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메를 이끄는 7인의 사무라이
황의웅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품절


제목이 썩 마음에 안들어서 책 읽기를 미루고 미뤘었는데 결국은 읽었다. 작가가 언급한 7명의 감독 사진.
미야자키 하야오, 다카하타 이사오, 데자키 오사무, 오시이 마모루, 오토모 카츠히로, 카와지리 요시아키, 안노 히데아키.

7명의 감독은 모두 독특한 캐릭터와 주제를 가진 애니를 만들어냈다.

이 포토리뷰는 책의 구성을 슬며시 보여주는 것으로만 끝낼 생각이기때문에 전반적인 것을 보여주지 않고 미야자키 하야오만을 끄집어 내어 책 구성에 대해 알려 줄 생각이다. 사실... 겉표지 그림에서 저 위쪽에 동떨어진 토토로만 '사무라이'라는 이름과 좀 거리가 멀어보이지 않는가!

참, 중간에 간혹 감독의 콘티가 실려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야자키의 콘티는 없다. 그건 아마.. 도쿄의 지브리 박물관에 가서 직접 봐야 할 듯. ;;;

이 사진은 철완아톰의 콘티와 작업 중인 데자키 오사무.

꽤 괜찮은 삽화도 많이 들어가 있고, 간혹 감독과 애니에 얽힌 일화도 설명글로 소개되어 있다.

97년경, 그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고양이버스를 제작해 거리에 나타난 미야자키 팬에 대한 이야기.

미래소년 코난의 이미지 보드.

루팡 3세 시리즈 중 '카리오스트로의 성' 영화 포스터.

미야자키 히로인의 뿌리라 일컬어지는 보라빛 별의 공주.
진정한 의미로 미야자키 히로인의 출발이라 할 수 있는 라나.
나우시카, 메이, 마리 허드슨, 키키.....

미야자키가 '아키츠 사부로'라는 펜네임으로 발표했던 '사막의 주민' 컷

작가는 감독의 표면적인 것 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사상과 의식을 이야기하고 그것이 작품속에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나름대로의 분석을 하고 알기쉽게, 정말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포토리뷰는 단면적인 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은 그 몇배이상의 깊이와 값어치가 있다...

연대별로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고.

끝에는 주요작품을 이미지와 함께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이 책은 2000년에 쇄를 거듭하기는 했지만, 작가가 이 글을 쓴 시점은 98년이라 그 이후의 작품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미야자키의 작품은 원령공주가 끝이다. 이 책이 나온지도 머잖아 십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또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어찌 변하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별볼일없어지진 않는다.
아니메를 잘 모르는 내가 읽기에도 무난하고, 아니메를 잘 아는 그 누군가 읽기에도 무난한 - 그러니까 쉽기도 하면서 깊이가 있는 책이기때문에 지금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무...물론 이것으로 만족이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책이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피드림~ 2006-05-28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인의 사무라이라길래 @,,@ 뭔가 해서 들어왔더니, 원색도판이 많아서 읽기에 즐거울 것 같아요. 전 애니는 잘 모르지만 짱구하고 이누야샤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참,, 우리애가 치카님 서재 이미지를 보더니 "루피"라고 가르쳐 주던데요.^^;;

chika 2006-05-28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루피는 TV에서도 방영되고 그래서 아이들이 잘 알것같아요. '원피스'라는 만화의 주인공이지요^^
 
안녕, 오즈
요헨 틸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5월
절판


나도 내 안에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도 꼭 떨쳐버리고 싶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지독한 수줍음!-18쪽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예전부터 낯선 사람들을 대할 때면 이처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 자신에 신물이 나서 뭔가 꼭 조치를 취하고 싶다. 이상한 건 예전에 다니던 중고등학교나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서 어떤 공적인 일을 할 때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해야 하니까, 피할 길이 없으니까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 부대낄 수밖에 없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가버리자고 결심한 것이다. 나는 사자 머리를 한 양철 허수아비다. 그러니까 오즈로 가야한다.-19-20쪽

나는 이름을 야자수에 새기거나 화장실 벽에 쓰지도 못했다. 멍청한 짓이란 건 알지만 뭔가를 남기고 싶다. 남들 보라고 하는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 케언스에서 여행을 '첫 경험' 하면서 잃어버린 나의 '여행 순결'을 기념하기 위해서. 물론 그것과의 이별을 슬퍼하진 않을 것이다. 잃어버릴 순결은 아직 얼마든지 있으니까. 순결을 용기만큼이나 쉽게 잃어버릴 수 있다면 내 문제는 반으로 줄었을 텐데. 순결은 무지다. 그리고 나는 무식한 채로 죽고 싶지 않다.-119쪽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hika 2006-05-2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 오즈.
'여행을 통한 성장'이라는 오랜 주제를 재치있게 변주한 코믹청춘소설, 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왜 '오즈'로의 여행인지도.
안녕, 오즈.... 상큼, 은 아니고 다른 표현이...하며 책을 봤는데 '경쾌한 문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소심쟁이, 수줍음쟁이 루카스의 오즈 여행기는 깔끔하고 경쾌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번역표현이 정말 맘에 든다. 독어도 모르고 원작의 느낌도 모르면서 이런 얘길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깔끔한 문장과 대화를 읽다보면 책의 경쾌한 문체,가 느껴지기때문에 번역하신 분이 꼼꼼히 잘 옮겼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 쓰다보니 책에 대한 느낌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네. 댓글로 쓰기엔 길고 리뷰로 쓰기엔 짧은. ;;;;;

해적오리 2006-05-2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야하지?

chika 2006-05-24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정말 야한거면 사립학교 아이들은 포르노 ㅜㅡ,,,,,, /꾸웩!

해적오리 2006-05-24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읽은 야한 책이어신디...
나의 기준이 넘 엄격한가?
헌디 언니는 영성 서적만 읽을 거 닮은디 책 읽는 종류가 꽤 다양해얘..

chika 2006-05-25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티서 잡식성을 빼면 남는게 없댄허난~ ;;;;

산사춘 2006-05-25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기열라에서 책이 또 나왔군요! 무엇보다도 야하다니 더 끌리는구만요.

chika 2006-05-25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꼭 읽고 리뷰 올려주세요! 아주 멋진 리뷰가 나올 것 같아요 ^^
 
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길에서 만난 세상,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현실감있게 느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나는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생이었던 때, 박노해 시인의 ''이불을 꿰매며''라는 시를 읽고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을 가졌었다. 노동자로 살아가며 온갖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노동자의 해방을 위해 싸웠지만 결국 집안에서는 자신 역시 가부장으로서 아내의 노동을 당연시 여기고 있었음을 반성하며 한땀 한땀 각성의 바늘을 찌르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내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의 희생이라는 당연시 여겼던 것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몇년 전, 한때 논란이 심했던 빈민체험에서 한 체험자가 밥값도 없는 상황에서의 사치품 구입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을때. 나 역시 순간적으로 먹고 살 돈도 없는데 왠 사치품을? 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만을 유지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은 사치품이 되어 누릴 수 있는 사람이 구분되어지는 것이었단 말인가?

대한민국인권의 현주소라는 부제가 붙은 ''길에서 만난 세상''은 나를 다시 한번 더 부끄럽게 하였다. 나는 정말 먹먹하고 서글픈 세상에 놀랬지만, 그 이상으로 나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했다.
어떤 어려움과 슬픔, 괴로움과 고달픔이 있어도,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고 여겨왔었는데 그것은 내가 배부르고 사치를 누리고 있으면서, ''힘들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거야''라는 입발린 소리만 하고 있던 것임을 깨달으며 반성한다. 내가 사는 세상, 이 아닌 ''그들''의 세상을 향해 진정한 이해와 사랑은 없이 그저 잘될꺼야, 만 되내이고 있는 바보로봇이었음을 반성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뭔가 바뀌는 것이 있을까. 나는 정말 싫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다운가''라고 자조하게 되는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힘들다. 거짓이어도 한가닥 희망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감상적인 내가 훨씬 나았을지 모른다는 생각 역시 배부른 녀석의 헛소리, 가 될까봐 두렵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이지 이런 책은 이제 더이상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그런것이 아니다. 이런 책을 읽지 않는다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외면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고있다. 다행스럽게도 말이지.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내가 이런 책을 읽고 싶지 않다, 는 마음보다 더 간절히 이런 아픈 세상이 빨리 사라지기를. 그것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그래서 희망을 버리고 절망스럽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일이 없기를.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기를.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06-05-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불을 꿰매며 오랫만에 들어보는 제목이네요. 저 역시 학생때였지요. 이 시를 처음 본게... 그 때 그 충격은 지금도 간혹 떠올려진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게 슬픈 현실이지요. 좋은 책 소개받고 갑니다.

반딧불,, 2006-05-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단락에 추천..백만개..

chika 2006-05-2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도 그 시에서 강한 느낌을 받으셨었군요? 왠지 반갑다는 생각도 들어버려요. ^^ (슬픈 현실이지만 바뀔 수 있다, 는 희망은 끝까지 갔으면 좋겠네요)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지누의 집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잠깐, ''집''이라는 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중학교때던가..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였으니 중학생 시절이 맞겠지. home과 house를 이야기하며 집과 가정을 구분하던 때.. 그래서였을까? 언젠가부터 집이라고 하면 건물이 떠오를 뿐 집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혀 없게 되었다.
이지누의 집 이야기 역시 집의 구조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골목, 대문, 울타리, 변소, 마당, 지붕, 우물, 부엌, 마루, 창문, 구들, 방....
그렇지만 이야기 꼭지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하~!''하는 느낌이 온다. 집 이야기는 단순히 ''집'' 하나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자리잡고 있는 골목길 풍경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웃과의 경계라는 개념보다는 우리 가족이 한곳에 모여 사는 한울타리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내가 어렸을 때, 대부분 화장실은 집 밖에 따로 세워졌고 그건 또 하필 대문 옆쪽에 있을 때가 많았다. 그 이유에 대해 어릴적의 학교 선생님은 그런 얘기를 해 줬었다. 제주 사람들은 다 이웃집 드나들듯이 하기 때문에 길을 걷다가 화장실이 급하면 대문 열린 곳으로 쑥 들어가 맘 편히 볼일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거였다나.......공중화장실이 거의 없던 80년대, 그 말은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물론 낯선 아주머니 한 분이 바지춤을 추스리며 우리 집 대문을 나서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더 그랬을 것이다. 요즘은 아파트니 오피스텔이니 원룸이니... 다들 자기 편한대로만, 자기 생각으로만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으니 더더욱 그 기억이 새롭고 옛 어른들의 더불어 삶에 대한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

집 이야기를 읽으니 어렸을 때 마당에서 놀던 기억과 온 동네 꼬맹이들이 다 모여 술래잡기도 하고 나이먹기 놀이도 하던 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우리 집 앞 공터 그 넓은 곳엔 유채가 한가득 피어있어 일없이 동짓물을 빨곤 했었는데...- 유채꽃이 피기 전 통통한 줄기를 꺽어 잘근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 가난한 집에 사는 궁핍함 - 간식은 커녕 어린이 날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가던 그 시절의 궁핍함이 있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동지나물의 달콤함처럼 사람이 사는 곳, 가족이 모여 행복을 누리던 곳이 집이라는 사실을 더 강하게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지누의 집 이야기는 정겹고 따뜻하고 행복하다. 이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6-05-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다...
꼭 전번에 읽은 것 같은 기억이;;

chika 2006-05-22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페이퍼로 썼던 내용을 또 썼거든요 ^^;;

반딧불,, 2006-05-22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자뷴 줄 알았어요;;

chika 2006-05-22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그랬군요. 잠시나마 미스테리한 시간에 계셨었겠어요? 히힛~ ^^;;;;
 
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어중간한 세대처럼 느껴지는 내 나이는 (어쩌면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카노씨의 고만물상은 먼지가 쌓일 듯 말듯한 잡화점과 비슷한 냄새를 맡게 되지 않을까?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물건들은 아주 오래된 고가의 귀중품이나 유물같은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가 자신에게 필요없게 되면 그곳에 내다팔고, 또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싸게 구입해서 사용할 뿐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필요에 의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일뿐 유서깊은 역사도, 애절한 추억도 담겨있지 않다.
그런데 왜 나카노네 고만물상은 먼지가 쌓일 듯한 잡화점과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하면서도 그 먼지를 쓰윽 쓸어내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는 행복한 천국과도 같은 느낌이 나는 것인가.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는 것.
뭐야~ 이건 내 주변의 일상과 별반 다를 것 없잖아, 라고 할 수 있는 것.
뭔가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고 나카노네 고만물상의 인물들이 유별나게 특별한 사람들이었다면 나는 그저 ''그들은 그렇구나'' 라며 그냥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카노씨와 그의 여동생 마사요, 어딘가 소심하게 잘 삐지는 듯한 점원 다케오와 세심하게 그를 좋아하는 감정이 표현되는 또 다른 점원 히토미.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평범을 벗어난, 어찌보면 특이하달수도 있는, 고만물상의 손님들을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보통사람들 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나카노네 고만물상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엄청나게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수도 없잖은가.

각자의 삶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감정이 다른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나카노네 만물상의 4명이 말하는 ''사랑'' 역시 각각이다. 그들이 펼쳐놓는 사랑,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때론 열병과도 같은 정열적인, 때로는 스며드는 물처럼 어느새 젖어드는, 때로는 지나쳐 와 돌아보니 사랑이었다...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흘러 어느새 그들에게는 추억의 시간이 되었고 그들은 사랑보다 더 끈끈한 정, 을 나누고 행복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랑, 이라는 감정을 떠올리면 마음 속 깊이 어딘가에서 아리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고만물상은 어쩌면 먼지쌓인 틈 사이로 발견하게 되는 사랑의 추억일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카노네 고만물상에 모여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또 다른 추억을 만들기 위해 팔리는 것처럼, 사랑을 이뤄야만 행복, 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행복, 이라고 말할 수 있을테니.
조금 톡 튀는 듯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 나는 말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05-21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어서 리뷰를 쓰고 싶다는 충동이..^^;; 추천하고 가요~

chika 2006-05-2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멋진 리뷰 기대하겄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