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꼬 저는
까를로 깔레또 지음, 장익 옮김 / 분도출판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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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흔히들 미션스쿨이라고 하는 그런 종교재단의 학교를 들어갔지요. 중학생이 되었을때요. 담임선생님이 수녀님이었고 종교수업시간이 있어도 성당을 다녀야지..라는 생각을 특별히 해 보진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제가 세례를 받게 되었을까요....?

조금 시간이 흐르고 어쨋건 저는 혼자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다 금방 관둬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긴 했지만 집에서 용돈으로 받는 것은 차비로 쓰는 '회수권'이 전부였고,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 가면 꼭 주일헌금이라는 걸 해야 하는 것이 어린시절의 저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일이었거든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때는 단지 '헌금'때문에 성당 가는 것이 너무나 불편한 일이었답니다. 제게는 헌금할 돈이 없었거든요....

그런 중에도 어느새 저는 세례를 받게 되었고, 친구들이 이쁜 이름을 고르며 세례명을 정할 때 저는 또 심심하게 고민하다가 그당시 제일 좋아하는 시로 꼽았던(제게는 그것이 아름다운 시로 느껴졌어요) 프란치스코 당신의 노래, '평화의 기도'를 떠올리며 '프란치스카'라는 세례명을 받았지요. 세례를 받으며 이름을 받는 것은 새로운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이름을 받은 성인의 삶, 그니까 저로서는 프란치스코 당신의 삶을 본받고 살아가겠다는 결심도 되는거쟎아요. 그렇게 저는 평화를 꿈꾸며, 언니해님과 누나달님을 노래하며, 가난하고 소박한 그런 행복한 삶을 꿈꿨었지요.

프란치스코 저는.. 하며 제게 말은 건네고 있는 당신은 참으로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단순한 삶의 모습으로 분명히 보여주더군요. 가끔은.. 일치와 평화를 이야기한 당신의 제자들이 단지 다수의 요구라는 것으로 당신의 뜻과는 다른 지향으로 걸어가고 있음을 마음 아파하기도 하면서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우리의 교회가 아니야!’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프란치스코 당신은 일치와 평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하느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복음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프란치스코 저는... 하며 날마다 제게 조금씩 보여준 당신의 삶은 지금의 나를..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 모든 조물을 사랑하며 주님을 찬미하고, 가진 것 없는 이에게 나의 것을 더불어 나누고,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드시고 숨결을 불어넣으셨으니 여자와 남자는 똑같이 존중되어져야 하며... 이러한 삶이 프란치스코 당신의 삶이고 복음의 삶이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를, 아니 나를 돌아보면 전혀 아니네요. 그래서 ‘프란치스코 저는..’하며 제게 말을 건네는 동안 내내 마음 한구석이 따끔거렸어요. 아, 물론 뿌듯할때가 더 많았어요. 그래, 이것이 복음이야! 라는 생각을 많이 했으니까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준 당신에게 감사드립니다.


<숲, 맨돌, 건물, 가난, 겸손, 검박, 아름다움, 이 모두가 프란치스칸 정신을 드러내는 걸작품의 하나를 이루면서 세기를 거쳐 평화와 기도와 묵언과 생명계 존중과 아름다움과 시대의 모순들을 이겨내는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여준다.

“보세요” 이 돌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보세요, 평화는 가능하다는 것을. 여러분은 집을 지으면서 호화사치를 찾지말고 본질적인 것에 마음을 두세요. 그렇게 하면 이 암자에서 볼 수 있듯이 가난이 아름다움이 되고 자유로움을 주는 조화가 될 테니. 온갖 시설을 짓는다고 숲을 파괴하지 마세요. 실업과 불편만 늘테니. 오히려 사람들이 시골로 돌아와 수공으로 제대로 잘 된 일을 즐기도록, 침묵의 기쁨을 그리고 땅과 하늘과 접촉하는 기쁨을 되찾아 누리도록 도와주세요. 약탈자들과 평가절하가 축낼 돈을 쌓아두지 말고 형제와의 대화를 위해 또 가장 가난한 사람을 섬기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두세요.

한 철밖에 가지 않을 물건들을 만들어 내느라 얼마 남지 않은 자원을 모두 써 없애버리지 마세요. 오히려 여기 이 우물위에 놓인 두레박처럼 몇 세기가 지나도록 물을 길어 올려도 여전히 쓰이고 있는 그런 두레박들을 만드세요. 여러분은 소비주의를 몹시도 비난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러분이 말로만 입을 가득 채우면서 거북한 양심은 잠재운 채 아무런 혁신도 상상도 못하고 여전히 소비주의의 종노릇을 하고 있는 거지요.........

마음만 있다면 해 보세요. 형제여러분, 해 보시면 가능하다는 것을 보실 겁니다.

복음은 진실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인간을 구원하십니다.

비폭력은 폭력보다 건설적입니다.

정결은 부끄럼을 모르는 환락보다 더 맛스럽습니다.

가난은 부유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 프란치스코의 꿈과 포부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핵의 파멸을 면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 않은가요. 하느님은 평화를 제안하십니다. 그런데 왜 해보려고도 하지 않으십니까.-p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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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4-0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치카님,
너무 진솔하고 좋은 리뷰예요. 감동입니다. @,.@
저도 이 책 한번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감사^^

chika 2005-04-0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마법의 숙제
다니엘 페낙 지음, 신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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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누가 가져다 주는게 아니에요! 편지처럼 우체통에 배달되는게 아니란 말이에요!
진실이란, 자신에게 할당된 몫을 분배받듯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에요! 자기 스스로 정복하는 거란 말입니다!-15쪽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상상이란 마음속에서 '진정으로' 꿈 꿔보는 일이에요.-16쪽

삶이란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있는게 아냐-98쪽

차분히 앉아 있는 동안 눈앞에 보이는 게 진짜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악몽이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면 거기에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인생이 끝장나 한낱 꿈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된다면 그때는 더이상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것이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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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3-3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에요!'라는 외침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충분히 흥미롭다. 그런데 어린 조카애가 읽기에도 충분히 흥미로울까...?

해적오리 2005-03-31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이말이 이리도 가슴에 와 닿는 건 아마도 내 어린시절 기억 때문인 것 같다. 난 거의 상상 속에서 살다 시피 했으니까...왜 그랬는지, 그게 나만의 특성인지, 아님 그 또래 아이들의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난 매일 상상을 했고 그것을 주변의 아이들에게 말하곤 했다...때론 현실과 상상이 아주 교묘하게 얽히기도 하고...남을 속일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다만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100 %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에 은근한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고는 내가 거짓말 장이일까 아닐까 하는 갈등을 겪곤 했다. 지금도 그때의 긴장감이 다시금 느껴질 때가 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면 편안해 질까?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에요!"

chika 2005-03-3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어~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야... ^^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 에리히 케스트너 평전
박홍규 지음 / 필맥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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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스트너는 '말의 유희'가 아닌, 서투르고 거친 '생활의 노래'가 시의 본령이라고 본다.
시 속에 무언가 자신의 마음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거나 충격을 주는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매우 유용한 것이다.[...]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빵굽는 사람의 일과 치과 의사의 일처럼 사람 사는 세상에 필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인간의 위장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거나 이가 쑤시고 아픈 현상에 대해서라면 분명한 처치 방법이 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아픈 것, 사람의 정신이 비뚤어진 것에는 어떤 처리 방법이 있을까? 마음의 병에 이렇다할 만한 치료 방법이 달리 없으므로 실용적 시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산문적 여담]-1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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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 에리히 케스트너 평전
박홍규 지음 / 필맥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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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하고 멋진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에리히 케스트너 평전이라는 꼬리를 달고 있다. 책의 첫머리를 읽으며 남겨둔 메모가 새삼스럽게 새롭다. "첫머리를 조금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을 무척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아, 에리히 케스트너를 무지막지하게 좋아하게 되리라" 한달 전쯤 이 메모를 시작으로 책에 빠져들었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케스트너에 대한 책은 다시 쓰이지 않으리라. 이 책처럼 팔리지 않을 것이기에. 어쩌면 이 책은 나의 추억에 바치는 책이다. '어린 시절'이라고 말할 수 없었던 나의 어린 시절에 바치는 책이다. 그러나 어린시절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고 그리워함으로써 그 진가가 드러난다는 생각에서도 이 책을 쓴다. 괴테도 말하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청춘 시절에 소망했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서야 갖게 된다"고.(p26)>

이 책을 쓴 박홍규님의 글을 인용했다. 이 말속에 이 책의 느낌이 함축되어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유일하게 어릴 적에 읽은 '날으는 교실' 하나로 케스트너를 기억한다. 물론 에밀과 소년 탐정들도 한번쯤은 읽었을 것이고, 로테와 루이제 이야기는 영화로, 만화로 자주 봤을 것이다. 한참 유행했던 마주보기 시집 역시 한두번은 훑어봤을 것이고... 이것이 내가 아는 케스트너의 전부였다.

 저자가 이 책을 어린시절에 바치는 책이라 한 것처럼 나 역시 어린 시절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읽은 한권의 책으로 인해 에리히 케스트너라는 인물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실상 그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 없는데 무작정 나는 케스트너를 좋아해,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그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공감하며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 책은 나의 추억에 바치는 책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절대공감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케스트너의 놀라운 모습들을 느낄 수 있게 되기도 했으며, 좀 더 깊이 느끼게 된 부분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케스트너의 시가 제대로 다시 번역되어 출판되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이상을 지닌 인간은
그것을 이룰 때까지 조심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날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의 삶과 닮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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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풀썩대는 봄날입니다.

발바리랑 같이 언덕에나 한번 올라볼까요?

사랑하는 그녀도 함께해주니, 더 바랄 것이 없네요.




따뜻한 햇살 아래서 춤을 추어볼까요? 폴카? 아님 왈츠?

에잇, 막춤이면 어떻겠습니까?

이 봄날, 이 햇살 아래서.



이 언덕위를 맘껏 뛰어다녀 봅시다.

단, 여기저기 흘리고 떨어뜨린 걱정, 근심 따윌랑은 오늘만은 다시 주워담지 않기로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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