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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 19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9년 2월
평점 :
절판
전문가의 입장에서 그림을 보는 것도, 20세기를 꿰뚫어야 하는 입장도 아니었기에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난해한 미술작품으로 20세기를 돌아본다는 것 자체가 힘들게 느껴지긴 하지만 저자인 이주헌님이 미술작품을 난해하게 집어넣지는 않았을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읽기 시작한 것 역시 책을 펴드는 마음을 가볍게 했으리라...
[활자 기록에 의존하는 방식 일반이 그렇듯 사실을 나열하고 그것이 끼친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만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미술 작품을 통한 접근은 특정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당대인들의 보편적인 느낌과 정서, 그리고 그 반응을 생생히 드러낸다. 그만큼 뜨거운 현실인식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전개 과정을 다른 감정의 궤적과 만나면서 복합적인 맥락을 형성하게 되는데, 활자를 통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 이런 부분이 미술 작품들 사이에서는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책머리에.
위에 인용한 저자의 말처럼 너무나 생생했다. 어렴풋이 스쳐지나던 역사의 한 장면 장면이 뚜렷이 각인되는 듯한 그 느낌에 새삼 내가 태어나 삶의 일부가 지나온 20세기의 역사를 떠올려본다. 1차대전, 2차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인종차별, 사상, 혁명, 대중문화..... 수많은 일이 있었고 수많은 변화가 있었던 20세기가 순간 숨막히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전쟁, 차별, 억압의 그림자는....
어쨋든 한권의 역사서를 읽는것만큼 상세하지는 않더라도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것을 읽게 된다면, 역사를 바라보는.. 20세기를 바라보고, 21세기를 바라보게 되는 또 하나의 눈이 생겨날 것이다. 이책은 20세기를 거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쯤은 읽어보고 지나온 20세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런 뜻에서 이 책은 그림으로 읽는 20세기의 역사 개관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지금의 영상시대에 맞는 책이 아닐까?