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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별을 봅니다 - 우리 시대의 명상록
김인현 글, 권오철 사진 / 메이트북스 / 2022년 8월
평점 :
천체 사진을 볼 수 있는 책은 대부분 우주와 관련된 과학서인데 이 책은 명상에세이로 천체사진과 감성적인 글을 통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습관처럼 하늘을 쳐다봤는데 안타깝게도 근래에는 날씨가 흐리고 지금은 비날씨가 계속되어 별은 커녕 달도 보기 힘든 날이다. 아쉬움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못보는 대신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 몇달을 기다려, 아니 때로는 십년을 시도한 끝에 성공한 사진을 보고 있으면 우주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내 눈으로 바라보는 밤하늘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이야기들이 마음에 남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는 '숨어있는 1인치를 보는 눈'이다.
"이미 찍은 사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거나 핵심이 되는 부분을 부각하기 위해 일부를 확대하거나 중심을 이동하는 조작술을 트리밍이라고 하는데 필요한 부분은 확실하고 강력하게 전달하지만 잘려나가거나 숨겨진 부분은 감춰버린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이는 것만 맹신한다. 프레임 밖 보이지 않는 부분에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필요하다"(140)
어린왕자를 읽다보면 나오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과 통하는 이야기지만 사진의 트리밍 기술과 연결하여 이야기하니 또 그 느낌이 다르다.
농담처럼 밤하늘에서 가까이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말하는데 그 너머에 있는 진짜 별을 볼 수 있다면 지금의 내 삶의 모습이 그리 퍽퍽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깊은 어둠속에서 별은 더 빛난다고 하지만 그 빛남을 볼 수 있는 것도 그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밤이 가장 긴 동지에 별의 일주운동을 촬영하는데 그 열두시간동안 구름한점 지나가지 않아야 별의 반원 궤적을 깨끗하게 촬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충남 홍성에서의 사진은 십년동안 시도를 해서 끝내 촬영을 했다고 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기다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멋진 사진이다.
사진의 촬영에 얽힌 에피소드와 삶의 지혜가 맞물리는 글을 읽다보면 같은 하늘이지만 조명에 따라 달라진다거나 보이지 않는 것을 찾게 된다거나 일생에 단 한번밖에 볼 수 없는 혜성도 있고 간절한 마음이 없으면 또한 볼 수 없는 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릴땐 여름이면 옥상에 올라가 드러누워 별자리 찾기를 하다가 잠이 들곤 했었고, 학창시절 산에 올라 밤에 하늘을 보다가 수십개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모습을 끝없이 지켜봤던 기억이 있다. 하나, 둘 숫자를 헤아리다 결국 그저 말없이 보기만 했었는데 그런 기억때문인지 종종 밤하늘을 올려다보곤한다. 주위가 너무 밝아 예전처럼 많은 별을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언제나 맑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