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외의 악필을 만나면 좀 당황하기는 하지만.

학교다닐 때 후배의 글씨가 참 이뻐보인적이 있다. 글씨를 잘 쓰는 건 아닌데, 아니 오히려 뭔가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삐뚤빼뚤의 글씨인데 그게 왜 그리 이뻐보였는지.

뭔가 모자란 듯한 그 느낌때문에 더욱 정겹고 귀여웠는지도 모르겠다.

 

마스다 미리가 말하고 있는 수많은 '뭉클'의 에피소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 왠지 2%가 부족해보이는 사람들과 인간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완벽해 보이던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허술함, 어딘지 모르게 보여지는 허당의 모습에서 괜한 '뭉클'을 느끼는 것.

 

흠... 졸면서 리뷰를 썼더니 정작 쓰려고 했던 이 말이 빠졌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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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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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 '뭉클'이라는 말에 집중을 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누나 손을 꼭 붙잡고 학교에 가고 있는 꼬마 초등학생의 모습에 문득, 햇살이 좋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백살은 되어보이는 나무에 연하게 반짝이며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싹을 보게 되었을때도 문득, 성당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에게 미사포를 이쁘게 잘 씌워주고는 손을 꼭 잡아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나란한 뒷모습을 볼 때도 문득, 오랜 세월이 흘러 도로 곳곳이 확장되고 건물이 바뀐 동네를 걷다가 두 할아버지가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어느 곳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그 뒷모습에서 두 분이 손을 꼬옥 붙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을때도 문득 나는 '뭉클'해지곤 한다.

 

마스다 미리 여사도 이런 '뭉클함'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나는 뭉클,이라는 말에서 '감동'이라는 감정을 끌어내주는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많은 에피소드들이 그런 감동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짠해 보이는', 뭔가 안쓰럽기도 하지만 딱히 그런 느낌보다는 뭔가 대견해보인다는 느낌 정도의 글을 담고있다.

어찌보면 별 것 아니고 아주 사소한 일들에 일일이 감탄하고 뭉클해하고 있냐, 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가끔씩 그녀의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나도 간혹 뭉클해질때가 있지,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이 책은 뭉클함보다는 나이를 적당히 먹은(!) 여자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소소한 감정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크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마스다 미리의 눈에는 결코 사소함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커다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책을 받아들고 무심코 읽어나가기 시작하다가 문득 띠지속이 궁금해져서 한꺼풀 벗겨봤더니 뜻밖의 그림이 나왔다. 빨대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남자가 빨대로 마시면 꼴불견이잖습니까,라고 적혀있는 띠지와는 달리 그 안쪽에는 '앗, 깜빡했다!!'가 적혀있는 것이다. 이런것이 '뭉클'이 될 수 있냐고?

마스다 미리가 말하고 있는 수많은 '뭉클'의 에피소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거의 모든 이야기에 왠지 2%가 부족해보이는 사람들과 인간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완벽해 보이던 사람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허술함, 어딘지 모르게 보여지는 허당의 모습에서 괜한 '뭉클'을 느끼는 것. 어쩌면 그래서 괜히 사랑스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어쩌면 마스다 미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소소한 일상에서 그저 그럴 것이다, 라거나 평범하게 지나쳐버리게 되는 타인의 행동들속에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언제나 '뭉클'함을 느끼며 생활하게 된다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일상의 사소함 속에서 '뭉클'을 느낀다는 것은 또한 늘 소소한 설레임을 느끼게 하며 일상생활의 활력을 주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고보니 괜히 이 책이 뭉클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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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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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다작을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인지라 번역된 작품을 읽기 시작하다보면 왠지 자꾸만 원작의 출간일을 찾아보게 된다. 시노부 선생님 시리즈 역시 초기 작품일 것이라 짐작이 되지만 정말 오래전의 이야기라는 걸 확인하고 나니 왠지 정겨운 느낌이 든다. 뭔가 좀 안어울리는 것 같지만 '귀엽다'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랄까.

어쨌든 개인적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은 잘 다듬어지지않은 아마추어 탐정의 이야기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오사카 탐정단이라는 명칭이 붙어있는 시노부 선생님의 이야기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던 것 같은 이야기들이고 추리나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같은 사람을 유추해 낼 수 있으며 이야기의 전개가 미루어 짐작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미가 없냐고? 아니, 나는 솔직히 좌충우돌, 사건사고를 몰고다니는 시노부 선생님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엉뚱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시노부 선생님과 제자들의 이야기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겨져있다.

 

'시노부 선생님은 공부중'의 이야기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좋은 것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앞서나가는 기술력을 억지로 익혀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경제적인 부와 풍요로움보다는 가족의 정이 훨씬 더 많은 것을 풍요롭게 하며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폭력적인 남자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요시코의 이야기에서는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기 위한 범행을 그려내고 있는데 죄라는 인식보다는 인정적으로 그럴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는 정적인 형사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시노부 선생님의 사건사고를 읽다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들 중에서 몇몇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런 장편소설의 시놉시스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뭔가 잘 씌여진 습작노트를 읽는 느낌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오래 전 작품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니까 별부담없이 가볍게, 흥미롭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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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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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막 도착한 책을 들고 바로 펼쳐 읽기 시작했었다. 사무실에서 점심시간에 잠깐 보다가 덮었는데. 중판출래라니!

왠지 시작부터 기합이 들어가있어서 쉴 틈 없이 그냥 마구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재빨리 덮어뒀다. 집에서 맘편히 오오옷! 하는 감탄사도 내면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중쇄를 찍자,는 생각보다 더 재미있고 생각외로 출판업계 - 특히 만화주간지 편집자들의 생활에 중점을 둔 것이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쿠로사와 코코로가 면접을 보는 장면이다. 유도선수로서 올림픽금메달을 목표로 하다가 부상으로 유도를 포기해야만 하는 코코로는 이제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자신을 유도의 길로 인도한 것도 책, 유도대회에 나갔을 때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공통적으로 화제삼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책 - 물론 만화책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책을 통해 목표를 찾고 마음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세계의 공통 언어인 만화를 만드는 데에 참여해서 전 세계에 사는 모두를 두근거리게 만들고 싶다'는 쿠로사와 코코로의 열망은 필기시험 만점을 기록하게 하고 면접에서도 그 단단한 기합의 아우라를 풍겨내고 결국은 출판사의 편집부에 입사하게 된다.

[중쇄를 찍자!]는 쿠로사와 코코로를 통해 만화편집부의 일상과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작가와 편집자의 연관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책 한 권이 나오는 과정뿐만 아니라 책이 만들어진 후 그 책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수많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책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독자의 반응을 예측 할 수 없는 신인작가의 등용, 슬럼프에 빠진 작가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홍보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은 왠지 짠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 역시 좋은 책을 발견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을지경인데 편집자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쿠로사와 코코로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나 자신도 흡!하고 기합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기운차게, 더 열의를 갖고 내 일을 더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새끼곰인 코코로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 만화편집부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더더욱 기대 된다.

아, 그리고. 책 중간에 중판출래 춤 동작이 나와있는데 괜히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따라해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득, 우리나라 출판사의 편집자들도 중쇄를 하게 되면 그와 비슷하게 덩실 춤을 추기도 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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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 3~4세 편 - 아동발달심리학자가 전하는 융복합 놀이 100 장유경의 아이 놀이 백과
장유경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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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두가 즐거워야 놀이이다."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데도 새삼 감탄하려 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놀이문화보다 학습문화에 더 젖어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아동발달심리학자인 장유경이 3-4세의 성장 단계에 맞춘 신체, 언어, 탐구, 정서 놀이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아니, 이 모든 것을 떠나서 그냥 '놀이책'이라고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무엇을 하든 하는 사람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것이 놀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게 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글읽기를 위해 말소리를 구별하는 기술을 배우고 수 세기의 원칙을 배우고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 읽기, 자기 조절 방법을 배운다. 아이들은 이런 중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습지가 아닌 놀이에서 배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를 영역별로 정리한 것이 바로 장유경의 아이놀이 백과,인데 이 책이 아무리 훌륭하게 씌어졌다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즐겁지 않으면 이 책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아이들이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고 내뜻처럼 잘 따라와주지 않으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좋은건데 라는 생각에 자꾸만 억지로 시켜보려고 했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역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은 무한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이 책은 영역별로, 즉 감각발달 신체놀이, 생각표현 언어놀이, 생각발달 탐구놀이, 감성발달 사회정서 놀이부분으로 나눠 정리하고 있는데 각 놀이의 말미에 발달이야기 팁을 넣어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필요한 이론적인 내용들,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정리해주고 있어서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중에서 '유아기는 신체활동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는 발달 이야기를 읽는데, 엊그제 어머니가 다른 형제들은 모두 운동신경이 좋고 다들 운동 하나씩은 특기처럼 잘 했는데 유독 나 혼자만 굼뜨고 운동을 못한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달리기조차 잘 하지 못하는 나의 무딘 운동 신경은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역시 유아기때의 신체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내 기억에도 없는 어린 시절의 나는 혼자 집을 지키며 책을 옆구리에 끼고 집 옥상 올라가는 계단에 앉아 책장만 넘기더라는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왜 내가 형제들과는 달리 그렇게 운동을 못하는지 알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새삼 이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선조의 지혜를 이어받아 아이들에게 맞는 놀이를 배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이 시대에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학습의 형태가 아니라 모두가 즐거워지는 놀이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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