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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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해야되는 일 없이 뭘 할까,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가 엄청나게 감동적이고 믿을 수 없게 대단한 작품이라면 그 벅찬 느낌에 영화에 대한 느낌을 말하지 못해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하고 '꼭 봐야돼!'를 외치게 되는 경험을 해 본적이 있는지.
나는 가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렇지만, 책을 읽고나서도 그런 경험을 한다. 막연히... 집어든 책이 아주 좋았을 때, 책을 다 읽고 차분해질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내 안에 담긴 말이 허공을 맴돌아버리고만다.
지금의 내 느낌이 그렇다.

소설이, 소설책이 이럴수도 있는거였다.
뭔가 특별해보이고, 재미있어 보이는 편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 자체가 소설책의 일부인것을 책을 읽으면서야 알았다. 더구나 이 소설,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괜찮을거야'라는 생각만으로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 사실 '재미있을꺼야'라는 생각을 확고히 하면서 읽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슬프다는 느낌이 들어버리는 것을 어쩌지 못해 읽던 책을 덮어버리고 잠을 자버리고 말았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사진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랐고, 여백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책을 다 읽은 지금까지 중간의 그 기나긴 숫자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지만 가만히 되돌아보면 볼수록 이 한 권의 책 안에 담겨 있는 것이 너무 많아 내 몸이 자꾸만 무거워지고 있다. 나를 짓누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내 무게는 자꾸만 무거워지고 있어. 하지만 조금씩 내 몸에서 눈물이 빠져나와 다시 나를 가볍게 해 줄 것이다. 

'삶은 죽음보다 더 무시무시하니까'(450) 잃을까 두려워 떠나게 된 할아버지를 어떻게 이해할까. 아들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보내지 못하는 편지글로 대신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나는 알 수 있게 될까? 오스카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은? 또 할머니의 마음은?
의미없이 읽고 지나가버린, 때로는 이해할 수 없이 기이하고, 엉뚱해서 웃어버리고 만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되돌아가면서 깊은 연민을 느끼게 하고 슬픔을 통해 정화되어가는 느낌을 갖게 하고 있다. 책을 읽는동안에도 나는 빠져들어갔는데 책장을 덮고 난 지금 더 깊이 나를 끌어들이고 있다.

녹화 테이프를 되돌리듯이 되감기를 하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은.

모든 걸 되돌린다면 죽음도 없이, 아무런 아픔도 슬픔도 없이 무사하게 될 수 있겠지만, 현실의 삶은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지금 왠지, 오스카의 이야기처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기만 하다. 비현실적인 - 하지만 현실인 - 마지막의 사진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무겁게 하지만은 않는다.
오스카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한다면 이 말의 느낌을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부디 꼭 오스카의 이야기를 듣고 그와 함께 블랙을 찾아다녀보시기를.

사상이니 정치니 하는 모든 것을 떠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모든 이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던 모든 이가 평화를 얻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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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3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 책에 대한 평가가 너무 엇갈리네...

chika 2006-11-30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안살펴봐서리;;;;;
어쨌든 저는 무지 좋아요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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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간의 역사] 첫 번째 장을 읽은 건 아빠가 아직 살아 계셨을 때였다. 삶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무의미한지, 우주와 시간에 비하면 내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얼마나 사소한 문제인지를 생각하면 부츠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그날 밤 아빠 품에 안겨 그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아빠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 "우리가 상대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문제요" -122쪽

"음, 네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내려서 핀셋으로 모래 한 알갱이를 집어 1밀리미터 옆으로 옮겨놓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아마 전 탈수증상으로 죽고 말겠죠" "아니, 네가 모래알 한 개를 옮겨놓을 때, 바로 그 때를 말하는거야.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니?" "모르겠어요, 어떻게 돼요?" "생각해보렴" 생각해봤다. "모래알 하나를 옮긴다고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니?" "모래알 하나를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그건 네가 사하라를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사하라는 광대무변의 사막이야.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 왔다고. 그런데 네가 그 사막을 바꿨단 말이야!" "정말 그러네요!"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외쳤다. "제가 사하라 사막을 바꿨어요!" "무슨 의미겠니?" "무슨 뜻인데요? 말해주세요." -122쪽

"음, 지금 [모나리자]를 그린다든가, 암을 치료한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란다. 그저 모래 알갱이 하나를 1밀리미터 옆으로 옮기는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그래서요?" "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그때까지 흘러왔던 대로 죽 진행되었을테지...." "으흠?" "하지만 네가 그 일을 한다면, 그러면......?" 나는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가짜 별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인류역사의 진행 과정을 바꾼 거예요!" "바로 그거야" "제가 우주를 바꿨어요!" "네가 해냈어" "전 신이예요!" "넌 무신론자잖아." "전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침대위로 펄썩 쓰러져 아빠의 팔에 안겼다. 우리는 함께 신나게 웃어댔다.
뉴욕에 사는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마지막 한명까지 모조리 만나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해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듯이, 나도 뭔가 해야했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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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사(神社) 살림지식총서 193
박규태 지음 / 살림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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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가기 전에 읽기 시작하고는 신사에 가서 데미즈야라고 하는 곳에서의 예절, 일본인들에게는 일종의 정화의식처럼 행하는 것을 배우고 해본것,이 전부다. 끝까지 찬찬히 살펴보지 못하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이제야 다 읽었는데, 어찌보면 입문서 같기도 한 이 책은 많이 알면 알수록 입문서가 아닌 요약서같은 느낌이 들 것 같은 책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의 신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신사'의 의미와 유래, 신사가 담고 있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양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독서는 책 한 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책.
후에 일본의 신사에 관한 참고문헌을 하나씩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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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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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8분 32초.......
하지만 ㄱ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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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8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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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떠억하니 'A lot of people'라고 써 놓은 것은 결코 내 짧은 영어를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뜻, 이라고 하는데.. 설마 이 제목을 알려주는 것이 스포일러인 것은 아니겠지?

사실 이 책을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 처음엔 이해되지 않았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인간상이 나오는데, 그들의 삶이 너무 희극적이다 도를 지나쳐버려 비극적으로 흘러가버린다. 아니, 이런 표현은 어딘가 미진하다. 희비극이 마구 엉켜붙어버린 인물들이 나온다. 적어도 내 느낌은 그렇다는게지.

어딘가 아름답고 동화처럼 순수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으며 '그들은 행복했습니다'만을 바라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맘으로만 책을 읽을수는 없을것이다. 언젠가부터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한 일본소설은 지독한 현실을 훨씬 더 지독하게 풀어놓아서 읽기 두려워졌었다. 아니, 내가 그동안 외면하던 세상이,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현실감을 느끼게 되어버려서 힘들었던 것일까?

라라피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컷 비웃으며 조롱하고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 손가락이 어느 순간 바로 내게 향하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맘껏 웃어제낄 수 없었던 이유는 내게로 향하는 손가락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그러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연민이 느껴져서이다. 외롭고 쓸쓸하고 소외당하는 이들의 슬픔이 슬픔이 아니라 희극적으로 묘사되어서 더욱 더 그런것일까?


하나하나의 단편이 옴니버스처럼 엮여 있는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이야기가 순환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이것이 또한 이 소설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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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1-2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라피포, 저는 보는 순간 '파페포포'인가 하는 책 생각했어요. ^^;;
오쿠다 히데오 책 다 보시는 군요.

chika 2006-11-2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는 아니구요... 인더풀은 일본영화로 봤어요.

하늘바람 2006-11-2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쿠다 히데오

chika 2006-11-2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