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소설]이라며 저자의 이름도 책의 제목도 없이 저 까만 표지를 한 복면소설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책을 받고 내용을 읽은 후 떠오르는 저자와 책의 제목을 맞출 수 있는가,라는 다소 도전적인 기회였는데.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우편물이 다른 곳보다 늦게 도착하는 곳이고, 책이 도착하기 전부터 - 그러니까 내용을 살펴보기 전부터 이미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는 출간 예정인 도서를 통해 저자는 이미 알것만 같았는데 굳이 그걸 밝혀보기도 전에 이미 복면소설의 정체는 정확히 드러나고 있었다.

 

기왕 이렇게 복면소설의 정체가 밝혀진 후 포스팅을 하게 된 김에 미셸 우엘벡의 또 다른 소설 [지도와 영토]를 찾아내어 같이 사진을 찍어볼까 싶었는데 그 책의 행방은 찾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내 방에 없었던 것인지, 있는데 내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어느 한쪽의 확신도 할수가 없다. 분명 그 책의 표지가 선명한 걸 보면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수북히 쌓여있는 책탑들 속에서 찾아낼수가 있어야말이지.

 

 

     

 

그래서 조금은 어처구니없지만 또 다른 [복면]을 드러내보이기로 했다. 아, 그런데 이렇게 올려놓고 보니.

후회하지 않을수가 없네.

[복종]의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 아무런 표식이 없는 [복면소설]의 표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느낌은 더 강해지는데, 복면을 한 남자의 얼굴로 보이기도 하지만 니캅을 착용한 여성으로도 보인다. 그런 느낌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복종]이 어떤 내용을 품고 있는지 살펴볼 생각을 하게 된다.

 

이슬람이 지배하는 프랑스.

이 세마디만으로도 [복종]은 바로 책장을 넘겨보고 싶어지게 하고 있다. - 사실 앞부분을 조금 읽어내려가다 도무지 시간이 안되어 지금 잠시 덮어둔 상태이기는 하지만.

 

......

뭔가 정리되지 않은 말들은 [복종]을 읽고난 후 다시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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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틸라 왕의 말을 훔친 아이
이반 레필라 지음, 정창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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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무래도 불가능해. 하지만 꼭 빠져나가고 말 거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불가능하지만 꼭 빠져나가겠다고 말을 하는지, 혼잣말인지 아니면 누군가와의 대화인지...

그 모든 것은 단숨에 풀리게 되어 있다. 저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펼쳐들어 읽기 시작하면 도중에 멈출 수 없이 이 많은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계속해서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숲 속의 빈 우물, 그 안에 어린 형제가 빠져 갇혀있다. 둘이 힘을 합쳐, 형은 동생을 끌어올려 동생이라도 내보내고 싶지만 그마저 힘에부쳐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두 형제는 우물 안에서 벌레와 곤충, 구더기를 잡아 먹으며 연명해나간다. 그 끔찍한 생활의 묘사가 너무 생생하게 되어있어서, 나른한 주말 오후에 드러누워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침을 굶었기에 그나마 문자화 된 형제의 궁핍함을 쓰윽 읽으며 지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는 먼 과거에서 전래되어 내려오는 설화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가난의 고통과 억압받으며 구속되어 있는 이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은유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건 단지 그런 현실세계의 은유인 것일까?

 

숲 속 우물안에서의 생활은 단조롭게 흘러갈 듯 하지만 물이 가득차도 위험하고, 가뭄이 들어 비가 내리지 않아도 위험하다. 그리고 어둠이 깔린 밤, 늑대의 출현도 위험하다. 우물을 둘러 싼 늑대떼의 모습은 형제를 위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늑대가 우물안으로 뛰어들어 순간의 배고픔을 해결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다시 우물을 빠져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서 발길을 되돌리게 되고 형제는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물 안에서 지나가는 사람이 들을지 모른다고 소리쳐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야생동물들도 지나가는데 이 숲의 우물에 두 형제는 어떻게 빠져들게 된 것일까. 왜 이들이 이런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들을 도와주러 오는 사람은 없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금의 현실을 떠올려보게 된다. 결국 형제는 숲속의 우물안에서 이렇게 생을 마감하게 될까?

이야기의 끝은...

희망이 있다, 라거나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결코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그 이유를 찾게 된다, 라거나 놀라운 반전이 있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내놓을 수가 없다. 역자는 이 이야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읽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를 읽는 것과 이 책에서 다분히 드러나는 작가의 메시지를 염두에 두며 읽는 것. 그렇게 읽는다해도 이 이야기는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도 이야기의 끝이라는 생각은 할수가 없다.

내게는 그 마지막 문장마저도 이중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속 흐름에 따라 동생이 고민하는 내용이기도 하겠지만 책을 덮으며 이 이야기를 읽은 내가 실질적으로 하게 되는 고민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아침이면 불길한 꿈에서 눈을 뜨는 우리가, 밀려드는 바다의 용기로 주도권을 쥔 채 우리를 침묵시키는 장벽을 깨부수고 본래의 위치를 되찾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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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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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집으로 오는 길에 마주쳤던 할아버지 두 분이 생각난다. 온갖 곳이 개발이 되면서 1차선 도로가 2차선, 3차선으로 늘어나고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마트가 생겨나고 오랜 시간 어머니의 단골 쌀집, 기름집도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고...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발의 속도가 느려 그나마 예전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는 우리 동네인데, 퇴근하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신호등 앞에 멈춰 선 두 할아버지는 길 건너편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뭔가를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두 분이 손을 꼬옥 붙잡고 계셨다. 중절모에 조금은 늘어진 양복과 구두를 신고 손을 잡은 할아버지 두 분의 뒷모습은 정말 많은 느낌을 갖게 했었는데...

마사와 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문득 그 모습이 생각난다. 너무나 다정해서 질투와 부러움을 일으키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괜한 미소와 함께 나의 노후를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나는 마사와 겐의 중간쯤 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 내가 늙어가면서 함께 할 친구는 누구일까......

 

마사와 겐은 73살이 된 동갑내기 친구이다. 구니마사와 겐지로는 성격도 다르고, 직업도 성격만큼이나 서로 전혀 연결점이 없는 일을 했다. 아니, 겐지로는 일본의 전통 비녀라고 할 수 있는 쓰마미간자시를 만드는 장인으로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작업을 하고 있다. 그뿐인가, 동네의 양아치였다가 마음을 다잡고 기술을 전수받겠다고 찾아 온 스무살 청년 뎃페를 제자로 두고 있기도 하다.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편하고 자유로움을 선호하고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도 빨갛게 물을 들이고 살아가는 자유분방한 할아버지이다. 반면 구니마사는 은행원 출신답게 모든 것을 반듯하게 행해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 딸네 집에서 살고 있는 부인과 이혼 아닌 별거를 하고 있는데 그냥 그런 상태로 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그런 그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한 동네에서 살면서 성격이 다르고 지난 세월의 삶도 전혀 다르지만 어린 시절의 친구인 마사와 겐이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보듬어주고 이해하며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죽마고우인 마사와 겐의 좌충우돌 삶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왠지 너무 평범해져버리고 마는 느낌인데 그 이상 뭐라 표현하기가 힘들다. 두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진한 우정이야기에 더하여 가족 이상으로 깊이있는 배려와 존중을 담고 있다. 때로는 어처구니없게 웃고 넘기게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마사와 겐의 삶의 여정을 알게 되고 그들 행동과 말의 이면을 느끼게 되면서부터는 그 긴 세월에 대한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웃으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조금 더 깊이있게 읽으면서 따뜻한 감동과 내 주변의 어르신들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기도 하고, 마사와 겐처럼 함께 늙어가고 싶은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겐지로의 제자 뎃페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난 마사와 겐 두 할배의 앞날에는 또 어떤 일이 생겨날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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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0 1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죽는 게 두렵지 않아. 모든 게 끝장이라는 식으로 살진않아. 살다 보면, 삶이 이런 저런 조건을 제시할 때가 있어. 유일한 수단으로 과격한 행동이나 유별난 희생을 요구하면서. 물론 나는 그런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럼에도 견딜 수 없는 건, 이 우물처럼 황폐한 땅에서 자라는 너를 그냥 두고만 봐야 한다는 거야. 문명의 나약함 때문에 평화롭지 못하게 살다 죽는곳. 절대 싹을 틔우지 못하는 들판의 꽃처럼 너를 여위게 만드는 공동묘지 같은 곳에서 말이지. 너무나도 작은 세상이 너를 죽게 만든 거야.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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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 라이프 에코백 -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담은 나만의 디자인
김안나 지음 / 미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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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에코백의 시작은 장바구니였다. 말 그대로 장바구니 용도이기는 했지만 재질이 튼튼했고 작게 접어서 퀼트로 만든 동전지갑 크기의 자그마한 주머니에 들어가게 되어 있어서 평소에는 가방에 링으로 연결해 장식처럼 달고 다니다가 뜻밖의 물건 - 내 경우에는 책박스가 도착했을 때 그 가방에 담고 집에 들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편할수가 없었다. 그 가방이 헐어가기 시작할때쯤 에코백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각양각색의 에코백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사은품처럼 얻게 되어 받은 가방이었는데 또 이게 언제부터인가는 이쁜 디자인으로 판매가 되기 시작하더니 부담없는 선물로 주고 받으며 내게도 새 에코백이 자꾸만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쁘고 좋은 에코백은 많아졌는데 에코백은 뭔가 그 용도가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모양이 딱 하나로 되어 있다. 사실 장바구니같은 용도로 쓰이는 것이기때문에 달리 디자인할 것도 없지만 잠깐 산책을 가거나 외출을 할 때 에코백 하나만 들고 나오면 아쉬운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갑과 휴대폰, 열쇠를 담고 가려면 다른 물건들과는 조금 분리되게 넣을 수 있는 주머니가 있으면 좋겠는데 대부분이 다 그냥 장바구니처럼 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에코백중에 유일하게 안쪽으로 작은 주머니가 달려있고, 겉에는 지퍼도 있어서 좀 중요한 물건을 담을때는 딱 좋은 용도였는데, 그 가방이 헐어 못쓰게 된 이후로 그런 에코백이 가장 아쉬웠다. 그런데 [심플라이프 에코백]을 보자마자 내가 원하는 것이 다 들어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반가웠다. 물론 내가 지금당장 에코백을 직접 이쁘게 만들고 또 응용할 수 있는 실력은 전혀없지만.

 

사실 가방을 직접 만든다는 것이 무척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 나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성당까페에서 몇몇분이 같은 도안을 갖고 원단을 자르고 바느질을 하면서 만드는 과정을 보니 나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재봉틀이 없더라도 지퍼를 달 때는 동네 세탁소나 옷 수선소에 가서 해달라고 해서 마무리만 부탁하면 되니 내 손으로 가방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책이 있으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심플라이프 에코백]을 펼쳐들었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구와 설명에서부터 기본적인 가방과 장식, 맘에 드는 천으로 가방을 만들수도 있지만 집에 있는 낡은 옷과 패브릭을 이용해 만드는 방법도 있고, 나처럼 색감각이 모자라는 사람을 위한 컬러매치에 이르기까지 초보자들을 위한 설명이 잘 되어있다.

처음부터 멋진 가방을 만드는 것은 어렵겠지만 내게 필요한 크기와 용도에 맞는 맞춤형 에코백을 만들어볼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지금은 책을 들춰보면서 어느 가방이 이쁜지, 어느 정도의 크기에 어떤 색감의 천으로 만들면 좋을지 상상을 하는 수준일뿐이지만 뭔가 필요한 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니 자꾸만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도 언젠가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담은 나만의 디자인'으로 만든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에코백을 만들 수 있게 되겠지, 라는 생각에 빠져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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