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릴적부터 모진 삶을 살아왔다. 처음 마지못해 이 피난처로 들어오기 전까지, 궁핍과 잔인함과 고통은 그에게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죽음은 달랐다. 죽음은 너무도 소름 끼치고 너무도 어두운 것이요, 유예의 가능성도 없이 즉각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학대당하고, 못 먹고, 쉴 새 없이 일만 하며 사는 삶도 여전히 삶이었다. 하늘이 머리 위로 보이고,
나무와 꽃과 새들이 주변에 있으며, 색채와 계절과 아름다움이있었다. 살아 있는 한, 삶은 친구요 죽음은 낯선 것이었다.
"이보게. 죽음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네." 마크 수사를 지켜보던 캐드펠이 말했다. "작년 여름 마을에서 아흔다섯 명이 죽있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그저 편을 잘못 들었다는 이유로 죽은 게야. 죽음은 전쟁 중엔 죄 없는 여인들에게 떨어지고, 평화로울 땐 악인에 의해 저질러지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선한 일을 하며 살아온 노인들에게, 잔인하고 무분별하게 떨어진다네. 하지만 저세상에는 균형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흔들려서는 안 돼. 자네가 보는건 완벽한 전체에서 부서져 나온 조각에 불과하네." - P258
어쨌거나 나라가 두 파로 갈려 있으면,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느라 다투고, 사람을 팔고, 경쟁자들에게 복수하기 마련이지요.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의 토지를 제 것으로 취하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요. 어떤 악마가 이 일을 꾸몄는지는 몰라도, 이제 그 결실은 영원히 맺지 못하게 됐습니다." - P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