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결을 원해요." 스타카토처럼 툭툭 끊기는 단어, 자일즈 박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듯한 요구였다.
"종결은 존재하지 않아요." 박사는 매끄럽게 답했다. 단지 인식이 있을 뿐이죠. 되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 삶의 무작위성이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다는 인식."
그녀는 의자에서 몸을 내밀었다.
"어쩌면 아직도 그를 용서해야 할지도 몰라요. 분명 전에도 이런 말을 들어 보셨을 겁니다. 용서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에요. 당신 자신을위한 겁니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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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태일! - 그가 떠난 50년을 기리며
안재성 외 지음 / 목선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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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전태일 열사의 50주기가 지났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을 뉴스를 통해 들으며 잠시 잊고 있었던 노동현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내 피곤함과 스트레스에 묻혀 사느라 세상사를 잊고 살다가 전태일 열사의 50주기라는 말에 뜨끔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내 과거 기록을 알려주는 알람에 십년전의 글을 읽어보며 잠시 서글픈 마음을 갖게 된다. 

"직장생활을 2,3년쯤 하게 되면서 서점에 꽂혀있던 근로기준법을 사들고 읽으면서 그 옛날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것만 같았던때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로부터 십년이 더 지나도록 노동현실이 많이 바뀌지도, 노동법이 더 나아지지도 않았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태일 열사의 사십주기를 기념하는 그날 나는 현실의 벽이 얼마나 견고하고 높은지를 깨달아야 했다. 지금 내가 이 벽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절망이 이러한데 사십년전의 그는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새롭게 전태일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 분명 전태일 평전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로웠다. 전태일 열사의 어진 심성에 대한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잊고 있었던 때문인지 어린시절의 태일이는 낯선듯 새로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힘든 가정형편에도 친구들과 더 없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던, 자신은 굶더라도 여공들의 점심과 휴식을 위해 애썼던 전태일의 모습은 말 그대로 살신성인의 모습이 아닌가.


이 책은 전태일 열사의 생애, 그가 한국사회에 미친 정치, 사회적인 영향과 노동운동의 획기적인 전환점, 문학을 즐기며 그 스스로도 소설을 구상하며 작품을 쓰기도 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와 전태일 문학상 제정과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의 삶을 그린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제작한 감독과의 대담이 실려있다. 

사실 책에 담겨있는 내용에 대해서 특별하다라고 할 것은 없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한 획을 그은 전태일 열사의 일대기와 그를 기리는 여러 형태의 문화 사업들, 그를 기억하며 수식하는 화려한 문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또 그와 더불어 우리의 노동환경이 70년대에 비하면 아주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희생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희망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 열사의 외침을 마음에 품고 노동 현실이 더이상 누군가의 죽음을 조장할 수 없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역시 고민하게 된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과거의 인물이면서 또한 우리시대의 수많은 전태일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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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믐... 숨쉬라고 하면서 들이쉬고 마시고 들이쉬고 마시고... 훕! 숨은 언제 내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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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2-0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런걸 찾아내는 치카님이 더 대단해요.

chika 2020-12-03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런가요? 이런게 잘 보이는 눈인가봅니다요 ^^
 

무농약 귤 사실 분 계신가요?


최소한의 영양제는 주고 있지만 ㅡ 안그러면 나무가 죽어버린다고합니다 ㅡ 제초제같은건 전혀 하지않고 온전히 손으로 풀베기하고 키워낸 귤입니다.
흙이 좋아서 검질메다보면 정말 새끼뱀같은 지렁이들이 마구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올해는 제 상태가 메롱이라서 한번도 못도와줬지만서도.

아무튼 진한귤맛입니다.
10킬로그램 한박스에 삼만원입니다.
수제뜨개수세미도 하나 넣어드립니다. 처음에 넣어서 보내다보니 어느새 기정상품화 되었네요 ^^;

주문받고 바로 따서 배송해드리지는 못하니 참고해주세요.
일정량 주문받고 시간될 때 따러가서 배송합니다.

주문하실분은 비밀댓글로 주소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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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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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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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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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4: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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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2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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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17: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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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2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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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3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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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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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7)


정호승님의 글은 '서울의 예수'라는 시집을 통해 처음 읽었다고 기억한다. 저 먼곳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예수님에 대한 정호승님의 시는 어린 마음에 좀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신선한 충격은 좋은 느낌으로 남아 정호승님의 시집을 찾아 읽었었는데 뜻밖에 시 산문집(!)이 출간되어 너무나 좋다.

시와 산문이 한 몸이 된 시 산문집은 정호승님의 소망의 산물이라고 한다. 산문집도 아니고 시를 해설하거나 평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와 산문이 하나처럼 어우러진 글이 담겨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맘 편히 펼쳐지는대로, 때로는 제목을 보면서 마음에 훅 와닿는 글을 펼쳐 읽어도 좋다. 물론 나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를 가장 먼저 펼쳤다. 사실 사무실 화장실에 가면 그곳에 붙어있는 정호승님의 시를 한번씩 읽어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늘 가까이 있는 명제처럼 되어버렸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시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시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 왜 그런 문장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 시를 읽고 산문을 읽으면 시가 이해가 되고 산문을 읽고 시를 읽으면 멋진 문장으로 표현한 핵심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라는 시 산문집의 제목 역시 읽는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지만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공감하게 되는 것처럼. 


원래 정호승님의 글을 좋아했으니 이 시 산문집이 무조건 좋을수밖에 없는데 글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시를 읽고 싶지만 가까이 하기 어렵다는 사람이거나 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람에게 이 시산문집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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