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의 만화판이 나왔다.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만화책이 더 흥미롭게 느껴졌을까? 나이들면서 점차 기억력도 안좋아지고 집중력과 사고력도 떨어져서 인문서를 읽기가 힘들어지고 만화책을 선호하게 되리라는 예감은 자꾸만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만화가 '주'가 되지는 않겠지. 책도둑,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영화를 빨리 보고 싶지만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리고 있는 책도둑의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인식한 후 영화를 보기위해 뒤로 미뤄두고 있다. 그나저나 읽지 못한 책들이 마구 뒤엉켜 쌓여있는데 한번 읽은 기억이 있는 책도둑을 다시 꺼내들 엄두가 날까 싶은게 문제인데.

 

 

 

 

 

 

 

 

온갖 종류의 책들이 모여있어도 시선이 자꾸만 가게 된다. 성당에 갔다가 생각이 자꾸 엉뚱하게 공부를 다시 하게 되면 가능할까..로 흘러가고 있었는데 관심과 흥미는 여러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자극되고 있지만 진중하게 집중해서 어느 하나를 깊이 파고들며 공부하는 것은 쉽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집중력과 이해력, 암기능력도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귀차니즘에 젖어 있는 나를 다그치는 일이 되는 것이라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라는 분야는 도전해보고 싶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베이킹을 배워보고 싶다. 못먹는 음식은 많지만 못먹는 빵은 없으니까. 힘이 좋아야한다는데, 나이를 더 먹으면 그것도 힘들어지는 거 아닐까 걱정을 했었는데 스스로 한심해했다. 정작 시도할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지는 못하면서 나이 먹어 힘들어질것을 먼저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제는 공짜로 얻은 무를 열심히 채 썰어 옥상에 널어놨다. 무 말랭이를 해 먹어도 되고, 차를 끓여 마셔도 골다공증에 좋다고 하니 욕심내서 열심히 채판을 갈았더니 쓰지않던 근육이 놀래서 오늘까지 온몸이 다 찌푸둥하고 아프다. 오른팔은 조금만 움직여도 마구 쑤셔대고 있으니... 그동안 얼마나 팔을 쓰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책 안에 담겨있으니 관심이 쏠리지 않을수가 없잖은가.

 

 

 

 

 

 

 

 

 

 

 

 

 

 

 

 

 

 

 

 

 

 

 

 

 

 

 

에릭호퍼의 책이 한꺼번에 세 권 출판되었다! 일단은 영혼의 연금술사..먼저 읽어보고 싶은데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를 하며 읽기나 하게 될까. 책 욕심은 많아지고 줄어들줄을 모르는데, 언젠가부터 생각하며 느리게 천천히 사색하기는 사라져가고 있어서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는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소설은 그래도 쉽게 읽히는데...

비블리아 고성당 사건수첩이나 스티브 킹의 소설은 그래도 재미있게 술렁거리며 읽을 수 있겠지만.

 

 

 

 

 

 

 

 

 

 

 

 

 

 

 

 

 

 

 

 

 

 

 

레모니 스니켓의 책을 샀더니, 때늦은 적립금도 주고... 어린이책은 정말 마음을 굳게 먹고 구입을 해야하는데말이다. 그래서 위험한 대결은 여지껏 구입하는 걸 망설이고 있는 중. 대니얼 고틀립의 두번째 이야기, 샘에게 보내는 편지 이후 샘이 가르쳐준 것들이 나왔다. 그 감동은 여전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샘의 이야기는 생각나는 것이 없....어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널뛰기 하듯 내용이 오르락거리는데 성인 취향의 글보다는 농담처럼 가볍게 흘러가지만 결국은 사회의 모순을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담겨있는 소설은 좋다. 재미있게 읽을수도 있고. 이번에 나온 침묵의 거리에서는 꽤 흥미로울 것 같아. 겨울인데..이제 머잖아 곧 봄이어서 그런가? 봄꽃내음이 풍겨나는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청소년 도서인 양춘단 대학 탐방기와 모텔의 도시는 머잖아 받을 예정이다. 그리고 여행.

 

아, 그런데 알라딘에서의 주문.

지난 주에 주중에 주문한 알라딘의 주문과 주말에 주문한 옆동네 예스의 주문 박스가 도착했는데, 어이없게도 주말에 주문한 책박스가 하루 먼저 도착했다. 알라딘 책박스는 아침 일찍 도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스의 박스도 전날 오전에 도착했으니 주문과 도착까지의 일수를 따지자면 이틀차이. 이래도 되는건가? 예스는 일년에 한두번 주문할까말까한데다 거의 모든 책 주문은 알라딘에서 하고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라딘의 하루 배송이 3일걸린다고 잡으면 알라딘의 하루 배송이나 예스의 그냥 배송이나 같이 온다는 얘기. 내가 몇 번 항의를 하다가 이젠 포기상태인데, 아무리 그래도 이번건은 너무한다 싶어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알라딘을 이용하는 건... 그동안 지속적으로 주문해서 쌓여있는 마일리지와 플래티넘의 혜택을 버릴수가 없어서. 그러다보니 되풀이되고 있는 것. 물론 예전보다 책주문하는 횟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췟

하아. 주일 오후. 피곤하고 졸립고 추운데.. 읽어야 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면 될텐데 하릴없이 그냥 멍때리며 앉아있고나.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하기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의 대가가 쓴 작품이라서 흥미가 생긴다기보다는 그녀가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흥미를 떨어트리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선입견은 이래저래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을 먼저 접한 친구의 추천은, 더구나 그 친구의 추천이 결코 실패한적이 없었기에 또다른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은 책을 읽은 것에 만족하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것에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그 자체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인간 내면 심리의 묘사와 행동양식을 표현한 것은 그녀의 진가를 다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조앤이 아픈 딸을 간호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갔다가 그곳에서 육로를 통해 런던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폭우로 인해 열차가 도착하지 않고 사막의 역에 머물러 있는 시간동안, 그러니까 '몇 날 며칠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조앤의 내면의 묘사로 시작되고 있다.

모자람이 없는 풍족한 가정 생활, 변호사인 남편의 안정적이고 적절한 권위도 내세울 수 있는 직업과 수입, 반듯하게 자라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 전혀 모자람없이 풍요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넘치던 조앤은 사막에서의 무료한 생활중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그 만족스러운 삶을 하나 둘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허물어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213)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반전의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조앤이 회상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에피소드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것 이상으로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현실이고,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하긴 세상이 그런거지. 붙어 있어야 할 때는 그만두고, 내버려 두어야 할 때는 매달리고. 한순간 인생이 너무나 멋져서 이게 현실일까 믿기지가 않다가, 이내 지옥 같은 고민과 고통속을 헤매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데 - 그런데 그렇지가 않지 -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이제 절대 위로 올라가 숨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잖아. 그런 게 인생이잖니?"(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minumsa님의 "[서평단 모집] 오쿠다 히데오 신작, 「침묵의 거리에서」서평단 모집 "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은 가볍게 쓰여진 것 같으면서도 그 내용을 곱씹어보면 현 사회에 대한 지독한 풍자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라는 이름만으로 그의 작품을 읽어보게 되는데, 학교의 폭력과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이라 하니 관심이 가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각설하고, - 김민정 산문
김민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김민정은 시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 출판사의 편집자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녀의 시는 읽어본 기억은 없다. 지금 그녀의 산문집을 읽고나니 그녀가 쓴 시는 어떤 느낌을 줄까 무척 궁금해진다. "내가 내 무릎을 찍게 될 때마다 그 구부러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빈번히도 불러다앉힌 말이기 때문에" "자주 쓰는 말이라 함은 결국 자주 필요한 말이라는 뜻"도 되는 [각설하고]는 그렇게 산문집의 제목이 되었다고 하는데,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각설하고'의 말 속에는 군더더기뿐만 아니라 구차한 변명조차 늘어놓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지의 표현이 담겨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산문집을 읽고 저자의 시가 궁금해지는 것은, 시적인 감성이 궁금하다기보다는 그 시 안에 담겨있는 보편감성이 궁금해졌다는 이야기이다. 나와는 생활방식도, 여건도 많은 것들이 다르고 실제로 글에서 풍겨나오는 삶의 모습도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어쩐지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고 내 친구인것처럼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한 것마냥 느껴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살아온 세대가 달라서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약간씩 교차점을 이루며 빗겨가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은 큰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사고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단상을 가감없이 적어내려간듯한 산문들은 그 당시의 느낌들을 하나씩 떠오르게 하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끄집어내고 싶은 이야기를 쏙쏙 뽑아내어 간결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내가 느끼는 이 묘한 공감은 나의 서투룬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것들을 그녀의 짧은 글은 굵고도 강렬하게 드러내놓고 있어서 너무 술술 읽어버렸던 것 같다. 이 산문 안에는 어떤 글이 담겨있었는지, 정리하면서 떠올리려고 했는데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단지 분노하고 공감하고 연민을 갖고 마치 나의 이야기인냥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글은 왠지 편하고 좋은 느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글의 내용만으로 보면 마냥 편한글은 아닌데 말이다.

 

시인이자 편집자인 김민정의 산문을 읽고나니 그녀의 시를 읽고 싶어졌다고 했는데 비단 그녀의 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의 시를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꽤 오랫동안 시를 읽지 않고 지내다가 얼마 전 시집 두 권을 샀는데 여전히 시집을 펼쳐들고 한글자씩 새기면서 시를 읽어나갈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그나마 근래에 시집을 좀 샀기때문에 시인들을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에 내 마음이 시리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양이 엄마인 황인숙 작가의 이야기나 어느덧 예순이 되어가는 최승호 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가 친근하게 들리기도 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확실히 시인들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음이 그저 강요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내게도 스며들어버려 이제 좀 더 짙은 애정을 갖고 시를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되는 것이, 그냥 좋다.

그녀의 산문은 그러한 힘을 가진 글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마음이 그냥 좋아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방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2
메도루마 슌 지음, 유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오키나와에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 신화, 전설, 역사, 현실의 정치가 얽힌 복잡하고 환상적인 소설을, 오키나와 역사를 근거로 쓰고 싶다."

 

메도루마 슌의 이 한마디 말은 그가 쓴 소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오키나와가 단순히 일본의 영토라는 것만 알았을때는 물론 이런 말이 와 닿지 않았겠지만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기지 문제가 불거져나왔을 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가 오키나와의 미군철수 운동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 오키나와에 대한 관심이 커져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서는 전투가 없었는 줄 알았는데 유일하게 지상전이 있었고 오키나와에서 수십만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뜻밖이었다. 전쟁도발국인 일본에서 전쟁의 피해를 말하는 것은, 나치 독일이 유태인에게 자행한 학살을 뒤로 미뤄두고 독일국민들의 전후 비참한 생활상을 가엾이 여기는 것과 같은 불편함으로만 인식되어왔었는데 오키나와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 소설들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조금 거창하게 말한다면 반전반핵평화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 되겠다.

 

사실 오키나와에서의 전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제시대에 일본군이 제주를 병참기지화하기 위해 제주의 이곳저곳에 굴을 파 놓은 것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모슬포의 비행장터, 바닷가의 절벽에 인공동굴을 만들고 커다란 위장용 바위문을 만들어놓은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있다. 더구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에도 일본군의 흔적은 남아있다. 거문오름을 오르면서 만일 일본의 계획대로 되었다면 오키나와가 아니라 제주도가 전쟁터가 되었고 핵폭탄이 터지게 되는 전쟁터의 최전선이 되고 제주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친구는 나의 이런 비약적인 상상을 어이없다며 웃어넘기지만, 제주 앞바다의 이어도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설립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웃고 넘길 수 있는 상상만은 아니라는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제주의 역사와 오키나와의 역사는 같다고 할 수 없지만 그 특수한 환경과 생활, 역사적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좀 닮은 꼴이라는 생각을 해보곤했다. 독립된 국가였다가 일본으로 귀속된 오키나와는 미국과의 전쟁 후 미국의 영향아래 놓여있게 되고 일본 본토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의 갈등과 마찰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범죄와 악행이 드러난 사건들을 떠올려본다면 오키나와에서의 실상도 그리 다르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메도루마 슌의 소설들은 실제의 전쟁에 대한 참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쟁이 실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그 행간에 의미가 뚜렷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방울'은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부어오르면서 엄지발가락 끝에서 끝없이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병명은 커녕 이유도 알 수 없고 물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도큐쇼의 눈에는 보이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병사들이 찾아와 그의 발에서 흐르는 물을 받아마시며 갈증을 해소한다. 그 병사들은 전쟁당시 퇴각을 할 때 동굴에 버려지듯 남겨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밤마다 찾아와 물을 마시며 살아가고 있고, 도큐쇼의 친척 세이유는 낮에 흐르는 물을 받아 기적의 물이라며 사람들에게 판매를 하며 살아간다.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의 전개는 뜻밖의 결말을 맞게 되는데...

이야기의 전개도 독특했지만 전후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이의 고통과 죄의식이 조금은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책에 함께 실려있는 '바람소리'와 '오키나와 북리뷰'를 통해서도 전쟁의 비극은 끝나지 않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고 있는데, 전후 살아남은 자의 고통과 죄의식뿐만 아니라 전쟁이 허망함과 비극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리고 메도루마 슌이 '오키나와에서만 쓸 수 있는 문장을 쓰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조금은 더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앞에서 펼쳐지던 참극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증언이란 무엇일까. 하나의 거대한 흐름에 몸을 실었다가 가로놓인 바위에 부딪힌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국면이 언어로 정착되어 복원된것. 그것은 역사의 무수한 단편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하나하나가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 것은, 거기서 숨 쉬고 살면서, 당하고, 상처받고, 분노하고, 슬퍼하던 사람들의 아비규환이 또렷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