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의 그림 vs 그림
김진희 지음 / 윌컴퍼니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라고 했을 때 그 말에 동감하면서도 실감하지는 못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기존의 다른 미술서적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아무런 설명없이 대비되는 그림 두 점을 내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독자로 하여금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림 자체를 살펴보게 해 주고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다 보인다,는 말이 내 마음을 울린 것은 첫번째 그림을 보고 난 후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읽기 시작했을 때였다. 다른 책을 볼때보다는 조금 더 긴 시간동안 진중하게 그림을 쳐다보고 글을 읽기 시작했음에도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그림 속의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순간, 나는 아직 그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없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서양미술사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봤기 때문인지 아무런 설명없이 그림만 봤을 때, 왠지 낯익은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떠올리게 하는 경우도 많아서 완전히 그림 자체만을 바라보며 감상을 할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사전지식없이 작품만을 비교해보고 있을 때는 조금 더 그림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을 보여주기 보다는 서로 비교가 되는 그림 도판을 실은 것도 좀 더 작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 내게는 더 좋은 느낌이었고 특히 홀바인의 예수 그리스도는 오래전에 체 게바라의 시신과 비교한 것만 봤었는데 또 다른 화가인 만테냐의 그리스도 그림과 비교해 보면서 홀바인의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되어 좋았다.

그래도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화면의 주종관계라는 주제를 놓고 벨라스케스의 '난쟁이와 함께 있는 발타사르 카를로스 왕자'의 그림이다. 그림의 풍채로 벨라스케스의 그림이구나,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는데 그림 자체를 스치듯 봤었던 나로서는 솔직히 누가 왕자고 누가 난쟁이지? 라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망설이게 되었는데, 바로 그런 나의 느낌 자체를 벨라스케스가 의도한 그림 그리기라는 설명에서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더구나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서 그림은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를 담아낸 책으로써는 그리 특별한 것이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과 글의 구성으로 봤을 때 그림 자체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선입견이나 배경과 환경에 대한 지식으로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 그 자체'로 그림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으로는 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 그러니까 중요한 것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때, 그림에 대한 설명과 그 시대의 사회, 문화에 대한 설명에 더하여 조금 더 깊이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저자의 글은 더욱 반가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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