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한 구가 더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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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는 스티븐 왕과 모드 왕후의 왕위 쟁탈을 위한 잉글랜드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약자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패자가 된 포로들이 처형을 당하고 처형된 시신의 수습을 위해 캐드펠 수사가 파견된다. 그런데 처형된 사람들 사이에 그들과는 다른 형태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94명이 처형당했지만 시신은 95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캐드펠 수사는 전쟁터의 죽음에 자신의 살인을 덮으려는 살인자가 있음을 확신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정확한 셈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장관님은 헤스딘의 아눌프를 포함해 아흔네 명을 처형하라는 지시를 받으셨지요. 그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든 아니든 간에 어쨌든 명령은 떨어졌고, 장관님은 그 명령에 찬동하셨으며, 그 일은 문서에 기록되었고, 납득된 사항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대한 셈은 훗날 다른 법정에서 치러지겠지요. 그런데 그 아흔다섯 번재 시신은 애초의 셈법에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왕도 그를 이승에서 추방하라 명하지 않았고 그 어떤 중신도 그를 처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으며, 그는 모반이나 반역죄를 포함한 그 어떤 죄로도 고발당하거나 기소된 적이 없는 사람이므로 그를 죽인 자는 살인을 저지른 것입니다."(76)


이 이야기 속에는 후대에 어떠한 역사적인 평가가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것과 부당한 죽음에 대해서는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이르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책임은 당연히 인간이 져야할 것이다.

살인자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과정의 추리가 흥미롭지만 사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정치적인 음모와 이해관계에 얽혀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도 있으며 사랑을 배신할 수도 있는 여러 인간군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부분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역사적으로 어느 쪽이 더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되지만 그 전쟁과 살육의 틈바구니에서 사람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원칙과 진리를 향해가는 사람들의 승리(!)와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역시나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캐드펠 수사의 추리력을 기대하기보다는 역사적인 배경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책을 읽는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캐드펠 수사의 인생 여정과 그를 방해하는 듯 하지만 공정하게 업무처리를 하는 휴 베링어를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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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하느님의 가호가 있기를!" 마크 수사가 진심으로기원했다.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 캐드펠 수사가 중얼거렸다. 마크 수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하지만 하느님이 당신뜻대로 하시려 할 때 인간들도 작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얹어야 할 텐데." - P38

마크 수사를 꼼짝 못하게 붙들어둔 건, 약속이나 한 듯 그자를 감싸는 환자들의 행동이었다. 아무런 이야기도 설명도 없이, 고통받고 있는 환자 모두가 침묵의 연대로 그의 불행을 함께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마크 수사는 경솔한 사람이아니었다. 감히 그 물결을 거스르거나 그들의 판단에 대해 옳고그름을 따질 수는 없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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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릴적부터 모진 삶을 살아왔다. 처음 마지못해 이 피난처로 들어오기 전까지, 궁핍과 잔인함과 고통은 그에게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죽음은 달랐다. 죽음은 너무도 소름 끼치고 너무도 어두운 것이요, 유예의 가능성도 없이 즉각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학대당하고, 못 먹고, 쉴 새 없이 일만 하며 사는 삶도 여전히 삶이었다. 하늘이 머리 위로 보이고,
나무와 꽃과 새들이 주변에 있으며, 색채와 계절과 아름다움이있었다. 살아 있는 한, 삶은 친구요 죽음은 낯선 것이었다.
"이보게. 죽음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네." 마크 수사를 지켜보던 캐드펠이 말했다. "작년 여름 마을에서 아흔다섯 명이 죽있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그저 편을 잘못 들었다는 이유로 죽은 게야. 죽음은 전쟁 중엔 죄 없는 여인들에게 떨어지고, 평화로울 땐 악인에 의해 저질러지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떨어진다네. 하지만 저세상에는 균형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돼. 자네가 보는건 완벽한 전체에서 부서져 나온 조각에 불과하네." - P258

어쨌거나 나라가 두 파로 갈려 있으면,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느라 다투고, 사람을 팔고, 경쟁자들에게 복수하기 마련이지요.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의 토지를 제 것으로 취하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요. 어떤 악마가 이 일을 꾸몄는지는 몰라도, 이제 그 결실은 영원히 맺지 못하게 됐습니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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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력이란 얼마나 신묘하며, 그 보상은 또 얼마나 갑작스럽고도 과분하게 돌아오는가! 캐드펠은 생각하며 떡 벌어진입을 다물었다. 아니, 과분하다는 표현도 어울리지 않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겸손하게 제 일을 하던 마크 수사에게 이런 보상이 떨어졌으니 말이야.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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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피를 흘린다고 이 세상에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하지만 자네의 손과 힘과 의지. 자네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그모든 미덕은 세상에 큰 쓸모가 될 걸세. 무슨 벌이든 달게 받고 속죄하겠다고 했지? 그러면 죄 갚음을 하라는 명을 내리겠네. 알으로 자네의 삶을 살되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을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자네의 부채를 갚으라고 명령하겠네.
자네가 행한 선의 총계가 악행을 모두 합친 것의 수천 갑절이 되도록 노력하게나.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내리는 벌일세."
메이리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캐드펠을 올려다보았다. 그의얼굴에 떠오른 것은 환희나 안도의 표정이 아니라 당혹감 그 자체였다. "정말입니까? 그게 제가 받을 벌이라고요?"
"그렇다네. 그것이 자네가 해야 할 일이야. 회개하게 살아가면서 죄지은 자를 만나면 자네의 잘못을 떠올리고, 죄 없는 사람을 만나면 경의를 표하며 힘닿는 만큼 그를 돕게. 자네가 할 수있는 것을 모두 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게나. 성자라도 그이상은 못 할 걸세." - P308

하느님, 제가 소년에게 먼저 제안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캐드펠은 신실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이미고결한 행위를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선의를 강요받는 것만큼 젊은이의 짜증과 분노를 자아내는 일도 없으리라. - P328

그는 문간에 서서 멀어지는 두 소년을 지켜보았다. 뜰을 가로질러 문지기실 쪽으로 가면서도 둘은 여전히 팔을 걸고 아웅다웅 다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또래의 아이들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압박 속에서도 영웅적인 충성심과 용맹함을 보이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열심을 다하는가 싶다가도, 온 세상이평화로워지자 순식간에 어린 강아지로 돌아가 싸우며 뒹구니 말이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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