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피를 흘린다고 이 세상에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하지만 자네의 손과 힘과 의지. 자네 안에 아직 남아 있는 그모든 미덕은 세상에 큰 쓸모가 될 걸세. 무슨 벌이든 달게 받고 속죄하겠다고 했지? 그러면 죄 갚음을 하라는 명을 내리겠네. 알으로 자네의 삶을 살되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그들을 배려하며,
그들과 함께 살아감으로써 자네의 부채를 갚으라고 명령하겠네.
자네가 행한 선의 총계가 악행을 모두 합친 것의 수천 갑절이 되도록 노력하게나.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내리는 벌일세."
메이리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캐드펠을 올려다보았다. 그의얼굴에 떠오른 것은 환희나 안도의 표정이 아니라 당혹감 그 자체였다. "정말입니까? 그게 제가 받을 벌이라고요?"
"그렇다네. 그것이 자네가 해야 할 일이야. 회개하게 살아가면서 죄지은 자를 만나면 자네의 잘못을 떠올리고, 죄 없는 사람을 만나면 경의를 표하며 힘닿는 만큼 그를 돕게. 자네가 할 수있는 것을 모두 하고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기게나. 성자라도 그이상은 못 할 걸세." - P308
그는 문간에 서서 멀어지는 두 소년을 지켜보았다. 뜰을 가로질러 문지기실 쪽으로 가면서도 둘은 여전히 팔을 걸고 아웅다웅 다투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또래의 아이들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압박 속에서도 영웅적인 충성심과 용맹함을 보이고 숭고한 목적을 위해 열심을 다하는가 싶다가도, 온 세상이평화로워지자 순식간에 어린 강아지로 돌아가 싸우며 뒹구니 말이다. - P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