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소녀 - 개정판
델핀 드 비강 지음, 이세진 옮김 / 비채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번역서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는 느낌없이 그 자체로 간결하고 의미 전달이 강한 문장들을 만나게 되면 번역 역시 문학이라는 것을 새삼 떠올리곤 한다. 더구나 '길 위의 소녀'는 세세한 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있는 의미가 느껴지고 있어서 쉽게 읽히면서도 지나고 나면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새겨보게 하고 있어서 왜인지 모르게 '서점대상'을 받은 대중성과 문학상을 받은 문학성을 겸비했다는 말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길 위의 소녀'가 어떤 의미일까, 싶어 책을 읽기 전에 -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책의 첫장을 읽으며 호기심에 원제를 살펴봤는데 뜻밖에 원제는 no et moi, 내 짧은 언어능력으로 봤을 때도 이건 그냥 '노와 나'라는 의미였다. 영어로 'no'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해봤는데 소설에서는 길위의 소녀, 그러니까 노숙자로 나오는 소녀의 이름이 '노'라고 나온다. 작가의 의도가 있는 이름인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 이름 하나에도 의미를 찾아보게 될만큼 문장과 문장 사이에 담겨있는 의미가 쉽지만은 않았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머리 좋은 영재 소녀 루가 조기 진학을 하여 또래가 아닌 나이많은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받으면서 학교 과제로 '노숙자'에 대한 것을 발표수업 주제로 정하면서 그녀가 만난 노숙자인 '노'와의 관계와 가족, 친구들과의 관계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다.

우리의 환경과 프랑스의 환경은 물론 다르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노숙자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제 갓 성년이 된 홈리스 노의 모습을 당사자가 아닌 타자인 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홈리스의 생활에 대해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거나 이혼한 가정에서 성년의 나이이지만 유급을 당해 여전히 청소년 학생의 신분으로 살면서 부모의 보살핌 없이 혼자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학급 친구 뤼카의 이야기와 학교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영재소녀 루의 소외감, 그리고 루의 가정 환경에 대한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얽히게 되면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가 어느 순간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하는데.....

 

일종의 성장소설로 읽을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또한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그만큼 하나의 큰 줄기안에서 세세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섬세하게 표현되는 감정선이 짧은 문장안에 담겨있어서 글을 읽는 것이 하나도 어렵지 않으면서도 읽어나갈수록 그 세심함이 느껴지는 듯 해, 책을 읽는 동안에도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거나 필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소설의 끝에는 그 앞의 이야기를 함축시키는 에피소드가 결말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지만 또 그것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그 뒷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어쩌면 '시적 여운'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길 위의 소녀'에 담긴 내용을 되새겨보게 하고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2-13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