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밸런타인 - 제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60
강윤화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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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표지가 주는 느낌은 밝고 경쾌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십대의 맑고 통통튀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더구나 발렌타인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십대의 순수한 설레임이 있는 이야기라면 다 좋아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책을 펼쳐들었다. '어쨌든' 발렌타인이라는 마음인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재운, 홍석, 유현, 진석, 다정, 이수의 여섯 아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서로의 이야기는 맞물리는 접합점에서 서로를 어떻게 오해하게 되었으며 서로에게 어떤 상처를 주게 되었는지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재운과 유현은 어릴적부터 소꼽친구인 사이이고, 홍석과 진석은 쌍둥이 형제이다. 다정은 홍석과 같은 반 친구이고 이수는 진석의 친구이다. 이런 관계설명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여섯 아이 각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관계를 이해하게 되고 그 관계에서 드러나는 십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을테니까.

 

어른의 세계에서는 수많은 관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유지된다. 내게 도움이 안되는 사람은 신경쓸 필요가 없고, 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필요이상으로 친분을 유지하려고 하고, 나의 잘못을 덮기 위해 필요하다면 누군가에게 죄를 뒤집어 쓸수도 있고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내에서 적당하게 관계유지를 해 나갈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어떠할까.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타인의 시선과 타인의 규정을 신경쓰지는 않는다. 잘못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풀어야 하는 문제를 오해받고 있는 사람이 애써 풀어야하는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마음, 생각에 집중할 뿐이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아이들 각자는 깨닫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들은 어른들의 기대와 요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그저 걸어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어쨌든 발렌타인은 밝고 명랑한 청소년소설처럼,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셰익스피어식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있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 각자는 정해진 수순처럼 입시에 실패하고 학교를 떠나고 힘겹고 막막한 미래를 앞 둔 십대의 졸업을 하고 있을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는 이 소설의 끝은 그리 막막하지만은 않다. 과거의 상처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어느곳에서 무엇을 하든 잘 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고, 이들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각자의 삶은 특별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평범하기만한 우리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인 학창시절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실질적인 미래의 희망을 보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앞으로도 수없이 무언가를 포기하고 좌절하고 실망해야겠지요. 하지만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단 한시도 멈춘 적이 없었으니까요. 오늘 각자의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이 모든 광경이, 비로소 모두의 삶을 출발시켜 줄 것입니다. 우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각자의 눈앞에 있는 건 서로 다른 모양의 봄입니다. 무엇을 하든, 어디로 가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우리는 어디에서든 여기에서보다 크게 자라날 것입니다. 앞으로 갔든 뒤로 갔든 제자리걸음은 아닐 겁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언제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26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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