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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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소설가가 요리를 한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살짝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그가 요리를 하게 된 것은 -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했을지 모르지만 본격적이 된 것은 '그가 요리를 해 주는 그녀'때문이리라. 이 책에서 표현되는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는 그가 사랑하는 아내이며 아픈 그녀를 위해 중년이 되어서야 요리를 배우며 경험하고 느끼고 깨닫게 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책 제목만 보고 그냥 단순히 이건 또 하나의 요리책, 그러니까 줄리언 반스의 레시피, 정도의 책인 줄 알았다. 뒤늦게 시작한 요리배우기이니 나도 희망을 갖고 요리를 배워볼까 하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아, 그런데 또 이따위 책이라니. - 이건 한탄의 소리가 아니라 책 제목의 라임을 맞춰보려고한 것일뿐 절대 이따위 책은 아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는 뜻일뿐. 말이 나온김에 책 제목을 다시 봤다. 책의 원제는 정말 영국스러운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번역서의 책 제목이 왜 이래,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딱 그 느낌이 남았다. 줄이언 반스 역시 부엌에서 책을 통해 요리를 배우며 되내었을 말이다.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요리책을 읽긴 해도, 그건 그냥 영감을 얻기 위한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좋다. 그런 사람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당신이라면 그저 영감이나 얻기 위해 법규를 대충 훑어보는 사람을 변호사로 고용하겠는가? (34)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은 이 문장을 읽으면서이다. 아니, 뭐 비슷한 느낌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던 것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 책을 읽는 것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수다를 떨면서 내 생각을 콕 끄집어내어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친구에게 맞장구를 치는 느낌이다.

게다가 요리책을 이것저것 구비하면서 겪게되는 에피소드에 막 공감을 하고 있는데 문득 한때 우리에게도 옛 레시피 책이 유행했던 것이 기억났다. 다행인 것은 당시 나는 요리보다는 책에 관심이 많아서 요리'책'으로서의 관심을 갖기만 하고 말았을뿐이라 그리 큰 실망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리책을 처음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볼 때 중량과 비율을 맞춰가며 열심히 따라해보려하지만 처음부터 막히기 시작했고, 그래도 이미 시작한 요리이니 끝까지 만들었는데 그 결과물의 맛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던 기억도 있다. 사실 처음의 명목은 어머니를 위한 요리였지만 결국 내가 만든 요리는 나 혼자 다 먹는다를 실행했을 뿐이었던 것도.

여러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읽히지만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이틀 전에 미리 집의 식기를 가지고 가서 음식 주문을 하고 집에서 익히기만 하면 되는 메인 요리를 내어 대접한 에피소드의 결과는...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해보시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일 것일지. ㅎ)

 

"요리한다는 것은 법석 떠는 과정을 거쳐 불확정성을 확정성으로 변형시키는 일이다"(138)

자, 이제 나도 한번 법석을 좀 떨어볼까?

 

 

 

덧. 아무리 살펴봐도 삽화가가 누구인지 책에는 없다.

덧2. 치커리를 반토막 내어 40분간 익힌다고? 내가 아는 치커리가 아닌가 싶어 검색까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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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커리를 아마 곤죽으로 만드는 레시피
인가 봅니다 ㅋㅋ
 

 

 

 

 

 

 

 

 

이미 좀 시간이 지났으니 기왕 기다린 것,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자. 책도 안사버릇하니 안사는게 가능하기도 - 아, 이건 좀 보류해야할 문제다. 그 사이에 내가 책을 한 권도 사지 않은 것도 아니고. 꼭 읽고 싶은 책들은 아니라 하더라도 꽤 많은 책을 받았고. 중간중간 읽고 싶은 책도 많이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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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30 1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되더구라구요...

오늘도 알라딘에 가서 두 권 질렀습니다.
 
배웅불
다카하시 히로키 지음, 손정임 옮김 / 해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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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배웅불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지 않는다. 제목에 어떤 의미부여가 되기 때문일까? 그런데 이 한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 굳이 배웅불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않게 된다. 아니, 이야기의 마무리즈음에 일본의 오봉 축제때 저승으로 돌아가는 조상의 영혼을 배웅하는 의미로 피우는 불을 배웅불이라고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아니, 일본에서는 다들 아는 의미이며 이건 역자의 설명이다. 그저 스치듯, 이 이야기의 화자가 지나가며, 약간 치매증상이 보이는 이웃 할머니가 저녁이 아닌 환한 대낮에 배웅불을 놓았다는 장면이 나올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에 지푸라기 인형이 활활 타오르는 유등놀이의 풍습이 더이상 축제의 한 놀이처럼 보이지 않고 세 사람 중 첫번째 사람을 먼저 태워 죽이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아유무의 시선뿐만 아니라 온전히 아유무에게 동화되어 그 불길이 실제처럼 느껴져버린다.

 

종합상사에 다니는 아버지의 잦은 전근으로 인해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함께 다녀 아유무 역시 그에 따른 전학을 자주 가게 된다. 흔히 그렇게 전학을 자주 다니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고 전학생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있어 왕따가 될 수도 있는데 아유무는 큰 탈없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새로 전학한 중학교는 1년이 지나면 폐교하게 될 자그마한 학교로 학급에 남학생이 6명뿐이다. 그중에 리더격인 아키라와 온갖 내기에서 불운의 아이콘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미노루의 관계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처음엔 객관적인 느낌으로 친구들과의 일상이 묘사되다가 조금씩 친구들의 행동이 지나치게 폭력적이 되어가면서 일방적으로 당하는 미노루에 대한 동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부디 나만은 아니길 바라는 조바심 어린 마음이 생겨난다. 그러면서 아키라의 부정직한 손놀림에 더 기대게 되기 시작한다.

 

배웅불의 이야기는 짧지만 그 문장 하나하나를 읽고나면 그 세밀한 묘사에 감탄을 하게 된다. 시골 농촌 마을의 평화로운 풍경속에 오래도록 지속되어온 풍습이, 오랜 세월 사용되어온 농기구가 어떻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되는지 직접 책을 읽어본다면 새삼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건 표현에 대한 감탄뿐만 아니라 그 묘사 속에 담겨있는 세상의 부조리한 악, 그것이 내게 해를 가하지만 않는다면 모른척할 수도 있으며 또한 그것이 악이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세상에 대한 담담한 묘사는 가히 충격적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소설이 아닌 현실세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

 

여러 관점에서 여러 이야기를 할수 있을 것 같았는데 모든 것이 다 뒤섞여버리고 있다. 오로지 아유무의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문득 아유무 역시 지극히 타인화된 사적인 시선일뿐이라는 걸 느꼈을 때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재조립되며 다시 읽히게 된다. 짧지만 길게 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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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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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는 하지만 책의 제목처럼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고 싶습니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을 풀어나가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싶었다. 나 자신의 대답이 중요한 것이 아닌 이 물음에 접근하는 사회학적인 대한민국 사회의 분석이 있을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내용의 진행은 기대했던 방향이라고 할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주제에 대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시대, 이 땅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제대로 살아가는 방향을 찾아가게 하고 있다.

 

우리의 불신, 불만, 불안 사회에 대한 진단을 하고 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민으로 전락하고 - 저자는 서민의 개념을 서출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고 있어서 약간의 멸시까지 담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 말았는지 살펴보고 신뢰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의 품격을 지니기 위한 노력들을 제시한다.

 

가족과 사회구성원들의 신뢰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공공성 인식이 현저히 낮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사실 나 역시 예전에 병원 한 번 가지 않는데도 꼬박꼬박 내는 건강보험료에 대해 약간은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렇게 모인 공공자본이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해보라는 얘기에 뜨끔했었다. 그 이후로 조금씩 나의 인식도 변하기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천만원이 넘어가는 수술비 명세서에서 확 내려간 본인 부담금 명세서를 받게 되니 예전부터 주위에 이런 공공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이야기나누었던 것이 조금은 다행이다 싶어진다.

 

거시적이니 미시적이니 하는 구분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평등하며 서로 연대하며 개인의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사회의 역량이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간다면 더이상 헬조선은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갈등속에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개인의 능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회라면 지금 당장 지상낙원 대한민국은 아니더라도 살맛나는 세상 대한민국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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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서커스 - 2,000년을 견뎌낸 로마 유산의 증언
나카가와 요시타카 지음, 임해성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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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는 익히 들어 그 의미를 알고 있지만 빵과 서커스라니? 이런 표현이 있었던가?

이런 궁금증과 더불어 '토목, 건축'의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는 로마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안그래도 로마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다가 역사적 고증으로 세밀한 묘사가 뛰어난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읽다보니 다양한 관점으로 로마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워 빵과 서커스라는 제목은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책을 펼쳐들었다.

 

빵과 서커스라는 비유는 로마 시인 유웨날리스의 탄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시민들은 로마가 제정이 되면서 투표권이 사라지자 국정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과거에는 정치와 군사의 모든 영역에서 권위의 원천이었던 시민들이 이제는 오매불망 오직 두 가지만 기다린다. 빵과 서커스를"(123)

 

권력자에게서 무상으로 받는 빵과 오락거리인 서커스로 인해 로마인들은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점차 쇠락해갔다고 표현하지만 실상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사백년 이상 대제국이 유지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향락만을 즐기며 되는대로 살았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면 로마의 역사는 어떻게 그리 긴 세월동안 대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오래전 로마의 까타꼼베를 가면서 천년가도인 아피아가도를 밟아본적이 있다. 현대의 기술로 돌길을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만큼 견고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로마제국은 자신들이 건설한 아피아 가도의 수레바퀴 폭을 일정규격으로 맞췄다고 한다. 그것은 로마제국의 물자가 신속히 이동할수도 있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민족의 침략을 더디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또 로마의 수도시설이 잘 되어있는 것 역시 유명한데 목욕탕 시설이 계급으로 나뉘지 않고 모두가 심지어 노예도 즐길 수 있었다고 하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로마의 판테온이나 콜로세움 같은 건축물의 위대함에 대해 건축학자에게 들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그런 특별한 건축물의 위대함만이 아니라 로마시대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공목욕탕이라거나 도로, 수도 시설 '서커스'라고 표현되는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는 원형경기장이나 전차경기장 같은 것을 살펴보며 로마의 사회와 문화를 통해 로마의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로마의 위대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좀 더 다양하게 로마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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