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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
알랭 드 보통 지음, 이강룡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이 제목이 왜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인걸까.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표지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새삼스럽게.
누구나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버리면 더 이상 자기를 좋아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 뒤에는 누군가가 우리에 관한 모든 사실을 다 알아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놓여있다. (p239)
그래서 전기작가들은 그 위대한 인물들이 코딱지를 갖고 노는 것에 대해 서술하지 않고, 많은 시간을 아무 생각없이 보낸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나는?
우리가 탐색하고 있는 것은 사적인 삶이다.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내용들로만 전기가 채워질 뿐이라면 그의 삶이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란 말인가?(p152)
아니, 이 말은 지금 리뷰라는 걸 써보겠다고 책을 펴놓고 모니터 쳐다보며 자판을 치고 있는 내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책을 읽은 느낌은 오로지 나만의 것인데, 나는 그것을 은폐하면서 보통이라는 작가의 말만을 늘어놓고 있지 않는가.
책을 읽으려고 처음 펴들었을 때, 이것이 전기인지,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뭔지 도통 짐작이 안갔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사진을 펴 보면서 이사벨은 어렸을 때 좀 더 밝은 금발이었다고 하는데, 사진으로는 금발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사벨의 남자친구들 사진을 보다 어느 하나에 '어, 내가 아는 녀석이랑 표정이 똑같다. 재밌네'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봐도 그건 재밌네. 근데 이게 뭐 어쨌단 말인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이 보통씨가 쓴 또하나의 연애 이야기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때문에 이 책의 되새김질이 시작된다.
책을 펴들고 살펴본다. 원제가 Kiss and Tell이로군. 그 말뜻을 보니 책의 내용이 확 와닿는 느낌이네. 음..근데 겨우 이틀 책을 들고 다니며 봤는데, 정사각형에 가깝던 이 책이 어째 평행사변형으로 변해버렸을까.... 중중거리며 책을 잡았다. 이거 어째 되새김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긴 하지만, 평소의 아무생각없는것과는 달리 머릿속으로는 또 다른 되새김질이 생겨나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