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강신주 옮김, 조선경 그림 / 북하우스 / 2014년 3월

가엾은 어머니가 침대맡에 앉아 그녀의 어린 아이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는 불안과 슬픔에 젖어 있어요. 죽음이 아이를 데려갈까 두렵습니다.

"제가 우리 아가랑 계속 살 수 있겠지요? 그렇지요? 하느님이 제게서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시겠지요?"

어머니는 아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흘밤낮을 간호하느라 지친 어머니가 깜박 잠이 든 사이에 죽음이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죽음이 데려가버린 아이를 되찾기 위해 가엾은 어머니는 길을 떠납니다. 아이를 데려간 죽음이 가버린 길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가시나무 덤불을 품에 꼭 안아 가슴에서 굵은 핏방울을 흘리고, 커다란 호수에 두 눈을 바쳐 진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 간 죽음의 집에서 아름다운 검은 머리를 내어주고 할멈의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을 받은 어머니는 아직 아이를 데려오지 않은 죽음을 기다립니다. 어떻게 죽음보다 먼저 갈 수 있었냐고요? 그녀는 엄마니까요.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를 읽고 난 후 어머니의 죽음을 앞두고 이별을 기록한 아들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 이야기를 펼쳐들었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어머니의 죽음과 마주하는 동안 깨달은 어머니 사랑에 대한 사실의 기록이고 [어머니 이야기]는 아이의 죽음을 대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쓴 동화입니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알고 있는 우리는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부모님은 자식의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죽음 앞에 인간은 나약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지만 이들 두 권의 책을 통해 죽음을 이겨낼 수 있는 더 큰 사랑이 있음을 기억하게 됩니다.

'기억은 인간에게서 몰아낼 수 없는 유일한 낙원'이라고 했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 아이에 대한 사랑... 그 기억이 죽음이라는 이별의 슬픔을 넘어 서로의 행복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하지만은 않겠지요.]

내가 어렸을적에는 어머니에게서 모든 것을 받고 살아갈 수 있었지만 어머니가 늙으신 지금 어머니를 씻겨드리고 걸을 때 넘어지지 말라고 손을 잡아드리고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것을 얹어주고 먹기 좋게 발라주고... 그 많은 것들을 해 드리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내게 모든 것을 주셨지만 나는 이제 겨우 하나씩 되돌려드리며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눈물을 흘리고 가슴에서 굵은 핏방울을 흘리고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는 고통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나는 나의 사랑을 드리고 있을뿐입니다.

"하느님, 저의 기도가 당신의 뜻에 어긋난다면 듣지 마소서. 당신의 뜻이 가장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듣지 마시옵소서. 듣지 마시옵소서"

이 기도 안에 담겨있는 큰 사랑을 새기고 또 새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