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은 없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쓴 죽음과 삶, 그 경계의 기록
남궁인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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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계속 읽어보려고 했지만 왠지 응급의학과에서 느껴지는 다급한 발자국 소리와 온갖 신음소리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지시고 구급차를 타고 한밤중에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던 그 때의 그 느낌때문에 선뜻 읽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뿐이다. 한번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지만 선뜻 집어들기에는 두려운... 이 엉뚱한 딜레마를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데 의외로 너무나 쉽게 풀려버렸다. 예전의 그 두려웠던 느낌은, 올해 초에 다시 같은 병원의 응급실로 갔을 때 확연히 달라진 응급실 의사선생님의 진단과 팀원들의 차분하고 친절한 대응에 불안감이 많이 해소된데다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저자인 남궁인 선생님이 나온다고 하니 책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엊그제 다 읽어버렸다. 현실인지 소설인지 그 애매한 경계선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치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인냥, 뉴스와 드라마에서 한번쯤은 주제로 다뤄졌던 사건인냥 낯설면서도 친숙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글은 좀 쉽게 읽힌다.

 

죽음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두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아무래도 나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에 더 감정이입이 된다. 건강하던 팔십세의 어머니가 식사도중 기도가 막혀 아들이 심폐소생을 했지만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오가며 쉽게 죽음에 이르지도 못하고 경기를 하며 숨을 붙잡아 두고 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리고 그 가족을 바라보는 의사의 마음이 어떠한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구급대원의 응급상황 대응을 심사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백여건이 넘는 상황을 음성파일로 듣게 되는데, 대부분 가족의 외침, 울부짖음..... 글을 읽는데 나 역시 처음 119에 전화를 했을 때가 생각나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차분할 수가 없는것이 바로 눈앞에서 어머니가 숨을 멈추는데 그때의 내 목소리는 끔찍함을 담은 외침이었을 것이다. 처음 어머니의 증상을 몰랐을 때 한밤중에 어머니가 나를 부르시다 갑자기 쿵 하고 넘어지셨는데 119에 신고하느라 전화통화를 하는데 어머니 몸이 굳으면서 숨을 멈추셨던 적이 있다. 구급대원에게 얘기를 하다 말고 전화기를 붙잡고 어머니, 만을 외쳐댔는데 다행히 몇 초 후 어머니가 숨을 몰아내쉬고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풀어지셨다. 그때의 그 악몽을 잊기는 힘들다. 한동안은 실제로 악몽을 꾸기도 했을만큼... 오밤중에 온갖 검사를 다 해대고 다음 날 오후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아마도 혈전이 혈액의 순환을 막아버려서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내과를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었는데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그 후 다른 병원을 찾아갔는데 그후로는 그렇게 쓰러지신적이 없다. 이 책에서도 '운명'인 것 처럼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되어 의사의 손길을 받아보기도 전에 죽음에 이르게 되기도 하는 환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병원을 다니다보니 그 말 역시 마음에 확 와닿는 느낌이었다.

 

요즘 하는 드라마중에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는데, 김사부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의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어떠한 의사가 될 것인지는 의사들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 그러니까 아픈 이들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겠지만 그 모든 것이 생명의 존엄함을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최선의 노력이기를 바랄뿐이다. 날것의 죽음이 있는 그 곳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더욱 그런 마음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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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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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는 느낌없이 그 자체로 간결하고 의미 전달이 강한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번역 역시 문학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곤 한다. 더구나 '길 위의 소녀'는 세세한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있는 의미가 느껴지고 있어서 쉽게 읽히면서도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겨보게 하고 있어서 왜인지 모르게 '서점대상'을 받은 대중성과 문학상을 받은 문학성을 겸비했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길 위의 소녀'가 어떤 의미일까, 싶어 책을 읽기 전에 -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책의 첫장을 읽으며 호기심에 원제를 살펴봤는데 뜻밖에 원제는 no et moi, 내 짧은 언어능력으로 봤을 때도 이건 그냥 '노와 나'라는 의미였다. 영어로 'no'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해봤는데 소설에서는 길위의 소녀, 그러니까 노숙자로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 '노'라고 나온다. 작가의 의도가 있는 이름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 이름 하나에도 의미를 찾아보게 될만큼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있는 의미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머리 좋은 영재 소녀 루가 조기 진학을 하여 또래가 아닌 나이많은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받으면서 학교 과제로 '노숙자'에 대한 것을 발표수업 주제로 정하면서 그녀가 만난 노숙자인 '노'와의 관계와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우리의 환경과 프랑스의 환경은 물론 다르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노숙자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제 갓 성년이 된 홈리스 노의 모습을 당사자가 아닌 타자인 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홈리스의 생활에 대해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거나 이혼한 가정에서 성년의 나이이지만 유급을 당해 여전히 청소년 학생의 신분으로 살면서 부모의 보살핌 없이 혼자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학급 친구 뤼카의 이야기와 학교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영재소녀 루의 소외감, 그리고 루의 가정 환경에 대한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얽히게 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는데.....

 

일종의 성장소설로 읽을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또한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하나의 큰 줄기안에서 세세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섬세하게 표현되는 감정선이 짧은 문장안에 담겨있어서 글을 읽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으면서도 읽어나갈수록 그 세심함이 느껴지는 듯 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거나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소설의 끝에는 그 앞의 이야기를 함축시키는 에피소드가 결말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지만 또 그것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뒷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어쩌면 '시적 여운'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길 위의 소녀'에 담긴 내용을 되새겨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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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3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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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 1 영어에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 1
박진호 지음 / 푸른영토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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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느끼게 된 부분은 굳이 어렵게 '인문학' 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가볍게 에세이라고 했다면 훨씬 더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영어표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거나 숙어나 단어에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의 표현은 이미 그 유래를 알고 있는 것이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래도 언어에 담겨있는 의미가 역사적, 사회문화적으로 연관되어 파생되었음을 알게 되어 말그대로 '흥미'롭기는 했다.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간중간 '이 표현에 그런 뜻이?'라는 주제로 단어나 숙어표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그 유래나 의미를 몰랐을 때는 그저 암기해야하는 단어와 숙어지만 글을 읽다보면 좀 더 쉽게 영어에 다가설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우리말 속담을 그대로 표현만 암기하는 것보다는 그 유래와 뜻을 알면 배우기 쉬운 것과 같은 것이다.

상식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책을 읽게 된다면 부담없이 한번 쓰윽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한꺼번에 책 한권을 다 읽는 것보다는 틈틈이 책을 펼쳐놓고 그 표현을 내것으로 익힌다면 특별히 공부한다는 느낌없이 영어 표현력이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영어에 대한 이야기는 풍부하고 좋은데 우리말 표현 - 예를 들어 좀 더 '나은' 삶을 찾아...라는 표현은 '낳은'이라고 하는 등 우리말 맞춤법이 틀린 것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에 관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굳이 영어 표기로 그대로 쓴 것은 책을 읽을 때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아서 내게는 좀 아쉬운 느낌으로 남는다. '영어에 얽힌 흥미진진 인문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설명하고자 하는 영어 표현에 대해서만 영어를 썼으면 좋겠는데 - 사실 이것도 어떤 기준으로 구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본문에 간혹 단어를 영어로 표기하고 발음을 우리말로 적어놓은 것이 중간중간 많이 섞여있어서 이 책을 영어책으로 놓고 어휘공부를 하려고 펴든 것이 아닌 나같은 경우에는 조금 읽기 싫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저 가볍게 책을 읽어보는 것이라면 그리 나쁠 것은 없겠지만.

쓸데없는 사족을 덧붙이자면,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어보니, 내가 이미 알고 있는 표현들의 유래에 대해 가볍게 읽어버려서인지 나는 '에세이'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고 처음 알게 된 이야기들이 많다면 더 많이 흥미로웠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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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되었는가?―《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창조적인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여행과 삶은 어떻게 닮아 있는가?―《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빌 브라이슨
비틀즈는 무엇을 노래했는가?―《비틀즈 앤솔로지》, 비틀즈
작가는 왜, 무엇을 쓰는가?―《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휴머니즘은 언제나 옳은가?―《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존 그레이
우리의 행복은 언제 찾아오는가?―《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즈
인간이란 무엇인가?―《생존자》, 테렌스 데 프레
죽음은 어떻게 맞아야 하는가?―《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언젠가부터 질문하는 것을 잊고 살았다. 수많은 의문이 생기지만, 대부분 사회생활을 하면서 안으로 삼켜버려야 하거나 답이 빤히 보이지만 모른 척 해야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알아버린 세상의 찌든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어서인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내려 하기보다는 외면하려하곤 해버린게 아닐까.. 싶다.

아니 뭐, 복잡하게 이런 저런 핑계를 대지 않고. 그냥. 갈수록 생각이 사라지고 있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만화책을 보면서는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만화책을 보면서도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어서, 정말 제.대.로 살펴보기보다는 그저 되는대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처럼 책 읽기도 그저 되는대로 되고 있......

 

 

 

 

 

 

 

 

어제는 아침부터 온갖 일이 겹쳐서 하루가 일주일보다 더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데, 어제의 그 피곤함이 - 육체적인 피곤함보다는 신경써서 교육하고 공지하고 협의하고... 아무튼 뭐. 이런저런 것들이 겹치다보니 그 누적된 것들이 오늘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듯. 아침부터 커피를 마셔대고 있고, 심리적인 공허함이 뱃속의 공복감으로 나타나고 있어서 끊임없이 간식을 먹어대고 있고. 그나마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맘 놓고 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아침 출근길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쳐다본 하늘에는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비행기가 떠 있었는데.올해 초부터 떠들어대던 온천행은 더 멀어지기만 했고. 아니, 왜 나는 혼자 여행을 못떠나는걸까. ㅉ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아직 사회적인 합의는 도출되지 못한 듯하다. 책은 이 질문에 성급히 답을 내리기보다는 2010년 3월 - 5월에 벌어졌던 천안함을 둘러싼 '과학논쟁'들을 되짚으며 천안함 사건이 이데올로기의 격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진실인가'를 묻기에 앞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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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지음 / 윌컴퍼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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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라고 했을 때 그 말에 동감하면서도 실감하지는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다른 미술서적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아무런 설명없이 대비되는 그림 두 점을 내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독자로 하여금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림 자체를 살펴보게 해 주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는 말이 내 마음을 울린 것은 첫번째 그림을 보고 난 후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다른 책을 볼때보다는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진중하게 그림을 쳐다보고 글을 읽기 시작했음에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림 속의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나는 아직 그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서양미술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봤기 때문인지 아무런 설명없이 그림만 봤을 때, 왠지 낯익은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도 많아서 완전히 그림 자체만을 바라보며 감상을 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전지식없이 작품만을 비교해보고 있을 때는 조금 더 그림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서로 비교가 되는 그림 도판을 실은 것도 좀 더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내게는 더 좋은 느낌이었고 특히 홀바인의 예수 그리스도는 오래전에 체 게바라의 시신과 비교한 것만 봤었는데 또 다른 화가인 만테냐의 그리스도 그림과 비교해 보면서 홀바인의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되어 좋았다.

그래도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면의 주종관계라는 주제를 놓고 벨라스케스의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의 그림이다. 그림의 풍채로 벨라스케스의 그림이구나,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는데 그림 자체를 스치듯 봤었던 나로서는 솔직히 누가 왕자고 누가 난쟁이지? 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되었는데, 바로 그런 나의 느낌 자체를 벨라스케스가 의도한 그림 그리기라는 설명에서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더구나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그림은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담아낸 책으로써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과 글의 구성으로 봤을 때 그림 자체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선입견이나 배경과 환경에 대한 지식으로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로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는 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 그러니까 중요한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림에 대한 설명과 그 시대의 사회, 문화에 대한 설명에 더하여 조금 더 깊이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저자의 글은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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