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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평점 :
이 책은 어린왕자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어린 내면아이를 만나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잊고 있었던 좋은 기억들도 떠올릴 수 있게 해 주는 정여울작가의 에세이이다.
몸에 밴 어린시절에 대한 성인자아와 내면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심리상담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낯설지않은 이야기인데다 몇번씩이나 읽어 익숙한 어린왕자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으니 더 친근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조금은 가볍게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타인을 바라보듯 읽기 시작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읽어나갈수록 내 안의 내면아이가 꼬물거리며 같이 놀자고 나오는 느낌이었다.
정여울 작가는 자신의 내면아이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성인 자아에게는 루나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두 자아의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있다. 작가가 직접 번역한 어린왕자 이야기가 실려있고 작가가 독자에게 건네는 물음과 각 장의 마무리를 해 주는 이야기로 구성된 열개의 주제가 담겨있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왕따를 당한 기억, 어린시절의 불쾌한 기억이 지금 돌이켜보면 성추행과 같은 것을 당했음에도 가족이나 주위의 어른들이 그것을 방관했음을 이해할수도 없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 모든것들이 어린 시절에 겪은 것이며 오랜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흐릿해진다고 해도 그 상처들은 내면 아이에게는 전혀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니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잘못을 바로잡고 화를 내야하는 것에는 화를 낼수도 있어야하고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진다면 상처가 치유될 수 있고, '찬란하게 빛나는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서로의 기억이 다르고 같은 경험을 한 일이라해도 각자가 떠올리는 기억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괜히 서로의 상처를 헤집어 꺼내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 안의 내면아이는 어린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니 상처의 치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어린시절의 감정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언젠가부터 어머니가 어린시절 상처받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면 미안하게 됐다,는 말씀을 해 주시니 내 마음도 좀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어린 왕자'를 읽으며 잊고 있었던 나의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고 잊고 있었던 상처들도 떠올리게 되었지만 또한 좋았던 추억을 가진 내면아이를 만날수도 있었고 치유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어릴적의 나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또 어쩌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종종 내면아이와의 만남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