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맞춤법 띄어쓰기 - 모든 글쓰기의 시작과 완성, 개정증보판 세상 모든 글쓰기 (알에이치코리아 )
정희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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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맞춤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적으로 쓰는 말 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무심결에 쓴 글을 나중에 읽어볼 때, 누구나 다 아는 맞춤법을 틀리게 쓴 글을 발견하면 그렇게 부끄러울수가 없다. 무의식적으로 쓰더라도 맞아야하는거 아닌가, 말이다. 그래도 병이 낳다,라는 식의 글은 써본적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할까...


메신저가 발달하면서 소리나는대로 대충 쓰는 신조어가 생겨나면서 맞지 않는 글들이 난무했지만 그래도 맞춤법은 다 알것이라고 생각했다. 뉴스 자막조차 틀리게 올라오고 예능프로그램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막의 글들은 제대로 알지 않으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우리말의 원형이 무너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만 그건 나의 과한 걱정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너무 기본적인 우리말 맞춤법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만큼 너무 쉬운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 있어서 이걸 끝까지 봐야하나, 싶었다. 그래서 대충 훑어넘기다가 다시 부끄러움을 느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어렵고 헷갈리는 맞춤법에 대한 설명이 넘쳐났다면 분명 재미없는 공부책으로 느껴버렸을것인데 맞춤법이 쉽고 재미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다보면 조금 더 공부를 하면 우리말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올라간다.


예전에도 공부를 했지만 여전히 틀리곤 하는 사이시옷, 명사와 서술어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새롭다. 삶이나 앎은 자주 써서 익숙하지만 졸다의 명사형 졺, 놀다의 명사형 놂 같은 맞춤법은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만 글을 읽다가 졺,을 보게 되면 이건 뭔말인가 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우리말 맞춤법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읽고 이해를 하면 나중에 다시 떠올리더라도 좀 더 쉽게 맞는 것을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쉽지않은 띄어쓰기. 오래된 티비 프로그램인 우리말 겨루기에서도 우리말 달인이 나오기 힘든데 매번 띄어쓰기에서 달인이 되지 못하는 걸 보면 내게만 어려운 것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기본적인 맞춤법의 원리를 익히면 기본 이상은 할 수 있으니 열심히 공부해봐야겠다. 기본원리에 대한 설명과 실제의 예로 우리에게 익숙한 문장을 통해 맞는 띄어쓰기를 익힐 수 있어서 어렵지 않게, 책읽듯이 읽어나가며 배울 수 있는 것이 좋다. 

의존 명사는 띄어 쓰고, 관형사는 뒤에 오는 말과 띄어 쓰고 - 사실 이 문장을 쓰면서도 띄어 쓰기가 틀려 다시 적곤 했는데, 지금까지처럼 문장 필사를 하면서 띄어 쓰기를 익히는 방법을 그대로 이 책을 필사하면서 습관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고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파악을 한 후, 헷갈리는 부분이 있거나 날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목차를 보면서 그 부분을 잠깐씩 살펴보는 것도 좋을텐데 쉽게 꺼낼 수 있는 곳에 두고 자주 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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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7주년 기념 양장 에디션) - 쉽게 상처받고 주눅 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회복의 심리학
롤프 메르클레 지음, 유영미 옮김 / 생각의날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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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상처받고 주눅드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회복의 심리학,이라고 하니 이건 내게 필요한 책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해 보인다고 하지만 내가 아는 나는 쉽게 상처받고 타인의 말에 엄청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내가 나를 잘 아는 것이 맞는가, 라는 생각을 다시 해 봤는데 예전과 좀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두고 실천 연습을 계속 하면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모습을 늘 되새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완벽하진 않지만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을 책 한 권 읽었다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 꾸준히 자기 스스로 긍정의 말을 되내이며 연습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나는 생각보다 조금 더 긍정적이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나 자신만의 강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래전의 나는 자신감없이 움츠러들기만 하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여전히 타인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자신감없이 주눅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누가 뭐라한들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그 주장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 대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자꾸 타인의 모습을 집어넣게 된다. 자기애가 너무 큰 사람들,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무척 중요한 사람이라는 듯이 뻐기거나 자기애가 너무 커서 자기 중심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다보니 뭔가 이도 저도 아닌 생각으로 빠져들어가버렸다. 


지금 이 책은 '자기 회복의 심리학'이기 때문에 오롯이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며 글을 읽고 연습을 실행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임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고, 첫번째 책읽기는 전체적인 내용의 흐름을 확인하고 그 다음은 끊임없이 자기 긍정의 연습을 하는 것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실수와 약점을 가진 인간으로서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긍적적이고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작은 도로에 속도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이 아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96)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타인이 지독히 개인이기주의적인 사람일지라도 그와 상관없이 나는 나 자신의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감 넘치게 잘 살아가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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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

매초 다른 사람으로 분리되고 있잖아. 괜찮아?

괜찮아

강렬한 긍정속에서 다시

태어나. 언니의 냉담에 동참하며. 엄마의 믿음에 부응하며. 돌이킬 수 없는 세계의 끝. 미개한 신앙인 타고난 몸으로

입술을 찢으며 웃을 수 있어.


- 권민경,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 견뎌냈나요, 플라나리아 순간, 일부인용. 


















3년 전, 노화되는 현상이려니 하며 아픔을 견디고 견디다 병원에 찾아갔고 뜻밖의 진단에 서둘러 수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첫번째 수술은 정신없이 지나갔고, 그 수슬에서 요관의 상처를 입어 결국 내 몸속의 신장 하나도 사라졌다. 두번째는 재수가 없었나 체념을 했었지만 세번째는 솔직히 왜 내게?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전적인 영향으로 암세포가 잘 생겨날 수 있다니. 그냥 그렇구나, 하기에는 왠지 좀 억울한 기분도 들고. 

하지만 '니가 그런 몸으로 태어난건데 받아들여야지'라는 말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는척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독실한 신앙이이어서도, 운명론자여서도 아니다. 그저.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며 현재를 살아야 미래가 있을것이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담히 받아들이는 척, 했지만 사실 그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어쩌면 평생 소변줄을 하고 그걸 몸의 일부처럼 달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땐 돌아누워 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잘리기 전과 후, 다시는 같아질 수 없어"라니. 권민경 시인의 문장은 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의 느낌이었다.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고 혼자 공항 대기실에 앉아, 커다란 짐가방을 옆에 두고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어쩌나, 전전긍긍하다가 문득 꺼내든 시집은 나의 시간을 온전히 채워주는 친구였고 그 맑은 기분은 낯선이에게 가방을 잠시 맡겨두고 자리를 떠날수도 있게 해주는 도움이었고, 두려움의 시간을 견뎌내게 해 주는 위안이었다. 


그리고 다시 암이라는 소식은 한걸음 더 죽음에 다가서고 있다는 세상의 끝을 느끼게 했지만 나는 살아남았고 살아있고 또 살아갈 것이다.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고 세상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살아가기에도 마냥 순탄한 삶의 굴곡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 내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럼에도 나는 행복하다 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각자 저마다의 삶의 시련과 과제가 있고 자신 앞에 놓여있는 운명의 길이 순탄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인데.


문득 그 어쩔 수 없는 삶들을 마주하고 담담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녀들이 떠올랐다. '강렬한 긍정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라는 비관이 아니라 당당히 내 삶을 마주하고 앞으로 나아가겠어, 라는 마음을 갖게 하는. 

















신도 인간도 아닌 마녀의 삶으로 당당히 나선 키르케. 


키르케는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이아의 여정에 그의 발목이나 잡는 마녀로만 인식되었던 키르케를 다시 만나게 해 주었다. 수많은 님프들에 묻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게 되는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녀는 운명에 맞서고 아버지인 태양신 헬리오스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이어나간다. 하급여신 키르케,가 아니라 마녀 키르케는 마녀사냥처럼 사용되던 '마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버리고 독보적인 '마녀 키르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한다, 가 아니라 신들이 바라는 하급여신 키르케로 살아가야 한다는 틀을 깨버리고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겠다고 맞서는 모습은 굉장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나 역시 내게 주어진 환경, 상황들, 운명이라는 것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녀 키르케의 마법은 단지 약초의 힘이라거나 마법만의 힘은 아니다. 키르케 역시 마법을 성공시키기 위한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운명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바꾼다는 것은 의지의 힘이 큰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키르케, 그녀가 진정 마녀로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닐까.
















저 끝 어디라도 갈 수 있어. 다녀올게,라며 환하게 웃는 스즈와 그녀의 언니들


무표정한 모습에 어른스럽게 보이지만 무엇인가를 참아내는것처럼 보이던 어린 스즈를 가마쿠라로 데리고 와 함께 살게 된 네자매의 이야기,가 바닷마을 다이어리이다.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이복자매... 그것만으로도 불행이 감돌것만 같고 안정되지 않을 것 같은 삶의 모습이 예상되지만 뜻밖에 그녀들의 일상에는 힘듦보다 웃음이 더 많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이혼과 재혼을 하며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관계를 맺으며 천덕꾸러기처럼 여겨진다면 어떻게 삶의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픈것은 낫게 하려는 의지를 가져본다지만, 돌아가신 부모님과 가족의 인연은 도무지 어쩔 수 없는것 아닐까.

하지만 스즈는 점점 더 밝은 모습을 갖게 된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듯 보였던 어린 스즈가 가마쿠라에 와서 언니들과 생활하면서 웃음을 찾고 그 평온함에 묻히지 않고 미래의 확신을 갖고 다시 가마쿠라를 떠나는 모습은 어린 소녀가 몸과 마음 모두 성장하여 '입술을 찢으며 웃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잃지않고 각자의 사랑과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 주체로서 꿋꿋이 자신의 일상을 지켜나가는 모습에 따뜻한 감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평온한 따뜻함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장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는 스즈의 마음은 '다녀올게'라는 말 한마디로 알 수 있을것 같다. 

"저 끝 어디라도 갈 수 있어. 다녀올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고리섬의 복자, 세상의 복자들


복자에게,를 읽기 시작할 때 어느날 들었던 뉴스가 생각났다. 의료원에 근무하던 간호사들이 8년여간의 투쟁끝에 산재인정을 받게 되었다는. 이 작은 섬, 같은 곳에 살면서도 그녀들의 이야기를 전혀 몰랐던 내게 그 뉴스는 충격이었지만 다행히 고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산재인정 소식이어서 마음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우연일까, 운명일까. 그녀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복자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복자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그녀들의 투쟁은 성공하였다,의 투쟁기가 아니라 수많은 복자들에게도 일상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이 있고, 사랑이 있고 행복이 있음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어서 좋았다. 이 척박한 섬에서 그녀들이 할 수 있는 건 노동뿐, 이라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 분노와 기쁨 모두를 느끼며 당당히 바다로 나아가는 삶의 모습이 있어 좋았다.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 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 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복자에게, 189)



이 세상의 키르케, 스즈,복자 들은 모두 그렇게 각자의 삶 앞에 담담히 맞서며 당당해져 갔다. 운명을 거스른다거나 뭔가 특별하다거나 엄청난 용기가 있어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닌것이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나는 왜 이런 상황속에서... 따위의 분통이 아니라 단지 '나는!' 외치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내게 닥쳐온 삶의 모습은. 늘 평온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바다의 파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다 똑같은 파도가 아니고, 평온한 바다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생태계의 생존이 치열하게 담겨있으며,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의 한가운데에서는 오히려 고요함이 감돌기도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을 떠올려보게 된다. 

나는 나로서, 의지로 기적을 일으키는 마녀처럼, 미래에 대한 나의 선택을 믿으며 내 앞에 있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 될 것이다. 그런 나에게, 내가 아닌 나에게, 나인 너에게 인사를 건넨다. 

복된 이들이여, 요망지게. 안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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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 유쾌하고 신랄한 여자 장의사의 시체 문화유산 탐방기 시체 시리즈
케이틀린 도티 지음, 임희근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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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도 아니고 좋은 시체가 되고 싶어, 라니. 처음 이 책에 대한 기대는 장의업 일을 하는 저자가 여러 장례 문화를 접하며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는 이야기일꺼라는 것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사실 처음 책을 읽으며 장작더미에서 시신이 타는 그 과정을 읽을 때, 십여년 전 친구의 죽음에 화장터까지 가기는 했지만 차마 그 불가마앞에는 서지 못하다가 마지막이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다가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타오르던 불꽃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오히려 보지 않았던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장례문화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적나라하게 시신을 화장하는 과정이라거나 화장하면서 생겨나는... 그 묘사들, 심지어 장례를 치르기 전 미이라가 되어가는 시신과 함께 살아가는 인도네시아의 토라자나 멕시코의 미초아칸 지역의 이야기는 정말 그로테스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평소라면 그 묘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분명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을텐데 오히려 담담해진다. 인육이라는 표현조차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까 궁금해지고, 시신을 기부해서 법의학적으로 연구하기도 하지만 시신을 썩혀 퇴비로 만든다는 것 역시 끔찍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매장되어 육신이 썩으면 세월이 흘러 결국 똑같아지는 과정을 줄이는 것 말고 다른게 뭔가 생각하게 된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성경말씀과 같은 것 아니겠는가.


매장문화에서 화장으로 옮겨갈때도 처음부터 시선이 좋지는 않았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은 거의 화장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자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현재는 화장을 택하는 수치가 매장보다 높아졌다고 하니 장례에 대한 의식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화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멕시코의 망자의 날 축제라거나 우리가 제사를 지내며 돌아가신분들을 추모하거나 가톨릭에서 위령의 날을 보내는 것들 모두가 형식은 다르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식의 형태는 다르지만.

언젠가부터 죽은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공포와 두려움이 되었고 납골당은 혐오시설처럼 여겨져 동네에 납골당이 생기면 모두 결사반대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들은 이들의 장례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과 그 죽음을 대하는 자세, 물론 본인의 죽음을 마주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타인의 죽음에 대한 마음과 태도가 어찌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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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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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가 뭐 특별할 것이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지만 늘 미술관련 책이 나오면 궁금하기는 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외국의 유명한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삶이나 작품 세계, 작품에 대한 것까지 많이 읽어봤는데 정작 한국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들어보고, 그것도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그림, 유명세로 인한 백남준, 김환기 혹은 진위여부로 이슈가 되었던 천경자 정도일테고 그나마 그들의 작품마저 많이 본 기억은 없다. 내 개인적 취향으로는 이중섭의 소 그림보다는 아이들의 그림이 더 좋아 찾아본 기억이 있고 박수근의 순박하고 단아한 작품들은 그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있다.


어렴풋이 김환기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글을 접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된 김환기의 삶은 안타까움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다. 물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며 모두가 녹록치않은 삶을 살아야했지만 거기에 더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까지 했던 예술가들의 고난은 더욱 더 마음아프게 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못느꼈었는데 추상적이라고만 생각했던 김환기 작품의 색감은 실제로 보면 얼마나 감동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천경자의 생태, 그녀의 그림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뱀 그림이었다. 

학창시절에 이웃학교의 미술전시회가 있어서 미술과제로 찾아갔었는데 그곳에 선생님의 추상화가 걸려있었고, 미술부 학생의 설명은 그 꿈틀거리는 형상이 봄의 태동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던 그림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천경자의 생태를 보는 순간 그 그림이 떠올랐고, 뱀의 형상이 부정이 아닌 긍정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신기했다. 


이름만 들으면 그들의 작품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을지 몰라도 그 이름만큼은 모두에게 익숙한 우리 미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어쩌면 한결같이 고난의 삶을 살아왔는지... 흥미위주의 에피소드를 담은 글이 아니라 우리 작가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좋았고 작가들의 많은 도판이 실려있어서 더 좋았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생각보다 글이 더 많았고 그림 도판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책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글이 너무 쉽고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내용인데다, 어려운 미술 감상이나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 자체에 관심을 두고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원래 좋아했던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그림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천경자와 김환기의 그림도 다시 보게 만드는 끌림을 갖게 해주었다. 물론 나혜석이나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백남준, 이우환... 모두의 작품이 다 좋았지만 이전에는 좀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김환기의 그림과 색감이 좋아서 사진이 아니라 실제 그의 작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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