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메이드
아이린 크로닌 지음, 김성희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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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네 살 때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뭔가 앞으로 전개 될 이야기가 어떠할지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이 그래픽 노블인 줄 알았고, 머메이드 - 인어,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한편의 동화를 떠올렸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고 아름다운 그래픽 노블이 전개되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두툼한 한 권의 소설책이 내 앞에 놓였고, 이 소설은 저자 아이린 크로닌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리가 없이 태어났고 손가락도 온전치않아 갈퀴처럼 되어버렸지만 아이린은 집에서 그리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러한 그녀의 일상 이야기가 더 감동이었다. 다리가 없는 그녀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뒤뚱깡총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린은 그것을 운동 종목이라 우기며 강아집다 빨리 뛸 수 있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 역시 그녀가 살고 있는 가톨릭 신앙이 강한 그녀의 동네에서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지만 동네밖에서는 그와 같지 않다는 것도 말하고 있다.

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가 되면서,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녀가 가족들과의 관계와 학교생활, 친구들, 첫사랑...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그저 무덤덤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글을 읽다보면 아이린이 다리가 없는 기형으로 태어나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그냥 '아이린'이라는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물론 기형으로 태어났고,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하고 있을 때 먹은 약으로 인한 기형 장애를 갖고 있음으로 해서 자신의 임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훌륭한 엄마가 되는 것 역시 가능했다. 하지만 세상이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할까? 다른 이들에 대한 나의 신뢰는 이미 다 깨져버렸다. 나는 더 죄악인 습관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로 두 개의 팔과 두 개의 다리를 가진 모든 이를 불신하는 것이었다. 나는 거의 모든 인류에게서 등을 돌려야만 했다"(498)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국 아이린은 모든 것을 이뤄냈다. 머메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그녀가 특별하거나 위대한 무엇인가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할 뿐이지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시 마음을 크게 울리는 것은, 아이린에게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는 프리다 칼로의 글이다. 그녀의 그림에는 고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라고 하지만 내게는 고통을 뛰어넘은 위대함이 보이는 듯 했다.

"나에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발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536)

프리다 칼로, 아이린, 그리고 나, 아니 우리 모두 날 수 있는 날개가 있는데 발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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