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돌바람 > 치카님께-우산을 쓰다



우산을 쓰다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을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은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가뭄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래 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괜히 그곳에는 비가 오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우울함은 우울함에게 줘버리고, 쓸쓸함은 쓸쓸함에게 줘버리고 우산을 쓰는 건 어떨까요. 버려 버려 무게 같은 것! 가볍게 빗방울처럼 톡톡 떨어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는 심재휘의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에 실린 것입니다. 제목의 시는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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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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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술이라는 것은, 역사 학자가 아무리 '실증사학',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묘사'등을 내세워도 결국 서술 주체의 이해관계과 세계관등의 여러가지 현재적 욕망에 의해서 규정되는 내러티브, 즉 이야기지요. 그것이 고금동서 역사학의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만약 과거가 현재의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야 합니까?
결국 현재적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논하는게 아닙니까? 물론 '나'만의 현재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과거 사실을 왜곡하거나 뻔히 아는 사료를 일부러 빼버린다면 그것은 전문가다운 일도 아니고 타자의 존재와 그 욕망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최악의 아집이 되겠지요. 따라서 사료에 충실한 태도를 취하고 남의 입장과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참고한다면 서술자의입장에서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봅니다.-66쪽

그런 모범적인 사례로 하버드 진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가 쓴 <미국민중사>를 추천합니다. 이 책에는 사료 왜곡이나 의도적인 묵살등은 전혀 없지만, 오늘날 지구문명을 멸망케 하는 미국의 반환경적, 인종주의적, 제국주의적 오만의 기원이 어디 있는지가 '현재적으로' 설명돼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오늘날 고전으로 간주되는 박은식의 '한국통사'나 신채호의 '조선 상고사', 문일평의 '한미 50년사'등 식민지 시대의 사학서적들도 지극히 현재적으로 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사서史書들은 일제 어용사관의 허구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독립투쟁의 정당성, 조선인으로서의 긍지를 갖고 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또 그만큼 전문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지요. 그게 진정한 역사 아닙니까?-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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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끄트머리에 히꾸무리 보이는 사각이 아마도 성산일출봉이겠지요.

동거미 오름에 올라 동쪽을 쳐다보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

이건 같은 위치에서 줌을 땡기지 않고 그냥 찍은 사진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이리 나온 거 같기도 하네요.

헥헥거리며 겨우 중간에 멈춰 사방을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을 때, 이미 일행은 저 위에 올라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오름을 오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덤으로

 가을에 산굼부리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이 사진은 다른분이 찍은 사진을 퍼온겁니다. 물찻오름이지요.

저는 겨울에 댕겨와서 눈만 보고 왔는데, 여름의 물찻오름도 아주 좋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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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6-21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거미오름 정상에서 동남쪽을 바라보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창이 닫힙니다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 박노자, 허동현의 지상격론
박노자, 허동현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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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무엇이 옳다고 믿느냐는 기준 즉, 선악을 척도로 삼아서 적과 동지를 나누었지만, 개화기나 요즘과 같이 힘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어느편을 들어야 득이 되는지를 살피게 된다는 겁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도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p 115, 허동현)

나는 지금까지 감상적 민족주의자였고, 감상적인 이상주의자였다. 지금까지? 이제는 아니라는 뜻인가?
아니, 여전히 나는 감상적인 이상주의자겠지. 그만큼 더 배우고 뼈저리게 느껴야한다. 우리를 둘러싼 나라들이 자국의 이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 때, 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아니라 '어찌 도의적으로!'라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하고있었다는 것을 밝히기가 너무 부끄럽다.

몇년 전 '통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때도 그랬다. '왜 우리가 꼭 통일을 이뤄야하나요?'라는 아이들의 물음에 나는 뭐라 답해줄 수 있는가. 다행스럽게도 그때 홍세화님이 내가 사는 지역에 강연을 하러 오셨었고 나는 그 물음을 대신 할 수 있었다. 그때 아마..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남북통일의 경제성에 대한 얘기를 들었을꺼야. 더이상 '민족'과 '겨레'라는 당위성만으로 전쟁을 모르고 분단의 아픔을 못느끼는 세대에게 통일을 강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그때 느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아마 지금도 나는 말로는 민족의 통일과 세계의 평화를 떠들어대면서 정작 그것을 위해 역사의 진실을 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겠지.

박노자 교수와 허동현 교수 두분의 격론은 어설픈 교과서 지식만 있는 나로서는 조금 버겁기도 했다. 그래서 '아하~ 그렇지'라거나 '으음~ 이 말도 맞는말인데..'라거나 '그랬단말야?'라는 식의 반응밖에는 보일 수 없었던 것이 참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런만큼 얻고 배우는 것도 많지 않았는가.

여전히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멋대로 소용돌이 치고 있는 세계 정세의 흐름속에서, 나 혼자 살아남겠다고 아둥바둥치며 적을 규정하고 동지를 규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존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하는 모두는 동지이며 그 외에는 적일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아, 나는 여전히 배울것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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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경치좋은 사진은 하나도 못올리겠지만...

제가 갔던 곳 중에서 단연 최고중의 하나로 꼽는 곳은 지/리/산!!

2001년 여름에 갔었는데, 아마 그때부터 철분이 모자라는 빈혈이 심했었나봐요.

멀미를 한데다가 속이 받쳐주질 않아서 조금씩 위로 올라갈수록 먹은거 게워내고 무척 힘들었었지요.

아마... 나랑 같이 갔던 녀석은 그때까지의 등반중 처음으로 정상을 못가지 않았을까.. 싶네요.

산행이라는 것이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신념으로,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과감히 하산! 결정을 하더군요.

어쨋거나 그때... 참 좋았었습니다.

지리산의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본 산장의 밤하늘 별도 무척 아름다웠고...

히히히~ 개인적이 추억이 마구마구 묻어나서(더 이상 못쓰겠단 뜻임다~)............^^;;;;;;;;;;

내가 가본 가장 좋은 여행지는 아마 즐거운 추억이 듬뿍 담겨 있는 곳이 아닐런지요! ㅎㅎ

그런 의미에서 사진 몇 장 찍어왔슴다~

앨범에 끼워진 사진 그대로 디카로 찍었더니 이렇게 나오는군요.

풍경이 멋진 곳 사진은 별로 올릴만한게 없어요. 초췌한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와서리..ㅋㅋ

저 지팡이도 제것이 아닙니다. 골골하는 저를 위해 딴 녀석이 내어준것이지요.



구름에 가린 산등성이인데... 어째 반사된 디카로 찍는 모습이 더 선명한듯하군요. 쩝~

지리산!! 정말 멋진데, 제 사진솜씨가 너무 형편없단 생각밖에 안들어요!! ㅠ.ㅠ

게다가 우리가 올라갔던 코스가 어디였는지 까먹었어요. 아마 노고단쪽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젤 무난한.

사실 산에 가기 전에 책도 열심히 보면서 준비를 했었습니다.

 

 준비라고 해봐야 책밖에 더 보겠어요?

 인터넷으로 산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지리산에 대해 좀 더 잘 알기 위해 이 책을 열심히 봤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념 사진도 찍었지요.



'돼지평전'이라는 곳입니다.

우리가 지나칠 때 중학생 꼬맹이들이 보이길래 "얘들아, 우린 돼지 봤거든? 싸나우니까 조심해야헌다" 했더니, 애들이 반신반의하다 저 안내표지판을 보고 조금 걱정된 표정을 짓더군요.

걔네들 앞에서 쌩쇼를 했던 모습입니다. 사진을 찍는 녀석은 '돼지가 나타났다!'라고 외치고,
저 표지판 앞에 있던 우리는 꿀꿀... 해댔다는... ㅡㅡ;;;;;;;;;;;;;;;;;
(저 노란 돼지가 바로 접니다! 싸나운 돼지.근데 애들이 정말 돼지보듯이 나만 쳐다보더군요!! ㅠ.ㅠ)


 이렇게 여유롭게 낮잠도 자고....

 물론 저는 지팡이로 돌떵이 치우듯이... ^^;;;

 쉬엄쉬엄 산길을 걷는 것도 좋았고, 바람을 느끼며 그늘에서 땀을 식히는 것도 좋았고, 계곡물에 발 담그고 물장난하는 것도 좋았습니다.


 전 말이지요...

 기회가 되면 또다시 지리산 정상을 향해 갈거예요.

 물론 언젠가 금강산, 백두산에도 오를거랍니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면서 말이지요. ㅋㅋ

아, 이 사진은 쌩뚱맞게 뭐냐고요? 사진첩 뒤적거리다보니 후배들하고 한라산에 갔을때 찍은 사진이 한 장 나오더군요. 해발 1500 표지판 앞에서 헥헥거리고 있는데 사진찍어주더군요! ㅎㅎ

========== 저, 오늘따라 아침시간이 많이 남길래 조선인님 이벤트가 생각나 사진찍으며 이 사진들 보다가 아침 출근에 늦을뻔해부렀어요! ㅜㅡ

================= 돼지평전에서 만났던 꼬맹이들 중에 유난히 산을 못타던 녀석이 둘 있었어요. 이틀째 되는 날, 이미 해는 저버렸고 캄캄한 산길을 가는데 저 뒤쪽에서 선생님과 꼬맹이의 외침이 들리더라구요. "자, 힘내자! 다 왔어! 끝까지 해 낼 수 있지?" "네!!"
조금씩 칭얼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씩씩하게 하더군요. 그 소리를 들으며 힘내어 겨우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으~ 죽을 것만 같았는데, 어둠속에서 우리 모습이 나타나자 몇몇 사람이 뛰어오더라구요.
'어, 아니다. 혹시요~ 뒤에 오는 사람 있어요?'
선생님과 아직 도착 안한 친구를 기다리는 거였어요.
내 바로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여기 있으면 금방 올꺼야. 걱정마!! 하며 기운찬 소릴 냈더니 같이 있던 녀석이 그럽디다. '좀 전까지 죽어도 못가! 하며 죽을듯이 하더니 기운이 넘쳐 되살아나우~?' ㅡㅡ^

산을 오르는 맛은 이런거에 있는거 아닐까요?

가족과 혹은 친구들과 산을 오르며 추억 하나 만드는 여름, 멋있을거 같지 않나요?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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