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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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 오쿠다 히데오, 이 아저씨 몇년생이예요?
어라? 59년에 태어나셨네. 그리고 이 책은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조금씩 힐끔거리며 봤던 일본 드라마의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다가, 원래 처음엔 단편 하나만 읽고 다른 일을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단숨에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너무 단숨에 읽어버려 그런가? 마음 한 구석이 아쉽다.
여자들을 위한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술술 읽히게 써내버린 오쿠다 히데오씨는 혹시 여자로 위장해서 대기업의 종합직 여직원으로 근무를 해 봤던거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봤다. 물론 그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아저씨는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거야?
처음 생각은 그랬다. 하지만 중간쯤 갑자기 의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자들의 개인주의적이고, 겉치장에만 신경쓰며 '여자'인 것을 하나의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여자들을 비꼬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의혹말이다.
그런데 그런 의혹은 '히로'를 읽으며 사라져가기 시작했고, '걸'을 읽을즈음에는 '아, 그냥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안그래?'라는 전폭적인 지지가 느껴져버린다.
"여자는 즐거워야지"

한 권의 책에 다섯개의 단편이 담겨있고, 그 다섯편의 단편으로 작가는 직장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정말 여자들에게 바치는 헌사처럼 반짝거리며 재미를 주고 있다.  무겁고 심각하게 칼을 들이밀 곳이 있었던가? 그래, 어쩌면 있을지도. 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그저 그리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거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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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14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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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깊이 관여해선 안 된다고.
인간은 요괴의 마음을 해치고 요괴는 인간의 마음을 해친다.(138)

이번 14권의 주제는 저것일까? 글쎄, 확신이 안가지만 내게 가장 강하게 남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마구 뒤섞이고, 등장인물들의 얼굴마저(!) 마구 뒤섞여버리는 열악한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 백귀야행,이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요괴와 사람의 마음이 서로를 해치며 운명처럼 달라붙어 지내게 되지만 그 모든 것은 집착과 미련에서 나온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진다. 파수꾼의 휘파람편에서 사부로의 선택은 어찌 될 것인지. 

등장 인물의 이름을 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맞히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조력자'편에서 리쓰의 할아버지 가규의 젊은 시절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했다. 천상의 우두머리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대략적으로만 읽은 느낌이다.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단 뜻이다. 마루밑의 현자, 에서 인간과 요괴의 관계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아니, 그래서. 나는 '요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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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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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맘에 들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엄부랑지게 맘에 드는 표지 디자인.

이야기의 시작은 그것이었다. 우연찮게 발견한 열쇠,는 어느 자물쇠에 맞는 것인가.
그것을 찾아가는 오스카의 여정과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교차되고 중복되면서 이야기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듯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스카가 찾는 '블랙'
블랙이 블랙을 썼다, 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검정 펜을 들고 '블랙'이라고 쓴 것은 이름일까, 검정일까.

책의 앞머리에 나온 이 사진때문에 한동안 나는 책 속의 사진을 오해했다. 나중에 그 사진의 실체를 알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헤~' 하며 책을 쳐다봤던 내가 너무 비인간적으로 느껴져버렸었다.
새, 는 비둘기,라 생각했지만 평화,가 아닌 '전.쟁'으로 남아버렸다.

나를 용서하고.
그에게 평화의 안식을.
우리에게 평화가 있기를.

행복,한가요?

듣고 있습니까?

말을 잃어버렸나요?
예,와 아니오,를 이야기해주시길.

마지막 장,까지 책을 다 읽고 이 사진을 다 보고 나면
마음안에 응어리진 무엇인가가 어느새 조금씩 풀려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음껏 울어버리고 나면 담담해지는 마음처럼.


모두가 마음껏 웃을 수 있는지, 는 아직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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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2006-12-0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가 있는 곳에 왜 나는 없는가. "노동하는 섹슈얼리티"라는 책에 "왜 우리는 여기 있고 그들은 저편에 있는가"라든가 하는 문장이 있었지요. "나"는 아주 쉽게 타자를 배제해버려요. 이 책, 나중에 꼭 읽겠습니다.

chika 2006-12-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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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험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는 단 하나만의 이유로 쭉정이 취급을 당해요. 우리가 어떤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거죠. 간단히 시험을 쳐서 그 결과로 인간을 분류하고 레테르를 붙이고 알기 쉽게 한 곳에 모아서 관리하려는 게 기분 나빠요.

우리는, 우리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어떤 인간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 우리를 관리하는 놈들이라든지. 미래에 우리를 관리하려하는 놈들에게.-117-118쪽

나는 지금까지 힘껏 살아왔어. 다른 사람에게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어. 그렇지만 지금은 모든 게 부끄러워. 박 군의 말대로, 나는 지금까지 반경 1미터 정도의 시야밖에 갖지 않았던 거야. 우연한 기회에 자네들을 만나 그걸 깨닫게 되었지.....
나는 박군을 위해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같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어..... 그에게 더 이상 그런 식으로 싸우게 하고 싶지 않아...... 나는 고작 샐러리맨이고 세상을 바꿀 힘도 없지만, 그대신에 그를 지켜주고 싶어.... 나는......
나는 강해지고 싶어.-142쪽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벌벌 떨어! 공포는 기쁨이나 슬픔과 똑같이 그냥 감각일 뿐이야! 나약한 감각에 사로 잡히지 마!-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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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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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렇게 외로운 이가 내가 살아온 동안 죽 바로 가까이에 살고 있었단 말인가? 진작 알았더라면 위층으로 올라와 친구가 되어주었을 텐데. 아니면 장신구라도 좀 만들어주든가, 유쾌한 농담도 해주고, 아니면 탬버린 콘서트라도.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이렇게 외로운 또 다른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비틀스의 [엘리노어 리그비 Eleanor Rigby]가 생각났다. 정말 그렇다. 그들은 모두 어디 출신일까? 모두 어디에 속해 있을까?-225쪽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 맥박, 체온, 뇌파 등에 종합적으로 반응하는 화학 물질을 처리해서, 피부색을 기분에 따라 바꿔주면 어떨까? 엄청나게 흥분했을 때는 피부가 초록색으로 바뀌고, 화가나면 붉은 색, 기분이 십장생 같을 때는 갈색, 우울할 때는 파란색으로 바뀌는 거다.
그러면 모두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될 테고, 서로 좀 더 조심할 수 있겠지. 피부 빛이 자주색이 된 사람한테 네가 늦게 와서 화가 났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분홍색이 된 사람한테는 등을 두드려주면서 '축하해!'라고 말해 주고 싶을 것이다.-225쪽

좋은 발명이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또 있다. 어떤 기분이 강하게 들기는 하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알쏭달쏭할 때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내가 낙담한 건가? 실은 겁을 먹었을뿐인가? 그러한 혼란에 휘둘리다보면, 이도 저도 알 수 없는 애매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하지만 이 특수한 물만 있으면 오렌지색이 된 손을 보며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난 행복해! 실은 내내 행복했던 거야! 정말 다행이야!-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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