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을 만들고 죽음을 파는 자라는 말을 들어 왔다. 하지만 도검을 단조하는 자도 매한가지 아닌가. 창 자루를 깎는 자도 활을 당기는 자도, 나아가 군마를 기르는 자도, 군량미를 파는 자도 그렇다. 이 난세에 전쟁과 무관한 일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도 어떤 일은 예술로 칭송받고 어떤 일은 본래 전쟁용이 아니었다고 으스댄다. 다만 철포만은 공예나 애호의 영역으로보아주지 않고, 전쟁이 아니면 쓸모없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처럼 말한다. 난세의 업을 전부 짊어져 왔다는 생각마저 든다.
철포 맞은편에 있다고 여겨지는 성벽도 그렇다. 처음부터 전쟁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면서 아름다움도 칭송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도비타야 겐사이와 그 뒤를 이은 교스케는 어디까지나 아름다움이 아니라 성벽 본래의 의미를 추구해 왔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 숙적과의 싸움을 끝내기전에는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555-556
˝이겨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희 구니토모슈가 이 난세를 살아온 의미가 없습니다.˝
순수하게 더 나은 철포 제작 기술만을 추구하며 정진해온 장인도 있다. 자신이 노력하면 이 세상에 그만큼 빨리 평화가 올 거라고 믿는 장인도 있다. 그러나 철포 장인이 무엇을 추구했든 간에세상 사람들은 철포 장인들을 싸잡아서 비난하지 않았나.
˝정말로 죽이고 싶은 것은 아니잖은가.‘
불쑥 핵심을 찌르고 들어오니 겐쿠로는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짊어지겠다고 말했을 텐데? 사람을 죽이는 것은 무기를만드는 자네들이 아니야.˝
˝......?˝
˝늘 그것을 사용하는 자들, 즉 우리들이다.˝
무네시게는 겐쿠로를 똑바로 쳐다보며 계속했다.
˝아무리 근사하게 말해도 결국 전쟁은 살인이지. 서국무쌍이라고 하지만 서국에서 가장 살인을 잘한다는 말에 지나지 않아.˝
˝그건 아니지요.......˝
겐쿠로는 간신히 말했다.
˝아니긴 전쟁에 휩쓸려서 무고한 농민을 죽인 것도 한두 번이아니야. 가문을 지키기 위해, 가신을 지키기 위해, 태평한 세상을지키기 위해. 이렇게 변명한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패배하게 놔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이다. 겐쿠로는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지금부터라도 괜찮다.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을 때 걷기 시작하지.˝ 605-606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나. 겐쿠로는 눈을 감고 자책했다. 죽음을 낳는 무기를 만드는 자신들을 악의 화신처럼 말하는 자도 있다. 철포나 대통에 가족을 잃은 자들이 특히 그렇다. 한 사람도 죽이지 않고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겐쿠로도 생각한다. 그것이 이 난세를 끝낼 결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 P602
"악인이라고 욕하려면 얼마든지 욕해라." 작은 소리로 흘린 이 말은 교스케에게 한 말이 아니다. 전쟁이라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나태하게 살면서 시끄럽게 비난만 퍼부는 세상이라는 괴물에게 한 말이다.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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