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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 소년범들의 아버지 천종호 판사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
천종호 지음 / 우리학교 / 2015년 3월
평점 :
[이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은 그저 잘나가는 판사가 자신의 업적(?)을 그려보기 위해 책을 펴낸 것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게 무심코 책 제목을 넘기다가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따뜻한 메시지'라는 문구를 보고 다시 제목을 살펴보니, 혹 이 책이 판사의 자기자랑책이라 할지라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이 어떠한지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봤다. 그런데 책을 펼쳐들고 추천사를 읽고,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뭔가 스치듯 떠오르는 영상이 생각났고 인터넷을 먼저 좀 찾아봤는데 내 짐작대로 이 책을 쓴 천종호 판사가 바로 내가 우연히 보게 되었던 소년재판의 그 주인공 판사였다.
친구를 왕따시키고 폭행을 가하는 아이를 혼내는 것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부모에게도 호통을 치고 심지어 가해학생을 옹호하려고 온 담임에게도 호통을 치는 모습이 속이 후련해질정도로 통쾌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성적만 좋으면 인성이 엉망이어도 되는 것이냐고, 가해학생이 한번만 용서해달라는 말이 그 순간을 모면해보고자 하는 말임을 간파한 판사님이 봐줄 수 없다며 더 큰 소리로 호통을 치는 모습은 단지 아이들을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용서와 화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진정성이었다.
그 동영상속의 주인공이 바로 천종호 판사라는 걸 알게 되니 이 책의 내용이 더 마음에 남는다. 온갖 비행을 저지르지만 그것이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악함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환경속에서 돌발되어 나오는 악행과 비행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의 환경을 바꿔주고 조금의 관심과 보살핌만 있어도 재범률을 줄이고, 아이들이 범죄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리려고 하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단적인 예로 투표권도 없는 청소년을 위한 복지시설을 만드는것보다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투표권이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정책이 더 많은 것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권력의 중심은 결코 아이들에게 있지 않으며, 그래서 더욱더 청소년을 위한 노력은 누군가의 말대로 '너무 뻔한 내용이 되고 별로 모양도 나지 않는' 노고가 될 뿐이다.
그런데 그런 일에 천종호 판사는 기쁜 마음으로 투신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사법형그룹홈을 입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룹홈의 성과는 이미 검증이 되고 있는 것이며 천종호 판사의 말대로 일반 그룹홈과 사법형 그룹홈은 같을수가 없으며 아이들을 함께 두는 것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생활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지 않겠는가.
구체적인 아이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말하고 있는데, 단지 생물학적인 아버지의 의미만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올바르게 이끌어 줄 책임을 가진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와는 상관없는 아이들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경험하고 있는 현재가 바로 우리의 미래가 될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