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실록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에는 '만약에'라는 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현대사를 보면 그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어느쪽으로 진행이 되었든 자꾸만 모든 상황이 교묘하게 짜여진 틀처럼 틀어지며 우리의 역사를 이끌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 온 역사라는 것은 승자의 시각으로 바라 본 승자의 기록에 의한 이야기일뿐이었다. 내가 신화가 아닌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오래 전 인디언들의 역사를 알게 되면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의 모습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역사만큼이나 우리의 역사도 뒤집을수록 더 많은 '사실'들이 터져나온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 사실과 진실의 경계에서 과연 '사실'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여전히 나는 잘 모르겠다.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 실록,은 그 제목에서부터 '실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사실'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한홍구의 '유신'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이제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의 세계관으로 역사적 사실속에 담겨있는 '진실'을 찾아내야 하는 것임을.

 

'대한민국 대통령 실록'은 우리의 현대사를 간략하게 훑어보기에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내가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 그것이 역사서이든 소설이나 영화, 다큐멘터리, 구전 이야기이든 아무튼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을 요약정리해주고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은 내 느낌보다 아직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해방 이후 근 육십여년간의 세월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어린 친구들은 우리의 현대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가 더 궁금하다.

학창시절에 선생님께서 무장독립투쟁에 대해 잠깐 언급하시면서 일본의 항복으로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해방은 그냥 주어진 것처럼 느껴져버리게 되었는데 우리의 독립군과 임시정부의 활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임을 강조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우리의 역사는 자주독립에 대한 열망과 활동, 친일청산의 역사를 더 깊이 파고들어 가기보다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분단이 되고 전쟁이 일어나고 군사독재가 자행되고...

해방이후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독일과는 달리 친일행적에 대해 철저히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과 위안부, 강제징용노동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은 커녕 일본은 전범자들을 합사해놓은 야스쿠니를 신성시하고 있다는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사실기록으로 정치, 이념적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권력을 잡기 위해 정적을 숙청하는 방법으로 이념과 사상을 꼬투리잡고, 정치자금 확보를 위해 친일행적의 과거를 덮어줘버리고,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소수 독점자본가만 살리며 서민의 삶은 무너져만 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만족할만큼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시대의 흐름은 알 수 있게 설명해주고 있다.

 

유신시대 하나만을 이야기하기에도 책 한권으로는 모자랄 지경인데 한권으로 읽는 대한민국 대통령 실록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사건들이 요약될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역사서로서의 한계도 있겠지만 우리 현대사의 입문용 정도로는 알맞지 않을까 싶다. '실록'이기에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쟁점이 되었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는 짧아지고 있어서 아쉽지만.

반면 현재로 가까워질수록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대한 주요 사건들을 요약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언급하고 있으니 그것으로 조금은 만족을 할 수 있겠다.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라는 관점보다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데 촛점을 맞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 재임기간의 활동 등을 언급함으로써 파생되는 정치,경제, 사회, 문화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아쉽게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릴적부터 외국에서 살아 우리의 역사를 전혀 모르고 자란 조카에게는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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