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상관이 없을수도 있지만, 11월이 가기 전에 [11월의 고양이]를 적어도 받아보고는 싶었다. 하지만 이제 출고되어 배송중인 책박스는 아마도 다음주가 되어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주가 아닌 바로 내일, 12월이 시작되는데.

 

 

 

어떤 내용인지 기대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마주하고 싶은 책이다. 11월의 고양이는 어떤 느낌일까.

11월이라는 계절의 탓인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때마침 지나가다 발견한 길냥이의 모습 역시 조금은 쓸쓸해보였어. 얘는 나름대로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을 찾아 길을 가고 있을뿐인지도 모르겠지만.

 

 

 

 

 

 

 

 

 

 

 

 

 

 

 

 

 

 

 

쌓여있는 인문서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지만 쌓이게 하고 있는데, 다시 또 책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받으며 짜증이 나는 마음을 책읽기가 아닌 책사재기로 풀고 있나보다.

며칠전 책상 밑에 쌓여있던 박스를 정리하며 이 책은 또 언제 여기 들어왔을까, 놀란것도 잠시. 다시 박스를 담아놓고, 그 위에 또 다른 박스를 쌓아가고 있다. 아무래도 나는 미쳤나보다.

기다리고 있는 책은 롤링의 쿠쿠스콜링. 해리포터로 너무 유명세를 타서 가명으로 새로운 작품을 냈는데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다니. 왠지 그것만으로도 궁금해진다. 몇년 후에 신인작가가 아닌 유명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던데.  그리고 꿈 이야기. 너느 ㄴ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마구잡이로 살아가고 있는데, 감정코칭 강의도 들어보고 싶고. 상담공부도 해보고 싶고. 심리학 공부도 좀... 물론 그 이전에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겠지만.

이어제로도 기대되지만 노엘도 기대가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읽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젠 슬금슬금 내가 주문한 책이 뭐였는지도 가물거리고,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한 책이 뭐였는지도 가물거리고 있다. 빨리 읽어줘야 하는 책들을 책장에 꽂아두지 않고 방에 쌓아두고 있는데 그것마저 쌓여가고 있어서 도대체 뭘 빨리 읽으려고 했는지조차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그 기억이 채 사라지기 전에 책박스는 도착하는 실정이고.

이 와중에 만화만큼은 밀리지 않고 빨리 읽는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폴리나'는 래핑을 뜯지도 않은 책, 양장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책탑의 가장 밑에 깔려있어. 그리고 또 래핑을 뜯지 않은 하나오도.

써니,를 읽다보니 하나오를 빨리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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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3-11-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기다리던 책이 빨리 오지 않으면 정말 기다려집니다. ㅎㅎ 그래서 여러 권 살 때 출고일 잘 보고 주문하게 되더라구요.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와서 확인해 보면 한 두 권씩 출고날짜가 며칠 뒤일 때가 종종 있더라구요 ㅎㅎ

이제 12월입니다. 기다리시던 책 얼른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

chika 2013-12-03 10:15   좋아요 0 | URL
^^
정말 오랫만이예요. 꼬마요정님도 잘 지내시죠? ^^

급히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면 하루배송으로 여유롭게 받으려고해요. 그런데 이미 배송되어야 할 시점에 책이 안오면 좀 다급해지긴 해요. 금요일 와야하는 책이 안오면 주말 넘기고 다음주에 받게 되는 경우가 제일. ㅎ
 
느끼는 대로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1
피터 레이놀즈 글 그림, 엄혜숙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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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책상밑에 쌓아두었던 책 정리를 했다. 위에 보이던 책들을 하나씩 꺼내어보니 안보이는 곳에 있던 책들이 하나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데 괜히 책들에게 미안해졌다. 구입한 기억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던 책들이 생각보다 많아 당황스럽기도하고 말이다. 그런데 저 밑에 '느끼는대로'가 먼지를 잔뜩 머금고 바닥에 깔려있다.

이 작은 그림동화는 내가 선물하려고 산 책 아니었나? 내가 읽고 주려고 한 책인데 왜 그대로 있는거지?

책 정리하다말고 책을 들고 펼쳐들었다.

 

"레이먼을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나 역시 그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연필을 잡고 야심차게 주위의 사물을 종이에 옮겨놓고보면 갑자기 그림 그리기가 싫어지곤 하기도 하지. 균형이 맞지 않고 귀여운 얼굴을 찡그린 얼굴로 옮겨놔버리고 도무지 그 원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지면 그 누구라도 그림 그리기를 계속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거야.

"언제나 무엇이나 어디서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레이먼의 그림을 본 형 레온의 반응은 책을 읽는 나의 마음마저 부끄럽게 만들어버렸지.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
아, 갑자기 열살무렵에 노트에 정성스럽게 적어놓은 시와 그림을, 집에 놀러 온 친구가 펼쳐보고 픽, 웃었던 그 오래전 모습이 떠오르고 말았어. 시간이 흐르고 구겨진 종이들이 쌓여갔지만 이제 그만 연필을 내려놓고 싶은 그 마음이 어린 시절, 딱 내 마음이었어. 그런데.

여동생 마리솔이 레이먼이 구겨버린 종이를 들고 방으로 뛰어갔지. 마리솔의 방에는 레이먼의 그림이 한가득 붙어 있었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야"

"꽃병을 그렸는데...... 꽃병처럼 보이지 않아"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꽃병 느낌이 난다고?"

"정말...... 그렇구나"

 

정말 그랬다. 레이먼의 그림은 레이먼이 그리고자 하는 것의 느낌이 그대로 묻어나는 그림이었고, 그렇게 느끼는대로 세상을 옮겨 그리는 것은 무척이나 신 나는 일이었다. 근사한 일이기도 하고.

느낌이 있는 레이먼의 그림을 좋아한다며 방에 붙여놓은 마리솔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는데, 자신의 느낌을 굳이 그림이나 글로 붙잡아 보여주려하지 않고 그 굉장한 느낌을 마음껏 즐기는 레이먼의 행복한 표정에도 감동을 받았다.

느끼는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근사하고 즐겁고 행복한 것이구나.

책정리를 마저 끝내고 나면, 이제 나의 이 느낌 그대로를 맘껏 그려넣어봐야겠다. 왠지 그 생각만으로도 즐거워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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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르는 녀석들 호주를 달리다
이기윤.류태경 지음 / 조이럭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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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르는 녀석들은 열정과 패기만으로 호주 여행을 이뤄낸 이십대 청춘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그것도 무려 호주인들도 힘들다고 고개를 내젓는다는 자전거 여행으로 말이다.

나는 이미 늙고 낡은 청춘이 되어버려 이 책은 나보다는 이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읽고 때로는 무모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일단은 도전을 해 보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많은 이들이 무엇인가를 저질러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이기윤, 류태경의 글을 읽으며 조금은 대책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좀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어느 누구도 완벽함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지는 못한다. 누구나 다 실패의 경험과 좌절을 통해 새로이 나아가기 위한 체험의 시간들을 쌓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두 사람이 맨땅에 헤엄치듯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상태에서 일단은 비행기표를 끊어버리고 출발 일정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읽었을때까지만 해도 솔직히 이 대책없는 이야기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스폰서를 얻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했으며 직접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얻게 된 소중한 정보들을 같이 풀어놓으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어내기라도 한 듯 그런 준비과정의 팁이 바로 정리되어 나왔다. 그래서인지 저지르는 녀석들의 대책없는 도전이 무모함보다는 열정과 패기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들, 실제 호주를 여행하면서 체험한 많은 경험들과 그 기간동안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읽다보면 그 행간에 숨어있는 그들의 어려움과 기나긴 여정에서의 고단함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열정은 전염된다'는 말처럼 이들의 모습을 통해 뭔가 또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대책없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질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좀 아쉬운 것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각자의 체험에서 느낀 것들을 풀어놓는 과정에서 똑같은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때가 많았다. 이들의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그날그날의 체험으로 올렸다고 하니 오히려 그것이 더 현장감있게 느껴지는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저지르는 녀석들의 뒷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고, 또 다른 저지르는 녀석들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고 한다. 왠지 전염되는 열정이 기대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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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미식가의 집, 까사구르메 - 셰프 김문정의 맛있는 인생 레시피
김문정 지음, 강중빈.김나정 그림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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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릴 수 있는 토요일, TV를 틀었더니 '아빠 어디가?' 를 하고 있다. 마침 지난번에 보지 못한 뉴질랜드 여행편 재방송.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일단 던져보는 생존 영어와 친화력으로 뉴질랜드를 즐기를 가족들을 보다가 문득 스테이크 생각이 났다. 친구녀석이 호주에 갔었는데 그곳의 드넓은 마당에서 바비큐로 먹는 스테이크 맛은 정말 좋았다며 그 맛을 잊지 못하겠더라고 했는데, 뉴질랜드의 넓은 땅덩어리를 보니 그곳에서 생산된 신선제품으로 바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아무리 요리솜씨가 없다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새삼 까사구르메의 김문정 셰프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면서 그녀가 맛보았던 스페인 요리들을 먹고 싶어진다.

 

스페인 요리,라고 하면 뭔가 특별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어쩌면 그래서인지 특별히 기대랄것도 없이 그냥 한번 호기심으로 스페인의 요리를 알아볼까 싶은 정도의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요리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언급이 된 요리에 대해서는 음식의 기본적인 맛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레시피까지 자세히 적혀있다. 물론 스페인요리이기에 스페인 고유의 재료에서 나오는 맛과는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한국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재료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재료도 언급해주면서. 하지만 사실 나는 내가 직접 해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 소박하고 간단해보이지만 실상 그 한그릇의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인지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맛깔스런 요리들은 왠지 김문정 세프가 직접 해주는 것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페인에서 까사구르메를 시작하는 과정, 첫 손님을 맞이하고 여러가지 다른 이유로 찾아 온 손님들을 맞이하며 느끼는 솔직한 마음과 손님들에게 내어줄 요리를 준비하고 평가를 받기까지, 손님들의 다양한 반응들에서 기뻐하기도하고 때로는 당황스럽지만 뼈아픈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하는 이야기들이 요리와 어우러져 맛있게 느껴진다.

특별히 호화롭고 황홀하리만큼 맛있는 풍미를 내거나 김문정만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요리는 아니지만 그녀의 소신대로 모든 재료는 신선한 것을 써야하며, 모든 재료는 그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맛을 드러내며 요리가 되었을 때 조화롭게 맛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기에 사진과 글로만 요리를 맛보고 있는 내게도 정말 맛있는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우리의 마음을 풍족하게 해 주는 스페인 요리 이야기에 더하여 스페인의 사진들과 스케치, 레시피에 이어 스페인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는 디저트처럼 달콤하고 맛있다. 아, 그런데 슬슬 배가 고픈 시간이 되어 그런가. 빵을 좋아하는 내게 천연효모빵의 이야기는 정말 군침이 도는 시간이었는데 그 쌉싸름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천연효모빵이 마구 먹고 싶어진다.

 

요리를 배우고 있는 친구가 언젠가는 고향에 돌아와 원테이블 식당을 차리고 소박하게 음식을 만들어주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하는데 친구들이 찾아오면 묵어갈 수 있게 자그마한 집 한채도 같이 지을까,라는 말을 하던 것이 떠오른다. 서촌에는 김문정 셰프의 따빠스구르메가 있다면 우리 동네에는 친구녀석의 이탈리아 요리를 하는 식당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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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
소피 카사뉴-브루케 지음, 최애리 옮김 / 마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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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이 모든 세상은 신이 손가락으로 쓴 한 권의 책이다"

 

사실 이 책은 개정판이 나오기 전에 이미 한번 읽었었다. 언제쯤인가 찾아봤더니 2006년에 읽었는데 그때에도 경이로움으로 감탄하며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그 느낌이 훨씬 더 커졌다. 책을 읽고 난 후 2011년도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피렌체의 산마르코 수도원에 갔을 때 필사된 성경의 실체를 봤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난 후 멋지게 장식이 된 성경을 보고, 그 성경을 쓰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보게 되니 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눈여겨보게 되었는데 그러한 체험이 맞물리면서 다시 이 책을 펼 펼쳐보게 되니 그 느낌들이 아주 새로운 것이다.

 

이 책은 '화려한 책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그저 단순히 '알려주고 있다' 라고만 끝낼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양피지에서 수서본으로 발전하게 된 물리적인 과정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회화의 시작은 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세밀하고 다양한 색감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책의 역사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책을 보는 눈까지 즐겁다.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던 것들 중 하나인 [안느 드 브르타뉴의 아주 작은 시도서]라는 책의 도판 설명을 보자. <크기가 높이 6.6센티미터, 폭 4.6센티미터에 불과한 이 수서본의 활자와 삽화가 보여주는 정밀도는 경이로운 수준이다>라고 적혀있다. 경이로운가... 라는 생각을 하며 그림을 쳐다보다 삽화의 정밀함에 감탄을 하다 문득 자를 꺼내 도판의 크기를 재어봤다. 정말 경이롭게도! 도판의 크기가 책의 실제 크기와 똑같다는 걸 안 순간 예사로이 넘길수가 없었다. 책을 훔치고 싶은 그 마음을 나는 알 수 있다. 실제로 책이 귀하던 그 시절, <이 책을 훔치는 자는 교수형에 처할지어다>라는 경고문까지 적혀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사진기도, 비디오도 없던 그 시절에 한 권의 책은 만능엔터테이너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정밀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그림이 담겨 있고, 이야기가 있고, 은근히 가문의 문장을 집어넣으며 자존을 세우려 했고 때로는 보석으로 치장까지 했으니 책은 보물이었던 것이다.

 

경이롭게 느껴졌던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도 경이로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성당에서 미사전례를 할 때 상징적으로 커다란 복음서를 들고 보여주는데, 왠지 '세상은 한 권의 책이었다'라는 의미가 조금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현대의 대량 인쇄본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새기듯이 옮겨적고 채색하며 복음을 전했던 그 세상이 전해져오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았거나 실제 몇백년전부터 이어져 온 성경 필사본을 보지 않았다면 그 느낌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피렌체에 있는 산마르코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지내는 독방에 그려진 안젤리코의 복음화는 그 옛날 수도사들이 자신의 성구를 표현한 그림을 그린 것이고, 수도사들은 그 그림을 보면서 묵상을 했다고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모르던 시절, 그리고 양피지가 귀해 한 권의 책이 아주 귀하던 시절 '책'은 우리가 지금 늘상 옆에 끼고 살다시피 하는 책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처음 이 책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는 그저 흥미로움과 새로운 것을 알게 된 놀라움이었지만 이제는 정말 세상이 한 권의 책이었다는 그 경이로움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몇년이 지나고 또 다른 체험을 하게 되면 이 한 권의 책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달라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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