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히지 않는다. 세월호 얘기가 나오면 마음이 울적해지는 탓에 뉴스시간 외에는 가급적이면 대화의 주제로 올리려고 하지 않는데.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은 목숨을 걸고 하는 거라서 자꾸만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 오늘 결국은 병원으로 가셨댄다. 가끔 나도 모르게 간절함이 나오는 기도가 될 때가 있는데 오늘 아침 그분의 모습이 떠올라 제발 건강을 되찾으시기를 기도하게 되더라. 그리고 시간이 있어 책을 펼쳐들려고 했는데 잘 읽히지가 않는다.

지금 내 책상 달력 앞에는 교종의 사진엽서가 두 장 있다. 하나는 파파 프란치스코의 표지와 같은 거. 또 하나는 '일어나 비추어라'. 이건 주날개밑판매소 주인장이 그렸다는 교종의 모습이 담겨 있는 엽서.

프란치스코 교종이 한국방문일정을 마치시고 모든것은 일시정지 상태였다가 뒤로 한발 후퇴,같은 느낌이 든다. 도대체 왜.

 

아직 프란치스코 교종에 대한 책은 두 권밖에 읽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오로지 내 개인의 생각이니.

한상봉님의 글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는 그분의 에필로그처럼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오롯이 프란치스코 교종을 앞에 두고 교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곧 가톨릭에 대한 설명인 것이 된다.

그리고 교황과 나. 실천적인 모습을 강조하면서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내용중에 왠지 자신을 앞세우고 드러내려는 것 같아 이 책의 제목은 프란치스코 교종을 이야기하고 있는 '나'같은 느낌이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알까, 하며 편지를 보냈다는데 언저리 통신에 들은 바로는 주교회의 의장이신 강우일주교님께서 이미 오래 전에 교종을 만나시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오셨었다. 한국가톨릭에 대한 비판도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한국가톨릭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갖고 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또 다르지 않겠는가.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말들,은 역자 이름을 보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매일묵상은 삼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라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나온 '복음의 기쁨'과 같은 책인데... 서평을 보니 개신교 신자의 번역이라 용어 자체도 다르다고한다. 사실 저 책이 복음의 기쁨을 번역한 것이라는 걸 알았을 때, 주님의 기도 조차 저작권을 내세우며 돈벌이를 하는 시시케에서 그냥 둘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했었는데 교황청과 정식 협약을 했다고 하니. 역시.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나는 복음의 기쁨,을 들고 읽으련다. 영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만. 뭐. 안되는 건 안되는거니까.

그리고 처음 제2차바티칸공의회문헌을 봤을 때, 몇백년 전 이야기인 줄 알았던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난다. 프란치스코 교종을 이야기하며 빼놓지 않는 것이 바티칸 공의회, 그리고 해방신학. 둘 다 내가 잘 모르지만 신학적인 의미로 잘 알아야만 참그리스도인으로서 실천의 삶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 근본이 되는 것은 성경.

 

오랫만에 쨍쨍한 햇살 아래, 책을 읽으며 한가로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다가. 김영오씨의 소식에 나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지금의 나는. 책을 읽으면 뭐 하나. 프란치스코 교종을 존경한다면 뭐하나. 교구장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면 뭐하나, 싶어진다. 실천이 없는 삶은 희망이 없는 삶일진대.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그때 이것을 보는 너는 기쁜 빛으로 가득하고 너의 마음은 두근거리며 벅차오르리라. 이사야 60,1.5

wake up,이라고 하는 건 엘사를 깨우는 안나의 속삭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일깨워주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말씀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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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더 집어넣기도 슬슬 귀찮아지고. 솔직히 이탈리아 작가들을 더 떠올리는 것도 쉬운게...아니, 어쩌면 쉬울지도.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계속 아니라고만 되내이게 되네;;;

 

책을 구입하려고 하다가, 너무 쌓아둔 책이 많아 관두고, 다시 들여다보다가 잠시 멈추고. 그러다보니 책을 구입하지 않고 넘기기는커녕 오히려 일도 하지 않고 날마다 책들만 들여다보고 있게 되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이 나왔다.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세밀화집 허브. 세밀화 책도 몇 권 있고, 정원에 관한 책도 몇권 있고. 식물에 대한 책도 몇 권 있고...

그런데 갖고 있는 책들은 한구석에 밀어두고 또 새로운 책들을 뒤적이고 있으니. 이건 사실 병,이라고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책중독,은 다들 괜찮다라고 하지만 내가 볼 때, 나에게는 그닥 괜찮은 상태가 아니야. 무엇이 되었든 '중독'이라는 것은 무서운거니까.

 

 

 

 

 

 

 

 

통과비자라는 건, 습관처럼 익숙한 통과 비자가 아니라 통과비자라고 씌어있으니 통 과 비자 같아버린다. 내용과는 전혀상관없이 그렇게 심심한 장난말로 말할 수 있는 책이 아닌데.

오늘의 고민은 '도쿄 기담집'을 구입하느냐마느냐. 사실 알사탕이 천개나 된다는 유혹이 아니라면 그리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건 괜히 고민된다. 부담없이 쓰윽 읽고 말게 될 책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원래 책이라는 건 술술 읽는것이 더 재미있다는 거 아닐까. 속삭이는 자,는 일단 구입. 영혼의 심판이 '완전' 재미있다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꽤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구입해야겠어. 뭔가를 줄이려고 하는데 그게 결코 책이 되지는 못하겠구나.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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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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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매력적인 수학 세계의 즐거움...이 있었나? 라는 물음을 되새겨본다. 아, 정말 솔직히 말해서 아주 당당하게 그렇다,라는 대답은 하지 못하겠다. 이야기중에 몇가지는 지금도 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인지 이야기하라고 하면 역시 'x의 즐거움'에 딱 어울릴만큼의 수학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책을 읽었다고 하겠다. 숙제하느라 지겨웠고 성적때문에 싫어하게 되었던 그런 학창시절의 시험과목 수학이 아니라 가장 명확한 듯 하면서도 자꾸만 아리송하게 헷갈리는 명제를 집어던져주는 수학의 매력이 반짝거리며 담겨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생활의 에피소드를 곁들이며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수학자인 저자가 초등학생인 아이의 수학 과제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곱셈푸는 방법쯤이야,하던 저자에게 아이가 그 방법이 아니라며 잘 모르냐고 되물어 굴욕을 당했다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초등학생인 조카가 푸는 수학문제지를 슬쩍 들여다본적이 있는데 거기엔 내게 익숙한 문제들이 아니라 뭔가 좀 낯익은 듯 하면서도 낯선 문제들이 있었고, 다행히도 문제지 뒤의 해설을 보고 이해하는 수준의 문제들이어서 답안지를 보고서도 이해가 안된다는 조카에게 설명해 줄수는 있었지만 내가 어렸을적에는 그런 문제를 풀어본적이 없는 것 같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 쉽지만은 않은 것이 수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실제로 수학에서의 증명을 보여준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수의 규칙을 설명하는 것도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수학 본연의 문제에 대한 각 장의 이야기보다 저자가 농담처럼 툭 내던지는 이야기, 자신의 체험들이 조금 더 이 책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게 하는데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뫼비우스의 띠,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다른 때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학교에 가서 일일교사처럼 자신의 분야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데, 저자는 어린 꼬마들에게 뫼비우스의 띠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뫼비우스의 띠,를 보면서 우는 아이들이 꼭 생긴다는데 그 꼬마의 당혹스러움이 이해되면서도 왜 그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웃음이 나오는지... 어린 꼬마의 시각에서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면 대부분은 신기해하면서 마술처럼 받아들이겠지만 그걸 이해할 수 없어서 울수도 있는 것 같다.

 

수학자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수학을 응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주위에 무궁무진하게 많다. 통계, 확률, 수치 분석... 이런 것들이 실제 경제분야에서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도 곱셈에 대한 이야기에서 곱하기의 경우는 앞뒤 순서가 바뀌어도 결과는 똑같겠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달라지는 경우가 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피타고라스의 정리도 다시 보니 새삼 재미있게 느껴지고, 수학이 아닌 과학시간에 철학적 명제인 것처럼 무한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하며 예로 들었던 무한의 손님과 무한의 방이 있는 호텔 이야기도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때 선생님이 무한의 바닷물에 맹물을 한 양동이 들이 부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질문도 하셨는데 우리가 선뜻 대답을 못하는 사이 선생님은 '한 양동이가 들어가나 마나' 똑같이 바닷물은 짜고 변함이 없어 라며 농담처럼 웃고 지나갔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학수업이 아주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시험과 상관없이 온갖 의문을 던지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X의 즐거움은 바로 그렇게 수학이라는 것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밀고 당기는 연인들의 전쟁을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연애 방정식에는 카오스 역학이 숨어 있다' "통계학은 유용하기도 하고 정치적이기도 하다" "7곱하기 3과 3곱하기 7은 정말 똑같을까? 곱셈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자. 돈 문제는 물론 인생의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있다"....이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바로 X의 즐거움을 펼쳐들면 된다. 어느새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느낄새도 없이 빠져들어갈 것이다.

아, 물론 온전히 이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다고 낙담할 필요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매트리스 수학에 대한 설명을 하며 너무 복잡하게 보인다면 저자가(나또한 동의하는바) 권하고 싶은 진짜 교훈은 모두가 알고 있듯 어떤 문제가 골치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그냥 잠이나 푹 자면 된다. 그러니 이 책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고해서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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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구잡이로 쌓여있는 책들 사이에서, 책탑을 모조리 들어내지 않고서는 저 밑에 깔려있거나 저 안쪽에 처박혀있는 책을 꺼내기 힘든데...도 애써 꺼내 본 몇권의 책들.

결코 이것만으로는 마스다미리 구매왕이 될수는 없겠지만 평소 아끼고 애용하던 마스다미리의 작품들을 꺼내어봤다.

책뿐만 아니라 그녀의 그림이 담겨있는 소품들.

 

 

 

스티커는 아까워서 그냥 고이 일기장에 접어두고. 팬던트처럼 보이는 저 손거울은 유용하게 잘 쓰고 있고. 물론 파우치와 손가방도 평소 잘 쓰고있는것. 마스다 미리 관련 소품중에 가장 탐나는 것은 장바구니였는데...

 

 

 

연휴에, 솔직히...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집전하시는 시복식 미사, 명동성당 미사에 가고 싶었던 마음도 있고...

여행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마음이 들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교통사고 후 집에 계시는 어머니를 혼자 두고 훌쩍 떠나기는 힘들어, 라는 핑계와 원망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그저... 꿈속의 여행으로 만족하고, 이처럼 한 잔의 차로 마음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마스다 미리의 여행 이야기가 담겨있는 '잠깐 여기까지만'을 읽으면 그 마음이 더 짠해진다.

 

 

올 겨울에는 어머니에게 여행을 한번 떠나보자고 말을 했는데...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일까....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참 좋은, 그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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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08-1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다미리 넘 좋아요

chika 2014-08-20 09:16   좋아요 0 | URL
^^
은근 매력 넘쳐요
 
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유혹하는 책읽기'는 사실 굳이 읽어봐야 할 필요를 느끼지는 못했다. 책에 관한 책도 아니고, 광고 문구에 나온 것처럼 '느리게 읽기, 즐겁게 읽기'에 대한 글인데 이미 나는 나 나름대로의 독서법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나는 책읽기를 습관처럼 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 빨리, 더 많이 읽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방향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기때문에 다시 생각을 바꿔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은 초반부터 책 읽기라는 것은 '마음가는대로' 읽으면 되는 것일 뿐 어떤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이나 독서목록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책읽기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마음내키는대로 읽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거나 특별한 책읽기의 방식이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결론적으로 그 한가지 사실을 읽고 난 후 그냥 책을 덮어둘까 라는 생각도 했다. 실제로 저자 역시 제대로 읽히지 않는 책을 붙들고 끝까지 읽어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육백여쪽 이상을 읽은 책이지만 도중에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는 앞부분을 조금 읽다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 상태로 덮어두는 건 아주 쉬웠다고.

물론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순간, 내가 이 특별해보이지 않는 책을 굳이 읽으려는 것은 그 누군가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책읽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싶어서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그 나이라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당연히' 읽었으리라 예상되는 책을 읽어줘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고민을 잠시 했었는데 아마도 그에 대해 '나 자신만의 독서'라는 것을 조금 더 자신있게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도서목록을 보고 여름 휴가에 읽을 책을 미리 정해두고는 했었지만, 어떤 책을 사놓더라도 결국 읽지 않을 게 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고심해서 책을 선정해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가 생기는 순간 그 책은 영양가는 있지만 입에 쓴 채소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독서목록에 없는 책은 평소에는 시시해보였지만, 그 순간 달콤하고 시원한 파르페처럼 곧장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202)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내 마음이 가는대로 즐겁게 몰입하면서 읽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책읽기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가끔 쌓여있는 책탑을 보여주면서 과연 내가 어떤 책을 읽을까요? 라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한다. 물론 혼자있을때도 가끔 나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이 책들 중에 어떤 책을 먼저 끄집어낼래?

주말만 되면, 연휴가 되면 특히 더 그동안 읽지 않고 쌓아 둔 책들을 보면서 나름대로의 독서계획을 세워보곤 하지만 모두가 꼭 읽어봐야 한다는 책을 우선순위에 두다가도 결국 내가 끄집어 내는 것은 그 순간 내 마음이 움직이는대로이다. 그것을 너무 무성의하다거나 계획없다 생각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나는 즐거운 책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누군가의 독서목록이 나를 유혹하지만 결국 나를 사로잡는 것은 나 자신만의 독서목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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