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문득 시작된 밤 속에서 맥락을 잃어버린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켜졌다가 꺼지고,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는 순간에 몇가지 새로운 의미가 고이기 시작했을 때, 나는 기억의 물기를 털어내고 반듯하게 접어 어딘가 어두운 서랍속에 넣어 두기로 작정했다.
37ㅡ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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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메이드
아이린 크로닌 지음, 김성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네 살 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뭔가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가 어떠할지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그래픽 노블인 줄 알았고, 머메이드 - 인어,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한편의 동화를 떠올렸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고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이 전개되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두툼한 한 권의 소설책이 내 앞에 놓였고, 이 소설은 저자 아이린 크로닌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가 없이 태어났고 손가락도 온전치않아 갈퀴처럼 되어버렸지만 아이린은 집에서 그리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러한 그녀의 일상 이야기가 더 감동이었다. 다리가 없는 그녀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뒤뚱깡총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린은 그것을 운동 종목이라 우기며 강아집다 빨리 뛸 수 있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 역시 그녀가 살고 있는 가톨릭 신앙이 강한 그녀의 동네에서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지만 동네밖에서는 그와 같지 않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가 되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녀가 가족들과의 관계와 학교생활, 친구들, 첫사랑...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저 무덤덤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아이린이 다리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아이린'이라는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물론 기형으로 태어났고,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하고 있을 때 먹은 약으로 인한 기형 장애를 갖고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임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 역시 가능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 다른 이들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이미 다 깨져버렸다. 나는 더 죄악인 습관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로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모든 이를 불신하는 것이었다. 나는 거의 모든 인류에게서 등을 돌려야만 했다"(498)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국 아이린은 모든 것을 이뤄냈다. 머메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그녀가 특별하거나 위대한 무엇인가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할 뿐이지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마음을 크게 울리는 것은, 아이린에게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는 프리다 칼로의 글이다. 그녀의 그림에는 고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라고 하지만 내게는 고통을 뛰어넘은 위대함이 보이는 듯 했다.

"나에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발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536)

프리다 칼로, 아이린, 그리고 나, 아니 우리 모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발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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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적엔, 우리 집이 찢어지게 가난 - 아, 물론 그렇다고 지금 찢어진 곳이 다 기워질만큼 풍족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내 학창 시절에 '용돈'이란 개념은 커녕 어린이 시절에 어린이 날이라는 것조차 없었던 그 어린 시절에도 우리집에는 항상 풍족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도넛과 튀김과 만두.

어머니가 이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명절이 되면 반드시 만두를 빚어 먹었고, 어떻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튀김과 도넛을 자주 해 먹었다. 어머니가 원체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도 하셨기 때문에 자주 만드셨을수도 있지만 솔직히 손이 많이 가는 도넛 만들기를 즐겨하셨을 것 같지는 않다.

내 초등학교 소풍이 있던 날, 김밥을 싸야 하는데 김을 살 돈이 없어서 고민하시다가 집에 있는 달걀을 전처럼 부쳐서 달걀말이밥을 만들어주셨었는데 - 그 밥은 나도 기억한다. 그때 한반이었던 친구가 나중에 커서 만났을 때, 우리집은 정말 부자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에 그 모양이 바로 기억에 떠올랐다. 어머니의 달걀말이 김밥은 나중에 진화를 해서 달걀위에 김을 얹어서 부친다음 밥을 말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상반된 기억들이지만 어쨌거나 현실은, 내게는 용돈을 전혀 받지 못하는 형편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을뿐이고.

간식거리가 없어서 유일하게 먹었던 맛있는 도넛이 지금은 '홈메이드'를 뒤집어쓰고 고급 간식이 되어가고 있는 듯 할뿐이고.

이 모양을 보니 정말 어릴때 먹었던 어머니의 도넛이 그립다. 명절이면 모두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대던 시간들도.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여유롭게 살 권리'에 대한 인문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오늘도 출근해서 해야할 일이 많지만,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나의 일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주장하기보다는 - 그렇게 했다가는 당장 사표를 쓰기도 전에 사무실을 나가야 할지도 모르니. 뭐, 그냥 대충 눈치보면서 종일 땡땡이를 쳤다. 정말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할일이 아주 많지만, 이걸 오늘 내로 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하루쯤 그냥 제끼고 싶은 그런 날.

그래서 오늘은 별 소득 없이 종일 그냥 빈둥거렸다. 물론 막상 퇴근하려고 보니 수북이 쌓인 서류가 나를 조여대고 있기는 하지만, 뭐. 어떻게 되겠지.

아, 그래서. 놀고 있는 동안 북파우치를 사려고 했는데 얼렁뚱땅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맘 편히 다음주에 책 주문하고 받을 생각으로. 그렇게 여유롭게.

 

 

 

 

 

 

 

 

 

 

 

 

 

 

이 책은 받을 수 있었는데. 아니, 받아야겠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요즘 다시 드로잉 연습을 시작했는데, 이 책이 자꾸 아른거려서 그림 그리기에 성의가 없다. 사실 뭐 내가 그리는 것을 '그림'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지만.

 

 

 

 

 

 

 

 

 

 

 

 

 

 

 

 

 

 

  데빌스 스타는 읽어주셨고.

크리스티 여사의 글은 이제 읽어주실것이고. 언젠가부터 서평 쓰기가 싫어지더니 - 그러니까 뭔가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싫어져서 주구장창 책만 읽어 제끼고 있으려니 글을 쓴다는 것이 더 싫어졌다. 아니, 싫어졌다기보다는 글을 못쓰니까 두리뭉실 책만 읽고 넘어가는 것인지도. 아무튼 그래서 여러권의 책을 읽었지만 서평을 올리는 것이 줄어들어버렸다. 데빌스 스타는 써야할텐데. 그때의 그 강렬한 느낌을 슬쩍 적어놓기라도 할것을. 책이 출판되면 다시 읽어봐야한다는 것이겠지 뭐.

요즘은 재미있는 소설이 마구 땡겨. 근데. 읽어야 할 책들은 - 알라딘에서 온 두 권의 에세이를 포함해 에세이가 많구나.

 

도넛에서 시작해 결론은 에세이로. 아니, 그리고 다음주에는 이 중에 북파우치를 구입해서 받을 책을 선별하는 것,에 대한 결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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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5-04-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영복교수님 `담론` ..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주문 했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 분을 보면.. 마음이 움직여요..

chika 2015-04-10 18:3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간혹 지나치다가 내가 읽은 책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반갑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신영복쌤의 책은 꽤 오랫만에 보는 느낌이예요. `엽서`도 참 좋았는데...저도 곧 주문합니다 ^^

비로그인 2015-04-1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냈는데 도넛이 제일 먹고 싶더라구요.
시장만 가면 침을 꿀꺽 삼켰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지금도 도넛을 좋아한답니다.
살 찌는데 말예요. --

chika 2015-04-10 18:41   좋아요 0 | URL
약간은 촌스러운 맛과 모양이지만 정말 그냥 기름향이 살짝 나는 그런 도넛...이 막 먹고 싶을때가 있어요.
살찌는게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냥 어린 시절의 추억에 푹 잠겨서... 먹어도 괜찮을거예요. ^^
 

아키타현의 하나오카 광산. 2차대전 말, 전시 증산을 위한 수로변경 공사 및 댐공사에 투입됐다가 1945년 일본의 패전을 앞둔 1년 사이에 420명이 아사, 혹사, 사형 등으로 사망했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 김일수씨의 증언에 따르면 새벽 2시에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가 기차로 부산까지 옮겨진 후 배로 일본으로 끌려갈 때까지 수갑은 풀려지지 않았다. 그는 포로 취급을 받았으며 그곳에서의 삶 자체는 고통이었다.

 

지은이는 전시 중의 비극인 하나오카 사건을 접한 뒤부터 계속 그 사건에 관여, 현지 조사를 하는 등 직접 진상규명 운동을 이어나갔고 이 책은 이에 대한 기록이다.

 

 

 

 

 

 

 

 

 

 

 

 

 

 

 

 

 

 

 

 

 

 

 

 

 

 

 

 

  

 

순이삼촌이 영역되었네.

사실 우리는 삼촌,이라고 발음하기보다는 삼춘,이라고 발음한다. 뭔가 조금 더 딱 떨어지는 발음보다는 약간 새어나가는 듯한 느낌이 있어야 촌사람다운 맛이 나는 것 아니겠는가. 삼춘,은 이모보다 더 가깝고 이모보다 더 정겨운 우리말이다. 아, 우리말이라고 하니 뭔가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겠네. 우리 동네 말이다. 이웃집 아줌마,가 아니라 옆집 삼춘, 건넛집 삼춘, 동네 삼춘.... 우리는 지금도 어머니의 가장 친한 절친에게 삼춘이라고 부른다. 올해 현기영님은 등단 40년이라고 하는데... 내가 가장 놀랍게 읽은 작품은 아무래도 변방에 우짖는 새. 내가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라도 더욱 놀라운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나저나. 순이삼촌은 옛날 구판이 어딘가 있을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있는지는 확신이 안선다. 옛날 책들을 찾으려다가 못찾은적이 있어서말이지;;)

 

 

 

 

 

 

 

 

 

 

 

 

 

 

 

 

 

  제주에서 1년 살아본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뭔가 짐작이 되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저 먼 곳, 아씨시에서 1년정도 한량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잠깐 가져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엇이겠지.

 

예전엔 그 이름만으로도, 그러니까 신영복쌤이나 한홍구쌤의 글이라면 무조건 책부터 사고 봤다. 아니, 다른 책들의 순서를 제끼면서 읽기도 했는데. 지금 당장 책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는. 없다. 그냥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둘러보다가 어느 날 휭,하니 장바구니를 비워버리게 되는거다. 책 읽을 여유가 전혀 없을 때, 혹은 새 책을 무진장 갖고 싶을 때.

그래도 뭐. 조만간 몇 권의 책을 - 아마 이번에는 구입하게 될 책이 좀 많을 것 같기도 한데, 책구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오전에 책읽을 시간이 충분했는데, 이렇게 책 한 줄 못읽고 반나절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다면 나는 지금 받는 월급이 많은걸까 적당한걸까 작은걸까. 앞뒤의 순서가 좀 헷갈리기는 한데... 아마도 나는 적정 수준에서 나의 시간들을 잘 활용해먹고 있는 것이 맞는거겠지. 자, 이제 슬금슬금 점심 먹으러 가봐야겠어.

아, 그러고보니. 책 한 줄도 안읽은 것,이 아니라 주간지 - 그러니까 시사인과 주간경향을 훑어보면서 읽기는 했네. 그거 읽다가 책 소개 부분에서 어느새 나는 알라딘의 책들을 뒤지고 있기 시작하게 된거고. 이렇게 된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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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샤 2015-04-08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사야지 했다가 제목을 까먹었던 책이에여..;; 외국어 울렁증은 모든 언어에 공평하게 적용되는지라..;; 여기서 보니 반갑고 고맙고 그러네요. *^^*

chika 2015-04-08 19:0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글 제목을 `하나오카`라고...
지금 그림책 하나가 떠오르는데, 저도 그 책 제목이 뭔지 모르겠어요. 집에 가서 찾아봐야지..하고 있는데;;;
 


어제 너무 졸려서 드라마를 못보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래서 내용의 흐름을 대충밖에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ㅡ 생각해보니 지난주에도 못봤으니 더. ㅠㅠ
아무튼 드라마는 볼수록 재밌어진다.
블랙코미디의 재미는 진정 그 깊이와 웃음에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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