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있음
새왕이라는 사람이 겨우 이런 거나 쌓는 거요!
-공격이 먼저인가 수비가 먼저인가상쾌한 햇살이 볼을 비추는 가운데 교스케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일찍이 겐쿠로와 나눈 대화였다.
세상에 창이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그것을 막는 방패가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아니, 어느 쪽도 옳지 않으며, 인간이있는 한 전쟁은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긍정하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창과 방패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아니, 나설 수 없다. 그저 숨을 죽인 가운데 교스케는 직접 일일이 꼼꼼하게, 그러면서 흐르는 듯 돌을쌓아 나갔다.
여러 사람의 얼굴이, 지나온 날들이 돌에 떠오르고 그 속에 깃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니,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전부 쌓고 나서 오바나가와 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100년의 평화가, 1000년 후의 미소가 있다고 믿고서. 681-682

겐사이는 오의가 ‘기술‘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언어로 가르쳐줘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이미 전했다고도 했다. 하나일 때는 전혀볼품없는 돌이라도 모으고 서로 물리면 강고한 돌담이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로다이묘부터 농민까지 마음이 하나가 된 오쓰 성. 그것이야말새왕의 방패. 의 실체가 아닌가. 교스케는 보이지 않는 힘에 등을 떠밀리는 듯 질타와 격려를계속했다. 674 - P674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에도, 손수 돌을 안고 있는 동안에도 교스케는 내내 그 말을 되뇌었다.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고 땅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돌담에 혼을 불어넣는 것. 언젠가 겐사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혼마루를 지키는 자들의 함성, 농민들의 격려, 도비타야 장인들의 힘찬 목소리,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에 정체 모를 기운이 솟았다. 673 - P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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