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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장 피에르 카르티에.라셀 카르티에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지금의 농업은 흙을 떠난 농업이 되었습니다. 대지는 이제 무기물일뿐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흙 밖에서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최상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본질을 비껴가고 있습니다.
태양열만으로도 우리는 우리를 따뜻이 덥힐 수 있고, 빛을 밝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놀라운 기술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타락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단지 방법적인 것에서 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로부터 비롯됩니다. 인간 존재가 변화하지 않으면, 개개인이 진정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기술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 우리가 최상의 것이라고 여기는 것들 또한 타락하고 말 것입니다. (71-72)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는 한 농부 피에르 라비의 이야기는 전혀 어렵지 않다. 또 어쩌면 새로운 것도 아니다. 아니, 그의 이야기가 새롭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리고 있는 문제에 대해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행동과 삶으로 표현하고 대지를 위해 쉼없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의 이야기를 낯설게 느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
한때 유행처럼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진행됐었고, 여기저기서 먹거리에 대한 심각성이 제기되고 황폐화되어가는 우리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올때가 있었다. 물론 '유행처럼'이라는 말은 그러한 운동이 그리 진행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그 문제를 심각하지 않게 그저 떠도는 유행가처럼 쉽게 접하고 쉽게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그런 내게 피에르 라비의 이야기는 '변화하지 않는' 나에 대해 삶의 반성을 하게끔 한다. 한평의 땅에서 얻을 수 있는 땅의 산물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가 먹고 살만큼의 양식이 있으면 행복한 것인데 우리는 더 욕심을 부리며 땅을 혹사하고 지구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화학비료를 사용해 생산량이 두배로 증가하자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지혜로운 추장은 부족민들에게 다음해의 경작지를 반으로 줄이라는 대답을 했다는 일화는 그냥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지혜로운 추장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떨까. 아니 나 자신은 어떤가. 욕심이 없는 척 하고 있지만 실제 삶의 모습은 엄청난 욕심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질적인 풍요가 삶의 기준이 되면서 우리는 오히려 더 궁핍하고 황폐화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피에르 라비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주고 있다.
어느 날, 친구와의 산책에서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낸 떡갈나무의 아름다움에 반한 피에르 라비가 친구에게 그 모습을 바라보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가 바라 본 모습은 단지 떡갈나무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판자의 수뿐이었다. 같은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같은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그의 말은 간결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나는... 여전히 소비가 최고의 미덕인 줄 알고, 물질적 풍요로움이 삶의 행복이라 여기며 쉼없는 노동을 할지도 모른다. 대지를 해치고 있는 화학비료가 만들어 낸 음식물을 먹고 마시며 지구의 생명력을 해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노력'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멈춰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 나의 삶이 한순간에 변화하지 않는다고 해서 피에르 라비의 삶과 사상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변화하고 노력하는 내가 있고, 우리가 모여 마침내 세상이 변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피에르 라비가 말하는 '혁명'에 대해 잊지 않는다면.
그가 말하는 혁명은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것이다.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이가 늘어나길 바라며 그의 이야기를 옮겨본다.
첫째, 의식혁명. 우리는 지구를 대하는 이전의 모든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지구를 수익성이라는 단 한 가지 관점으로 보는 것을 중단하고, 기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대지는 그 두께가 몇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지만 행성 위 모든 곳에서 지구 전체에 양분을 제공하며, 무궁무진한 생식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너무도 잘 알고 행했던 것처럼 대지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탐욕에 눈이 어두워 우리가 잊어가는 것들이다.
둘째, 영적혁명. ... 우리는 이 대지에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대지에 속해 있다. 지금 우리가 착각하고 있듯이 대지가 우리에게 속해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지에 속해있는 것이다. 인류는 우리가 우주와, 우주 전체와 하나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느 날 우리가 던진 질문에 한 아메리카 인디언 노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를 사랑합니다. 대지는 우리를 먹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모두 제공해 줍니다. 대지는 우리를 사랑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괴롭히고, 거칠게 대하며, 오염시킵니다. 대지는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그렇게 대지는 참고 견딥니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계속해서 자신을 더럽히고 오염시킨다면, 어느 날, 아마도 멀지 않은 시간에, 지구는 진저리가 나 개가 벼룩들을 털어 내듯이 몸을 흔들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벼룩들은 바로 우리 인간들이 될 것입니다.
셋째, 기술의 혁명. 언제나 더 많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땅을 오염시키고 동시에 인류를 오염시키는 방법 말고, 조화로움 속에서 땅을 경작할 다른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상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하지만 이상향을 향해 걷고 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6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