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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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간의 역사] 첫 번째 장을 읽은 건 아빠가 아직 살아 계셨을 때였다. 삶이 얼마나 상대적으로 무의미한지, 우주와 시간에 비하면 내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가 얼마나 사소한 문제인지를 생각하면 부츠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그날 밤 아빠 품에 안겨 그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아빠가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무슨 문제?" "우리가 상대적으로 무의미하다는 문제요" -122쪽

"음, 네가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내려서 핀셋으로 모래 한 알갱이를 집어 1밀리미터 옆으로 옮겨놓는다면 어떻게 될 것 같니?" "아마 전 탈수증상으로 죽고 말겠죠" "아니, 네가 모래알 한 개를 옮겨놓을 때, 바로 그 때를 말하는거야. 그러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니?" "모르겠어요, 어떻게 돼요?" "생각해보렴" 생각해봤다. "모래알 하나를 옮긴다고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니?" "모래알 하나를 옮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요?" "그건 네가 사하라를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사하라는 광대무변의 사막이야.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해 왔다고. 그런데 네가 그 사막을 바꿨단 말이야!" "정말 그러네요!" 나는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외쳤다. "제가 사하라 사막을 바꿨어요!" "무슨 의미겠니?" "무슨 뜻인데요? 말해주세요." -122쪽

"음, 지금 [모나리자]를 그린다든가, 암을 치료한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란다. 그저 모래 알갱이 하나를 1밀리미터 옆으로 옮기는 얘기를 하고 있는거야" "그래서요?" "네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그때까지 흘러왔던 대로 죽 진행되었을테지...." "으흠?" "하지만 네가 그 일을 한다면, 그러면......?" 나는 침대 위에 일어서서 손가락으로 가짜 별들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제가 인류역사의 진행 과정을 바꾼 거예요!" "바로 그거야" "제가 우주를 바꿨어요!" "네가 해냈어" "전 신이예요!" "넌 무신론자잖아." "전 존재하지 않아요!" 나는 침대위로 펄썩 쓰러져 아빠의 팔에 안겼다. 우리는 함께 신나게 웃어댔다.
뉴욕에 사는 '블랙'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을 마지막 한명까지 모조리 만나보겠다고 결심했을 때도 그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해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상어가 헤엄을 치지 않으면 죽어버리듯이, 나도 뭔가 해야했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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