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들은 사람을 밖으로 끌어내지만 귀에 들리는 것들은 사람 안으로 들어온다. 소리는 담장 너머나 모퉁이 저편에서도 들려오고 어둠 속에서도 들려온다. 심지어는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들리고 눈이 가닿지 못할 때도 감전된 것처럼 흘러든다. 그리하여 두려움과, 쾌락, 슬픔이나 놀람 등은 청각이 시각보다 예민하게 포착한다. 7 

 

 

자주 부르는 노래에는 누군가의 한 순간이 묻어있다. 쓰디쓴 사랑의 기억과 저주 같던 외로움을 버리지 못한 채 그들은 그렇게 상처를 보듬는다. 33

 

 

우리는 우주를 움직여 바람도 일으키고 소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하여 아픈 사람은 아프지 않게, 슬픈 사람은 슬프지 않게, 심심한 사람은 재미있게 살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사람을 움직이는 연주를 지향한다. 178

 

 

 

 

슬프거나 우울할 때 사람들은 즐거운 노래로 마음을 달래기보다 슬픈 노래를 먼저 찾는다. 즐거운 노래는 고립감을 심화시켜 슬픔을 더 깊은 데로 끌고 간다. 눈문을 쏟은 후 코를 팽 풀면 사람은 비로소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되는데 대중음악에서 그 역할을 담당해온 건 단연 블루스였다. 그러니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대에 누군가의 슬픔을 환기시키는 블루스가 들려온다면 마땅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위안을 얻고, 용서할 자를 용서할 힘이 생기고, 용서하지 않을 자를 용서하지 않을 용기도 솟아나니까. 수요밴드의 구성원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블루스였다. 위로와 격려의 블루스 타임.272

 

마침내 연주가 시작되었다. 율도에 가기 위해 소리를 모았듯 또 다른 율도로 항해하기 위해 닻을 올리는 연주. 현실이면서 환청이고, 삶의 먼지이면서 동시에 쾌락인. 또한 위로인 동시에 무기이기도 한.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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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 그냥 x 다. 나처럼 단순한 애가 먼저 떠올리게 되는 오엑스의 그 엑스가 아니라 미지수 엑스를 말하는거..겠지?

정체불명의 이 책들이 뭔가, 하고 보는데 벌써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듯 하네. 판매지수도 엄청 높고. 사실 출판사 이름만 본다면 나 역시 그냥 구입을...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살펴보면 '추천사'를 통해 내 취향일지 아닐지 가려볼 수 있겠다는 거.

안그래도 4월이 되면서 책박스를 하나 주문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책박스가 가득찰 조짐이 보이네. 이제 며칠이내로 연말정산 환급금이 들어올 예정이고.

그렇다면 책박스를 서너개쯤...? 응? 지금도 쌓여있는 책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망발일까. ㅠㅠ

 

 

 

 

 

 

 

 

 

x 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미스테리아. 표지가 좀 달라진...듯?

아무생각없이 책을 사기 시작하면 집이 엉망이 될 꺼야. 그래서 되도록 빨리 책을 읽고 소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책은 망설이면서 차곡차곡 책탑을 쌓아두고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은 되도록 말짱한 상태로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넘겨주고는 있지만 사실 책 읽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몸이 안좋아지면서부터인지 나이를 먹으며 그냥 게을러져서인지 피곤함이 항상 맴돌고 있어서 새벽에 잠이 깨면 책을 읽던 습관도 사라지고 이제는 무조건 잠을 자야한다는 생각으로 시간이 나기만 하면 그저 잠을 자려고 한다. 그러니 책 읽는 시간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건 핑계일까.

 

 

 

 

 

 

 

 

 

 

 

 

 

 

 

 

 

 

 

 

 

 

 

 

 

 

 

 

 

 

 

 

'하, 이 놈 개념 없네'

군대에서건 직장에서건 다소 폭력적인 어조를 품고 언급되는 이 '개념'이란 말을 다소 너그럽게 해석하면 모둠살이에 필요한 일종의 상식체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책이 말하는 '개념'도 흔히 쓰이는 이 말과 일면 통한다. 사전에 나오는 '분명하게 정의된 이론적 용어'라는 뜻보다는 '말과 의미 사이의 관계를 고정시키려는 경향에 가깝다. 좀 어렵다면 저자가 대비시키는 '정치언어'라는 경향과 비교해보자. '정치언어'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미하는 바가 수시로 바뀌는 말이지만 '개념'은 한 사회 안에서 '표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개념'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소수자가 소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책의 강의는 이 '개념'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청년과 소수자, 시민에 관한 세편의 강의가 이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청년'은 개념이 아닌데도 너무나 흔히 개념처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마리옥, 소수자는 반대로 스스로 개념을 만들 길이 막형 ㅣㅆ어 다수자의 표준에 따라 항상 나머지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청년은 실업에 시달리니 불쌍하고, 소수자도 불쌍하거나 도움을 줘야 하거나 아니면 아예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최소한이라도 합의된 개념을 만들지 못하고 통용되는 언어의 언저리만 맴돌 뿐이니 사회를 바꾸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 '시민'이 되어야 한다. 시혜받고 동정받는 소수자가 아니라 다수자와 동일한 시민일 때에만 개념도 함께 만들 수 있고 사회를 바꿀 수있다는 것이 강의의 내용이다.

 

뭔가 쉽지 않아보인다. 쉽지 않아보이니 더 어려워보인다. 그 말이 그말인거 아니냐고? 아니다. 아무튼. 그래서 자꾸 이런 글에 손이 안간다. 쉽게 읽히는 소설이나 읽다가 시간을 보낸다. 신간을 볼때마다 이제 이런 책도 읽어야지,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나는 소설이나 에세이에만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인구와 투자의 미래. 인구 감소 여부보다 버블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핀치의 부리.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일종의 진화적 사건이다.

라마와의 랑데부. 이 세계는 과연 살아있는 것일까?

예능, 유혹의 기술. 당혹스러운 과거와 수많은 실패가 오늘의 '유느님'을 낳았다.

공약파기. 거짓말로 통용되는 기묘한 약속

먹는 인간. 미식보다 걸식을, 포만보다 허기를 들여다본 메뉴판 너머의 음식 여행기. 제목과는 달리 '못 먹는 인간' '배고픔을 견디는 인간' '치욕스러워 먹지 않는 인간' '죽지 못해 먹는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빈민이 170만명이나 되는 방글라데시 다카를 시작으로 2년동안 베트남, 필리핀, 폴란드, 한국 등 15개국을 돌며 먹는다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했다. 분노의 맛과 증오의 맛, 슬픔의 맛이 가득하다. 필리핀의 민다나오 섬에서는 '인간을 먹은' 일본군의 이야기를 채집했다. 잔류 일본군이 인육을 끓일 때 넣었던 풀을 뜯어먹어보며 전쟁이 빚은 인간성 말살의 씁쓸함을 담았다. '끼니와 끼니 사이' 일본군에게 몸을 내주었던 김복선. 이용수. 문옥주 세명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영혼을 위로했던 '솔 푸드' 이야기도 나온다.

 

 

 

 

 

 

 

 

 

 

ㄱ그글그리릭리고고

ㄱ그글그리리고

그리고. 받은 책들. 아니, 문학의 기쁨은 받은 책이 아니라 받고 싶은 책. 어쨌거나 이 책들을 일주일 내로 다 읽...는다는 건 무리. 절대무리. 완전무리. 그런데 무리해야한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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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살아내라! 어떻거든 살이내야한다. 삶을 선택해야 하느니! 몸을 낮추어 부질없는 일에 휩쓸리지 말고 네게 주어진 삶을 전력을 다해 살아라.
사임당, 빛의 일기. 159

#사임당,빛의일기#비채#



이제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아라. 여기 이 풀벌레조차 주어진 자리에서 자기 몫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 벌레도 꽃도 풀도 바람도 그리고 시냇물조차도. 지금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듯하나, 그렇지않아.이제부터 너희가 채워갈 세상을 생각하면, 이 어미는 벌써부터 가슴이 뛴단다.
삶이 아름다워지고 추해지는 것은,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희망을 갖고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6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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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셔로 1 - 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히어로
team befar 지음 / 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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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게 평범한 동네 슈퍼 히어로'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아니, 그냥 특별한 동네 슈퍼 히어로, 라고 했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특별하게 '평범한' 슈퍼 히어로라니. 이건 어쩌면 진짜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리퍼 끌면서 슈퍼마켓에 물건 사러 나가다가 어느 순간 영웅으로 변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캐셔로'가 뭘까, 싶었는데 캐시와 히어로의 합성어란다. 그러니까 캐셔로는 현금과 관련있는 영웅이라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 상웅은 현금만 두둑히 갖고 있으면 그 무엇도 무섭지 않고 못할일이 없는 초인류 슈퍼 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만화적 상상은 또한 만화적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찢어지게 - 아, 이런 상투적인 말은 빼자. 부모없이 남매가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상웅에게는 두둑히 갖고 다닐만한 현금이 없다는 것이 영웅이 되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그러니까 항상 돈이 들어오면 바로 스치듯 빠져나가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현금을 갖고 있으면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할만큼 빠듯한 생활을 하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라는 것.

 

그저 조금은 황당무계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 넘기듯이 책을 보다가 문득문득 이 책 안에 담겨있는 일상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리다. 거기에 더하여 또다른 슈퍼 히어로인 수오는 술을 마시면 초인적 힘을 발휘한다. 더구나 수오는 미성년자, 거기에다가 평소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에 사그라져만가고 있다.

말 그대로 평범한 이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에게는 초인적인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자기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려면 정작 그들 자신에게는 희생이 필요한 것. 여기에서 정말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모닥불 옆에 있는 것 같아.

한 번만이라도 이런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면

난 그거면 충분할 것 같아.(223)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 영웅들의 이야기인가. 특별하지만 평범한 우리 동네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아니, 그만큼 더 좋은 이야기가 또 있다. 우리를 구해내는 슈퍼 히어로의 특별한 능력이 꼭 필요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 

 

- 힘이 없어도 돼. 이런 일에 그런 힘이 필요해선 안돼. 이런 작은 일에 그 소중한 힘을 써선 안 된다 같은게 아니라 그냥 사람끼리 아웅다웅 하는 데 그 힘이 필요해선 안돼. 내가 조그만 여자애이기 때문에, 특별한 힘이 없으면 저런 사람한테 뭐라 할 수도 없는 세상이어선 안돼. 그런 세상이면 안 돼.

- 하지만 네가 그런대도 세상은

- 아까 나는 그 세상에 살았어. 방금 내가 그 사람 나무랄 때, 난 아주 당연하게 두려워하지 않고 조그만 여자애가 큰 남자에게 밤에 그렇게 나무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었어. 내가 그 세상을 살아갈수록 그 세상이 이 세상과 가까워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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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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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행은... 사소한 것을 발견하는 행위, 우리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죠. 그리고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작은 것에 깃드는 법이죠"(43)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 책을 읽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솔직히 언젠가부터 감성적인 에세이를 잘 읽지 않게 되는데다가 사랑이야기라니. 괜히 칫, 거리면서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스쳐 지나가다가 누군가 이 책을 언급하며 그 감성에 매료되었다고 하니 갑자기 궁금해졌다. 팔랑귀에 봄바람까지 들고 있으니 어찌 그냥 지나치겠는가. 바로 이 책을 끄집어 내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누구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그사람에게 감사하고 있다. 봄바람을 느끼며 괜히 마음만 들썩거리고 있었는데 이로인해 더 깊이 사랑을 떠올려본다.

 

최갑수가 사랑하는 문장들,은 나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문장들이 되었다. 읽은 책도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고, 읽었지만 느끼지 못한 문장들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그는 이렇게 사랑스런 문장들을 끄집어내고 있는걸까.

책에서 끄집어 낸 문장과 세상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과 그가 적어내려가는 사랑이야기가 하나로 어우러져 빠져들어가게 하고 있다. 아마 그저 감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면 결코 이런 느낌을 가질수는 없었겠지.  세상살이가 깊어지면서 사랑에 대한 통찰도 깊어진 것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어떻게 만났을까요. 당신과 나 사이의 깊고 조용한 공간, 어느 날 나비 한 마리가 꽃잎처럼 날아들어 작은 떨림을 만들었는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그의 문장을 읽는다. 아니,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지만 여전히 모르겠다 싶었는데 왠지 다시 조금은 알 것만 같다. 사랑은 어쩌면 당신과 사라지는 속도를 맞추는 일.. 사랑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고 작은 것에 깃드는 법...

글쎄.. 어쩌면 그의 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성프란치스코 성당의 계단앞에서 사진을 남기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그는 성당의 종소리에 맞춰 마음이 멀리 멀리 퍼져나가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고 있으니 나의 감성은 그의 발뒤꿈치에도 못미치겠지.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는 것을.

 

성 프란치스코 성당의 계단 앞에 앉은 나의 마음이 종소리처럼 멀리멀리 퍼져나가 당신에게 닿기를.

부디 닿기를.

 

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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