알콜을 잘 못먹는 나도 한번쯤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기준에 맞춰진 맛이 맛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연속에서 상한 음식이지만 또 그것을 누룩과 같이 발효시켜 몸에 좋은 균을 만들어내는 쉰다리가 더 좋은 것이고 더 맛있는 것인데 대기업이 만들어내는 강한 단맛의 요거트에 너무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지 못하는 것과 같이 비교해 생각해보게 된다. 


자연 환경뿐 아니라 빵을 만들고 균을 배양하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푸른곰팡이가 생기고 농약살포 후 검은곰팡이가 생겨버리기도 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신기하기도 하지만 자연의 모든 이치가 좋은 기운과 나쁜 기운을 알아채고 그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라 생각하면 균의 배양만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해보게 된다. 


누룩균을 배양하는 과정과 세계관을 연결시켜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를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다. 그중에서 가장 새롭고 강하게 남은 이야기는 칼럼의 한 꼭지다. 아기 기저귀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기에게는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아기 역시 요강에 소변을 보게 하거나 하루에 한번 변을 보게 하면 더 위생적이고, 무작위적인 생리현상을 조절하지 못할 것 같은 아기가 대소변을 가리고 시간과 장소도 가릴 줄 알며 축축한 기저귀가 없으면 아기의 기분도 상쾌할 것이라는 체험담은 좀 놀라운 이야기였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자연의 논리, 자연의 순리에 맞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극히 일부분만을 언급했지만, 인간답게, 나답게 서로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조금 깊이있게, 결코 그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도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우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어 누구나 한번쯤은 이 이야기들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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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2-02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쉰다리가 뭔지 궁금해지네요.

chika 2021-12-03 15:53   좋아요 0 | URL
저도 만들어본적이 없어서요...
쌀밥이나 보리밥에 누룩 넣고 발효시켜서 끓여 마시는 것 정도로 알고 있어요. - 레시피를 들어보기는 했었는데;;;
누룩 사오라는 심부름은 많이 해봤는데말이죠 ㅎ
장건강에 즉효입니다. 전 좀 시큼한 맛이 나서 맹맹하게는 안마시고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