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5년의 브레히트나1966년의 모리슨이나 둘 다 죽음의 길에 나섰다. 우리는 죽어야한다고 내가 말하잖아. 그들을 배경에 두고 생각하면 오든은 아직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우리는 서로 사랑하든가, 아니면 죽어야 한다. 전쟁을 앞두었을 때만, 심지어 바로 전날이라고 해도, 그런 상황에서만 사람은 희망을 품으려 한다. 9월 1일에는 분명 아직 세상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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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1일 이른 아침, 인간의 시간에 종말이 닥쳤다.
(16)

자, 진정한 시작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졌다. -나쁜 꿈,
전쟁, 그리고 두통. (35)

그래서 이제 미드타운의 그 술집, 두통, 불륜과 나쁜 꿈,
9월 1일 금요일에 일어난 폴란드 침공 - 이 모든 것이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에 붙게 될 제목도 정확히 ‘1939년 9월 1일‘
그것이다.
일상이 역사가 되는 때는 언제인가?
(36)

내 집에는 전화가 없다네, 그가말했다. 하지만 편지는 배달되지. 그는 한없이 외롭고...... 속하는 데 없는 사람 같았다. 그때 내 머리에 떠오른 표현이 그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 현대의 세상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 우리는 침묵 속에서 풍성한 노을을 바라보았다. 등뒤의 덤불에서 하루살이가 구름처럼 날아올랐다. 가우스틴은 하루살이떼를 눈으로 좇다가 말했다. 우리에겐 그저 한 번의 노을일 뿐인데 오늘의 하루살이들에게는평생 한 번뿐인 노을이겠군. 대체로 그런 의미의 말이었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건 닳아빠진 은유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분의시간이 온전히 흐른 뒤 그가 말했다. 하루살이에게 무슨 은유가 있겠나.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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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새왕이라는 사람이 겨우 이런 거나 쌓는 거요!



-공격이 먼저인가 수비가 먼저인가상쾌한 햇살이 볼을 비추는 가운데 교스케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일찍이 겐쿠로와 나눈 대화였다.
세상에 창이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그것을 막는 방패가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가. 아니, 어느 쪽도 옳지 않으며, 인간이있는 한 전쟁은 그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을 긍정하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면 창과 방패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아니, 나설 수 없다. 그저 숨을 죽인 가운데 교스케는 직접 일일이 꼼꼼하게, 그러면서 흐르는 듯 돌을쌓아 나갔다.
여러 사람의 얼굴이, 지나온 날들이 돌에 떠오르고 그 속에 깃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아니,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다.
전부 쌓고 나서 오바나가와 문을 바라보았다. 그 너머에 100년의 평화가, 1000년 후의 미소가 있다고 믿고서. 681-682







겐사이는 오의가 ‘기술‘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언어로 가르쳐줘도 의미가 없다고 했고, 이미 전했다고도 했다. 하나일 때는 전혀볼품없는 돌이라도 모으고 서로 물리면 강고한 돌담이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로다이묘부터 농민까지 마음이 하나가 된 오쓰 성. 그것이야말새왕의 방패.
의 실체가 아닌가.
교스케는 보이지 않는 힘에 등을 떠밀리는 듯 질타와 격려를계속했다. 674 - P674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모두에게 지시를 내리는 동안에도, 손수 돌을 안고 있는 동안에도 교스케는 내내 그 말을 되뇌었다.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고 땅을 지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돌담에 혼을 불어넣는 것.
언젠가 겐사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혼마루를 지키는 자들의 함성, 농민들의 격려, 도비타야 장인들의 힘찬 목소리,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몸으로 스며드는 듯한 느낌에 정체 모를 기운이 솟았다. 673 - P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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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음을 만들고 죽음을 파는 자라는 말을 들어 왔다. 하지만 도검을 단조하는 자도 매한가지 아닌가. 창 자루를 깎는 자도 활을 당기는 자도, 나아가 군마를 기르는 자도, 군량미를 파는 자도 그렇다. 이 난세에 전쟁과 무관한 일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도 어떤 일은 예술로 칭송받고 어떤 일은 본래 전쟁용이 아니었다고 으스댄다. 다만 철포만은 공예나 애호의 영역으로보아주지 않고, 전쟁이 아니면 쓸모없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처럼 말한다. 난세의 업을 전부 짊어져 왔다는 생각마저 든다.
철포 맞은편에 있다고 여겨지는 성벽도 그렇다. 처음부터 전쟁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면서 아름다움도 칭송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도비타야 겐사이와 그 뒤를 이은 교스케는 어디까지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성벽 본래의 의미를 추구해 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 숙적과의 싸움을 끝내기전에는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555-556






˝이겨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희 구니토모슈가 이 난세를 살아온 의미가 없습니다.˝
순수하게 더 나은 철포 제작 기술만을 추구하며 정진해온 장인도 있다. 자신이 노력하면 이 세상에 그만큼 빨리 평화가 올 거라고 믿는 장인도 있다. 그러나 철포 장인이 무엇을 추구했든 간에세상 사람들은 철포 장인들을 싸잡아서 비난하지 않았나.
˝정말로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잖은가.‘
불쑥 핵심을 찌르고 들어오니 겐쿠로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짊어지겠다고 말했을 텐데?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무기를만드는 자네들이 아니야.˝
˝......?˝
˝늘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 즉 우리들이다.˝
무네시게는 겐쿠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계속했다.
˝아무리 근사하게 말해도 결국 전쟁은 살인이지. 서국무쌍이라고 하지만 서국에서 가장 살인을 잘한다는 말에 지나지 않아.˝
˝그건 아니지요.......˝
겐쿠로는 간신히 말했다.
˝아니긴 전쟁에 휩쓸려서 무고한 농민을 죽인 것도 한두 번이아니야. 가문을 지키기 위해, 가신을 지키기 위해, 태평한 세상을지키기 위해. 이렇게 변명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패배하게 놔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겐쿠로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지금부터라도 괜찮다.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걷기 시작하지.˝ 605-606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나.
겐쿠로는 눈을 감고 자책했다.
죽음을 낳는 무기를 만드는 자신들을 악의 화신처럼 말하는 자도 있다. 철포나 대통에 가족을 잃은 자들이 특히 그렇다.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겐쿠로도 생각한다. 그것이 이 난세를 끝낼 결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 P602


"악인이라고 욕하려면 얼마든지 욕해라."
작은 소리로 흘린 이 말은 교스케에게 한 말이 아니다. 전쟁이라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나태하게 살면서 시끄럽게 비난만 퍼부는 세상이라는 괴물에게 한 말이다.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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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지켜주는데는 힘이 필요하지만 그 원류에는 따뜻함이 있다. - P262

"사람이 안심하고 사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장인들이 얼마나 궁리를 하는가.... 교고쿠 가의 모든 식솔들몫까지 대신 치하하네." - P278

"재상님,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아직 성공한 것은
"그래도 노력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네. 일이 잘 안 되면 다시하면 되고."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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